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어려지는 성폭행범 천태만상

초등생이 그짓을…이러다 유치원생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몇 년 전 초등학생 3명이 지적장애 여성을 강간해 세상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 청소년 성폭행 범죄가 크게 늘었다. 형사상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변변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날이 갈수록 흉악해지는 청소년 성범죄를 점검한다.
지난 2013년 초등학생 3명이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강원 원주경찰서는 지적 장애여성을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A군(당시·11·초교 6년) 등 동급생 3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이들은 평소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B씨(당시·23·지적 장애 2급)를 원주시의 한 공사장으로 유인해 차례로 성폭행했다. 
 
음부에 이물질
옷 벗기고 사진
 
B씨는 강하게 저항했지만 3명이 합세해 덤비는 바람에 막지 못했다. 범행에 앞서 A군 등은 가위 바위 보를 통해 순번을 정하고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속칭 ‘야동’을 돌려보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은 사건 다음달 B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고교생 C(17)군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면서 드러났다. C군은 길에서 B씨를 우연히 만나 안부를 묻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A군 등을 동네 놀이터로 불러내 범행 사실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병원 치료를 받은 뒤 경찰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하지만 A군 등 3명의 처벌 수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미성년자인 관계로 소년부로 송치됐다. 형법 제9조에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고, 소년법에는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하게 돼 있다. 이들은 형사처벌을 물을 수 없는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이다. 
 
따라서 모두 열한살인 3명의 가해 초등학생들은 소년법에 근거해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 판사의 심리를 받게 된다.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사건을 송치한 것이다.
 
사건이 법원으로 송치되면 심리를 맡은 판사는 감호위탁·사회봉사·수강교육·보호관찰·소년원 송치(1개월∼2년) 등을 결정하게 된다. 가해 학생들이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벌은 ‘소년원 2년 수용’인 셈이다.  
 
아동 상대 성범죄 급증 “가해자 연령도↓” 
겁없는 10대들…초등학생 2년간 3배 증가 
 
이 사건으로 인하여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수위가 가볍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성년자에 대해 처벌을 성인과 동등하게 적용하여 나이가 어려도 죄질이 나쁠 경우 성인과 동등한 처벌을 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치게 됐다. 
 
현행 14세 미만으로 규정된 촉법소년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고치자는 소년법 개정안은 2년째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그런 사이 촉법소년이 성폭행 가해자가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한 해 300여 건씩 일어나고 있다. 2011년 224건이었던 촉법소년 성폭행은 해마다 증가해, 3년 만에 61%가 늘었다.
 

10대 청소년들이 갈수록 겁이 없어지고 성범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해 마다 10대 성폭력이 수천건에 달하면서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여중생 후배를 집단으로 성폭행 한 10대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변성환 부장판사)는 3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A(15)군과 B(15)군에게 각각 장기 3년, 단기 2년 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각각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처벌없다는 점
노리고 범행도
 
A군 등은 지난해 6월5일 오후 7시께 전주시 산정동의 한 빌라 옥상에서 C(13세)양을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군 등은 C양을 성폭행하기로 마음먹고 미리 콘돔을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만 13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윤간한 피고인들의 범죄는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게다가 피해자를 육체적·정신적·인격적으로 무참히 짓밟는 참담한 범행을 저지르고서도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보인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할 때, 비록 피고인들이 소년임을 감안하더라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8월에는 10대 2명이 가출한 또래 자매를 유인해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하며 돈을 갈취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10대들은 성매매 알선(포주)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위협한 조폭에게 다시 돈이 뜯겼다. 오모(19)군 등 2명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오군 등은 지난해 8월 가출 청소년 A(14)양과 A양의 언니(18) 등 자매를 울산의 한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했다. 이후 오군 등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A양 자매에게 성매매를 제안한 뒤 스마트폰 채팅앱 등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했다. 자매가 성매매 대가로 받은 돈 대부분은 오군 등이 강제로 가져갔다.
경찰은 “수사 결과 10대 남성이 여성 청소년의 성매매를 알선한 것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여성 청소년끼리 서로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성폭력 가해자 중 청소년이 증가하는 추세다. 학생 성폭력 사건은 2012년 642건 대비 2014년에는 142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북(10건→79건, 7.9배) ▲울산 (12건→44건, 3.7배) ▲경남(32건→104건, 3.3배) ▲제주(4건→13건, 3.3배)순으로 증가비율이 높았다.  
 
2012∼2014년 3년 동안 심의된 사건 총 2949건 중 ▲초등학교(533건, 18.1%) ▲중학교(1672건, 56.7%) ▲고등학교(678건, 23%) 등 초·중학생 사건비중이 전체 75%에 이르렀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2012년 93건 대비 2014년에는 310건으로 2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사건의 내용 또한 초등학생이 일으킨 사건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심각했다. 부산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피해 학생의 음부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사건이 있었고, 대전의 한 초등학생은 동급생의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어 다른 친구들에게 전송했으며, 인천의 한 초등학생은 유치원생 3명을 7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접하기 쉬운
음란물 원인?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기준 또한 지역별로 제각각이었다. 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해 경기 지역은 퇴학 조치가 내려졌지만, 충북 지역은 전학, 충남 지역은 사회봉사 5일, 울산 지역은 특별교육 5시간, 경남 지역은 출석정지, 제주 지역은 특별교육 10일 등 모두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행 사건 발생 후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경기, 고등학교 남학생이 모텔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퇴학 ▲충북, 중3 남학생이 학교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중2 여학생을 성폭행-전학 ▲충남, 중학생이 여학생을 아파트 상가로 강제로 끌고 가 성폭행-사회봉사 5일 ▲울산, 여관에서 술에 취해 정신없는 여학생을 성폭행-특별교육 5시간 ▲경남, 고등학생이 여학생과 게임에서 지면 술마시기 내기를 하여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강간-출석정지 ▲제주, 중3 남학생이 8세 어린이에게 휴대폰을 주고 성폭행-특별교육 10일 등이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은 “유사한 사건에 대해 어떤 학교에서는 퇴학처분을 하는 반면 어떤 학교에서는 출석정지, 교육이수 처분에 그치는 등 징계 기준이 제각각인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비슷한 또래 겁주고 단체로 포주노릇

넘쳐나는 소년원…촉법소년은 면죄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2013∼2014년 두 해 동안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총 2247건으로 하루 평균 3.1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는 848건이던 성폭력이 2014년에는 1399건으로 1.6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처럼 청소년 성범죄가 날로 지능적이고 흉폭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청소년들의 강력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합당한 처벌로 경각심을 줘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재범 가능성이 더 커 별도의 처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범죄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처벌이 아닌 예방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에 필요한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며 “포기하지 말고 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처벌 뒤에 이어지는 ‘낙인’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청소년 성범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청소년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이들 첫 성교육 선생님이 되는 셈이다. 음란물로 그릇된 성 가치관을 형성한 아이들이 조기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학생 10명 중 6명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중·고등학생의 휴대폰 보유율은 90%를 웃돌았다.
 
솜방망이 처벌
재발방지 미흡
 
성교육 상담센터 이현숙 소장은 “음란물은 대부분 성폭력 상황이 설정되어 있고 영상 속 여성이 피해를 당하면서도 좋아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왜곡된 성 가치관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며 “강간을 수용하는 정도가 높아지면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지 않거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소년 성범죄' 최다 발생 지역은?
 
최근 5년간 만 15세 이하 아동·청소년 성범죄는 제주와 광주·전남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아동·청소년 성범죄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제주 68.33건, 광주 40.17건, 전남 38.33건, 전북 33.77건 등의 순으로 발생했다. 
 
사건 발생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로, 제주보다 6.11건이 적다. 2011년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어난 성범죄는 1만4117건으로 드러났다. 연도별로는 2011년 2709건, 2012년 2987건, 2013년 3270건, 2014년 3145건이 발생했으며, 2015년 8월까지 2006건이 발생했다. 
 
아동 성범죄 발생 비율 역시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로 인구 10만 명당 22.2건이 발생했다. 이는 전국 평균 10.21건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어 전남 15.18건, 울산 13.79건, 광주 13.45건, 전북 13.02건 등의 순이었다. 발생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충북으로 7.88건이었다. <창>
 
 

<기사 속 기사> ‘군 성범죄’ 추이
 
군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사건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21일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군 성범죄 사건’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군인에 의한 성폭력범죄 기소 건수가 2.8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1.4배 증가했고, 군형법상 강간·추행죄로 기소된 건수도 5.5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군내 성적 문란행위 징계 현황’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간부의 군내 성적 문란행위 징계 건수 증가율은 47%로 일반 병사의 증가율(37%)보다 높게 나타났다. 군별로는 육군 간부가 50%, 해군 간부가 13%, 공군 간부가 88%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공군 간부의 경우 2013년에 전년 대비 125%나 증가했다. 일반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간부들이 오히려 성범죄 사건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서 의원은 지적했다.
 
앞서 국방부는 군의 성 군기 문란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자 2013년 ‘성 군기 사고예방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성 군기 사고 예방활동 지침’, 올해는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등을 내놨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군 성범죄를 줄이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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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