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폭포여행 ③강원도 태백시

해발 700m 숲의 하룻밤 ‘이색 체험’ 태백 가을 여행

태백시는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이 있는 땅이다. 4대강 가운데 두 강이 한 고장에서 발원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함백산, 금대봉, 매봉산 등 백두대간이 아우르는 산세 역시 장관이다. 그 중심에 태백산이 우뚝하다. 백두에서 비롯한 큰 산줄기로, 남쪽의 백두산이라 여겨 해마다 개천절에 천제를 지내는 민족의 영산이다.

태백의 자연과 탄광촌 역사 둘러보는 여행
365세이프타운의 유익한 재난 대처 체험

태백산과 백두대간의 산하가 태백 땅의 근간이라면, 태백 사람들은 오랜 시간 그 땅이 선물한 석탄에 의지했다. 한때 전국 석탄 생산량의 30%에 달하는 640만 t을 생산했으며, 정부가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펴기 전까지 약 50개 광산이 태백을 이끌었다. 그 가운데 철암 일대는 석탄을 운반하던 철암역과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등록문화재 제 21호)로 번성했다. 철암초등학교 앞에 단풍군락지도 있어 태백이 간직한 자연과 역사를 돌아보는 이색 가을 여행에 제격이다.

그 여정은 태백고원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한다. 철암동이라는 이름은 북쪽의 철 함량이 높고 큰 바위(쇠바우)에서 유래했다. 원래 새터 부근이 철암이었으나 철암역이 생기며 새뜨리를 철암, 본래 마을인 새터를 상철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은 그중 철암과 동해를 오가던 새터 동쪽 토산령에 위치한다. 사람의 신체가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는 해발 700m 지점이다. ‘행복이 가득한 숲 속에서 하룻밤’이라는 콘셉트로, 휴양림의 구성도 해발 700m 고원에 슬며시 기댄 모양새다. 서둘러 가을을 쫓기보다 계절의 기운이 다가서길 느긋하게 기다리며 머물기에 적합하다.

백두의 줄기
태백산 산세

관리사무소를 지나 좌우 샛길로 접어들면 숲속의 집 2~3단지가 나온다. 2단지는 23㎡ 규모로 독립된 숙소가 여럿이다. 산림문화휴양관의 23㎡ 숙소와 더불어 평일 1박 3만원으로 저렴하다. 계곡 건너 반대편 3단지는 89㎡ 복층 구조다. 2층의 너른 창으로 숲을 품을 수 있으며, 넓고 한적한 별장 분위기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알맞다. 거기서 500m 정도 들어가면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 1단지가 나온다. 다락을 갖춘 숙소가 인기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의 넉넉한 인심도 숲의 여유를 더한다. 다른 휴양림과 달리 기준 인원에 1~2명 추가 입실해도 추가 요금이 없다. 


숙소는 계곡에서 멀지 않다. 계곡은 여름이 제격이라지만 가을에도 나름의 정취가 있다. 가을 계곡은 공기와 어울린 계절감으로 다가온다. 물론 손발을 담글 수도 있다. 길가나 다리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났다. 물빛에 어리는 가을을 좀더 가까이 누린다.

산책하고 싶을 때는 산림문화휴양관 앞에서 다리를 건너 호식총까지 다녀온다. 왕복 30분 남짓한 길을 쉬엄쉬엄 걸어볼 수 있다. 침엽수림이 울창해 피톤치드의 청량감이 좋다. 쉼터의 처마 아래 숨을 고르면 행복이 가득한 숲을 실감한다. 10월 초입에는 그 사이로 살포시 붉은빛이 어른거린다. 성격 급한 활엽수의 가을 손짓이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이 단풍을 뽐내는 숲은 아니지만, 계절의 매혹은 예외가 없다.

가을 산행도 무난하다. 숲속의 집 1단지를 출발해서 토산령 정상과 덕거리봉을 거쳐 하산하는 약 7km 구간이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이른 산행에 나서 토산령 정상에서 동해 일출을 감상하는 이도 있다. 단풍을 더 즐기고 싶을 때는 휴양림 초입 철암초등학교 방면으로 걸음을 옮긴다.

철암은 비교적 이른 시기인 10월 9~10일 사이 ‘태백 철암단풍어울마당’을 연다. 철암초등학교 도로 건너편 철암천변의 단풍군락지가 주 무대다. 철암단풍어울마당의 가장 큰 장점은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이 가깝고, 단풍 구경에 험한 산행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도로와 나란한 하천을 걸으며 가득 찬 단풍을 감상한다. 긴 구간은 아니라도 물에 비친 단풍이 탄성을 자아낸다.

철암단풍군락지에서 철암천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철암탄광역사촌이 기다린다. 처음 찾는 이들은 도로와 접한 상가라고 여긴다. 실제로 몇몇 식당은 영업 중이다. 하지만 이들 식당은 석탄 산업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생활사 박물관이기도 하다. 페리카나치킨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역사촌 안내소가 나타난다. 리플릿 한 장 들고 이웃한 호남슈퍼로, 봉화식당으로, 한양다방으로 미로처럼 열리고 닫히는 전시 공간을 탐험한다. 남쪽 신설교에서는 하천 위에 다리를 세운 탄광촌 까치발 건물이 또렷하다. 한때 철암의 인구는 4만5000명에 이르렀고, 까치발 건물 맞은편 산등성에도 집이 가득했다. 

교육+놀이 결합
에듀테인먼트 체험

태백에 와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공간이 또 있다. 철암과 장성을 아우르는 365세이프타운이다. 체험으로 배우는 안전 테마파크이자, 교육과 놀이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 시설이다. 크게 장성지구(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와 중앙지구(챌린지월드), 철암지구(강원도소방학교)로 나뉜다. 그 사이를 곤돌라로 이동할 만큼 넓고 다채롭게 꾸며졌다. 전체를 알차게 체험하고 싶을 때는 서울의 테마파크에 갈 때처럼 하루를 비워둔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이다. HERO 체험관을 중심으로 소방문화전시관, 곤충체험전시관, 키즈랜드 등을 돌아본다. HERO 체험관은 산불, 설해, 풍수해, 지진, 대테러 등 다섯 가지 체험으로 구성된다. 모든 체험은 프리 쇼, 메인 쇼, 포스트 쇼로 진행한다. 해당 재난 상황을 전달하고 실제 체험을 한 뒤, 사후 조치를 설명하는 순서다. 3D와 4D 영상 속에 라이더를 타고 체험해서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재난 대처 요령을 익힌다.

챌린지월드에서는 최고 높이 11m 트리트랙,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100m 거리 플라잉폭스 등 극한 도전이 이어진다. 자연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구성원의 친밀감을 도모한다. 만 11세, 키 145cm 이상 아이들부터 체험이 가능하며 예약제로 운영한다.  강원도소방학교 HERO 아카데미에서는 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보다 진지하게 재난 대처법을 익힌다. CPR 체험, 소화기 체험, 암흑 미로 피난 체험 등을 실습한다. 하루 세 차례 두 시간 동안 진행하며, 7일 전 예약 필수다. 20명 이상에 한해 운영하므로 주말 이용 시 예약하는 게 유리하다.

태백을 찾은 날이 끝 자리 5일이라면 꼭 통리장에 들러봐야 한다. 통리장은 태백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열흘마다 장이 선다. 석탄 산업이 번창한 도시를 대변하듯, 옛 경동탄광 사택(경동아파트)을 에둘러 걷는 길 주변이다. 삼척과 울진에서 올라온 통리역의 어물전부터 통리초등학교 입구까지 농산물, 약초, 농기구 등 옛 재래시장의 풍경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통리장을 나와서 닭갈비로 여행을 갈무리해도 좋겠다. 태백 닭갈비는 광원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춘천 닭갈비와 달리 국물을 넣고 끓여 ‘물닭갈비’ ‘국물닭갈비’로 불린다. 겨울이 긴 태백의 기후와도 무관하지 않다. 물론 가을의 적적한 기분을 달래기에도 그만이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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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 풍경 여행 코스 : 태백고원자연휴양림→철암단풍군락지→철암탄광역사촌
· 체험 학습 코스 : 태백고원자연휴양림→365세이프타운 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365세이프타운 강원도소방학교→철암탄광역사촌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태백고원자연휴양림→철암단풍군락지→철암탄광역사촌
· 둘째 날 : 365세이프타운(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365세이프타운(강원도소방학교)→통리장(혹은 구문소)
관련 웹사이트
· 태백시 문화관광 http://tour.taebaek.go.kr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http://forest.taebaek.go.kr
· 365세이프타운 www.365safetown.com
문의 전화
·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
· 태백시관광안내소 033)550-2828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033)582-7440
· 철암탄광역사촌 033)582-8070
· 365세이프타운 033)550-3101~5
· 태백 철암단풍어울마당(철암동주민센터) 033)550-2608
대중교통
· 기차 : 청량리역-태백역, 무궁화호 하루 6~7회(07:05~23:25) 운행, 약 3시간 50분 소요. 태백역에서 버스 이용 상철암 정류장 하차, 태백고원자연휴양림까지 약 1.4km 이동.
서울역-철암역, O-train 하루 1회(08:15) 운행, 약 5시간 40분 소요. 철암역에서 버스 이용 태백고원자연휴양림 입구 정류장 하차, 휴양림까지 약 1.4km 이동.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버스 :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4회(06:00~23:00) 운행, 약 3시간 10분 소요. 태백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 이용 상철암 정류장 하차, 태백고원자연휴양림까지 약 1.4km 이동.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태백시외버스터미널 1688-3166, www.bustaja.com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제천 IC→1.2km 직진 후 신동 IC 육교 앞 영월·단양 방면 우회전→북부로 31km→강원남로 67km→황지교사거리 동해 방면 좌회전→강원남부로 4.2km 직진 후 철암 방면 우회전→동태백로 4.86km 직진 후 태백고원자연휴양림 방면 좌회전 2km→태백고원자연휴양림
숙박
· 태백산한옥펜션 : 태백시 소롯골길, 033)554-4732, www.hanoak.kr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 태백시 머리골길, 033)582-7440, http://forest.taebaek.go.kr
· 오투리조트 :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 태백산민박촌 : 태백시 천제단길, 033)553-7440, http://minbak.taebaek.go.kr
식당
· 태백닭갈비 : 닭갈비, 태백시 중앙남1길, 033)553-8119, http://cityfood.co.kr/h9/taebaeg11
· 태백한우골 : 한우, 태백시 대학길, 033)554-4599
· 시장실비식당 : 한우, 태백시 시장북길, 033)552-2085
주변 볼거리
구문소,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검룡소, 태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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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