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꿈의 시청률 40%를 달성하며 2010년 첫 ‘국민드라마’로 등극했다. <제빵왕 김탁구>의 성적표는 방송 직전까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경쟁 방송사에 소지섭, 김남길 등 쟁쟁한 톱스타 배우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제빵왕 김탁구>는 극 초반 신, 구 배우들의 열연과 더불어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스토리로 시선 몰이에 성공했고, 무서운 기세로 상승, 현재 시청률 40%를 넘어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드라마’에 등극한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현장 이모저모를 스케치했다.
‘팔봉제빵점’ 구경꾼 수백명…“인기 실감”
출연진 “팀 분위기 너무 좋아” 한 목소리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8월10일 <제빵왕 김탁구> 촬영 현장인 청주 수암골에 위치한 팔봉제빵점 앞에는 취재진 150명과 청주시민 약 200명이 운집했다. 이 날도 <제빵왕 김탁구>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 현장 스태프들은 몰려든 시민들이 카메라에 잡힐까 통제하느라 진땀을 뺐다. 시청률 40%를 돌파한 ‘국민드라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극세계 빠져 살아
이날 촬영은 탁구(윤시윤)가 마준(주원)에게 줄 깜짝 선물 휴대용 카세트를 사서 가는 길에 팔봉제빵점에 원한이 있는지 돌멩이를 움켜쥐고 있는 노인을 발견하는 장면. 촬영 현장을 가보니 왜 <제빵왕 김탁구>가 ‘국민드라마’로 등극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팀 분위기가 최고였다. 촬영 현장에서 연기자들은 모두 극중 이름으로 불리며 완전히 극세계 속에 빠져 살고 있었다.
서로 앙숙인 탁구와 마준은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장난치기에 바쁘다. 촬영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출연진들은 ‘국민드라마’ 등극에 대해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극중 팔봉선생 역으로 등장하는 장항선은 “연기자들이 서로 교감이 돼야 연기할 때 진솔한 면이 나오는데, 김탁구 팀은 분위기가 무척 좋다”고 말했다.
극중 미순 역의 이영아도 “잘 될 줄 알았다. 대본을 받았을 때,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 솔직히 많지 않은데 <제빵왕 김탁구>는 너무 재미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어느 정도 잘 될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윤시윤은 “초반 인터뷰에서 경쟁작에 대한 부담을 묻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때 제 대답은 ‘나는 부족하지만 탁구는 대단한 아이이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탁구가 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였다.
카메라 밖에, 보이지 않는 진심이 있기에 이렇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시청률 1위 소감을 밝혔다. 윤시윤이 이어 “힘든 시절을 배경으로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잘 살려낸 드라마다”고 <제빵왕 김탁구>의 강점을 꼽으며 “사람들이 희망하는 것, 가령 선인이 악인을 이기거나 진실이 거짓을 이기는 것 같은 ‘희망’을 잘 살려낸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도 워낙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게 찍어주시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생애 첫 악역으로 변신한 유진은 드라마가 지닌 복고적 느낌을 시청률 비결로 꼽았다. 유진은 “재미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제가 어렸을 때 보던 그런 드라마인 것 같다. 트렌디한 면은 전혀 없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해야 하나. 그런 점이 이목을 끄는 것 같다”고 밝혔다. 캐릭터들 사이 관계의 설득력과 악역에 부여된 당위성 역시 시청자들을 끄는 힘이다.
유진은 “무엇보다 캐릭터간 설득력이 있다는 게 정말 마음에 든다. 결국 악역이 됐지만 악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고, 마준도, 유경도, 인숙도 다 불쌍하게 느껴진다. 처음 대본 받아보고 울면서 읽었다. 그런 점이 어필할 수 있는 점 같다”고 덧붙였다. 마준 역의 주원은 “마냥 악역이 아닌, 설득력을 지닌 악역이기에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탁구도, 악역들도 사랑 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드라마 인기 비결을 짚었다.
배우들 뿐 아니라 제작진의 감회도 남다르다. 연출을 맡은 이정섭 PD는 <제빵왕 김탁구>가 역경을 딛고 제작, 방영되기까지의 인고의 기간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 PD는 “드라마가 방송 나가기까지 정말 고비가 많았다. 조산아가 인큐베이터에 들어와서 이 아이가 살지 죽을지 걱정하던 상황이 많았었다. 과연 방송 나갈 수 있을지 진짜 걱정했었고, 6월9일 첫 방송만 넘기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방송 나가고 어느덧 8월, 시간이 참 빠르다”고 회고했다.
끝까지 완성도 유지
이 PD는 이어 “팔봉제빵점 세트도 방송 나가기 일주일 전에 장소가 결정돼, 방송 내보내기 위해 그림같이 예쁜 집을 만들어냈다. 당시에는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제빵점이었는데 지금은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드는 제빵점이 됐다”고 감회를 드러냈다.
<제빵왕 김탁구> 정해룡 책임프로듀서는 “탁구, 마준, 유경 등 등장인물 각각의 사연이 느슨함 없이 맞물리는 등 극적 갈등 구조가 잘 짜여져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물의 목표가 점점 높아지고, 동시에 장애 요인도 커지면서 극적 긴장 요소를 더한다”며 “끝날 때까지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더욱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