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인터넷은행 시대 '빛과 그림자'

어르신들은 모르는 ‘금융 혁신’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예금과 대출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말이다. 점포가 없어 보다 높은 금리, 낮은 대출금리 등을 기대할 수도 있다. 금융권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판단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모두가 들떠 있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명암을 살펴봤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을 가리는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가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접수를 마감한 결과 경쟁은 카카오 컨소시엄(카카오뱅크), 인터파크 컨소시엄(I-뱅크), KT 컨소시엄(K-뱅크) 등 3파전으로 결정됐다. 12월까지 심사를 거쳐 1곳이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이 된다.
 
미래 먹거리
편의성 강화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은 카카오 컨소시엄의 경우 카카오,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 11개 기업이, 인터파크 컨소시엄의 경우 인터파크, SK텔레콤, NHN엔터테인먼트,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 등 15개 기업이, KT 컨소시엄의 경우 KT, 우리은행, 현대증권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등 19개로 총 45개 기업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금융업계와 ICT(정보통신기술) 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계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의 조영서 파트너는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다양한 사업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은 모바일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구현되고 필연적으로 제휴를 수반하기 때문에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의 주요 구성 주체는 금융기관과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될 전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기존 은행이 제고하는 것보다 향상된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신속한 고객기반 구축이 가능하고 비용구조와 상품 판매의 혁신으로 빠른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또, ICT업체 제휴를 통해 고객을 모집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Critical Mass(한계점)에 도달이 가능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계좌 개설을 쉽게 할 수 있다.
 
장소 구애받지 않고 예금·대출 업무
국내 최초…45개 기업 참여해 수주전
 
여기에 제휴 업체의 고객 기반을 활용할 경우 대규모 마케팅 비용이 절감되고 오프라인 지점 운용비용을 절약할 수 잇기 때문에 매력적인 여수신 금리 제공이 가능해 고객 유입이 용이하다. 또 빅데이터와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 고객이 처한 상황을 바탕으로 적시에 상품 추천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판매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크게 계좌개설과 이체, 결제, 여신, 수수료사업, 서비스 및 채널 등 6가지 단계에서의 인터넷전문은행의 다양한 사업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계좌 개설 단계에서는 일본 지번은행(Jibun bank)처럼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거나 통신사 고객 데이터 및 제3자 인증기관을 통한 고객 정보 인증이 가능하다고 조 파트너는 설명했다.
 
고객이 이미 보유중인 계좌로 소액을 송금하면서 인증코드 전송 등 법적 실명 확인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이밖에 정해진 시간 내에 무작위로 요구된 특정 동작을 취한 뒤 본인얼굴과 함께 사진을 전송하거나 실시간 영상 통화를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면 지점에 방문하지 않고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해 간편하게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다.
 

아울러 통신사 오프라인 대리점에서 고객 대면을 통해 실명을 확인하거나 인터넷 메신저와 연동된 전화번호 및 가입자 정보를 실명 확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통신사, 인터넷 메신저 서비스 제공 업체 등과 제휴를 통해 고객 기반을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다.
 
앉아서 한방에
수익의 다각화
 
먼저 비밀번호나 지문인식 등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하고 폰북이나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 송금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송금 때는 기존 인증 방식 대신 휴대전화 잠금 패턴이나 지문인식, 홍채인식, 안면인식 등 보안성과 편의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가 설립한 스퀘어(Square)가 제공하는 ‘스퀘어 캐시(Square Cash)’는 상대방의 메일과 전화번호만 입력하고 금액을 넣으면 바로 송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진화된 결제서비스를 도입하면 기존 카드 서비스보다 높은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수신자 계좌나 전화번호 없이도 상대방 스마트폰에 접촉만 하면 바로 송금이 가능한 ‘BUMP 계좌이체 기반 결제’를 제공할 수 있고 은행은 현금영수증 발급 서비스와 매출 관리 등의 부가 서비스도 제공 가능하다.
 
고객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업주가 있는 매장이면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가맹점은 별도 단말기 설치 없이 앱에 계좌 및 일부 기본 정보만 등록하면 바로 이용이 가능한데다 고객 결제 금액이 즉시 입금돼 높은 유동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카드 대비 낮은 가맹점 수수료 제공도 가능해 이용 고객과 가맹점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
 
검색과 위치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니즈에 맞춘 적시 상품추천으로 구매율도 높일 수 있다. 구글 월렛(Google Wallet)은 고객이 구글에서 검색한 이력과 위치 정보를 통해 고객이 인근 매장을 지나갈 때 할인 쿠폰을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
 
이런 방식을 활용해 고객이 자동차를 구입과 이를 위한 대출을 포털을 통해 알아본 뒤 자동차 매장을 방문하면 오토론을 추천해주고, 은행에 가지 않아도 손쉽게 대출을 할 수 있도록 도와 고객의 편의와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율을 모두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산과 지출, 투자 현황 등을 수집하고 분류해 고객에게 맞춤형 분석과 조언을 제공하고, 고객의 금융 행태에 맞는 상품을 제공해 상품 판매의 성공률을 높일 수도 있다. 아울러 고객이 전문가 상담을 예약하면 고객이 편한 시간에 365일, 24시간 상담을 제공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을 통한 해외 금융시장 개척도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범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시스템을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빠른 해외 진출이 가능하고 고객 수용도가 높다. 조 파트너는 “국내에서 테스트베드 기간을 거친 후 해외 금융시장을 개척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어두운 점도 존재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두고 의견대립이 가장 큰 부분은 은산분리 원칙이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은행자본 소유 가능 지분은 4%(의결권이 없는 경우 10%)까지로 제한돼 있다.
 
은산분리 원칙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산업자본의 소유한도를 기존 9%에서 4%로 낮췄다. 은산분리 원칙은 일반 기업이 은행을 지배할 수 없게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섞이면 기업이 대출을 받을 때 대출 심사가 완화돼 결과적으로 기업에 대한 적절한 대출 기준이 모호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도 있다.
 
은산분리 원칙
산업자본 침략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두고 산업자본의 은행자본 소유 비율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정래 변호사는 현재 재벌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적 규제가 ICT 기업 등의 참여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재벌에 대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진출을 불허하되, 그 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더욱 완화된 은산분리 원칙을 주장했다. 그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도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50%까지 가질 수 있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것. 이는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의 개정안보다 은행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산업자본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신동우 의원은 대기업을 제외한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50%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하자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강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용태 의원 개정안은 기존 금융위 안보다 야당 입장과 더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라며 “대기업을 포함한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확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7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에 대해 경제·경영·법학 전문가 85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효과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과도한 결합으로 금융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 답변이 23.53%(20명)로 가장 많았다.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것’이라는 응답이 6.47%(14명)로 뒤를 이었다.
 
기획재정부는 금감원과 야당의 절충안을 내놓는 모습이다. 지난 6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해 “기본적으로 ‘은산분리’ 원칙은 견지하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에 걸맞는 IT기업 중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 중심으로 최소한 범위 내에서 지분한도를 넓히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해 보안문제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통적인 은행과의 거래는 대면거래를 원칙으로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하기 때문에 보안문제가 중요하다.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보안과 관련한 불안한 시각이 존재한다.
 
이 같은 배경에서 감독당국이 보안에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금감원이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대한 평가항목과 배점을 살펴보면, 보안배점은 총 1000점 가운데 100점에 그쳐 보안에 대한 미심쩍은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단 한 번의 해킹 사태로도 대규모 뱅크런(대규모 인출)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안 안전불감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는 금융권을 비롯해 보안에 대한 인식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보안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안문제 대두
털리면 뱅크런
 
금감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업 인가 매뉴얼 초안’을 지난 10일 내놨다. 초안은 보안에 좀 더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금감원은 “전산사고가 발생하거나 개인정보 보호가 취약해 지면 은행의 신뢰도가 더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온라인 영업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사 강화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빠져 있어 향후 보안 강화 예방책에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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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