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DJ DOC의 멤버 이하늘이 주장한 ‘패키지 출연’의 존재 여부가 방송가에 큰 파장을 부르고 있다. 실제로 과연 이들 간의 이른바 ‘갑을 관계’는 성립되는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하늘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가수는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표현했다. 섭외 권한을 가진 방송사가 갑, 무대 위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가수를 을이라고 주장했다.
이하늘 “SBS가 이른바 ‘패키지 출연’ 요구했다” 밝혀
SBS 측 “서로 오해가 있었다, 스케줄이 안 맞았을 뿐”
문제는 최근 7집 앨범 <풍류>를 발표한 DJ DOC 이하늘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SBS가 이른바 ‘패키지 출연’을 요구했다고 밝히면서 일어났다. 이하늘은 지난 8월1일 오후 늦게 “XX같은 인기가요!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강심장>을 안 하면 자기네 방송에 출연 안 시켜준다며 스케줄을 빼서 고맙게도 널널한 주말 보내게 해주었다”며 저간의 사정을 언급했다.
<강심장> 출연 거부가
<인기가요> 출연 무산으로
SBS 예능프로그램인 <강심장> 출연을 거절하면서 SBS 가요프로그램인 <인기가요> 출연이 무산됐다는 주장이다. DJ DOC는 실제로 지난 7월27일 <강심장>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경쟁 프로그램 KBS 2TV<승승장구>에 출연한 바 있다. 이하늘과 DJ DOC 측은 이 같은 정황이 <인기가요> 출연 무산의 배경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하늘은 트위터에서 음악방송 전반에 대한 독설도 이어갔다. 그는 “가뜩이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없어지고 있는 추세에 우리 말고도 한번의 무대가 아쉬운 다른 선후배 가수들이 이런 공갈 압박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 참 씁쓸하다”면서 “좀더 서로를 존중해줘야 하지 않는가. 음악방송 PD를 향한 기획사들의 일방적인 짝사랑도 문제지만 지금은 잔뜩 어깨에 힘주고 가수들을 자기방송에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PD들의 권위의식에 토 나온다”고 적었다.
중간 중간 욕설 섞인 표현을 구사한 이하늘은 “인기가요 우리 DOC는 안 하기로 했다. 정중히 사양한다”며 향후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후 이하늘은 <인기가요> 제작진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하늘은 지난 8월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김창렬과 SBS 본부장이 만났다! 사실 내가 가장 노심초사 걱정하고 고민했던 게 창렬이 문제였는데 창렬이가 진행하는 라디오와 이번 문제를 별개로 생각해 주신 넓은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단 마음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보답으로 패키지 출연 문제에 대해서 무엇이 진실이었는가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날 양치기 중년으로 만든 <인기가요> PD님과 남CP님께 기름끼를 뺀 깔끔한 사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하늘은 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작은 아량(김창렬 라디오)과 알량한 선심(김정은의 초콜릿)으로 모든 걸 덮을 수는 없다.
가요 프로그램 특성상 오랜 관습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번 일은 깔끔한 사과와 앞으로 동료 가수 선후배들에게 존중하겠다는 작은 약속 하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기사나 블로그를 보면 이하늘 다른 속셈이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이 있던데 솔직히 있다. 앞으로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나이로만 말로만 선배가 아닌 당당하고 떳떳하게 그들을 대할 수 있는 것 그거면 된다”고 마무리를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SBS 측은 이하늘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SBS 예능국 관계자는 “<강심장>이 섭외가 안 되는 프로그램이면 몰라도 잘 나가고 있는데 굳이 섭외에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며 “DJ DOC가 SBS의 다른 프로그램에도 출연했고, <강심장>에 출연 안 한다고 해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 안 시키는 일은 하지 않는다.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스타골든벨> → <뮤직뱅크>
<도전 1000곡> → <인기가요>
그는 이어 “<강심장> 측에서 DJ DOC를 섭외 했는데, DOC 측에서 스케줄의 이유로 출연이 어렵겠다고 밝혀 <강심장> 측에서 서운해 한 걸로 알고 있다”며 “반대로 DOC가 <인기가요>에 출연하려 했지만, 제작진이 이번 주는 출연 일정이 모두 잡혀 다음 주에 하자고 했고, 이를 두고 DOC가 서운하게 여긴 걸로 안다. 즉, 양측 모두 서로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이하늘이 제기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많은 가요기획사들이 난립하는 현실에서 톱 가수들조차 자신이 설 무대를 찾기가 힘든 현실이다. 여기서 공중파 가요프로그램은 갑으로 군림하고 있다. 음악방송 출연에 외부적인 요건이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가요 관계자들이 알고 있다.
방송사와 가요기획사간의 암묵적인 거래가 존재한다. 가수들이 가요프로에 출연하기 위해선 자사 예능프로에 얼굴을 비춰야 하는 일명 ‘패키지 출연’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수 매니저는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하려면 <스타골든벨>에 나가야 하고, SBS <인기가요>에 출연하기 위해선 <도전 1000곡>에 나가야 한다”며 “가수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예능 프로에 자주 출연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가요프로에 출연하려면 자사 예능프로에 출연해야
가요 관계자들 “음악프로 이미지 나빠질까” 우려
그는 이어 “신인들의 경우에는 공중파 음악방송에 출연하려면 뒷돈까지 줘야 한다. 담당 PD와 가수 매니저를 연결 시켜주는 브로커까지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털어놨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도 가수들이 예능에 볼모로 잡혀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요즘 가요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된 가수를 키운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변질했다”며 “세기를 이끌 만한 뮤지션이 배출 안 되고 있는 건 가요 프로그램이 가수들을 예능의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요계와 예능계에서 잔뼈가 굵은 DJ DOC가 불만을 토로할 정도면 예능을 추구하지 않고 오직 음악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은 장외로 내몰린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패키지 출연’ 논란에 더해 김C가 자신의 트위터에 모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귀추가 주목된다.
김C는 지난 8월4일 자신의 트위터에 “간만에 투덜대고 싶네. 월드컵 때문에 출연팀 많다고 2곡만 부르라더니 빙상의 신에게는 3곡을 부르라하시네. 대단하시군요. 하하하”라고 글을 올렸다.
김C도 불만 표출
<초콜릿> 제작진에 쓴소리
이는 지난 8월1일 방송된 SBS <김정은의 초콜릿>(이하 초콜릿)에서 김연아가 출연해 아이유의 ‘기차를 타고’, 나르샤의 ‘I’m in love’, 보아의 ‘공중정원’ 등 3곡을 열창한 것을 염두 한 발언. 김C가 속한 뜨거운 감자는 지난 7월11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2곡을 불렀다. 이는 곡 수의 문제가 아니라 가수가 뒷전으로 밀리는 음악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콜릿>은 다르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SBS 관계자는 “<초콜릿>은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와 명사 등 다양한 유명 인사들이 출연해 노래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내는 토크쇼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가수들의 불만 표출이 자칫 음악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양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