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①정가 거물들 한가위 프로젝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국민들은 가족들과 휴가계획 세우기로 분주한 반면, 정치인들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계획 세우기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속칭 ‘잠룡’이라 불리는 여의도 거물들은 지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릴 ‘묘책’ 강구로 고심 중이다.

 

명절은 정치인들에게 모처럼 찾아오는 기회의 장이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사(國事)’를 논하는 자리에 정치인의 이름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명절인 한가위에는 그 효과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박근혜 대통령
UN총회 참석

박근혜 대통령이 UN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국내 이슈를 독점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5~28일까지 UN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따라서 대통령의 추석일정은 해외에서 보낼 것으로 결정됐다.

‘UN창설 70주년’을 맞아 미·중·러 등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7번째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핵심은 북핵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중국·일본 등 환태평양지대 국가들과 미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동의를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조사한 ‘대통령 직무수행평가’를 보면 북한의 지뢰 도발에 이은 ‘남북 고위급 회담’ 공동 협의문 발표가 있었던 지난 8월 4주차에 지지율이 34%에서 49%로 상승했다. 그 여파로 9월 1주차도 49%에서 54%로 5%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2주차에 들어서 4%포인트가 빠진 50%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추석을 앞둔 3주차에서는 50%로 변동 없이 유지됐다.

특별한 외풍 없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점에서 북한 도발로 인한 지지율 거품이 꺼진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UN총회 방문이 다시 상승곡선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해외로 떠남에 따라 추석을 기점으로 국내 정치인들의 행보가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거물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정가 빅4]
김·유·문·안


‘정가의 빅4’는 다사다난한 추석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4월경으로 예정된 제20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공천 룰에 대한 계파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대비해 지역에서 민심잡기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장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근 친박계로부터 전방위 파상공세를 받고 있다.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는 지난 16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4선이 될 친박 의원 중 차기 대선에 도전할 사람이 있다”며 “충청에도, 영남에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가에서는 충청은 반기문 UN사무총장, 영남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지목한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이어서 지난 17일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회의 자리에서 김 대표를 향해 “정치생명을 걸고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겠다더니, 그게 어려워진 마당에 어떻게 할 것인지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공천 룰에 대해 친박계 좌장이 지적한 것이라 파장이 컸다. 회의가 끝난 후 김 대표는 ‘서 최고위원의 오픈프라이머리 대안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는데 더 이상 무슨 입장을 밝히나”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최근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둘째딸과 결혼한 사위의 마약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당내 입지에 타격을 입은 김 대표는 친박계의 공격까지 받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추석연휴를 전후로 정면돌파를 실시할지 아니면 로우키 전략을 고수할지 결정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언론은 ‘K-Y라인’에 대해 다시 조명하고 있다. 김 대표의 수난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가중됐다는 것이다. 반대로 유 전 원내대표 입장에서도 김 대표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TK(대구·경북) 물갈이론’이 정가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유 전 원내대표와 소위 ‘유승민계’로 통하는 TK지역 의원들은 내년 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 7일 박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하면서 청와대 측근들의 TK 출마설이 정가를 뒤덮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UN 총회 참석, 추석민심 변곡점?
정가 빅4 김·유·문·안, 총선 ‘늪’ 탈출작전


윤 특보는 앞서 김 대표의 대선 관련 발언 후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내년 총선 공천은 청와대가 주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주는 것”이라면서 “현지 분위기는 매우 힘든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해 파장이 예상된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전 방위 압박에 추석을 전후로 유승민계가 모여 대책 모의에 들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재신임투표 결과에 따라 극과 극의 추석연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는 승부수를 던져놓은 상황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16일 측근들을 만나 오는 23일 또는 24일 재신임 문제를 마무리하자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한다.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 재신임투표를 통해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매듭짓고 총선과 대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재신임투표는) 버튼만 누르면 될 정도로 준비돼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반면 비주류계 인사들은 투표를 반대하고 있어 재신임투표 이후의 상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일찍이 문 대표가 ‘재신임을 받겠다’는 입장을 보인 직후부터 반대의사를 피력했던 터라 투표결과에 따라 거취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7일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의 행보에 대해 “(문 대표는) 거취에만 관심이 있지 혁신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말보다 행동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비판한 바 있다.

야권 신당 창당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안 전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천 의원은 “야권, 나아가 한국정치 전반을 재구성해야 한다”며 안 전 대표에게 합류를 요청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합류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지금의 혁신위로는 당을 살릴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는 실정이다.

[관가 빅2]
박원순·이재명

문 대표와 함께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서울시청 국감에서 새누리당 관련 상임위원들은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 논란에 대해 집중 추궁하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국감장에서 “이것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힘들겠나. 그야말로 ‘박원순 죽이기’라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리얼미터’가 지난 17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의 지지율은 전 주 대비 2.5%포인트 하락한 14.2%로 나타났다. 순위에서도 문 대표에 밀려 한 계단 내려앉은 3위를 기록했다(1위 김무성, 2위 문재인).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이지만, 박 시장은 지금까지의 행보처럼 민생 살피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 시장은 추석연휴인 오는 28일 서울의 민생현장을 돌며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짐은 물론 교통·안전과 관련된 기관들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관가 빅2 박원순·이재명, 민생과의 스킨십↑
총선 빅2 김문수·오세훈, 지역 다지기 올인


박 시장이 ‘천막농성장’ ‘사회적 기업’을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홈플러스 합정 입점을 반대하는 천막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마포구 합정역 현장을 찾을 예정이며, ‘경제민주화 국민본부’ 주관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거리 청책회’에 참석해 의견을 청취하고 대화를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에덴데코’를 방문해 직원들과 추석 덕담을 나눌 계획이다. 에덴데코는 북한이탈주민의 적응을 위해 설립·운영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기관 직원들을 격려하는 일정도 포함돼 있다. 같은날 ‘추석 교통특별방송’ 진행 근무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시청 1층에 마련된 ‘추석연휴 종합상황실’에 들러 의견을 청취하고 근무 직원들을 격려한다. 공관 인근에 위치한 혜화경찰서도 방문, 경찰들과 전·의경을 격려하는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최근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이재명 성남시장 또한 박 시장처럼 민생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이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성남시와 ‘분당우리복지재단’이 생필품 후원에 관한 협약식을 가짐으로서 본격 추석행보를 위한 예열에 들어갔다.

그는 전통시장 찾기, 귀성객 환송 등의 일정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은 지난해 ‘남한산성시장’과 ‘요양시설’ 방문 등을 방문해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린 바 있다. 또한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을 방문해 귀성객 환송을 한 바 있으며, 그 외에도 소방서·지구대 등을 방문해 근무자들을 위로했다. 추석 일정에 맞춰 대대적인 ‘성남시 나들이’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 빅2]
김문수·오세훈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추석도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둘 다 20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당선을 위한 지역 다지기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같은 당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대구 수성갑 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려오는 풍문이 김 위원장의 출마에 우호적이지 않아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력이 있는 이상돈 중앙대학교 법대 명예교수는 대구지역 공천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눈밖에 났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지난 17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라며 “김 위원장이 거기(대구)서 공천받기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현재 대구의 대부분 지역에 청와대 측근들이 대거 몰려올 것이란 예상이 중론인 가운데 김 위원장은 지역민심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출마할 뜻을 밝힌 오 전 시장은 추석을 맞아 대대적인 지역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선 상대로 예상되는 인물이 같은 원외 거물급으로 분류되는 박진 전 의원이여서 추석을 전후로 민심 파악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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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