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사랑을 그리는 화가 이수동

"보는 사람이 행복한 그림 그려요"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지난 11일부터 이수동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사랑, 다시피다'이다. 동화적 화풍으로 잘 알려진 이 작가는 순박한 사랑의 순간을 자연과 조화시켜 초자연적인 세계로 풀어낸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서양화가 이수동의 개인전 '사랑, 다시피다'가 지난 11일부터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전시 중이다. 이 작가는 드라마 <가을동화>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인기 작가다. 극중 남자 주인공인 송승헌은 이 작가의 작품을 소품으로 활용했다.

초자연적 풍경

이번 '사랑, 다시피다'에서 이 작가는 극대화된 꽃과 나무 형상을 이용해 인간이 느끼는 사랑과 행복을 표현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길상은 내면의 울림을 확장했다. 시공을 초월한 듯 신비로운 이미지는 세대를 넘나든 공감을 이끌어냈다.

작품 속 아기자기한 정원은 고결한 사랑이 머무는 작가의 이상향이다. 칠흑 같은 어둠도 차가운 눈발도 사랑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식힐 수 없다. 작가는 한결같이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해 따뜻한 감성을 친근한 이미지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순백의 구름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관객을 반긴다. 백사장에 서있는 한 남자는 수줍음을 머금고 여인에게 꽃다발을 건넨다. 동화적 화풍으로 잘 알려진 이 작가는 자신이 꿈꾸는 사랑의 단면을 화폭에 담았다.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 그는 "우리에게 사랑만큼 애틋한 감정이 있을까"라며 질문을 던진다. 의자 하나 놓인 빈 방에도 사랑이 샘솟는다.


꽃잎이 흐드러진 오후, 자작나무 숲에서 마주한 연인은 우리가 그렸던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이다. 작가는 충만한 상상력을 자연과 조화시켜 초자연적인 세계를 완성했다. 마치 사랑에 대한 시를 쓰듯 그림을 그려나가는 이 작가는 각각의 작품에 각주를 달고, 생명을 불어넣었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어휘 선택은 이 작가가 가진 장점 가운데 하나다.

에비뉴엘 아트홀 '사랑, 다시피다'전
아기자기하면서 동화 같은 화풍 눈길

이 작가는 어느덧 나이 60에 가까워진 중견화가다. 슬럼프가 있을 법도 하지만 한눈팔지 않고 오직 그림에만 집중했다. 서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화법을 간직한 그다. 화려하진 않지만 풍부한 색감을 구사하며, 조형을 오밀조밀 배치해 관객이 그림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림이 쉽고 단순해 공감 가능한 폭이 크다. 이 작가는 "그림은 나를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위해 그리는 것"이란 철학을 갖고 있다. 주된 메시지는 관객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가의 그림은 미술시장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반면 '그림이 다소 가볍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귀여운 그림' '잘 팔리는 그림'임은 분명하다. 국내외 전시나 아트페어에서 '이수동표 그림'은 언제나 완판이다.

감성적이며 온기 가득한 그림을 본 시장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이 작가가 작업한 그림 에세이집 '토닥토닥 그림편지'(2010), '오늘 수고했어요'(2013)의 성공은 관객과의 꾸준한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업이 달력, 사보, 잡지 등 출판물을 만들 때면 이 작가의 작품을 찾는다. 화장품이나 멤버십카드, 주방세제 디자인에도 이 작가의 그림이 쓰인다. 온라인에 유통된 이미지 가운데는 이 작가의 작품이 상당수다. 젊은 세대 가운데는 마니아를 자처한 관객이 여럿이다.


순수한 시전

이 작가의 그림에는 늘 인간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각박한 현실에서 이 작가는 좌절하지 않고 성공을 일궜다. 사랑을 향한 순수한 시선은 탁해지지 않았다. 이번 개인전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오는 10월6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이수동 작가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28회 (1990∼2014, 노화랑·갤러리송아당)
▲이수동의 드로잉 이야기전 (2010, 갤러리송아당)
▲코리아 아트쇼 (2011, 미국 뉴욕)
▲화랑미술제 14회 참가(1993∼2008, 예술의전당·부산 BEXCO)
▲호주 멜버른·시드니 등 아트페어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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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