지난 2007년부터 김연아의 전담 코치가 된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김연아를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로 완성시켰다. 그랑프리 파이널 3회 우승과 세계선수권 1회 우승,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는 감격의 현장에 함께 있었다. 지난 200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오서와 김연아의 합작품이 처음으로 세상을 흥분시켰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한 김연아는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장내를 가득 메운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당시 김연아는 고관절에 심각한 부상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부드러운 지도방식과 융합되면서 자신의 재능을 꽃피워 나갔다. 이듬해인 2007-2008 시즌 그랑프리파이널을 제패한 김연아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2008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전하지만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전년도처럼 심각한 부상을 안고 있던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쳤지만 또다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김연아가 부상의 늪에서 회복한 2008-2009 시즌부터 김연아와 오서 콤비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를 가지고 등장한 김연아는 그해 4대륙 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라섰다.
김연아가 연기를 펼칠 때마다 오서는 “넌 이미 준비돼 있다.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넌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말로 김연아의 사기를 북돋아줬다. 오서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김연아의 토털패키지 기량은 조화롭게 융화됐다. 결국 2009 미국 L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싱글 역사상 최초로 200점을 돌파한 김연아는 진정한 세계챔피언의 자리에 우뚝섰다.
그리고 김연아와 오서는 대망의 올림픽 시즌을 맞아 다시 한번 힘을 모았다.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조지 거쉰의 협주곡’으로 무장한 김연아는 오서 코치의 권유대로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으로 교체했다. 트리플 플립에 유독 제동을 많이 거는 심판진 때문에 이를 수정했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점프와 함께 김연아의 필살기 기술인이 점프는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보다 훨씬 위력이 있었다. 지난 시즌동안 이 콤비네이션 점프를 모두 성공시킨 김연아는 출전하는 모든 대회를 휩쓸었다. 그리고 최종목적지였던 밴쿠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28.56점. 피겨 스케이팅 역사상 여자 싱글 선수들이 다다르지 못했던 점수가 나왔다.
완벽하게 연기한 김연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봤다. 그리고 곁에서 오서 코치가 감격에 겨워했다. 김연아와 오서 코치 사이에 벽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아사다 마오의 코치 제의설이 나오면서부터다. 이후 서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관계로 인해 김연아는 지난 6월부터 오서 코치 없이 홀로 훈련을 하고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 코치와 안무 연습을 진행해왔다.
브라이언 오서와는 결별하게 됐지만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과는 계속 함께할 예정이다. 그러나 피겨 역사를 새롭게 장식한 브라이언 오서-데이비드 윌슨-트레이시 윌슨-김연아의 ‘드림팀’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