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속사와 계약이 해지된 연예인들을 이른바 ‘FA 연예인’이라고 부른다. 톱스타일수록 몸값이 상상을 초월한다. 부르는 게 값이다. 그만큼 톱스타가 기획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혹자는 톱스타 한 명이 소속사 식구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이들은 초라한 성적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찾는 이들이 없으면 뒤안길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때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쳐보지만 보는 이들의 눈엔 안쓰럽게 다가올 뿐이다. 최근 소속사와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는 배우 전지현과 고현정이 10억원 이상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지현 ‘15억원’·고현정 ‘10억원’ 계약설 나돌아
충분한 투자가치 있지만 이익 배분 비율이 문제
오는 8월말 싸이더스HQ와 전속 계약이 만료되는 배우 전지현은 한 신생기획사와 10억원이 훌쩍 넘어서는 계약금을 조건으로 물밑 접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현의 한 측근은 “전지현이 독자노선을 걸을 것으로 안다. 전지현이 독립한다는 소식에 일부 기획사에서 2년 전속에 20억원을 밑도는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스타성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액수다”고 말했다.
전지현은 이미 한 신생기획사와 15억원 선에서 전속 계약을 맺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액수는 FA시장에 나선 스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다만 전지현 측은 현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자신의 행보를 공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싸이더스HQ는 전지현이 신생기획사로 이적한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부인했다.
전문가 “스타성 과시할 것”
싸이더스HQ의 한 관계자는 “8월 말 전지현과 계약이 만료되는 것은 맞지만 신생기획사로 이적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며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여러 군데서 제의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 소속사와 재계약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전지현은 싸이더스HQ와 이미 14년째 인연을 맺어온 터라 그의 홀로서기에 대한 연예계의 관심이 높다. 전지현은 중학생 시절인 1997년 현 소속사 관계자와 인연을 맺고 각종 CF와 영화 <엽기적인 그녀> 등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전지현은 10년 가까이 최고의 톱스타 자리를 유지해왔고 최근에는 외국 합작품 등을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전지현이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조만간 안방극장에도 얼굴을 보일 것으로 보여 다시 한 번 자신의 폭발적인 스타성을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11월로 소속사 스톰이앤에프(구 디초콜릿이앤티에프)와 전속계약 기간이 끝나는 배우 고현정도 10억원 러브콜을 받으며 FA시장의 대어로 떠올랐다.
매니지먼트사들의 ‘고현정 모시기’ 프로젝트가 치열하다. 특히 지난 6월 당시 디초콜릿이앤티에프가 경영진의 횡령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홍역을 앓고 있자 이 틈을 타 고현정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매니지먼트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예계는 고현정이 스톰이앤에프의 상황에도 11월까지 계약을 해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개월 남은 계약 기간을 채워 ‘유종의 미’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고현정과 스톰이앤에프의 계약이 마무리되는 올 가을은 SBS <대물>이 방송을 시작하는 시기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역할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고현정이 연기한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MBC <선덕여왕> 방송 직전처럼 <대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도 크다. 매니지먼트사 입장에서는 새롭게 계약을 하기에 적기인 셈이다.
연예계의 관심은 전지현과 고현정의 몸값이 적정 선에서 책정됐냐는 것이다.
전지현은 싸이더스HQ와 인연을 맺고 꾸준한 드라마와 영화 출연, 다수의 CF 출연 등 대단한 활약상을 보여왔다. 전지현이 제시받은 15억원 수준의 전속 금액의 경우 1년에 1, 2개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고 5, 6개의 CF에 출연한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액수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고현정은 디초콜릿이앤티에프와 계약한 뒤 10여개의 CF모델로 활약했다. MBC <선덕여왕>의 흥행과 더불어 광고 수입만 50억원 가량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현정은 김연아 등에 이어 초고액 개런티를 받는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그 덕분에 기획사에 배분되는 수익만 줄잡아 10억원에 이른다.
매니지먼트사들이 전지현과 고현정에게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드라마, 영화 등 출연료는 물론이고, 수익의 주를 이루는 광고 계약이 원활한 여배우들이라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최근 모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전지현, 고현정을 모델로 잡아라”라는 특명이 떨어졌을 정도로 광고 효과도 크다.
다만 전지현, 고현정과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향후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 10억원의 계약금에 2년 전속 계약을 한다면 이익 배분의 비율이 문제다. 8:2의 계약으로는 50억원을 벌더라도 계약금 정도만 회수되므로, 7:3 또는 6:4의 계약이 안정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신인급 키우는 회사 늘어
최근에는 기획사들이 대어급 FA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고액의 계약금을 주고서라도 이들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현재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니지먼트사업의 체계화 및 수익률 강화를 위해 연예인의 전속 계약을 목적으로 한 출혈경쟁은 자제해야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대형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스타급 연기자를 거액의 계약금을 주고 영입해 오는 것보다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신인급을 주연으로 키우는 게 회사 수익률에서는 더 낫다”며 “터무니없이 높은 계약금을 요구하고 전속 계약을 맺은 뒤에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연예인은 회사 입장에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도 “거액의 계약금은 거품일 뿐이고 잘못된 관행이다”며 “기획사도, 연예인도 그런 인식은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