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KBS 2TV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열풍이 거세다. 시청률 40% 돌파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경쟁작인 MBC <로드 넘버 원>과 SBS <나쁜 남자>의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주중 안방극장을 점령한 <제빵왕 김탁구>의 핫 키워드 3가지를 꼽아 보았다.
70년대 ‘향수’ 자극… 익숙한 소재와 빠른 전개
‘윤시윤’ 소지섭·김남길 누르고 수목안방 점령
B회장 이야기와 닮아… “절대 아니다” 밝혀
하나, 향수
<제빵왕 김탁구>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7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통속극으로서의 익숙한 소재들과 코드들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시선을 끌었고, 막장에 가까운 자극적인 내용들은 그러나 빠른 전개를 통해 식상함을 넘어섰다.
거대 제빵회사인 거성그룹 회장의 두 아들 간 대결을 그린 <제빵왕 김탁구>는 매회 새로운 사건·사고가 발생했다가 해결되는 구성을 통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지만 더 중요한 것은 통속극의 익숙함이 아니라 이 익숙함 위에 얹어놓은 김탁구의 성장드라마다. 전반부의 강한 통속적인 이야기로 기성세대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면 후반부는 성인이 된 김탁구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성장과정을 그리며 비교적 젊은 세대들의 시선까지 붙잡고 있다.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 전미선 등 중견배우들의 열연도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방영 초반 ‘막장’ 논란에 휩싸인 것 역시 이들이 차지한 분량. 극중 구일중 회장(전광렬)과 서인숙(전인화)은 위기의 부부로 각각 김미순(전미선), 한승재(정성모)와 불륜을 통해 아들 김탁구, 구마준을 얻는다. 며느리 서인숙의 비밀을 안 시어머니 홍여사(정혜선)는 실랑이 끝에 실족사했으며 한승재는 김미순의 강간을 사주한다.
불륜과 살인, 출생의 비밀, 강간 사주 등 자극적인 소재가 논란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극 초반 중년 시청자 층의 시선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김탁구, 구마준의 출생의 비밀에서 막을 내릴 것 같았던 중견배우들의 분량은 여전히 힘 있게 진행 중이다. 구일중과 동등한 위치에 서기 위한 서인숙이 거성식품 지분을 끌어 모으는 등 계속해서 계락을 꾸미고 있는 것. 이 부부의 기싸움이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당분간 <제빵왕 김탁구>의 바람을 잠재우긴 힘들어 보인다”면서도 “고공행진을 유지하려면 현재의 속도감을 끝까지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둘, 윤시윤
지상파 수목드라마 대전은 MBC <로드 넘버 원>, SBS <나쁜 남자>의 2파전으로 점쳐 졌었다. <로드 넘버 원> 소지섭과 <나쁜 남자> 김남길의 스타성과 작품성에 거는 기대가 컸고, <제빵왕 김탁구> 윤시윤이 소지섭과 김남길을 대적하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윤시윤은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소 삐딱하면서도 잔정이 많고 마음 여린 정준혁 캐릭터는 연기초짜인 윤시윤에게 제격이었다. 특히 가사 도우미로 들어온 세경(신세경)과의 애틋한 러브라인은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고, <지붕킥>의 시청률 상승과 더불어 그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삐딱해 보이면서도 속내는 착하기 그지 없는 캐릭터. 윤시윤은 <제빵왕 김탁구>에서도 이 캐릭터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연기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윤시윤은 극중 온갖 역경을 거치면서도 맑은 마음을 잃지 않고 솔직함과 정직함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김탁구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세상에 굴하지 않고 무슨 일에든 열심인 김탁구는 복잡한 가정사만 빼면 정준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이 점이 윤시윤의 성공 포인트다.
한 방송 관계자는 “파격적인 변신으로 시청자에게 어색한 모습을 보이면 자칫 연기력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배우들이 전작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변신을 감행했고, 그 리스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윤시윤은 자신이 인정받았고, 익숙해서 잘할 수 있는 연기를 선택했다”며 “서서히 새로운 모습을 더해가며 연기력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의 표정 역시 정극을 만나며 다채로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셋, 일화
<제빵왕 김탁구>는 맨손으로 제빵업계 지존이 된 김탁구 이야기. 순수 창작물이지만 방송 전부터 A 기업의 B 회장 이야기와 닮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고, 꾸준히 얘깃거리를 생산했다. 한 매체는 “어머니 등에 업혀 빵 냄새를 맡으며 자란 아이. 학창 시절부터 빵 공장에서 빵을 연구한 학생. 직접 빵을 만들고 맛과 모양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공장을 멈추는 경영자. 김탁구를 연상시키는 이런 모습은 모두 B 회장에 대한 일화”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어 “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B 회장은 <제빵왕 김탁구> 제작을 누구보다 반겼다. 그러나 드라마 줄거리를 알게 되자 방송 초반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며 “김탁구가 아버지 구일중의 외도로 얻은 아들인 데다 구일중의 아내 서인숙이 남편 비서와 사통해 구마준을 낳았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자칫 현실과 동일시되지 않을까 염려한 탓이다”고 덧붙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제빵왕 김탁구> 방송 전부터 A 기업과 드라마 제작사에 많은 문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양 측 모두 B 회장의 일화가 아니라고 명확한 입장을 전달했지만, 의혹의 눈초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