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선 앞두고…박지만-함승희 행보가 주목되는 내막

"비선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여당 소속 정치권 인사들과 사석에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력에 관심이 없다"던 박 회장이 모임에 참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가올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에 줄을 대려는 예비 후보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된 가운데 의외의 인물이 '정권 비선'으로 의심된다. 소위 '진박'(진짜 친박)으로 분류되는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서 박지만 EG회장은 '피해자'에 가까웠다. 그는 검찰이 '미행설'에 대해 '허위'라고 결론짓자 진술서를 통해 의문을 표했다. 지난 7월 열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서도 "문건에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검찰이) 한 번에 거짓으로 만든 문건이라고 했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언급한 가이드라인에 충실했다. '국정 개입'보다는 '문건 유출'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검찰 발표의 핵심은 "문건 내용이 풍문에 기초한 지라시"라는 것이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문건 내용의 전부가 허위는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지난 10월15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끝나지 않은
비선실세 의혹

국정 개입 파문 당시 청와대는 '비선실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4년 12월7일 여당 지도부 오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는 이미 오래 전에 내 옆을 떠났고, 동생 부부(박지만·서향희)는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는 농담으로 비선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은 없었다. 역대 정부 가운데 비선이 부재한 정권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된 '문고리 3인방' 경질 요구를 묵살했다. 정권 초기 거듭된 '인사 참사'도 비선의 존재를 의심케 했다.


지난 9월21일 <매일경제>와 <레이더P>가 국회보좌관·교수 등 정치 분야 전문가그룹 1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정치권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응답자별 3명 복수응답)는 질문에 응답자의 13.55%(50명)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선택했다. 이 비서관은 2위와 4%가량 차이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문고리 3인방+정윤회 정권실세 의혹 여전
박지만+여당 정치권 인사 '회동설' 촉각

이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9.76%·36명)은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9.49%), 4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8.4%)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5위는 민간인인 정윤회씨(7.59%)가 꼽혔다. 정씨의 뒤를 이은 6위는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안봉근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7.32%)이었다. 3인방과 정씨를 '실세'로 응답한 비율의 합은 38.22%에 이르렀다.

하지만 관련 조사에서 박 회장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10위권 밖에서도 박 회장은 실세로 꼽히지 않았다. 실제 박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3성 장군들은 나란히 진급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육사 37기인 신원식 당시 합참차장과 이재수 제3군부사령관이 대표적이다.

박 회장 역시 '정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서 그는 "난 원래 정치권력에 관심이 없다"라며 "심하게 말하면 냉소적이다. 나를 이용해 뭘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증언했다. 또 '평소 청와대와 관련한 사안을 조 전 비서관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대해선 "난 청와대에 아무 것도 궁금한 게 없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최근 박 회장이 여당 소속 정치권 인사들과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졌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평소 친분이 두텁지 않은 편이며, 박 회장과도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동설'에 연루된 이들의 공통점은 새누리당 당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전직 공무원 출신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 공천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 무관심
박지만은 왜?


지난 18일 사정기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회장이 여당 정치권 인사로 분류되는 A씨와 B씨 등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확히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서로 말이 다르지만 선거에 대해 의논하지 않았겠느냐"라고 귀띔했다. 관계자가 언급한 A씨와 B씨 등은 수도권과 영남이 아닌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박 회장이 평소 알고 지낸 지인들과 어울리는 것은 '사생활'의 영역이다. 하지만 총선 출마를 검토 중이었거나 선언한 이들과 만난 것은 사생활로 보기 어렵다. 회동의 맥락과 관계없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박 회장은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와 사석에서 만났다는 의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제기됐다. 지난 19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평소 박지만 회장과 잘 알죠?"라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개인적으로 일대일로 만난 적은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어떻게 됐든 박 회장과 만난 적 있죠?"라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그 부분을 말씀드리기는…"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김 후보자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수사 당시 박 회장을 곤경에 빠뜨린 장본인이다. 박 회장과 최근 만났다는 정치권 인사 또한 김 후보자와의 사이가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중 누가 먼저 모임을 제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 회장 측은 지난 20일 오후 총선 관련 해명을 들으려 하자  "대답할 사람이 없다"라고 했다.

박 회장은 대통령의 동생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박 회장이 직접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당장 공천권 행사를 둘러싸고 당·청간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마땅한 명분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박 회장의 진의와 무관하게 이른바 '문고리 권력'은 '박지만사단'의 당·청 입성을 강하게 견제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관련 대목에서 박 회장은 물론이고 청와대와도 '끈'이 닿는 인물의 '총선 역할론'이 제기된다. 정치인이지만 공공기관장으로서 권력투쟁과는 무관해 보이는 인물. 바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다. 함 사장은 최근 박 회장과 함께 여당 소속 정치권 인사들과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함 사장은 검사 출신으로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당적은 민주당이었지만 2007년 탈당한 뒤 예상을 깨고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2008년 친박연대 최고위원과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낸 그는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으로 분류된다.

권력 맴도는
주변 사람들

함 사장은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후에도 '야인'으로 있다가 2014년 11월 강원랜드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함 사장은 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사심 없는 사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사장은 지난 2012년 7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 당시) 김기춘이 '차나 한잔 합시다'해서 갔는데 박 후보(현 대통령)가 나와 있었다"라며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함 사장은 지난 2008년 5월부터 포럼 '오늘과 미래'(포럼오래)를 이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낙마한 뒤 포럼오래에 합류했다. 함 사장의 표현을 빌면 포럼오래 회원들은 박 대통령과 함께 공부했다.
 

포럼오래는 18대 대선 과정에서 최외출 영남대 교수가 주축인 국가미래연구원과 더불어 박 대통령의 숨은 외곽조직으로 지목됐다. 함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지지모임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포럼오래가 박 대통령의 당선을 염원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함 사장이 2012년 4월 포럼오래 회원들에게 남긴 글(총선 후기)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지글(SBS <힐링캠프> 출연)만 봐도 박 대통령을 지지할 의사가 뚜렷했음이 드러난다.


특히 포럼오래에는 박근혜정부 들어 정부 내각 및 국책·금융·연구·공공기관 등에 중용된 회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포럼오래 출신들의 약진에서 함 사장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반대로 이는 박근혜정부가 얼마나 편중된 인사를 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일부 공개된 회원 및 강연에 나선 연사의 면면은 화려하다.

먼저 백승주 국방부 차관(2013.3), 김행 청와대 대변인(2013.3), 유영제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2013.4)을 비롯해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2013.10),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2013.11), 이중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감사(2014.2), 김주남 국가브랜드진흥원장(2014.3), 오건택 한국기술벤처재단 사무총장(2014.3),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2014.6),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2014.12), 황인경 한국원자력연구원 감사(2014.12),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2015.02), 김정식 경찰위원회 상임위원(2015.8) 등이 모두 포럼오래에서 활동했다.

또 김철호 본죽 대표,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 신달순 센트럴시티 사장, 이도식 GS동해전력 대표이사 등 재계 인사를 포함해 최민호 전 국무총리비서실장, 안광찬 전 국가위기관리실장, 조청원 전 국립대구과학관 원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등 관가 인사, 정현숙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 등 체육계 인사까지 포럼오래에 소속돼 있다. 위 인사들은 포럼오래 측이 직접 출판물 및 부고 공지 등을 통해 한 차례 이상 회원으로 언급했다.

함승희 이끄는 외곽조직은 '등용문'
'중도개혁' 표방 포럼오래 출신 약진?

뿐만 아니라 최근 '광화문 시위' 발언으로 논란이 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이 포럼오래와 인연을 맺고 있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강석훈·김회선·박덕흠 의원이 각각 포럼오래 출신으로 확인된다.

당초 포럼오래의 간판은 김종인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었다. 현재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포럼오래정책연구원장으로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김기춘의 절친'으로 알려진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은 외곽에서 김 전 실장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포럼오래 4분과 위원장인 우주하 전 코스콤 사장이 최근 함 사장이 있는 강원랜드 사회공헌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사실이다. 우 전 사장은 지난 2013년 11월 자신의 친구 자녀를 특혜 채용한 의혹에 휩싸이며 자진 사임했다. 2014년 가을 국감에서는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흥미롭게도 우 전 사장은 지난 9월 강원랜드 임직원들을 상대로 '윤리특강'을 진행했다.

포럼오래는 창립 당시 경제민주화에 관한 연구 등 의미 있는 성과물을 내놨다. 그러나 이들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인 2013년 3월 중국 현지에서 박 대통령 홍보와 함께 '부패와의 전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새마을 운동과 같은 캠페인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했다. 전자는 실제 국정운영에 오차 없이 반영됐고, 후자 역시 중요 주장을 인용한 논문집이 지난 20일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명의로 발간됐다.

결과적으로 함 사장은 자신의 인맥이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음은 물론이고, 일부 정책적 제안마저 관철시키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박 회장과 만났다면 우연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포럼오래 회원 상당수는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소위 '문고리 권력'과 '최경환사단'의 인사 독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박지만&함승희 회동설'은 권력 지각변동의 전조로 풀이된다. 중도개혁을 표방한 '비선'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함 사장은 지난 20일 오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박지만은 옛날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만 요즘에는 통 본 적이 없고, 총선과 관련해서 얘기를 나눈 적도 없다. 가만있는 사람(박지만)을 정치권에 끌어 들이면 안 된다. 허위사실이다"라며 "나는 총선에 나갈 생각이 없지만 회원들이 선거와 관련해서 물으면 '나가 보라'고 한다. 대신 우리 포럼에서는 제명될 수밖에 없다. 포럼오래는 정치적인 조직이 아니며 학술모임이고 봉사단체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웅크린 싱크탱크
문고리와 일전?

또 기사에 언급된 일부 인사에 대해서도 "그 사람(유영제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은 자기가 알아서 원장이 된 거고, 백승주는 두 번 나오다가 말았다. 김행은 처음부터 우리 멤버가 아니었다. 강연만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김회선, 김도읍은 검사 후배일 뿐 정식 회원이 아니다. 회원이 아닌 사람들까지 회원이라고 하지마라. 허위사실이다. 정치적인 시각으로 비춰지면 안 되기 때문에 회원 이름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함 사장은 "부패와의 전쟁 같은 경우 예전 VIP(대통령)가 우리 모임에 나왔을 때 깨달음을 얻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며 "VIP도 그 부분(부패척결)은 잘하고 있지만 사실 중국이 우리 정책을 더 잘 반영한다. 난 강원도 시골에 있는 사람이다. 최근 VIP와 통화한 적 없다. 총선이나 (청와대) 인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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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