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화폭에 사랑 담는 서양화가 박성수

"무심코 지나친 일상을 담아내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양화가 박성수가 다음달 31일까지 대구 갤러리미르에서 개인전을 연다. 개인전 제목은 '못생긴 내 사랑'이다. 상반된 성격의 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의인화한 그림은 사랑에 대한 소소한 깨달음을 선물한다.

서양화가 박성수가 대구 갤러러미르에서 아홉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못생긴 내 사랑'이다. 지난 2013년 대전 롯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박 작가는 유쾌한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박 작가가 그린 드로잉 36점과 진득한 유화로 풀어낸 작품 10점이 오는 12월31일까지 전시된다.

유쾌한 그림

박 작가는 개와 고양이를 소재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빨간 고양이'와 '흰 고양이'는 아옹다옹 정겹게 어울리며 관객에게 유쾌함을 선물했다. 과거 '견묘쟁주'라는 설화에서처럼 개와 고양이는 앙숙인 관계를 상징했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 관계를 앙숙이 아닌 '죽고 못 사는' 애증의 관점으로 해석했다.

박 작가는 지난 1999년 있었던 첫 번째 전시 이후 꾸준히 개인전을 열고 있다. 박 작가가 그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주제는 사회 구조의 모순과 같은 거대 담론이 아니었다. 박 작가는 일관되게 평범한 사람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에 관심을 기울였다. 우리 일상에 자리한 사랑과 우정, 나아가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 박 작가가 주목해 온 주제였다.

박 작가의 삶은 작품에 녹아있다. 부부 화가로 매일매일 한 작업실에서 마주하는 박 작가와 남편은 그날그날의 단상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까불고 심술부리는 빨간 고양이 모모는 넉넉하고 익살스런 개 빙고와 티격태격 사랑을 나눴다. 모모는 작가 자신이며, 빙고는 미술시장 호황기 때 스타작가가 된 남편 윤종석을 가리킨다. 데뷔 때만 해도 남편이 더 유명했지만 요즘은 '사람 같은 개와 고양이'의 그림으로 SNS에서 남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박 작가다.

상반된 성격 개와 고양이 의인화
사랑에 대한 소소한 깨달음 전해

하지만 처음부터 박 작가가 개와 고양이만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그의 작업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창기 작업에서 완숙한 조형미에 끌렸던 박 작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서사의 효과적인 전달에 역량을 기울였다.

문화평론가인 박철화 중앙대 예술대 교수에 따르면 박 작가의 작업에서 고양이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03년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주최한 'Art Seoul' 전시부터인데 이때만 해도 고양이는 특이한 관찰대상에 가까웠다. 그런데 고양이는 2004년부터 작가의 분신처럼 캔버스 위를 노닐었다. 고양이의 눈으로 꽃을 바라보고 푸른 꿈을 꾸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작품을 통해 박 작가가 상상을 펼쳐 보인 방식이다. 그의 그림에는 늘 '타자'가 등장한다. 고양이는 개를 비롯한 타자와 관계 맺고, 자신을 성찰한다. 나아가 성찰을 통해 또 다른 타자와의 소통을 모색한다.

박 작가 작업의 방점이 소통에 있다는 것은 특유의 유머감각에서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도 '져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누가 그랬나요' 등 유희적인 제목을 달아 놓고, 시 같은 문장을 그림 안에 배치해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함께 제공했다. 관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하는 박 작가의 마음이 반영된 결과다.

유머가 가득


앞서 박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사랑을 찾고 사랑하는 것은 상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론적으로는 본인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사랑을 외치는 이유이다." 사랑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힘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박 작가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전시는 오는 12월31일까지다.


<angeili@ilyosisa.co.kr>

 

[박성수 작가는?]

한남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3년 롯데갤러리에서의 개인전 등 총 9회의 개인전과 '광주비엔날레', '한중미술제', '대전미술제'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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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