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연료용 목재' 미스터리

멀쩡한 나무 태워버리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목재는 인류의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자원 중 하나다. 산림 선진국일수록 나무자원을 잘 키우고 활용하는 임업과 목재산업이 크게 활성화 되어 있다. 얼마전 이런 목재를 연료로 하는 발전소에 연료용 우드칩을 공급하는 업체 일부가 규정에 적합하지 않은 목재를 공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목재 관련 협회는 이런 사실을 밝혀내 공론화했다. 정부와 발전소 측에서는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세부적 방안없이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동서발전이 동해 바이오매스 발전소에서 우드칩을 연료로 본격적인 전력 생산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용량인 30MW급으로 7만3000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료용 우드칩을 공급하는 업체 가운데 일부가 ‘규정에 어긋난’ 우드칩을 공급하고 있다는 풍문이 있었다.

엇갈리는 주장

한국목재재활용협회는 조사 끝에 사실을 밝혀냈다. 정부와 발전소 측에서는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협회 유성진 전문위원은 “동서발전에 연료용 우드칩을 공급하는 업체 가운데 일부가 규정에 어긋난 우드칩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며 “확인 결과 90% 이상의 양질의 목재를 다루는 모 업체에서 나온 우드칩이 동해화력으로 운송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 전문위원에 따르면 해당 업체에서는 적합한 우드칩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원별 공급인증가중치를 고시하고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원별 REC를 0.25∼2.0까지 차등 적용키로 했다. 우드칩은 1.5로 비교적 높게 책정했다. 이후 목재산업계의 생존위기 직면을 우려한 산업부, 에너지관리공단, 동서발전, 목재산업 관련단체들은 신축현장 폐목재, 목재포장재, 목재파레트의 REC는 미적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서발전이 REC 발급이 제한되는 폐목재를 우드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동해화력 혼소 및 전소용 바이오매스 입찰결과’ 문건에 따르면 동서발전은 1∼4차 입찰결과 15개 업체로부터 총 13만9500톤에 이르는 물량을 공급받는다. 유 전문위원은 “총 13만9500톤 가운데 A업체 4만9000톤, B업체 2만6120톤, C업체 1만톤 총 8만5120톤이 부적격업체로부터 공급되는 물량”이라며 “적격심사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일단 아무 거나 막 받고 보자는 식’으로 공급받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동서발전이 부적절한 연료용 우드칩을 공급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다”며 “산업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산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허술한 관리로 산하 공기업을 비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문의원은 또 “수차례에 걸쳐 동서발전 등 바이오매스발전소에 대한 공동실사의 추진을 요구했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돌아온 말은 ‘담당업무는 공급인증서 발급팀에서 수행하며 실사 결과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이었다”고 전했다.

유 전문위원은 지금처럼 REC 미적용 폐목재에 대한 신재생에너지센터의 운영지침이 적용되지 않고 연료용 우드칩이 사용됨으로써 파생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REC 1.5 미적용으로 인한 국가예산 추가지출 발생, 국내 목재산업계의 원료 부족 심화로 인한 도태, 대규모 우드칩 공장의 난립으로 전국 353개사에 이르는 소규모 폐목재 우드칩 공장들의 소멸이 예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폐목재 연료용 우드칩 성상’에 대한 검수 시 전문기관 또는 협회의 입회아래 철저히 샘플채취와 성분검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한규정 준수 여부와 공급인증서 발급에 대한 철저한 관리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인 발전회사, 우드칩 공급자, 그리고 관리감독업무를 맡고 있는 정부기관의 입장은 이렇다. 동서발전에 따르면 규격에 맞지 않는 우드칩 등에 의한 바이오매스발전 설비의 잦은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납품되는 우드칩의 입고시 품질 관리를 철저히 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발전소가 요구하는 우드칩의 납품 규격이 2∼100mm 수준으로 산업부가 고시하고 있는 신축건설폐목재와 같은 REC 미적용 품목의 혼합여부를 현장에서 육안으로 판별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우드칩 공급사에 대한 직접 현장방문과 워크숍, 간담회를 통해 혼합되지 않도록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줄 것을 되레 요청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발전소 폐목재만 사용해야 되지만…
부적절한 우드칩 공급 “제재 전무”

공급자인 목재재활용업계 관계자는 “동서발전이 요구하는 우드칩 함수율 25% 이내를 맞추기 위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본다”며 “예를 들어 1등급인 임목폐기물의 경우 함수율이 30∼35% 이상이어서 이를 납품규격화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사용해야하는 건조시설을 갖추던지 아니면 함수율이 낮은 REC 미적용 품목인 신축현장 폐목재, 목재 파레트 등을 혼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환경부 규정을 완화하는 등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리자는 “REC 가중치 발급을 위해서는 해당 발전소 측이 제출하는 연료사용량,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 등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 후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며 “발전소 등이 산업부 고시에 준하게 정상적인 우드칩만을 납품받아 실제 사용하는지에 대한 별도의 확인 시스템은 현재 없으나 3개월 단위 1회의 현장에서 납품된 제품을 샘플링하고 있다”고 했다.

이 모든 사실은 국회에까지 들어가며 공론화됐다. 정부와 발전소측은 철저한 감시와 법 개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러한 문제점들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부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흘러간 이야기 쯤으로 생각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동해화력 관계자는 “간담회나 현장에서 업체들에게 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고 어떠한 문제점이 생길 경우 바로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알리고 있다”고 반론했다.

과연 해법은?

실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선명하게 내세울 수 있는 정답은 찾기 쉽지 않다. 철저한 감시와 적극적인 문제 해결, 세부적인 방안제시를 통해서만 이미 붉어진 논란을 잠재울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완 내지는 개선을 통해 얽히고 섥혀 있는 국내 우드칩 시장의 환부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부를 비롯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관리공단 등 관련 정부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묘책을 찾아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사 속 용어설명

▲신재생에너지 =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바이오매스 =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위해서 사용되는 식물이나 동물 같은 생물체. 생물체에서 얻어지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메탄가스나 에탄올 등을 바이오매스 에너지라고 부른다.

▲REC (Reneweable Enerey Certificate) =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뜻하며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했다는 증명서로 인증기관이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발전량을 검증하고 이를 기준으로 발전량에 따라 배포하게 된다. RPS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시장 메카니즘으로 운용하게 된다.

▲우드칩 = 건축용 목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뿌리와 가지, 기타 임목 폐기물을 분리해낸 뒤 연소하기 쉬운 칩 형태로 잘게 만들어 열병합발전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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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