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④김우찬 전수조교

4대째 이어가는 방짜수저의 가업

‘예향’ 강릉에 방짜수저를 만들며 외길 인생을 걷는 젊은 장인 김우찬 전수조교가 있다. 16세 때 강원무형문화재 제14호인 아버지 고 김영락 방짜수저장에게서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배운 뒤 지금까지 한길을 걷는다. 2001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입선, 전국공예품대전 강원도 은상, 강원무형문화대전 신진상, 2013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특선 등 수 많은 상을 받았다. 2008년에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방짜수저보존회를 설립해 방짜수저의 명맥을 잇는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인고의 과정
생김새 따라 구분되는 수저의 종류

방짜수저는 구리와 주석을 정확한 비율로 섞은 방짜를 망치로 두드려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이다. 방짜는 구리 1근(600g)에 주석 4.5냥(168.75g)을 더한 것인데, 정확한 비율을 따지면 구리가 78%, 주석이 22%를 차지한다. 구리가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면 쇳덩이가 딱딱해서 망치로 칠 수 없고, 주석이 더 들어가면 망치질할 때 쇠가 터지고 만다. 방짜는 ‘참쇠’라고도 부르는데, 그만큼 질이 좋다는 뜻이다. 예전엔 참한 며느리가 들어오면 방짜 같은 며느리가 들어왔다고 칭찬했다.

방짜수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수작업이다. 과정이 복잡하고 드는 수고와 노력도 보통이 아니다. 먼저 잿빛 쇳덩이를 수천 번 두드려 단단하게 만든다. 그 다음 숯불에 달군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위아래를 뒤집어가며 망치로 두드린다. 이 과정에 수저의 기본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숯불에 15회 이상 담금질해 두드리면 쇠의 조직이 치밀해져 강도가 높아지고 광택이 난다. 다음은 망치 자국이 울퉁불퉁한 숟가락을 나무틀에 고정하고 쇠칼로 불에 달궈지며 생긴 때를 벗겨낸다. 이 작업을 거치면 비로소 반짝이는 놋쇠가 드러난다. 이 쇠를 줄질로 다듬고, 날카롭고 뾰족한 칼로 머리와 손잡이에 문양을 새긴다. 그리고 쇠기름으로 광을 내면 수저 한 벌이 탄생한다.

16세부터
오롯이 한 길

방짜수저는 종류가 다양하다. 생김새에 따라 망치 자국이 있는 막수저, 무늬 없이 두툼한 온간자, 가늘고 약한 반간자, 자루 끝에 무늬가 있는 꼭지수저로 구분한다. 새긴 문양과 거기에 담긴 뜻도 여러 가지다. 손잡이에 매화를 새긴 매화수저는 장수를, 죽절문(竹節紋)을 새긴 죽절수저는 다산다복을 상징한다. 장애인을 위한 방짜수저도 있다. 손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을 위해 김 전수조교가 만든 것이다. 손이 움직이는 각도까지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방짜수저는 두드려서 만들기 때문에 가볍고 녹슬지 않는다. 식중독균을 없애는 작용도 한다. 그래서 방짜수저를 사용하면 웬만한 입병은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거지가 깡통은 차도 숟가락은 꼭 방짜를 쥐고 다녔다는 옛말도 있다. 방짜수저는 조선 후기까지 많이 사용했지만, 1950년대 양은이 보급되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김 전수조교 집안은 4대째 방짜수저를 만든다. 작업실 한쪽에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작업 도구들이 놓였다. 하나같이 손때가 새까맣게 묻어 반질거린다. 모두 100년이 넘은 것이다.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쓰다가 지금은 김 전수조교가 물려받아 사용한다. 수저 한 벌을 만드는 데 40여 가지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고되지만 돈이 안 되는 일이다. 방짜수저는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정해졌다. 김 전수조교는 한때 생활이 힘들어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포기할까 생각했다. 외로운 길을 걷게 한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방짜수저를 지켜달라는 유언을 떠올리며 열심히 만들고 있다.

수저 한 벌에
깃든 장인 정신

김 전수조교의 작업실은 강릉시 입암동 주택가에 자리한다. 언뜻 보기에는 허름한 철공소 같다. 작업실에 걸린 ‘원조참방짜공방’이라는 간판이 김 전수조교의 작업실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작업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한다. 방짜수저가 조금이라도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강릉을 즐기기 좋은 곳은 오죽헌과 선교장, 안목해변 커피거리다. 오죽헌은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 검은 대나무가 많아 오죽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율곡 선생 동상이 있고, 오른편에 넓은 화단이 조성되었다. 신사임당이 그린 8폭 병풍 ‘초충도병’에 등장하는 참외, 수박, 가지, 맨드라미, 원추리, 양귀비, 여주, 봉숭아를 심은 ‘초충단’이다.

계단을 올라 자경문을 지나면 오죽헌과 문성사다. 문성사는 율곡 선생을 모신 사당이고, 왼쪽의 작고 아담한 한옥이 오죽헌이다. 율곡 선생의 영정을 모신 문성각, 율곡 선생이 어릴 적 사용하던 벼루를 보관한 어제각 등을 돌아보면 강릉의 가을이 더없이 깊고 그윽하다.


오죽헌과 가까운 강릉 선교장도 가을 분위기로 가득한 곳이다.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 1700년대에 건립한 뒤 10대에 걸쳐 300여 년간 이어온 123칸 고택이다. 대문이 달린 행랑채와 안채, 사랑채, 별당, 사당, 연당과 정자까지 갖춘 조선 사대부 가옥으로, 영화 〈식객〉 〈황진이〉와 드라마 〈궁〉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선교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물은 열화당과 활래정이다. 열화당은 선교장의 사랑채로 1815년에 지었으며, 동판으로 만든 러시아식 테라스가 이색적이다. 조선 말 러시아 공사관 사람들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는데, 그 보답으로 동판 테라스를 선물했다고 한다. 행랑채 바깥마당 앞 연못에 자리한 활래정은 건물 일부가 물 가운데 떠 있는 형상이다. 한여름이면 가득 핀 연꽃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안목해변 커피거리도 가을 강릉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해안 도로를 따라 로스터리 카페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약 20년 전만 해도 커피 자판기로 가득했는데, 몇 년 전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카페거리로 변모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뿐만 아니라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카페가 많다. 바다를 바라보며 향긋한 커피 한잔 마시다 보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강릉예술창작인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지난 2010년 옛 경포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서 한지 공예, 도예, 자수 등 다양한 분야 예술인 22명이 입주했다. 이들이 만든 예술품 감상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알찬 체험까지 즐길 수 있다. 체험비는 약 1만~1만 5000원이다. 같은 건물 2층에 자리한 동양자수박물관은 조선 궁중 유물 자수를 비롯한 우리 자수 300여 점, 중국과 일본 등의 동양자수 110여 점을 전시한 곳이다. 자수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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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강릉예술창작인촌→오죽헌→강릉 선교장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강릉예술창작인촌→오죽헌→강릉 선교장
· 둘째 날: 경포대→안목해변 커피거리→주문진

관련 웹사이트
· 관광강릉 www.gntour.go.kr
· 오죽헌시립박물관 http://ojukheon.gangneung.go.kr
· 강릉 선교장 www.knsgj.net
· 동양자수박물관 www.orientalembroidery.org

문의 전화
·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420
· 오죽헌 033-660-3301
· 강릉 선교장 033-648-5303
· 동양자수박물관 033-644-0600

대중교통
·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0여 회(06:22~23:05)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0여 회(06:00~23:3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44-4700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강릉 IC→강릉대로→율곡로→입암로→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
· 부산 출발: 경부고속도로→유금 IC→동해대로→동해고속도로→남강릉 IC→동해·정동진 방면→남부로→율곡로→입암로→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
· 대구 출발: 중앙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강릉 IC→강릉대로→율곡로→입암로→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

숙박
· 베니키아 경포비치호텔: 강릉시 해안로 406번길, 033-643-6699, www.gyungpobeach.com
· 휴심: 강릉시 저동골길, 033-642-5075, http://hyusim.com
· 썬크루즈리조트: 강동면 헌화로, 033-610-7000, www.esuncruise.com

식당
· 토담순두부: 순두부, 강릉시 난설헌로 193번길, 033-652-0336, www.033-652-0336.kti114.net
· 삼교리 원조 동치미 막국수: 막국수, 주문진읍 신리천로, 033-661-5396
· 벌집칼국수: 장칼국수, 강릉시 경강로 2069번길, 033-648-0866
· 실비생선구이: 생선구이, 주문진읍 해안로, 033-661-4952, www.033-661-4952.bestbz.com
· 테라로사: 커피, 구정면 현천길, 033-648-2760, www.terarosa.com


주변 볼거리
정동진, 커피커퍼 커피박물관, 하슬라아트월드, 강릉솔향수목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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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