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박근혜정부 폭풍사정 막후

위기의 영일만 친구들 '아~옛날이여!'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경북 영일·포항 출신의 공무원(5급 이상) 모임인 '영포회'는 지난 정권 당시 청와대를 비롯해 정·재계의 요직을 꿰찼다. 영포회와 가까우면 권세를 누렸고, 일부는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 그 정점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실세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진용을 꾸렸다. 정권이 바뀌고 3년차가 돼서야 영포회에 대한 사정작업이 재개됐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다. '영일만 친구들'을 함께 불렀던 이들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SD(이상득 전 의원)까진 가지 않겠어? 모르지. 중간에 나도 모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자세한 건 지켜보자고."

지난 4월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 수사의 향배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3월30일자 '표적수사설 포스코 사정 난항 막전막후'란 기사에서 포스코 수사가 시작된 경위를 알린 바 있다.

이상득 조준
포스코 사정

포스코에 대한 사정작업은 올 1월 초 시작됐다. 사실상 BH(청와대)가 내린 하명수사다. 핵심 의혹 가운데 새로운 것은 없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벌이기 위한 구실 찾기에 골몰했다.

이 와중에 포스코 동남아사업단 부실 감사 결과가 검찰에 포착됐다. '정준양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던 내부 인사는 검찰 및 신문기자와 접촉했다. 유명 언론매체가 취재에 들어가자 포스코가 '억대 인사'를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검찰은 이번 수사 초기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통해 이상득 전 의원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양정(정준양·정동화)으로 향하는 '인의 장막'은 생각보다 두터웠다.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지름길'로 삼았던 동양종합건설에 대한 수사 역시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당초 검찰은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을 수사해 이 전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배 전 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났다.

지난 정권 당시 검찰이 묵살한 정 전 회장의 배임 의혹이 새로운 것 마냥 언론에 터져 나왔다. 검찰 안팎에서 '무리한 수사' '뒷북 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수사 선상에 오른 10여개의 하청업체 대표는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닫았다.

지난 8월 무렵 'SD'라는 이름이 언론사 사회면에 등장했다. 애피타이저보다 메인요리가 먼저 나온 격이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된 후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가 돌연 '이상득 카드'를 꺼냈다. 수사 방향을 돌리자 물꼬가 터졌다.

경북 영일·포항 출신들 나란히 수사선상
포스코 수사로 물꼬…이상득 소환 초읽기

검찰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과 티엠테크 간 부당거래를 적발했다. 티엠테크는 이 전 의원의 측근 박모씨가 대표를 역임한 회사다. 박씨는 정 전 회장의 취임과 함께 티엠테크 지분을 매입해 수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또 처가쪽 인척을 동원해 10억여원의 임금을 챙겼다. 이 중 일부는 이 전 의원에게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의 계좌를 확인하는 한편 이 전 의원과 관련된 자금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검찰은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또 다른 축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연루된 '보은 인사' 의혹이다. 지난 2009년 포스코 회장 자리를 놓고 정 전 회장과 갈등을 빚은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은 이달 초 비밀리에 검찰에 소환됐다.


윤 전 회장은 박 전 차관으로부터 직접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전 차관은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 관계자들과 만나 "정준양을 회장으로 뽑으라"라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박영준과 만나려면 수천만원을 준비해야 한다"라는 소문이 돌았다. 또 박 전 차관이 몇몇 이권에 개입했다는 투서도 돌았다. 여러 정황상 박 전 차관은 잠재적인 수사대상으로 지목된다. 또 소문의 진위와는 별개로 박 전 차관은 이 전 의원의 '분신'을 자처해왔던 만큼 검찰 소환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검찰 입장에서 포스코 사정은 언론플레이만 잘하면 실패할 수 없는 수사다. 사건에 연루된 정치권 이해관계자가 많은 탓이다. 보은 인사 의혹은 이사회 당시 의결권을 갖고 있던 안철수 의원을 겨눌 수 있는 꽃놀이패다. 포스코 협력사와 결탁해 금품을 전달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 역시 검찰 소환이 불가피하다. 이 의원은 포항에서만 4선을 한 중진의원이다.

고개 숙인
영일만 친구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팬클럽 MB연대도 수사대상이다. MB연대 대표 한모씨가 대표로 있는 청소 용역업체 E사는 티엠테크와 유사한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 받아 이득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키맨'들의 혐의가 하나둘 벗겨지면서 유보를 거듭했던 정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재검토되고 있다.

최근 사정기관 관계자는 포스코 수사가 "이 전 의원과 영포회를 노린 기획수사"라고 말했다. 수사 핵심 증인을 보호해가며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검찰은 수사 착수 6개월여 만에 '영일만 친구들'을 사면초가로 내모는 데 성공했다. 수사가 지연되면서 탈도 많았지만 소기의 성과는 이뤄냈다는 평가다.

단 현 수사팀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까닭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껏 나온 것 외에 큰 건이 몇 개 더 있는데 할지 안할지는 다음 수뇌부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귀띔했다. 힘을 잃은 김 총장 대신 포스코 수사와 관련한 주요 '사인'은 청와대에서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막을 올린 대한체육회 수사는 영포회 사정의 연장선에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 보조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의 실질적인 타깃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6월10일자 '<단독> 검찰, 문체부-대한체육회 갈등 내사 왜?'라는 기사에서 검찰의 사정 움직임을 전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 내사는 체육단체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권력다툼이 빌미가 됐다. 정부 및 여당의 시각에서 대한체육회는 포기할 수 없는 '표밭'이다.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대한체육회는 선거를 앞두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직이다.

바꿔 말하면 대한체육회 수사는 김 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신뢰가 바닥났음을 의미한다. 김 회장은 동지상고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과 동창이며, 영포회의 일원으로도 알려졌다. 체육계 관계자는 "김 회장의 옷을 벗기고 믿을만한 친박 인사를 대한체육회 수장에 앉히려는 속셈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포스코 판박이
농협중앙회 수사

농협중앙회에 대한 수사도 가속이 붙었다. 검찰은 'MB맨'으로 분류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을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3일 검찰은 서울 충무로의 한 인쇄업체를 압수수색해 농협중앙회와의 거래내역 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최 회장의 측근인 손동우 전 경주 안강농협 이사가 해당 업체에 발주 물량을 몰아준 뒤 뒷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농협물류의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손 전 이사를 구속했다. 검찰은 손 전 이사를 통해 최 회장의 비리를 들춰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실제 시중엔 농협의 대형 공사 발주와 관련한 범죄 첩보가 나돌고 있다. 최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이 연루됐으며, 한 방송사가 취재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 회장은 올해 말 임기를 마치고 자신의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총선 출마를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함께 공천은 물 건너 간 모습이다.

민영진 전 KT&G 회장에 대한 수사도 영포회 사정의 한 갈래로 여겨진다. 검찰 관계자는 "최 회장과 민 전 회장 모두 MB때 사람인데 VIP 입장에선 곱게 보일 리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체육회·농협·KT&G 동시수사…영포회 타깃
총선 앞둔 TK연합 SD 공천비리 '만지작'

검찰은 지난달 13일 KT&G 협력업체 3곳의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의 몸통으로는 민 전 사장을 직접 언급했다. "협력업체가 만든 돈이 민 전 사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민 전 사장이 자회사를 인수·운영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시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7월29일 KT&G 사장직에서 사퇴했다.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의 칼날은 모두 '영포라인'을 향하고 있다. 정치성향으로 보면 친이계다. 같은 경북 출신이라도 범대구권(친박계)과 범포항권은 결이 다르다. 때문에 이번 수사는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친박계가 친이계를 손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유는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유력하다. 포항 일대의 패권을 쥐고 있는 영포회를 공격해 그들이 선거에 나서거나 도움을 줄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포항 패권의 맨꼭대기에는 MB, 바로 이 전 대통령이 있다.

박근혜정부의 이번 MB사정은 유착 구조에 초점을 맞췄던 '방산비리'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현직 국회의원을 직접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연루된 공천비리와 관련한 내사를 끝냈다. 경북 지역 현역 국회의원 A가 내사망에 걸려들었다.

A의원은 포스코와도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지난 정부 당시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이 경북지역 각 지역구를 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A의원으로부터 수억원의 공천헌금을 챙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지역구 조정 과정에서 낙오한 일부 현역의원은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청와대는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 다수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유하자면 모와 정을 들고 박힌 친이계를 빼내야 하는 처지다. 대통령 퇴임 이후가 걸린 선거라 청와대로서는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시형(이 전 대통령의 아들)씨가 이사로 있는 다스(DAS)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흘러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명박 실소유주' 의혹이 불거진 다스는 포스코보다도 수사의 난이도가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리하게  들어갔다가는 역풍을 맞게 될 우려가 있다. 한식 세계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를 겨눈 수사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친이계 빼고
친박계 점령

야권이 고삐를 쥐고 있는 4대강·자원외교 비리는 이번 사정작업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이 주도한 모양새라 현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사라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린 정용욱씨의 소환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정씨는 지난 2011년 최 전 위원장을 대신해 억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해외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정씨의 강제 구인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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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