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장난감 100만원 시대 천태만상

‘헐!’ 팽이가 5만원 딱지도 1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명 만화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완구·캐릭터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썩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사주고 싶은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똑같다. 그렇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장난감 가격은 이미 ‘애들 장난감’수준을 뛰어넘어 부모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요즘 아이들이 갖기 원하는 인기 장난감들은 유행도 자주 변하고 가짓수도 많다. 전부 사주려면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때문에 부모들의 부담은 날로 커져가고 있는데, 일각에선 사랑하는 자녀를 위한 장난감 선물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저런 걱정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부모들이 많은 가운데 현재 장난감 시장의 세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없어서 못산다

금년 어린이날 G마켓에서는 국내에 단 1개뿐인 ‘헐크버스터-아이언맨’ 피규어를 3500여만원에 예약판매했다. ‘애들 장난감’ 하나에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금액이다. 이보다 작게 출시된 55cm짜리 피규어도 145만원으로 결코 적은 가격이 아니었지만 꾸준히 판매됐다.

이 같은 고가의 피규어는 ‘키덜트(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들을 겨냥한 상품에 가깝지만 소위 ‘있는 집 자식’들은 선물로 이러한 고가의 장난감을 받기도 한다.

피규어와 함께 고가 장난감으로 정평이 나 있는 미니 자동차는 ‘백만장자의 자녀를 위한 상품’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을 자랑한다. 아우디 클래식 스포츠카를 축소해 만든 장난감 자동차는 약 1만3000달러(약 1500만원)를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다.

1500만원에 달하는 아우디 스포츠카 장난감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아동용 페라리 카트’를 선택할 수 있는데 페라리 특유의 색상 및 디자인이 인상적인 이 장난감 자동차는 단돈(?) 2259달러(약 260만원)이다. 

‘1953 콜벳 페달 자동차’는 실제 자동차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제작된 상품으로 1500달러(약 170만원)에 살 수 있고, 나이가 어린 미취학 아동을 위한 ‘태엽 자동차’는 럭셔리한 디자인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인데,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300만원이다.

이런 고가의 장난감들은 일부 부자들이 좋은 곳에서 구입해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가까운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서조차도 경악을 금치 못할 가격의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부모 등골 빼먹는 초고가 완구들
입 벌어지는 가격…갈수록 비싸져

이제 만원짜리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장난감은 찾기 힘든 게 현재 장난감 시장의 현실이다. 인기 있는 국산 로봇 장난감 가격도 10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고 레고가 만든 제품 가격은 그 두 배가 넘는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장난감들도 적지 않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등장한 일명 장난감계의 허니버터칩 '터닝메카드'는 특정 카드와 합체하면 로봇으로 변신하는 게 특징인데 현재 판매 중인 종류만 무려 44개, 정가대로 다 사면 무려 87만원이나 된다.

장난감의 높은 가격 문제도 심각하지만,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이슈가 ‘장난감 품귀현상’이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산다는 뜻이다. 인기 만화 영화 캐릭터 장난감의 물량이 풀릴 때는 평일 낮시간 대형마트에 구매를 원하는 부모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순식간에 300개가 넘는 물건이 바닥을 드러낸다. 2주 전부터 발생했던 일이다. 유명 캐릭터 장난감이 출시될 때마다 줄 서기 경쟁이 반복되는 건데, 1조2000억원 규모를 돌파하며 폭발적으로 급성장하는 완구 시장을 국내 생산 능력이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품귀현상의 범인이 바로 위에 언급한 터닝메카드다. 올해 2월부터 시작한 터닝메카드에서 캐릭터를 본따 만든 장난감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만화가 진행됨에 따라 캐릭터는 자꾸 늘어나 가짓수도 최소 14개 이상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색깔별로도 따로 나온다. 끝도 없는 줄서기를 해야된다는 말이다.

터닝메카드의 선배격 대세 장난감으로는 ‘티라노킹’과 ‘헬로카봇’이라는 장난감이 있는데 지난해 크게 성공했고, 올 상반기에는 ‘요괴워치’라는 시계형 장난감이 인기를 끌다가 터닝메카드에게 왕좌를 넘겼다.

고개 숙인 부모들

이런 상황도 소위 말하는 ‘있는집’에서는 그저 다른 세계의 일일 뿐 자식들에게 고가의 장난감을 선물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상황이 어렵지만 어떻게든 장난감을 구입해 아이들에게 선물하려는 부모도 있다. 내 자식에게 만큼은 인색한 부모로 생각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신의 생활비를 아껴가며 무리를 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부모들에게는 이 비싼 장난감은 그림의 떡.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의 원망 어린 눈빛을 애써 외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번 크리스마스 아이들 선택은?

어느덧 2015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다음달에 있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올해 어린이날 가장 인기를 끌었던 장난감들을 되짚어보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핫한 장난감이 무엇이 될지 예상해 보자.

올해 4월15일부터 4월30일 2주 동안의 롯데마트 장난감 판매 순위를 보면 1위 요괴워치 스페셜 세트, 2위 DX 요괴워치, 3위 헬로카복 펜타스톰, 4위 터닝메카드 LX스페셜 세트, 5위 다이노포스 DX티라노킹, 6위 터닝메카드 피닉스(레드), 7위 DX 위저드라이버, 8위 터닝메카드 슈마(레드), 9위 터닝메카드 타나토스(검정), 10위 다이노포스 가브리볼버 순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날 아이들 선물용으로 가장 인기를 끈 장난감은 ‘요괴워치’였다. 원활하지 않은 공급에도 불구하고, 요괴워치는 파워레인저, 또봇 등 최근 수년간 장난감 시장을 지배해온 ‘전통 강자’들을 가볍게 따돌렸다. 현재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터닝메카드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계의 최강자로 예상되고 있지만 요괴워치가 전통강자들을 누르고 1위를 했던 만큼 새로운 신흥강자의 출현을 기대해 볼 만하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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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