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조력자로 돌아온 동양화가 김정향

"현실의 고통 예술로 치유하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동양화가 김정향이 갤러리도스에서 지난 2일부터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제목은 '조력자들의 밤'이다. '원초적 치유의 공간'을 그리는 김 작가는 타인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얻어지는 정서적인 위안을 상기시킨다.

화단이 주목하는 신진 여류화가인 김정향 작가는 예술을 매개로 한 정신적인 회복을 추구하고 있다. 이른바 치유를 지향하는 예술이다. 복잡·다변화된 사회에서 현대인이 겪는 괴로움은 작가가 표현한 이상공간에서 보듬어진다.

치유의 예술

김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사유 내지는 성찰을 투영하고 있다. 김 작가는 "여성의 몸으로 겪어야 할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과정을 통해 타자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조력자라는 새로운 정체성과 마주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늘 사회화 과정을 통해 타인과 연결돼 있는 자아를 인식한다. 누군가의 아들딸이자 누군가의 친구로, 때로는 동료로서 다른 역할을 부여받는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 받는 과정은 인간에게 정서적인 위안을 경험하게 한다.

김 작가는 서로 조력하며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단면을 신체의 일부분과 상징적인 의미의 사물들을 배치해 표현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돼 하나의 내러티브를 완성했다.


또 김 작가는 특유의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해 현실에서 보기 힘든 원초적인 치유의 공간을 제시했다. 상처가 도드라지지만 아픔보다는 따뜻한 위로가 느껴지는 이미지다. 그러면서도 김 작가는 그간 선보였던 '환상 목욕탕' 연작에서의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았다. 예술가 김정향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상세계는 헛된 상상이 아닌 지친 현대인을 보듬어 주고 안아주는 따뜻한 상상이다.

여기에 김 작가는 '엄마'라는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에 주목했다. 엄마는 기이한 능력을 지닌 초인과 같이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안정과 위안을 선물한다. 또한 엄마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타자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조력자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구상의 수많은 조력자는 타자가 스스로 성장할 때까지 곁에서 돕는다. 수많은 밤이 지나야만 타자는 다시 누군가의 조력자가 된다. 조력자라는 가상의 존재가 불러일으킨 낭만적인 상상 안에는 따스한 인간애가 녹아 있다.

동양적 모티브 차용해 화려한 채색
현대인 괴로움 이상공간서 보듬어

김 작가의 작품에는 흡사 숨은그림찾기처럼 은유와 상징이 가득하다. 조감도를 펼쳐놓은 듯한 구도나 파노라마식 구성은 여러 텍스트를 한 곳에 집약시킨 모양이다. 이 중 왜곡된 신체는 작품 전반의 기묘한 무드를 담당한다. 섬세한 붓질은 옛것과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품고 있다.

동양적인 모티브에서 차용한 장식적인 요소와 화려한 채색은 초월적인 느낌을 부각한다. 서로 다른 이미지는 화면 안에서 순환하며 '영원의 시간'을 만든다. 무언가를 먹여주고 감싸 안는 타자와의 스킨십은 사진처럼 고유한 '푼크툼'을 실현한다.

김 작가의 이상향은 관객에게도 위로의 감정을 느끼라고 손짓한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땋아져 정리된 이미지는 정서적인 공감대를 일으킨다. 외부와의 끝없는 소통을 시도하며 화면을 넘어서고자 하는 김 작가는 이번 연작에서 한층 성숙한 '조력자'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위안과 안정

어쩌면 모든 작가에게 예술은 현실의 고뇌를 보듬는다는 점에서 가장 빛나는 조력자일지 모른다. 김 작가가 발견한 '조력자들의 밤'은 작가 본인을 포함해 관객이 겪었던 또는 관객 모르게 노심초사하며 관객을 돌봤던 우리 부모들의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헌신적으로 우리를 지켰던 친구들, 은사들, 혹은 이름 모를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다. 고요한 밤은 이들이 있기에 풍요롭고도 아름답다.


<angeli@ilyosisa.co.kr>

 

[김정향 작가는?]

▲이화여대 한국화 전공 및 동대학원 동양화 박사과정
▲개인전 '환상목욕탕 기행 #1' (2008, 송은갤러리) '더더욱 신이 나서 과장하여 떠들 수 있었다-환상목욕탕 기행 #2' (2008, 예술공간 HUT) 등 3회
▲단체전 갤러리인데코, 국립현대미술관, 갤러리가이아, 공평아트센터, 예술의전당, 포항시립미술관, SOMA미술관 등 다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데뷔프로그램(2008) 참여
▲송은미술대상(2010)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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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