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연료용 목재' 미스터리

멀쩡한 나무 태워버리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목재는 인류의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자원 중 하나다. 산림 선진국일수록 나무자원을 잘 키우고 활용하는 임업과 목재산업이 크게 활성화 되어 있다. 얼마전 이런 목재를 연료로 하는 발전소에 연료용 우드칩을 공급하는 업체 일부가 규정에 적합하지 않은 목재를 공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목재 관련 협회는 이런 사실을 밝혀내 공론화했다. 정부와 발전소 측에서는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세부적 방안없이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동서발전이 동해 바이오매스 발전소에서 우드칩을 연료로 본격적인 전력 생산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용량인 30MW급으로 7만3000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료용 우드칩을 공급하는 업체 가운데 일부가 ‘규정에 어긋난’ 우드칩을 공급하고 있다는 풍문이 있었다.

엇갈리는 주장

한국목재재활용협회는 조사 끝에 사실을 밝혀냈다. 정부와 발전소 측에서는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협회 유성진 전문위원은 “동서발전에 연료용 우드칩을 공급하는 업체 가운데 일부가 규정에 어긋난 우드칩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며 “확인 결과 90% 이상의 양질의 목재를 다루는 모 업체에서 나온 우드칩이 동해화력으로 운송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 전문위원에 따르면 해당 업체에서는 적합한 우드칩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원별 공급인증가중치를 고시하고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원별 REC를 0.25∼2.0까지 차등 적용키로 했다. 우드칩은 1.5로 비교적 높게 책정했다. 이후 목재산업계의 생존위기 직면을 우려한 산업부, 에너지관리공단, 동서발전, 목재산업 관련단체들은 신축현장 폐목재, 목재포장재, 목재파레트의 REC는 미적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서발전이 REC 발급이 제한되는 폐목재를 우드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동해화력 혼소 및 전소용 바이오매스 입찰결과’ 문건에 따르면 동서발전은 1∼4차 입찰결과 15개 업체로부터 총 13만9500톤에 이르는 물량을 공급받는다. 유 전문위원은 “총 13만9500톤 가운데 A업체 4만9000톤, B업체 2만6120톤, C업체 1만톤 총 8만5120톤이 부적격업체로부터 공급되는 물량”이라며 “적격심사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일단 아무 거나 막 받고 보자는 식’으로 공급받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동서발전이 부적절한 연료용 우드칩을 공급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다”며 “산업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산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허술한 관리로 산하 공기업을 비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문의원은 또 “수차례에 걸쳐 동서발전 등 바이오매스발전소에 대한 공동실사의 추진을 요구했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돌아온 말은 ‘담당업무는 공급인증서 발급팀에서 수행하며 실사 결과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이었다”고 전했다.

유 전문위원은 지금처럼 REC 미적용 폐목재에 대한 신재생에너지센터의 운영지침이 적용되지 않고 연료용 우드칩이 사용됨으로써 파생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REC 1.5 미적용으로 인한 국가예산 추가지출 발생, 국내 목재산업계의 원료 부족 심화로 인한 도태, 대규모 우드칩 공장의 난립으로 전국 353개사에 이르는 소규모 폐목재 우드칩 공장들의 소멸이 예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폐목재 연료용 우드칩 성상’에 대한 검수 시 전문기관 또는 협회의 입회아래 철저히 샘플채취와 성분검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한규정 준수 여부와 공급인증서 발급에 대한 철저한 관리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인 발전회사, 우드칩 공급자, 그리고 관리감독업무를 맡고 있는 정부기관의 입장은 이렇다. 동서발전에 따르면 규격에 맞지 않는 우드칩 등에 의한 바이오매스발전 설비의 잦은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납품되는 우드칩의 입고시 품질 관리를 철저히 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발전소가 요구하는 우드칩의 납품 규격이 2∼100mm 수준으로 산업부가 고시하고 있는 신축건설폐목재와 같은 REC 미적용 품목의 혼합여부를 현장에서 육안으로 판별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우드칩 공급사에 대한 직접 현장방문과 워크숍, 간담회를 통해 혼합되지 않도록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줄 것을 되레 요청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발전소 폐목재만 사용해야 되지만…
부적절한 우드칩 공급 “제재 전무”

공급자인 목재재활용업계 관계자는 “동서발전이 요구하는 우드칩 함수율 25% 이내를 맞추기 위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본다”며 “예를 들어 1등급인 임목폐기물의 경우 함수율이 30∼35% 이상이어서 이를 납품규격화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사용해야하는 건조시설을 갖추던지 아니면 함수율이 낮은 REC 미적용 품목인 신축현장 폐목재, 목재 파레트 등을 혼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환경부 규정을 완화하는 등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리자는 “REC 가중치 발급을 위해서는 해당 발전소 측이 제출하는 연료사용량,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 등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 후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며 “발전소 등이 산업부 고시에 준하게 정상적인 우드칩만을 납품받아 실제 사용하는지에 대한 별도의 확인 시스템은 현재 없으나 3개월 단위 1회의 현장에서 납품된 제품을 샘플링하고 있다”고 했다.

이 모든 사실은 국회에까지 들어가며 공론화됐다. 정부와 발전소측은 철저한 감시와 법 개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러한 문제점들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부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흘러간 이야기 쯤으로 생각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동해화력 관계자는 “간담회나 현장에서 업체들에게 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고 어떠한 문제점이 생길 경우 바로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알리고 있다”고 반론했다.

과연 해법은?

실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선명하게 내세울 수 있는 정답은 찾기 쉽지 않다. 철저한 감시와 적극적인 문제 해결, 세부적인 방안제시를 통해서만 이미 붉어진 논란을 잠재울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완 내지는 개선을 통해 얽히고 섥혀 있는 국내 우드칩 시장의 환부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부를 비롯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관리공단 등 관련 정부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묘책을 찾아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사 속 용어설명

▲신재생에너지 =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바이오매스 =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위해서 사용되는 식물이나 동물 같은 생물체. 생물체에서 얻어지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메탄가스나 에탄올 등을 바이오매스 에너지라고 부른다.


▲REC (Reneweable Enerey Certificate) =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뜻하며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했다는 증명서로 인증기관이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발전량을 검증하고 이를 기준으로 발전량에 따라 배포하게 된다. RPS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시장 메카니즘으로 운용하게 된다.

▲우드칩 = 건축용 목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뿌리와 가지, 기타 임목 폐기물을 분리해낸 뒤 연소하기 쉬운 칩 형태로 잘게 만들어 열병합발전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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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