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 전성기, 이유는?

“한국처럼 골프에 관심을!”

미국 골프 전설 줄리 잉스터가 한국의 여성골퍼에 대한 관심에 놀라움을 표했다. 지난 10월12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 미디어센터에서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공식 인터뷰가 개최됐다.

관심이 전성기로
존경이 자긍심으로

이 자리엔 줄리 잉스터(55·미국)도 함께 했다. 줄리 잉스터는 1983년에 데뷔해 프로 통산 41승, 메이저 대회 7승을 기록했고 LPGA 역사에 7명밖에 없는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이다. 2000년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며 55세인 현재까지도 후배들과 필드를 누비는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이다.
지난 10월1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을 관전했다는 잉스터는 여성 골프에 대한 한국의 관심과 사랑에 거듭 놀라움을 표했다.

좋은 인식
괄목 성장

줄리 잉스터는 한국 선수들이 LPGA에서 많은 성장을 한 것에 대해 “한국 선수들은 그동안 굉장히 빠르게 그동안 진화해왔다. 박세리 선수가 루키였던 시절 같이 플레이했는데 그 당시 정말 강력한 선수였고 윤리의식, 기본기도 강한 선수였다. 한국 선수들을 통해 전 세계에 여자 골프의 인식이 격상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한국 선수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 선수들은 주변 사람들에 겸손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골프 자체에도 진지하게 임하는 것 같다. 저 역시 골프를 배울 때 그런 마음으로 배웠다. 골프의 전통에 존경심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줄리 잉스터는 프레지던츠컵 관전을 통해 한국 골프 발전에 대해 알 수 있었다며 “여성 골프에 대한 관심, 존경심이 많다는 것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박세리 덕분에 여성 골프에 대한 관심과 존경심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 전했다.
또 프레지던츠컵에서 갤러리들이 그야말로 좋은 골프를 보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면서 한국 골프 수준에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박세리로 인해 여자 골프에 대한 좋은 인식과 관심이 뿌리내렸고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이 LPGA에서 맹활약을 펼친 까닭에 여자 골프를 향한 팬들의 관심은 더욱 더 지대해지고 있다.
잉스터는 미국에선 아직 한국만큼의 여성 골퍼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털어놨다. 잉스터는 “지난 9월 ‘솔하임컵’에서 우리 팀이 마지막날 버디만 70개 정도를 잡았는데 조금 더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팀이 그런 성적을 냈다면 엄청난 환대를 받았을 것 같다. 저희도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외신 기자는 버스 기사부터 웨이터까지 많은 한국 사람들이 LPGA 대회에 가지고 있는 자긍심이 대단하더라고 전하며 한국에서의 여자 골프를 미국에서의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달라는 질문을 했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은 “박세리 선수가 처음 우승하면서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됐다. 잘 모르고 인기 없었던 골프라는 종목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게 되면서 인기도 상승했던 것 같다. 박세리뿐만 아니라 신지애, 박인비 등 한국 선수들이 계속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LPGA에 애정, 관심 갖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또 한국에 대해 잘 몰랐던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도 한국의 문화 등 여러가지를 알릴 기회가 되고 있다”며 “굳이 비교를 하자면 미식 축구 아닐까”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에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미국은 미식 축구, 야구가 굉장한 인기 종목이다. 한국에서 골프가 그만큼의 인기를 얻기 위해선 아직 여지가 있다. 애정은 있지만 한국에서도 프레지던츠컵, 솔하임컵 같은 주목을 끌 수 있는 더 많은 대회가 개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인비는 “애석한 것이 한국에선 여성 골퍼에 비해서 남성 골퍼가 주목을 못 받고 있는데 한국 남성 골퍼의 우수성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잉스터는 “미국에서 남성 중심적인 그런 스포츠가 아직 유명하다. 그래서 여성 골퍼에 대한 인식이 한국 같지 않다.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60년생, 55세의 현역 줄리 잉크스터(미국)는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투어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선수들이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 1순위다. 1983년 LPGA 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33년째 투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임신했을 때도 투어 생활을 계속했다.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도 단 한 시즌도 건너뛰지 않은 현역 ‘워킹맘’이다.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린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에서 만난 잉크스터는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젊은 선수들에 비해 드라이브샷 거리만 10~20야드 덜 나갈 뿐 딸 또래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잉크스터는 백전노장답게 쇼트 게임이 뛰어나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도 1.80개로 28위다.
잉스터는 롱런 비결로 ‘밸런스’를 꼽았다. 33년 동안 큰 부상이 없었던 그는 “가장 중요한 게 골프와 가정의 밸런스를 지키는 것이다. 골퍼지만 엄마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골프가 3, 가족이 7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골프를 직업으로 생각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일이 아니라 즐기려고 항상 노력해왔다”고 털어놓았다. 잉스터는 이어 “한 번도 골프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없다. 골프는 때로 힘들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겪었고, 그게 바로 내 삶이었다”고 덧붙였다.
잉스터가 꼽은 롤모델은 그의 부모님이다. 그는 “부모님은 가족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나 역시 쉬는 주에는 100% 가족을 위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고 고백했다. 고등학교 때 골프를 했던 두 딸 헤일리(24)·코리(21)와도 종종 라운드를 한다. 18홀이 아닌 9홀 정도만 같이 라운드를 하는데 항상 엄마가 이긴다는 게 잉스터의 설명이다.

잉크스터 롱런
골프3 가족7


잉스터는 1983년 데뷔 첫해에 세이프코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했고, 46세였던 2006년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에서 마지막 우승을 했다. 잉스터는 통산 1385만2568달러(약 157억원)를 벌어들여 LPGA 투어 통산 상금 순위 5위에 올라 있다.
그는 “최소한 우승을 한 번 더 하는 게 목표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잉스터의 다음 목표는 2003년 베스 대니얼(59·미국)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세운 48세8개월29일의 L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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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