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르게…국민연금 비공개 투자내역

수십조 들어간 베일 싸인 투자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자본시장의 대통령. 5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를 일컫는 말이다. 세계 3대 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은 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초국적 기업은 물론이고, 일본 전범기업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기금 가입자이자 수급자인 국민은 내 연금이 어느 곳에 투자됐는지 알기 어렵다. 박근혜정부 들어 기금운용본부는 일부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투자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조.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연금공단)이 2022년께 운영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기금 규모다. 세계 3대 기금(일본 연금펀드·노르웨이 국부펀드·한국 국민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은 국내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큰손'이다.

연금공단이 2014년 12월 작성한 '기금운용 연차보고서'를 보면 1988년 5300억원으로 시작한 국민연금은 2003년 100조원, 2007년 200조원에 이어 2010년 300조원이 넘는 연기금으로 부상했다. 2014년 말 기금적립금 470조원을 돌파한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이미 500조원을 달성했으며, 2020년에 847조원, 2043년에는 2561조원까지 재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대 기금
1000조 가시화

국민이 납부한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은 단순 저축이 아닌 분산투자 형태로 자산이 보전된다. '기금운용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연금공단은 2014년 말 기준 국민연금 재원 470조원 가운데 45%에 해당하는 212조4000억원을 기금운용 수익금으로 조성했다. 1998년부터 2014년까지 금융 이자, 주주 배당, 투자 회수 등으로 200조원이 넘는 재원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연금공단 측이 밝힌 연평균수익률은 6.21%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사모펀드 등 일반 투자자와 달리 단기적인 이윤만 쫓을 수 없다. 일정 부분 기금운용에 대한 사회적인 책무가 요구된다. 연금재정의 장기적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이지 이윤 극대화가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연금공단은 연금 가입자와 수급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충실의무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진다. 이를 '신의성실의무'라고 부르는 데 기금운용 관련자들은 오직 가입자와 수급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전문적 판단 하에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돼 있다. 바꿔 말하면 오직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연금공단은 최근 국민의 이익에 반한 의사결정과 일본 전범기업 투자로 논란이 됐다. 지난 5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 투자실태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 등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뤄졌다.

대기업 편들고
전범기업 투자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본질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라며 "이 과정에 2000만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연금공단은 수익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적극 협조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연금공단은 합병 발표 전 한 달간(5월1일~26일) 거래량 가운데 10%에 달하는 물량을 매도해 주가를 낮추는 데 공헌했다. 합병비율 역시 연금공단이 추산한 1대 0.46에 못 미치는 1대 0.35에 그쳤다. 그럼에도 연금공단은 삼성일가가 삼성물산(통합) 지분 3.02%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앞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 주주총회 2주 전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후 홍 본부장은 자신의 상관이자 인사권자인 최광 이사장과 갈등설이 퍼지면서 연임이 저지됐다.

국연 500조 시대…2022년 1000조 돌파
대기업 오너 경영권 강화용으로 악용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기금운용의 '도덕성'과 관련한 지적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은 기금운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연금공단이 최근 5년간 일본 기업에 16조원을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4조5000억원은 일본 군수기업과 전범기업, 야스쿠니신사 지원 기업 등에 투자됐다"라고 밝혔다.

인 의원이 밝힌 투자처는 미쓰비시 중공업과 가와사키 중공업, 미쓰비시 전기 등 21곳이다. 투자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육박했다. 인 의원은 "연금공단이 전범기업 97곳에 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고도 말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지원기업인 돗판인쇄에 30억원가량을 투자한 사실 또한 논란을 야기했다. 돗판인쇄는 2014년판 야스쿠니 달력 27만부를 제작하는 등 우익성향의 회사로 분류된다. 인 의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수익률만 따지면 일본만한 시장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내놓은 국가별 투자 분석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익률(13% 내외)이 높은 시장으로 알려졌다. 전범기업의 일본 내 비중 또한 5분의 1에 해당한다는 것이 투자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실제 흥미로운 자료가 있다. 연금공단이 2013년 하반기부터 공개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 해외주식 투자종목 내역'을 보면 기금운용본부가 10억원 이상의 투자처로 삼은 기업은 2659곳에 이른다. 미쓰비시 등 일본 대기업의 주식도 일정 비율 보유하고 있다. 기금운영 포트폴리오상 2006년 11.6%였던 주식투자 비중은 2014년 29.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투자 비중은 9.4%에서 21.8%로 확대됐다.

종목별 분류에서 해외주식 투자총액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4856억원)였다. 2위는 오라클(4691억원), 3위는 애플(4359억원)로 모두 미국계 IT기업이 차지했다. 4위는 미국 은행인 웰스파고(4296억원), 5위는 스위스 바젤에 본사가 있는 제약회사 노바르티스(3844억원)였다.

그 다음으로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3698억원), 미국 투자은행 JP모건(3599억원), 미국 제약회사 존슨앤존슨(3142억원)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9위를 기록한 업체는 구글(3048억원)로 확인되며, 10위는 비아그라 생산업체로 유명한 제약회사 화이자(3042억원)였다.

이밖에 시티그룹, 네슬레, 페이스북, 인텔, 엑손모빌, AIA, 시스코(미국 보안업체), 뱅크오브아메리카, 사노피(프랑스 제약회사), 아마존 등이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처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미국의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 500 ETF Trust'에도 2659억원(14위)을 투자하고 있다. 투자순위 20위권 밖에 있는 기업들도 P&G, 필립모리스 등 세계적인 기업이다.

미국 일변도
부동산 쉬쉬

일본 도요타(1804억원)는 38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텐센트(2283억원), 바이두(2199억원)가 각각 22∼23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해당 자료는 주식만을 표집으로 했기 때문에 투자 총액으로 간주하는 데 무리가 있다. 해외주식 지역별 보유비중은 북미권이 53.47%, 유럽이 24.19%, 아시아(일본 제외)가 10.43%, 일본이 6.9%, 남미가 1.69%, 아프리카 및 중남미가 0.71%로 나타났다.

연금공단이 채택한 '2014∼2018년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는 국내주식 20% 이상, 해외주식 10% 이상, 국내채권 50% 미만, 해외채권 10% 미만, 대체투자 10% 이상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2014년 기준 대체투자 비중은 9.9%(46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대체투자란 부동산, 인프라, 벤처투자, 사모투자 등을 포함한 고수익 모델을 지칭한다.

기금운용본부는 해외투자 비중을 늘림은 물론 대체투자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공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좋게 보면 수익성에 특화된 미국식 전문가그룹을 만들자는 것인데 나쁜 예를 들면 미국 내 투자집단은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원흉으로 지탄받는다.


글로벌 '대체투자' 비공개
전범기업·페이퍼컴퍼니 논란

금융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투자 다변화를 위해선 해외투자와 대체투자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복잡한 투자모형을 설계해 국민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으려는 '비밀주의'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연금공단은 국내대체투자 및 해외대체투자 내역에 대한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다. 말 그대로 중개기관이 '대체' 형태(펀드·신탁 등)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관계상 상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돈의 용처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연금공단이 '인프라투자' '프로젝트형 부동산투자' 등으로 투자 내역을 명시하고 있는 까닭이다.

가령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극동빌딩은 연금공단이 소유하고 있다. 연금공단은 부동산신탁회사 리츠 '지이엔피에스제1호'를 통해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보도한 연금공단의 프랑스 오파리노 쇼핑센터, 독일 베를린 소니센터 매입은 기대했던 수익률에 한참 못 미쳐 비판받았다. 특히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통한 '우회 투자'는 조세회피 문제와 연결됐다.

또 국민연금은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26개 투자회사에 부동산 투자를 맡기며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매년 소요되는 수수료만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 2월 '국민연금 운용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해외대체투자 평균 수익률이 3% 내외라고 발표했다. 해외대체투자는 전액 중개기관이 위탁운용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외국인이다.

자원외교 실패에
국민연금 동원설


대체투자의 위험성은 지난 6월 CBS 등이 보도한 하베스트 투자 계획 등에서도 드러난다. 캐나다 하베스트는 이명박정부 당시 한국석유공사가 4조5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정유회사다. 이후 이른바 '깡통' 논란에 휩싸이며 현재는 부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부실 회사에 국민연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발상이었다. 정부 실책을 감추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할 경우 대체투자라면 그 실상에 접근하기 어렵다.

기금운용본부는 대체투자로 서울외각순환 민자도로를 매입한 뒤 통행료를 걷고 있다. 2015년 2분기 기준 지분 5% 이상을 획득한 기업만 215곳에 이른다. 삼성, 현대차그룹, SK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SBS 등의 지분도 함께 갖고 있다. '자본시장의 대통령'이란 별명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권력이 막강한만큼 그에 따른 감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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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