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전 국민이 쫓는 조희팔

사기꾼 뒤봐준 거물급 해결사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58)은 정말 살아있는 걸까. 광범위한 검경 로비 의혹과 중국 밀항, 석연찮은 사망 발표에 이르기까지, 그를 둘러싼 ‘8년 미스터리’가 드러날 수 있을까. 조씨의 핵심 측근이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국내 송환을 앞두면서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로 불리는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조희팔은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했다. 10대 시절부터 돈을 벌기 위해 대구에 터를 잡아 일용직과 장사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조씨가 다단계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형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 죽었나
곳곳서 목격
 
형이 다니던 다단계 회사 에스엠케이(SMK)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2004년 10월 건강용품 대여 회사인 비엠시(BMC)를 차리고 사업을 시작했다. 투자금을 모아 골반교정기, 안마기 등을 사들인 뒤 목욕탕이나 이발소에 빌려주고 대여금을 받았다. 조씨는 한 계좌당 440만원을 투자하면 매일 3만5000원씩 8개월 동안 581만원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32%의 고수익이 보장되는 다단계 사업이었다.
 
수익이 크게 나지 않자 조씨는 새로운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했다. 조씨는 회사명을 ‘엘틴’ ‘벤스’ 등으로 바꾸며 10여개 법인을 세웠고 각 법인에 자신의 측근을 대표로 앉히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했다. 하지만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방식의 사업은 한계가 뚜렷했다. 수익금 지급이 불가능해지자 조씨는 2008년 10월 도주했다. 
 

조씨는 지명수배에도 불구하고 중국 밀항에 성공했다. 해경은 조씨의 밀항을 도운 양식업자 박모씨의 제보를 받고도 그를 체포하지 못했다. 해경은 당시 “밀항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조씨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보를 받고 체포에 실패한 것을 두고 해경 안에 조씨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5년 동안의 피해액을 2조원대로 파악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은 6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수도 2만∼10만명으로 차이가 크다. 법원은 조씨 등의 1심 판결문에서 사기 피해액을 2조5620억원, 피해자를 2만4599명으로 명시했다. 이 사건 수사는 조씨와 그의 최측근 4인방이 검찰·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2008년 말 중국으로 달아나면서 진전되지 못했다. 
 
단군이래 최대 4조 다단계 사기
중국으로 밀항한 뒤 장례 소식
 
흐지부지됐던 수사가 다시 시작된 것은 2012년이었다. 경찰은 2012년 2월 조씨의 공범인 황모씨가 자수하고, 최모씨 등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자 재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찰이 2012년 5월 조씨의 중국 사망진단서와 조씨 가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장례식 동영상 등을 근거로 ‘조씨가 2011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했다’고 발표한 뒤 수사는 힘을 잃었다.
 
조씨의 핵심 측근이자 2인자인 강태용(54)이 검거되면서 재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씨의 측근인 강씨가 도피 7년 만에 중국 공안에 검거되면서 사건 수사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조씨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은 지난 12일 “강씨가 송환되는 대로 조희팔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를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강씨의 ‘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씨는 조씨의 밀항을 돕고 중국 도피 생활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씨의 생사 및 중국에서의 행적을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을 수 있다. 대검 국제협력단은 지난주 초 대구지검으로부터 강씨 소재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즉각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10여명의 특별팀을 꾸려 검거 의뢰 4일만에 강씨를 붙잡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2년 5월 경찰의 조씨 사망 발표 이후에도 사안을 종결하지 않고 ‘기소중지’ 상태로 조씨의 행방을 쫓아왔다. 같은 해 9월 중국 측에 ‘조씨의 생사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뒤에도 법무협렵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씨 소재파악 협조를 요청해 왔다. 
 
최측근 검거
진상 밝혀지나
 
조씨가 살아있다는 핵심 증거가 공개됐다. 그 동안 계속 조씨가 살아있다는 의혹만 제기된 가운데 조씨가 살아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그동안 조씨가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씨의 조카 ㄱ씨와 조씨 측근이라는 ㄴ씨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에는 조씨가 전 검찰 고위간부 등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벌였음을 시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조씨가 중국에서 도피 중이던 2011년 변호사가 현지에서 조씨를 만났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두 사람이 통화한 시점은 2012년 2∼3월로 알려졌다. 파일은 총 23분 분량이다. 
 
통화는 조씨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두 사람이 여러 문제를 상의하는 내용이다. ㄱ씨는 특히 “삼촌(조희팔)이 노발대발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삼촌이~했다’는 식으로 여러번 말하고 있다. 
 
ㄱ씨와 ㄴ씨가 통화한 녹취록 일부를 보면 ㄱ씨는 “근데 그 A씨가예. 중국 공안부에 협조요청을 했다고 카는데. B변호사가 일을 한다 카는 게 아니라 카면서 (삼촌이) 그래가 막 성을 막 내시더라고예”라고 말했다. 또 ㄱ씨는 “나도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예. 삼촌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하시더라고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조씨의 생존설은 줄기차게 제기 돼 왔다. 중국에서 조씨가 살아 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조씨가 중국 도피 생활을 하며 성형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으며, 골프장이나 술집에서 그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녹음파일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밝힌 조씨의 사망 시점(2011년 12월) 이후에도 조씨가 살아 있었고 검찰 고위층 등에 구명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와 수사기관의 유착관계가 속속 드러나면서 그의 생존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그 동안 조씨가 검·경과 정치권에 대한 금품 로비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 관련 사건의 판결문에 따르면 강씨는 수사기관의 압박이 거세지자 조씨를 대신해 자신의 고교 인맥을 동원한 로비에 나섰다. 
 
먼저 강씨는 고교 동문인 김광준 전 검사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된 액수만 2억7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검사는 뇌물수수 사건으로 2014년 5월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강씨는 또 2007년 3월 당시 부산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김 전 검사와 대구 일대에서 수시로 술자리를 가졌다. 이후 2008년 5월부터 10월까지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돈을 건넸다. 
 
 
강씨는 2008년 주위에 “내 친구가 부장검사다. 서울에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했다. 당시 김 전 검사의 다이어리에는 강씨의 영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발견된 점에 비춰보면 강씨의 중국 도피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 외에도 전직 검찰서기관 오모씨가 조씨 수사 무마 부탁과 함께 2억7000만원과 1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형이 확정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액 6조원 
어디에 은닉?
 
경찰은 권모 전 총경 등 5명의 전직 경찰관이 현역시절 조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권 전 총경은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던 2008년 조씨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김모 전 경위는 권 전 총경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또 2008년 1월 강씨에게 차량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수차례 걸쳐 5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동부경찰서 지능팀에 근무하던 안모 경사를 얼마 전에 구속했다.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숨긴 것으로 밝혀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앞서 2013년 조씨의 자금 관리책인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임모 전 경사, 조씨 밀항 후 2008년 중국에서 강씨로부터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정모 전 경사도 각각 구속기소 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30억원의 로비자금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강씨는 앞선 로비 사건에서 돈 전달의 핵심적인 구실을 했고, 조씨의 ‘오른팔’로 다단계 사업의 재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강씨의 국내 송환으로 조씨를 비호한 세력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거수일투족 의혹과 의문

정관계 추가 배후세력 추적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당사자인 박관천 전 경정도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경정은 2011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이 사건을 전담하고 있었다. 또 2011월 12월 조씨가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박 전 경정은 “조씨가 중국 청도의 식당에서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숨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증거로 응급진료기록부, 사망진단서,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 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는 공식 입증자료라고 보기엔 조악하다는 평가가 나왔고, 더욱이 장례식장에서 입관돼 있는 시신을 동영상으로 촬영한다는 것 자체도 정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사망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고, 경찰 내부에서도 조씨가 의사를 매수했을 가능성까지 나왔지만 경찰은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조씨가 사망했다는 것에 대해 과학적 물증이 없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조씨 사망 발표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으로 근무했다. 강 청장은 “중국 측에서 보낸 자료가 있는데, 이걸 보고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명확한 것은 조씨가 사망했다고 할만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병원의 진단서나 화장장의 화장증만 보고 ‘죽었다’고 선언한 것은 섣불렀다고 과오를 인정한 것이다. 
 
강 청장은 다만 “생존 반응이 없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생존반응이란 주변인물들을 통해 전해지는 피의자의 동향을 일컫는 말이다. 그간 중국을 통해 들어온 외사기능첩보에서 조씨의 생존을 뒷받침할 만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강씨 역시 7년간 도피해 있었지만, 이렇다 할 생존 반응이 보고된 바 없다. 

속속 드러나는
돈로비 정황들
 
수사기관이 찾아낸 조씨의 은닉재산은 12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710억원은 조씨의 재산을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씨가 피해자 구제 명목으로 법원에 공탁했다. 2010년 조씨 등을 상대로 먼저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피해금액을 확정받은 280여명이 지난해 나머지 피해자 1만6000여명을 상대로 공탁금을 먼저 가져가겠다는 소송을 냈다. 조씨의 은닉재산이 추가로 나오더라도 국고로 환수될지 피해자들에게 돌아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희팔 사건 일지
 
▲2008.10=경찰 4조원대 사기 행각 벌인 혐의로 조희팔 등 일당 수배.
▲2008.12.09=조희팔 중국으로 밀항.
▲2009.04.01=조희팔 일당 중 김모씨 등 임원급 2명과 권모씨 등 센터장급 13명 추가 구속.
▲2010.10.11=사기 피해자 105명이 조희팔 등 8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
▲2012.05.21=경찰,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 지난해 12월 현지에서 사망했다고 발표. 
▲2012.11.26=경찰, 중국 공안에 조희팔 생존 여부 재확인 요청.
▲2013.03.04=조희팔의 자금을 관리한 전직 경찰 임모씨 등 3명 불구속 기소.
▲2014.12.18=검찰, 사기범 조희팔 1200억원대 은닉재산 확인.
▲2015.10.10=조희팔 최측근인 강태용 도피 7년 만에 중국에서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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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