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어려지는 성폭행범 천태만상

초등생이 그짓을…이러다 유치원생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몇 년 전 초등학생 3명이 지적장애 여성을 강간해 세상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 청소년 성폭행 범죄가 크게 늘었다. 형사상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변변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날이 갈수록 흉악해지는 청소년 성범죄를 점검한다.
지난 2013년 초등학생 3명이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강원 원주경찰서는 지적 장애여성을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A군(당시·11·초교 6년) 등 동급생 3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이들은 평소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B씨(당시·23·지적 장애 2급)를 원주시의 한 공사장으로 유인해 차례로 성폭행했다. 
 
음부에 이물질
옷 벗기고 사진
 
B씨는 강하게 저항했지만 3명이 합세해 덤비는 바람에 막지 못했다. 범행에 앞서 A군 등은 가위 바위 보를 통해 순번을 정하고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속칭 ‘야동’을 돌려보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은 사건 다음달 B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고교생 C(17)군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면서 드러났다. C군은 길에서 B씨를 우연히 만나 안부를 묻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A군 등을 동네 놀이터로 불러내 범행 사실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병원 치료를 받은 뒤 경찰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하지만 A군 등 3명의 처벌 수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미성년자인 관계로 소년부로 송치됐다. 형법 제9조에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고, 소년법에는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하게 돼 있다. 이들은 형사처벌을 물을 수 없는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이다. 
 
따라서 모두 열한살인 3명의 가해 초등학생들은 소년법에 근거해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 판사의 심리를 받게 된다.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사건을 송치한 것이다.
 
사건이 법원으로 송치되면 심리를 맡은 판사는 감호위탁·사회봉사·수강교육·보호관찰·소년원 송치(1개월∼2년) 등을 결정하게 된다. 가해 학생들이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벌은 ‘소년원 2년 수용’인 셈이다.  
 
아동 상대 성범죄 급증 “가해자 연령도↓” 
겁없는 10대들…초등학생 2년간 3배 증가 
 
이 사건으로 인하여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수위가 가볍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성년자에 대해 처벌을 성인과 동등하게 적용하여 나이가 어려도 죄질이 나쁠 경우 성인과 동등한 처벌을 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치게 됐다. 
 
현행 14세 미만으로 규정된 촉법소년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고치자는 소년법 개정안은 2년째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그런 사이 촉법소년이 성폭행 가해자가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한 해 300여 건씩 일어나고 있다. 2011년 224건이었던 촉법소년 성폭행은 해마다 증가해, 3년 만에 61%가 늘었다.
 

10대 청소년들이 갈수록 겁이 없어지고 성범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해 마다 10대 성폭력이 수천건에 달하면서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여중생 후배를 집단으로 성폭행 한 10대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변성환 부장판사)는 3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A(15)군과 B(15)군에게 각각 장기 3년, 단기 2년 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각각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처벌없다는 점
노리고 범행도
 
A군 등은 지난해 6월5일 오후 7시께 전주시 산정동의 한 빌라 옥상에서 C(13세)양을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군 등은 C양을 성폭행하기로 마음먹고 미리 콘돔을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만 13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윤간한 피고인들의 범죄는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게다가 피해자를 육체적·정신적·인격적으로 무참히 짓밟는 참담한 범행을 저지르고서도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보인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할 때, 비록 피고인들이 소년임을 감안하더라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8월에는 10대 2명이 가출한 또래 자매를 유인해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하며 돈을 갈취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10대들은 성매매 알선(포주)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위협한 조폭에게 다시 돈이 뜯겼다. 오모(19)군 등 2명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오군 등은 지난해 8월 가출 청소년 A(14)양과 A양의 언니(18) 등 자매를 울산의 한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했다. 이후 오군 등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A양 자매에게 성매매를 제안한 뒤 스마트폰 채팅앱 등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했다. 자매가 성매매 대가로 받은 돈 대부분은 오군 등이 강제로 가져갔다.
경찰은 “수사 결과 10대 남성이 여성 청소년의 성매매를 알선한 것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여성 청소년끼리 서로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성폭력 가해자 중 청소년이 증가하는 추세다. 학생 성폭력 사건은 2012년 642건 대비 2014년에는 142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북(10건→79건, 7.9배) ▲울산 (12건→44건, 3.7배) ▲경남(32건→104건, 3.3배) ▲제주(4건→13건, 3.3배)순으로 증가비율이 높았다.  
 
2012∼2014년 3년 동안 심의된 사건 총 2949건 중 ▲초등학교(533건, 18.1%) ▲중학교(1672건, 56.7%) ▲고등학교(678건, 23%) 등 초·중학생 사건비중이 전체 75%에 이르렀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2012년 93건 대비 2014년에는 310건으로 2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사건의 내용 또한 초등학생이 일으킨 사건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심각했다. 부산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피해 학생의 음부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사건이 있었고, 대전의 한 초등학생은 동급생의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어 다른 친구들에게 전송했으며, 인천의 한 초등학생은 유치원생 3명을 7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접하기 쉬운
음란물 원인?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기준 또한 지역별로 제각각이었다. 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해 경기 지역은 퇴학 조치가 내려졌지만, 충북 지역은 전학, 충남 지역은 사회봉사 5일, 울산 지역은 특별교육 5시간, 경남 지역은 출석정지, 제주 지역은 특별교육 10일 등 모두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행 사건 발생 후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경기, 고등학교 남학생이 모텔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퇴학 ▲충북, 중3 남학생이 학교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중2 여학생을 성폭행-전학 ▲충남, 중학생이 여학생을 아파트 상가로 강제로 끌고 가 성폭행-사회봉사 5일 ▲울산, 여관에서 술에 취해 정신없는 여학생을 성폭행-특별교육 5시간 ▲경남, 고등학생이 여학생과 게임에서 지면 술마시기 내기를 하여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강간-출석정지 ▲제주, 중3 남학생이 8세 어린이에게 휴대폰을 주고 성폭행-특별교육 10일 등이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은 “유사한 사건에 대해 어떤 학교에서는 퇴학처분을 하는 반면 어떤 학교에서는 출석정지, 교육이수 처분에 그치는 등 징계 기준이 제각각인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비슷한 또래 겁주고 단체로 포주노릇

넘쳐나는 소년원…촉법소년은 면죄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2013∼2014년 두 해 동안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총 2247건으로 하루 평균 3.1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는 848건이던 성폭력이 2014년에는 1399건으로 1.6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처럼 청소년 성범죄가 날로 지능적이고 흉폭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청소년들의 강력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합당한 처벌로 경각심을 줘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재범 가능성이 더 커 별도의 처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범죄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처벌이 아닌 예방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에 필요한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며 “포기하지 말고 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처벌 뒤에 이어지는 ‘낙인’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청소년 성범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청소년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이들 첫 성교육 선생님이 되는 셈이다. 음란물로 그릇된 성 가치관을 형성한 아이들이 조기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학생 10명 중 6명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중·고등학생의 휴대폰 보유율은 90%를 웃돌았다.
 
솜방망이 처벌
재발방지 미흡
 
성교육 상담센터 이현숙 소장은 “음란물은 대부분 성폭력 상황이 설정되어 있고 영상 속 여성이 피해를 당하면서도 좋아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왜곡된 성 가치관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며 “강간을 수용하는 정도가 높아지면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지 않거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소년 성범죄' 최다 발생 지역은?
 
최근 5년간 만 15세 이하 아동·청소년 성범죄는 제주와 광주·전남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아동·청소년 성범죄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제주 68.33건, 광주 40.17건, 전남 38.33건, 전북 33.77건 등의 순으로 발생했다. 
 
사건 발생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로, 제주보다 6.11건이 적다. 2011년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어난 성범죄는 1만4117건으로 드러났다. 연도별로는 2011년 2709건, 2012년 2987건, 2013년 3270건, 2014년 3145건이 발생했으며, 2015년 8월까지 2006건이 발생했다. 
 
아동 성범죄 발생 비율 역시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로 인구 10만 명당 22.2건이 발생했다. 이는 전국 평균 10.21건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어 전남 15.18건, 울산 13.79건, 광주 13.45건, 전북 13.02건 등의 순이었다. 발생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충북으로 7.88건이었다. <창>
 
 

<기사 속 기사> ‘군 성범죄’ 추이
 
군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사건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21일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군 성범죄 사건’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군인에 의한 성폭력범죄 기소 건수가 2.8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1.4배 증가했고, 군형법상 강간·추행죄로 기소된 건수도 5.5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군내 성적 문란행위 징계 현황’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간부의 군내 성적 문란행위 징계 건수 증가율은 47%로 일반 병사의 증가율(37%)보다 높게 나타났다. 군별로는 육군 간부가 50%, 해군 간부가 13%, 공군 간부가 88%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공군 간부의 경우 2013년에 전년 대비 125%나 증가했다. 일반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간부들이 오히려 성범죄 사건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서 의원은 지적했다.
 
앞서 국방부는 군의 성 군기 문란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자 2013년 ‘성 군기 사고예방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성 군기 사고 예방활동 지침’, 올해는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등을 내놨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군 성범죄를 줄이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