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제발로 나온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버티고 버티다 결국 철창행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 24일 만에 자진출두 했다. 경찰은 곧바로 한 위원장 손목에 쇠고랑을 채워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한 위원장은 어떤 죄목으로 체포됐으며, 그는 누구인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나왔다. 예정대로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이 동행했다. 한 위원장은 이후 대웅전에 도착해 삼배를 올리고 자승 총무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이동, 기자회견을 위해 다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과 숨박꼭질
조계사로 들어가
 

“저는 다시 머리띠를 동여맸습니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그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정부를 규탄했다. 아울러 전날인 9일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1000여명의 경력이 배치된 상황을 비판하며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범죄·폭력을 일으킨 사람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불법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한 위원장이 재판에 잇따라 불출석하자 법원이 지난달 11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민중총궐기대회를 5일 앞둔 상황이었다. 

경찰은 한 위원장 지난달 16일 열렸던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검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한 위원장 검거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한 위원장은 집회를 앞두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긴급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12월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회에서 끝까지 조합원과 민중의 맨 앞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한 위원장 검거를 시도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에게 막혀 실패했다. 당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한 위원장 검거를 위해 접근하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프레스센터 로비까지 진입했던 경찰은 5분 여만에 현장에서 철수했다. 

그 사이 건물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 몸을 숨겼던 한 위원장은 경찰이 물러난 뒤 현장을 빠져나와 집회에 합류했다. 당시 검거작전에 실패한 서울지방경찰청은 한 위원장 검거 전담반을 30명으로 확대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밤 10시께 조계사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조계사 측은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한 위원장 피신 요청을 수용했다. 한 위원장은 조계사 측이 수용 결론을 내리자 이날 오후 11시께 곧바로 조계사로 들어가 관음전에 머물었다. 당시 조계사는 “한 위원장을 강제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세월호 추모집회 불법시위 수배
민중총궐기 마치고 조계사 피신
 

그러자 경찰은 서울청 광역수사대 등 수사인력을 확대하고 기동부대 등을 동원해 조계사 인근을 봉쇄했다. 한 위원장 검거 경찰관에게는 1계급 특진까지 내걸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이유는 종교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경찰이 무리하게 진입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명동성당은 1970, 1980년대 군사정권에 저항하던 이들의 농상장과 도피처였다. 1990년대엔 주로 노동계 인사들이 명동성당을 찾았다. 

신도들의 불편 때문에 명동성당 측이 잇따라 퇴거를 요청하자 2000년대 들어 조계사가 새로운 피신처가 됐다. 경찰은 이따금 수배자 검거를 위해 조계사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때마다 승려와 신도의 강한 반발을 샀다. 경찰은 2002년 발전노조 조합원 150여명을 쫓아 조계사 안으로 들어간 뒤로 진입을 시도한 적이 없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중재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조계사는 19일 화쟁위원회를 열어 중재문제를 논의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사회 현안과 갈등을 중재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기 위해 2010년 구성한 기구다. 화쟁위원회는 그동안 4대강 사업,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 자동차 사태, 강정마을 문제, 청도 노사 문제 등 사회 현안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중재를 수용한 조계사는 지난달 23일 한 위원장과 첫 면담을 갖고 “다음달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중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 위원장은 화쟁위에 ‘2차 민주총궐기의 평화로운 진행’과 함께 ‘정부와 노동자 대표의 대화’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 강행 중단’ 등에 대해 중재를 요청했다.

병력 2000명 투입
자진해 경찰서로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여러 말이 나왔다. 특히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경찰 병력을 (조계사)경내에 투입해 (한 위원장을) 검거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조계사 승려 7명은 지난달 23일 김 의원의 사무실에 항의 방문했다. 승려 7명은 이날 “범법자는 인권이 존중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냐”며 “불교의 자주성이나 지혜를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김 의원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2차 민중궐기대회와 관련해 “비폭력 저항으로 국민과 함께 평화행진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우린 평화시위를 할 것이고, 차벽이 있다면 연좌를 포함한 정당한 항의 표현을 하겠다”며 “살수를 하면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정부도 물대포와 차벽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며 “(23일 화쟁위원회에 요청한 대로) 정부와 대화가 진행되고 정부가 (노동개편 관련) 정책을 철회한다면 언제든지 출두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조계사 신도회에서 한 위원장의 퇴거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신도회는 한 위원장 거처에 찾아가 “신도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퇴거 및 경찰 자진 출두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5일만 시간을 달라며, 신도회의 퇴거요구를 거부했다. 

일부 신도들은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고 강제로 들어내려 해 그 과정에서 홀로 있던 한 위원장의 옷이 찢기는 등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반면 화쟁위원회는 “신도회와 화쟁위가 같은 생각인 것은 아니다”며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는 물론, 2차 총궐기에서 ‘사람벽’으로 평화지대를 형성한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평화 집회·시위로 끝났다. 이날 서울광장과 종로, 대학로 등에서 6시간 넘게 진행된 2차 집회에서 폭력과 충돌은 없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 22일째인 7일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위원장의 은신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8일 오전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사 주지 스님과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을 만나 한 위원장이 자진 퇴거토록 요청했다. 

도로교통법·집시법
경찰 소요죄도 검토
 

조계사 내부에서는 “한 위원장이 신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라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위원장 역시 페이스북에 “사찰(조계사)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는 글을 올려 조계사와 관계가 불편해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경찰은 지난 8일 24시간 이내에 자진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시한은 9일 오후 4시까지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위원장의 도피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자진출두는 없다’며 강력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선언, 이날 오후 경찰이 한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해 조계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시민과 신도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찰 병력 1000여명이 투입되는 등 신도와 시민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자승 총무원장이 직접 나서서 한 위원장 거취 문제 해결을 약속해 불상사는 피했다. 

현재 한 위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집시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한 위원장은 앞서 세월호 집회 당시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에 4차례 출석하지 않아 구속영장이 한차례 발부된 적이 있다. 또 올해 5월 노동절 집회 때도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줄곧 수배를 받아왔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폭력시위와 집회를 주도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소요죄 적용 여부가 주목된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한 위원장에 대해 형법상 소요죄 적용을 검토해 왔다.

잡으려 사활 건 경찰
25일 만에 자진 출두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했을 시 성립하는 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반면 실제로 소요죄가 인정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적지 않은 논란이 뒤따를 공산도 크다. 그밖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 등이 새롭게 적용될지도 눈여겨 볼 대목으로 꼽힌다. 


한 위원장은 1962년생으로 전남 나주가 고향으로 전남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군제대 후 부산에서 일하다 1985년 지프차 생산회사인 거화에 입사했다. 거화가 동화자동차공업으로 인수되고, 다시 동화가 쌍용그룹으로 인수되면서 쌍용자동차 직원이 됐다. 

1987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일하면서 쌍용자동차노조 추진위원장이 됐고, 2008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이 됐다. 2009년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자동차가 같은 해 4월 ‘건국 이래 최대 규모’라는 2646명의 노동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자 5월 21일부터 77일간 평택공장 점거 파업을 주도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3년을 선고 받았고, 201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2012년 1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평택공장 인근 30m 높이의 송전탑에 올라가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171일간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현장 투쟁을 주도했다. 

쌍용차 직원 출신
해고자 복직 주도
 

이후 한 위원장은 지난 해 11월 민주노총 사상 직선제로 치러진 위원장 선거에서 ‘박근혜 정부에 맞선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노동계 인사들은 “한 위원장이 선거 기간 내내 공무원 연금 개악과 민영화·노동악법 개악 저지 등을 묶어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공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은 민주노총내에서 강경파로 구분된다”고 입 모아 말했다. 민주노총은 올해 4월24일 총파업, 5월1일 노동절 집회, 9월23일 총파업, 11월14일 제1차 민중총궐기대회, 12월5일 제2차 민중총궐기대회 등을 잇따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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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