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와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제교육 의혹

국가기관·관변단체 앞세워 '종북몰이'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수백명의 공무원을 상대로 '강제교육'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상 청와대의 지침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법무부·통일부·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외곽 지원하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9월16일 일반 공무원을 상대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교육을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에 나선 연사는 한국자유총연맹(이하 자총) 소속 A씨다. 자총은 행정자치부 소관의 관변단체로 출발했으며, 연간 70억원 상당의 국고를 지원받고 있다.

국고 지원받아…

앞서 자총은 같은 달 8일 허준영 자총 총재 명의로 성명을 내고 "좌편향 역사 교과서가 청소년들을 정신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라며 "국정교과서로 단일화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자학의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9월11일 자총 국정감사에서 허 총재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로부터 5일 뒤인 16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는 '9급 공채시험 합격증서 수여식'이 열렸다. 이날 수여식에 참석한 450여명의 신입 공무원은 공식 스케줄상 '공직 가치'에 대한 교육을 받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A씨는 이 수여식에 외부강사로 초청됐으며, '공직 가치'가 아닌 '종북 세력의 문제'라는 주제로 1시간가량 강연했다.

특히 A씨는 강연 서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소주제로 꺼낸 뒤 "검인정 국사교과서가 친북 세력을 양산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좌편향 교육을 받은) 반대한민국 세력이 통일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라며 "국정교과서 반대가 자학사관을 확산시킨다"라고 주장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9월23일 관련 사실을 포함한 정보공개청구 질의에서 '행사 당일(9월16일) 외부강사가 없었다'는 답변을 회신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해당 수여식에는 A씨 외에도 탈북자 출신 유명 방송인 B씨가 연단에 선 것으로 드러났다.
 

자총 측 언론담당관은 16일 첫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확인해 본 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외부 강연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번째 통화에선 "간부인 A씨가 개인 자격으로 강연을 요청 받아 일정을 소화한 사실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A씨는 같은 날 통화에서 "인사혁신처 실무 담당자의 요청을 받아 강연했지만 강연 내용에 대해선 결코 사전 조율이 없었다"라며 "30년된 북한 전문가로서 국가 정체성을 중점으로 강연했고, 강의료도 따로 지급 받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앞선 정보공개청구 문서에서 "강의료를 지급한 사실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16일 허위문서 작성 여부를 인사혁신처에 묻자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있었다"라고 답했다. 교과서 국정화 교육과 관련해선 "발목 지뢰 문제로 안보교육만 했을 뿐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입수한 당시 강연자료에 따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교육은 북한 권력구도에 대한 설명에 이어 PPT 세 페이지 분량으로 진행됐다. 

공무원 상대 "현 교과서 친북세력 양산" 주장
정부부처 교과서 수정·편향적 역사 기술 지원

문제의 강연이 이뤄진 9월16일은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검토하고 있던 시기다. 결과적으로 교육부 외에 다른 정부부처에서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교육을 진행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누가 그런 교육을 기획했는지는 모르지만 BH(청와대)와 조율했거나 눈치를 본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실제 법무부 등 정부부처는 '교과서 수정 및 역사 수정'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먼저 법무부는 지난 2013년 5월 헌법교육강화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구성해 모두 5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 집행된 돈은 1060여만원이다.


법무부로부터 명단을 제출 받아 확인한 결과 사회교육과 교수, 교육부·법무부 등 정부부처 공무원, 초·중·고 현직 교사로 구성된 추진단은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 개정을 이뤄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심는다’는 명목으로 ‘2015 초·중·고 교과서 집필 과정’에 관여했다. 관련 사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 중인 <위클리 공감> 9월호를 통해 일부 홍보됐다.

통일부는 각급 교육기관의 참고자료로 인용되는 간행물 '통일문제의 이해'(2014)에서 박정희정부의 통일정책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129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 항목에서 집필진은 이승만정부에 4단락, 박정희정부에 8단락을 할애한 반면 김대중·노무현정부는 각각 2단락을 서술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김대중·노무현정부의 통일정책은 남은 1단락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서술했다. 특히 노무현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와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미흡한 것이었다"라고 적은 데 반해 박정희정부에 대해서는 "'선 평화, 후 통일'의 통일정책 기조는 우리 정부 통일정책의 기본이 되고 있다"라고 총평했다. 통일부 측은 "분량은 문제가 아니"라면서 "정치적 중립을 목표로 객관성 있게 기술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3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약속한 교학사 주식 매각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는 교학사 2대 주주이며, 주식 16만4235주(지분율 11.74%)를 갖고 있다. 이번 국정교과서 집필진 후보군에 오른 권희영 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를 만든 저자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 2월 외교부는 "<뉴욕타임스>에 손세주 주 뉴욕총영사 명의로 '한국 정부는 교과서 집필이나 검인정 심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기고문을 실었다"라고 전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Politicians and Textbooks'(정치인과 교과서)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반영한 고등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국제적인 거짓말

또 <뉴욕타임스>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는 일제식민지 기간 일본군 장교를 지냈고,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일제식민지에 협력한 한국인에 대해 교과서 내 비중을 축소시키길 원한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손 영사는 "한국의 역사교과서는 민간출판사가 집필한다"라며 "(박 대통령의 개입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외교부의 해명은 결론적으로 사실과 달랐다. 당시 교육부는 별도의 상설위원회를 설치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민감한 문제"라며 답변을 유보했다. 교육부 대변인 역시 '청와대 지침'과 관련한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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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