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선수만큼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야구장의 꽃’으로 불리는 여자 연예인들의 시구. 마운드 위에서 시구하는 여자 연예인들의 모습은 야구팬은 물론, 일반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다 보니 신인 연예인이 소속된 기획사는 시구를 이름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야구장의 꽃’ 연예인 시구…홍드로·랜디 신혜·윤실링
성유리…스커트와 하이힐 차림으로 남성팬들 가슴 두근
1989년 개막전에서 영화배우 강수연이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여자 연예인들은 프로야구 시구의 단골손님이 됐다. 황신혜·이효리·보아 등 당대 최고의 미녀 스타들이 시구자로 나서는 등 이제 마운드는 스타급 여자 연예인들이라면 한번쯤 거쳐가야 하는 장소가 됐다. 프로야구 시구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여자 연예인은 일명 ‘개념 시구’를 탄생시킨 홍수아. ‘개념 시구’란, ‘개념 있는 시구’의 줄임말로, 옷차림은 물론 투구 자세까지 완벽히 갖춘 연예인의 시구를 뜻한다.
롱다리 미녀 가수 한영
시원한 매력 과시
지난 2005년 7월 탤런트 홍수아는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전에서 불끈거리는 팔 근육을 드러내며 프로선수에 버금가는 시구를 선보였다. 하이힐을 신고 ‘예쁘게’ 등장한 과거 연예인들과 달리 홍수아는 야구모자에 운동화 차림으로 강속구를 날려 ‘홍드로’라는 별명을 얻었다. 홍수아의 시구 자세가 메이저리그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자세와 비슷하다고 해 생긴 별명이다.
이후 탤런트 박신혜와 윤정희 역시 만만찮은 시구를 선보이며 각각 ‘랜디 신혜(박신혜+랜디 존슨)’ ‘윤실링(윤정희+커트 실링)’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왼손잡이인 박신혜는 왼손투수 랜디 존슨을 연상케 하는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 윤정희는 포수 미트에 정확히 꽂히는 직구가 인상적이었다. 정확한 직구 제구력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투수 커트 실링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실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윤정희는 지난 2006년 10월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당시 현대 김재박 감독에게 시구 지도를 받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 밖에 한효주 역시 누리꾼들의 칭찬을 받으며 탁월한 ‘개념 시구’ 대열에 올랐다. 타고난 미모로 관중을 즐겁게 한 연예인들도 있다. 롱다리 미녀 가수 한영은 두 차례에 걸쳐 두산의 시구자로 나서 시원한 매력을 과시했다.
서현진 MBC 아나운서는 머리 위까지 다리를 들어올리는 역동적인 동작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녀 스타 김아중과 보아, 성유리와 서인영도 빼어난 미모로 관중석을 들썩이게 했다. 가수 보아의 시구에 “귀엽다”는 야구팬들의 환호가 넘쳐 났으며 성유리는 마운드에 스커트와 하이힐 차림으로 나타나 남성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TV에 얼굴 나오고 인터넷·신문 도배 한순간에 ‘대박’
이현지·이채영 SK ‘와이번스 걸’ 임명 뒤 인지도 급상승
스스로 LG 트윈스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섹시 스타 서인영은 지난 2005년 7월 배꼽이 보이는 티셔츠를 입고 시구해 눈길을 모았다. 연예인들이 야구장을 찾는 것은 야구단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연예인이 나타나면 일단 관중이 즐거워하기 때문에 구단으로서도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예 구단 쪽에서 전략적으로 미는 경우도 있다.
배우 박은혜는 2004년 두산 베어스 홍보대사로 임명된 뒤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가수 겸 방송인 이현지와 탤런트 이채영은 SK의 얼굴마담 격인 ‘와이번스 걸’로 임명된 뒤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많은 연예인들이 야구장을 찾으면서 연예인과 야구단이 윈-윈 효과를 내고 있다. 파급 효과가 크다보니 신인 연예인이 소속된 기획사는 시구를 이름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평소에도 야구광으로 야구장을 자주 찾는 신인 탤런트 A양 매니저 B씨. B씨는 야구장을 찾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야구단 관계자를 찾아가 인사를 건네는 것. A양은 지난 3월 모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데뷔했다. 뛰어난 외모에 털털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출연만 하면 금세 유명해지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신인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던 것.
A양과 B씨는 머리를 맞대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짜낸 결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주말 야구장에서 시구하자는 결론을 냈다. ‘야구장에 여자 연예인’이 갖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매체수가 많아졌다고는 하나 연예인들이 기존 공중파 방송이나 케이블 채널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야구장에선 한 순간에 ‘대박’ 날 수 있다. 관중이 많이 모이는 야구장은 일종의 쇼케이스 현장이 될 수도 있다.
시구를 하면 방송은 물론, 전광판에 얼굴이 뜨고, 인터넷과 신문을 장식하는 사진으로 한 번에 이름을 알리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후 B씨는 몇몇 야구단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에게 A양 시구 의사 타진을 했지만 “오케이”라는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대부분 시구는 야구단에서 연예인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다. 당시 인기가 있거나 영화나 드라마 홍보가 맞물리는 경우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인 연예인들에게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 것이 당연지사. B씨는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야구장으로 달려간다.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 인사를 건네고, 시구를 부탁한다.
치열한 경쟁률
신인은 명함도 못 내밀어
B씨는 “이제 야구장에서 시구는 여자 연예인들이 거쳐가는 과정이 됐다. 이름을 알리는 데는 최고다. 하지만 신인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다. 야구단 관계자에게 ‘하루에도 몇 통씩 시구를 부탁하는 전화가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경쟁률이 정말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신인은 명함도 못 내민다”고 말했다.
늘씬한 몸매로 인기를 끈 가수 C양과 기획사도 모 구단에 “같이 홍보 좀 하자. 응원가를 만들어 부를 테니 야구장에서 활용해 달라”는 제의를 먼저 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야구 열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여자 연예인들의 야구사랑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