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폭포여행 ③강원도 태백시

해발 700m 숲의 하룻밤 ‘이색 체험’ 태백 가을 여행

태백시는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이 있는 땅이다. 4대강 가운데 두 강이 한 고장에서 발원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함백산, 금대봉, 매봉산 등 백두대간이 아우르는 산세 역시 장관이다. 그 중심에 태백산이 우뚝하다. 백두에서 비롯한 큰 산줄기로, 남쪽의 백두산이라 여겨 해마다 개천절에 천제를 지내는 민족의 영산이다.

태백의 자연과 탄광촌 역사 둘러보는 여행
365세이프타운의 유익한 재난 대처 체험

태백산과 백두대간의 산하가 태백 땅의 근간이라면, 태백 사람들은 오랜 시간 그 땅이 선물한 석탄에 의지했다. 한때 전국 석탄 생산량의 30%에 달하는 640만 t을 생산했으며, 정부가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펴기 전까지 약 50개 광산이 태백을 이끌었다. 그 가운데 철암 일대는 석탄을 운반하던 철암역과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등록문화재 제 21호)로 번성했다. 철암초등학교 앞에 단풍군락지도 있어 태백이 간직한 자연과 역사를 돌아보는 이색 가을 여행에 제격이다.

그 여정은 태백고원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한다. 철암동이라는 이름은 북쪽의 철 함량이 높고 큰 바위(쇠바우)에서 유래했다. 원래 새터 부근이 철암이었으나 철암역이 생기며 새뜨리를 철암, 본래 마을인 새터를 상철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은 그중 철암과 동해를 오가던 새터 동쪽 토산령에 위치한다. 사람의 신체가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는 해발 700m 지점이다. ‘행복이 가득한 숲 속에서 하룻밤’이라는 콘셉트로, 휴양림의 구성도 해발 700m 고원에 슬며시 기댄 모양새다. 서둘러 가을을 쫓기보다 계절의 기운이 다가서길 느긋하게 기다리며 머물기에 적합하다.

백두의 줄기
태백산 산세

관리사무소를 지나 좌우 샛길로 접어들면 숲속의 집 2~3단지가 나온다. 2단지는 23㎡ 규모로 독립된 숙소가 여럿이다. 산림문화휴양관의 23㎡ 숙소와 더불어 평일 1박 3만원으로 저렴하다. 계곡 건너 반대편 3단지는 89㎡ 복층 구조다. 2층의 너른 창으로 숲을 품을 수 있으며, 넓고 한적한 별장 분위기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알맞다. 거기서 500m 정도 들어가면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 1단지가 나온다. 다락을 갖춘 숙소가 인기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의 넉넉한 인심도 숲의 여유를 더한다. 다른 휴양림과 달리 기준 인원에 1~2명 추가 입실해도 추가 요금이 없다. 


숙소는 계곡에서 멀지 않다. 계곡은 여름이 제격이라지만 가을에도 나름의 정취가 있다. 가을 계곡은 공기와 어울린 계절감으로 다가온다. 물론 손발을 담글 수도 있다. 길가나 다리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났다. 물빛에 어리는 가을을 좀더 가까이 누린다.

산책하고 싶을 때는 산림문화휴양관 앞에서 다리를 건너 호식총까지 다녀온다. 왕복 30분 남짓한 길을 쉬엄쉬엄 걸어볼 수 있다. 침엽수림이 울창해 피톤치드의 청량감이 좋다. 쉼터의 처마 아래 숨을 고르면 행복이 가득한 숲을 실감한다. 10월 초입에는 그 사이로 살포시 붉은빛이 어른거린다. 성격 급한 활엽수의 가을 손짓이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이 단풍을 뽐내는 숲은 아니지만, 계절의 매혹은 예외가 없다.

가을 산행도 무난하다. 숲속의 집 1단지를 출발해서 토산령 정상과 덕거리봉을 거쳐 하산하는 약 7km 구간이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이른 산행에 나서 토산령 정상에서 동해 일출을 감상하는 이도 있다. 단풍을 더 즐기고 싶을 때는 휴양림 초입 철암초등학교 방면으로 걸음을 옮긴다.

철암은 비교적 이른 시기인 10월 9~10일 사이 ‘태백 철암단풍어울마당’을 연다. 철암초등학교 도로 건너편 철암천변의 단풍군락지가 주 무대다. 철암단풍어울마당의 가장 큰 장점은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이 가깝고, 단풍 구경에 험한 산행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도로와 나란한 하천을 걸으며 가득 찬 단풍을 감상한다. 긴 구간은 아니라도 물에 비친 단풍이 탄성을 자아낸다.

철암단풍군락지에서 철암천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철암탄광역사촌이 기다린다. 처음 찾는 이들은 도로와 접한 상가라고 여긴다. 실제로 몇몇 식당은 영업 중이다. 하지만 이들 식당은 석탄 산업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생활사 박물관이기도 하다. 페리카나치킨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역사촌 안내소가 나타난다. 리플릿 한 장 들고 이웃한 호남슈퍼로, 봉화식당으로, 한양다방으로 미로처럼 열리고 닫히는 전시 공간을 탐험한다. 남쪽 신설교에서는 하천 위에 다리를 세운 탄광촌 까치발 건물이 또렷하다. 한때 철암의 인구는 4만5000명에 이르렀고, 까치발 건물 맞은편 산등성에도 집이 가득했다. 

교육+놀이 결합
에듀테인먼트 체험

태백에 와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공간이 또 있다. 철암과 장성을 아우르는 365세이프타운이다. 체험으로 배우는 안전 테마파크이자, 교육과 놀이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 시설이다. 크게 장성지구(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와 중앙지구(챌린지월드), 철암지구(강원도소방학교)로 나뉜다. 그 사이를 곤돌라로 이동할 만큼 넓고 다채롭게 꾸며졌다. 전체를 알차게 체험하고 싶을 때는 서울의 테마파크에 갈 때처럼 하루를 비워둔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이다. HERO 체험관을 중심으로 소방문화전시관, 곤충체험전시관, 키즈랜드 등을 돌아본다. HERO 체험관은 산불, 설해, 풍수해, 지진, 대테러 등 다섯 가지 체험으로 구성된다. 모든 체험은 프리 쇼, 메인 쇼, 포스트 쇼로 진행한다. 해당 재난 상황을 전달하고 실제 체험을 한 뒤, 사후 조치를 설명하는 순서다. 3D와 4D 영상 속에 라이더를 타고 체험해서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재난 대처 요령을 익힌다.

챌린지월드에서는 최고 높이 11m 트리트랙,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100m 거리 플라잉폭스 등 극한 도전이 이어진다. 자연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구성원의 친밀감을 도모한다. 만 11세, 키 145cm 이상 아이들부터 체험이 가능하며 예약제로 운영한다.  강원도소방학교 HERO 아카데미에서는 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보다 진지하게 재난 대처법을 익힌다. CPR 체험, 소화기 체험, 암흑 미로 피난 체험 등을 실습한다. 하루 세 차례 두 시간 동안 진행하며, 7일 전 예약 필수다. 20명 이상에 한해 운영하므로 주말 이용 시 예약하는 게 유리하다.

태백을 찾은 날이 끝 자리 5일이라면 꼭 통리장에 들러봐야 한다. 통리장은 태백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열흘마다 장이 선다. 석탄 산업이 번창한 도시를 대변하듯, 옛 경동탄광 사택(경동아파트)을 에둘러 걷는 길 주변이다. 삼척과 울진에서 올라온 통리역의 어물전부터 통리초등학교 입구까지 농산물, 약초, 농기구 등 옛 재래시장의 풍경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통리장을 나와서 닭갈비로 여행을 갈무리해도 좋겠다. 태백 닭갈비는 광원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춘천 닭갈비와 달리 국물을 넣고 끓여 ‘물닭갈비’ ‘국물닭갈비’로 불린다. 겨울이 긴 태백의 기후와도 무관하지 않다. 물론 가을의 적적한 기분을 달래기에도 그만이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 풍경 여행 코스 : 태백고원자연휴양림→철암단풍군락지→철암탄광역사촌
· 체험 학습 코스 : 태백고원자연휴양림→365세이프타운 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365세이프타운 강원도소방학교→철암탄광역사촌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태백고원자연휴양림→철암단풍군락지→철암탄광역사촌
· 둘째 날 : 365세이프타운(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365세이프타운(강원도소방학교)→통리장(혹은 구문소)
관련 웹사이트
· 태백시 문화관광 http://tour.taebaek.go.kr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http://forest.taebaek.go.kr
· 365세이프타운 www.365safetown.com
문의 전화
·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
· 태백시관광안내소 033)550-2828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033)582-7440
· 철암탄광역사촌 033)582-8070
· 365세이프타운 033)550-3101~5
· 태백 철암단풍어울마당(철암동주민센터) 033)550-2608
대중교통
· 기차 : 청량리역-태백역, 무궁화호 하루 6~7회(07:05~23:25) 운행, 약 3시간 50분 소요. 태백역에서 버스 이용 상철암 정류장 하차, 태백고원자연휴양림까지 약 1.4km 이동.
서울역-철암역, O-train 하루 1회(08:15) 운행, 약 5시간 40분 소요. 철암역에서 버스 이용 태백고원자연휴양림 입구 정류장 하차, 휴양림까지 약 1.4km 이동.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버스 :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4회(06:00~23:00) 운행, 약 3시간 10분 소요. 태백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 이용 상철암 정류장 하차, 태백고원자연휴양림까지 약 1.4km 이동.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태백시외버스터미널 1688-3166, www.bustaja.com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제천 IC→1.2km 직진 후 신동 IC 육교 앞 영월·단양 방면 우회전→북부로 31km→강원남로 67km→황지교사거리 동해 방면 좌회전→강원남부로 4.2km 직진 후 철암 방면 우회전→동태백로 4.86km 직진 후 태백고원자연휴양림 방면 좌회전 2km→태백고원자연휴양림
숙박
· 태백산한옥펜션 : 태백시 소롯골길, 033)554-4732, www.hanoak.kr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 태백시 머리골길, 033)582-7440, http://forest.taebaek.go.kr
· 오투리조트 :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 태백산민박촌 : 태백시 천제단길, 033)553-7440, http://minbak.taebaek.go.kr
식당
· 태백닭갈비 : 닭갈비, 태백시 중앙남1길, 033)553-8119, http://cityfood.co.kr/h9/taebaeg11
· 태백한우골 : 한우, 태백시 대학길, 033)554-4599
· 시장실비식당 : 한우, 태백시 시장북길, 033)552-2085
주변 볼거리
구문소,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검룡소, 태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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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