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월드컵 당시 ‘엘프녀’로 화제를 모았던 가수 한장희가 소속사를 무단이탈하고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밝혀진 지 두 달 가량이 지났다. 그동안 한장희와 소속사는 화해를 위한 만남의 자리를 갖고 문제의 실마리를 풀었을까, 아니면 더욱 갈등의 골이 깊어져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을까.
한장희 “고통” vs 소속사 “적반하장, 5억 손배소”
5월 중순부터 잠적…스타화보 현장 변호사 대동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장희의 소속사 MC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잠적한 한장희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MC엔터테인먼트 김민철 대표는 “납득할 만한 이유나 어떠한 부연 설명도 없이 잠적을 한 한장희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다. 같은 멤버였던 폭시 다함까지도 그 정신적인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한장희, 대만에서
약혼과 파혼 경험
김 대표는 이어 “한장희가 ‘소속사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밝힌 해명은 거짓되고 악의적인 인터뷰다”며 “신용과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는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거의 생매장이 될 정도로 이미지 실추의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MC엔터테인먼트와 대표인 나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며 “금전적인 손해를 넘어 파렴치하고 비이성적인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과거 한장희가 대만에서의 약혼과 파혼 경험으로 음반 활동을 앞두고 사람들 앞에 서기를 두려워해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도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05년 3인조로 준비하던 당시 한장희가 남자 문제로 말 한마디 없이 여러 차례 잠적을 했었을 때에도 아직 철이 없어서라 생각하고 그를 이해했다”며 “이런 과거 경력에도 불구하고 2008년 본인이 가수 활동을 다시 하고 싶다고 소속사를 방문했을 때 눈물과 함께 보인 강한 열의에 심사숙고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한장희의 사생활이 문란하다고도 폭로했다.
김 대표는 “한장희가 준비 기간과 활동 기간 중 사생활과 관련돼 전혀 변함이 없었다”며 “회사 안팎으로 온갖 입에 담기도 힘든 소문들이 떠돌아 여러 차례 주의를 줬고, 그럴 때마다 한장희는 다시는 그런 행동을 안 하겠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 “한번은 일에 전념하고 싶다는 이유로 집에서 분가해 부모님이 얻어준 집에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확인결과 남자 친구가 얻어준 집에서 살고 있었다”는 내용까지 폭로했다.
김 대표는 또 “활동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모든 걸 덮어줬음에도 한장희는 소속사의 배려를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라는 적반하장식의 말로 표현하고 있다”고 격분했다.
김 대표는 한장희가 항상 자신의 외적인 모습과 자신의 생활에 대해 상습적인 거짓말로 일관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대표는 “2006년 화제를 모았던 ‘엘프녀’ 사진이 여러 가지 형태의 기술적 시도를 통한 것으로 상당 부분 왜곡이 되었던 것인데 한장희는 이를 숨긴 채 회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며 “그 결과 막상 계속된 프로필 촬영에도 거리가 먼 사진들만 나오자 한장희는 2개월이 지난 후 비로소 고백해 애초의 그 사진은 사실상 조작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장희 측은 “한장희가 가수로 활동하며 현 소속사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며 “그간 인내하다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 결국 소속사에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분간 쉴 계획이다. 현 소속사와 더 이상 함께 일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연락을 두절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사태가 한장희 뜻과 달리 왜곡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분간 쉴 계획
왜곡 안됐으면
지난 3월 말 발표된 디지털싱글 ‘왜 이러니’ 때부터 폭시에 합류, 그 간 기존 멤버 다함과 함께 활동해 온 한장희는 지난 5월 중순부터 연락을 끊었다. 이후 열흘 가량 지난 뒤 변호사를 통해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소속사에 보냈다.
소속사 측은 연락을 취하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는 팀 동료인 다함도 마찬가지다. 한장희가 팀을 무단이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 소속사 측은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김민철 대표는 “한장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도 여름으로 가계약을 맺고 폭시 멤버로 활동을 준비했다”며 “당시에도 녹음을 한참 진행하고 앨범 준비가 거의 끝났을 무렵 한장희는 갑작스럽게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고 전했다.
그런 한장희가 다시 폭시 멤버로 합류한 것은 동료인 다함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서다. 다함은 2008년 한장희를 우연히 다시 만났고 다시 폭시로 활동을 하자고 제안한 것. 소속사 측은 반대했지만 다함의 요청과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을 거라는 한장희의 약속에 2008년 10월경 소속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1년 6개월 동안 남아공월드컵에 발매를 목표로 음반 발매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김 대표 “사생활 문란하고 거짓말 일삼았다”
‘전속 해지요구’ 한장희 “인격적 대우 못 받았다”
김 대표는 “5월 중순부터 한장희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최근 스타화보를 찍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갔다. 하지만 한장희는 변호사와 경호원을 대동하고는 나와의 대화조차 거부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장희가 과거 본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차후 문제에 대해서도 조언과 이해를 구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한 번 더 믿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장희의 무단이탈로 그간의 투자비용과 예정된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는 등 소속사 측은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김 대표는 “금융위기로 투자회사와의 계약체결이 불발되면서 금전적인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한장희에 대한 트레이닝 비용은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데뷔하자마자 활동에 차질이 생겨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더욱 심각한 건 한장희가 팀을 무단 이탈한 이유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진지하게 만나 한장희의 솔직한 심정을 듣고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양측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하나같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아왔다는 측과 문제될 만한 잡음이 전혀 없었다는 소속사 측의 주장. 그리고 이미 계약된 행사나 공연만큼은 소화해 달라는 소속사의 주문에 ‘더 이상 연예인 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은 한장희 측의 태도를 볼 때 양측이 마음의 문을 열고 타협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해 보인다.
김 대표는 “이런 사태를 일으킨 한장희에 대해 더 이상의 용서가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현재 한장희를 상대로 부당 활동 중지에 대한 손해배상 그리고 소속사 및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총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사태 장기화 조짐
명예훼손 고소 고려 중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향후 한장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며 “적극적인 법적절차를 통하여 한장희에 대하여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폭시 멤버였던 다함은 영문도 모른 채 활동을 접은 후 우울증을 넘어 대인 기피 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