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와 캐디의 미묘한 관계 해부

어떤 캐디가 좋은 캐디인지 정답은 없다

지난 7월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경기 중 최나연이 그린에서 직접 홀에서 깃대를 빼서 들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의 초보 캐디는 언제 핀을 뽑아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던 듯했고, 보스가 핀을 빼자 당황한 듯 달려와 깃대를 받아갔다. 최나연은 경험 없는 캐디 때문에 고생한 것처럼 보였는데 우승 후에는 “새 캐디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골프 선수의 캐디 교체는 투어의 일상
선수 성장 단계에 적합한 캐디 필요해

헤어질 때는 다소 잡음
멋진 이별 사례도 많아

최나연은 올해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도 캐디를 칭찬했다. 마지막 라운드 17번 홀에서 나뭇가지를 치울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았고 그 홀에서 파 세이브를 하면서 우승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최나연과 존스
유소연과 허든

그 캐디 데이비드 존스는 최나연이 2013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할 때 처음 만났다. 유럽 2부투어에서 뛴 선수 출신으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 대한 공략법을 최나연에게 알려줬다. 이후 최나연이 삼고초려로 모셔온 캐디였다.
그러나 아칸소에서 우승할 때는 새로운 캐디였다. 최나연의 매니저는 “존스가 북아일랜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돌아가겠다고 해 새로운 캐디를 구했다”고 했다. 존스는 지금 전인지의 캐디가 됐다. 최나연과 존스가 같이 일을 하지 않게 된 이유는 반드시 가족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신지애도 비슷한 일이 있다. 2008년 경험이 거의 없던 신지애의 가방을 메고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을 돕고, 세계랭킹 1위로 이끈 캐디 딘 허든과 2011년 헤어졌다. 당시 허든이 호주에 있는 노모의 병환 때문에 캐디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허든은 곧바로 유소연의 가방을 메고 US오픈 우승을 도왔다. 신지애와 이별한 이유가 반드시 어머니의 병환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후 허든은 한국선수 전문 캐디가 됐다. 놀랍게도 유소연과 US오픈 연장전을 치러 패한 서희경의 가방을 멨고, 그가 출산으로 자리를 비운 동안 장하나의 가방도 챙겼으며 최근 전인지의 US여자오픈 우승도 도왔다.
신지애나 최나연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캐디를 갈아 치우고 해고 사유를 둘러댔다고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골프 선수가 캐디를 바꾸는 것은 투어의 일상이다. 캐디와 오랫동안 지내며 우정을 쌓는 것은 미담이지만 바꾸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캐디가 선수를 해고하는 일도 잦다. 돈을 더 많이 벌게 해줄 수 있는 선수를 찾아 떠나는 일도 다반사다.
또 선수들이 캐디와 만나고 헤어지는 이유를 정확히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 최나연과 신지애의 경우 실제로 캐디가 “가족에게 돌아가겠다”라고 하고, 다른 자리를 알아봤거나 미리 제의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캐디와 선수와의 관계는 미묘하다. 캐디가 너무 말이 많아도 문제라고 선수들은 생각하고 말이 없어도 문제다. 선수의 기분을 살피면서 침묵해야 할 때 입을 닫고 필요할 때 기를 살려줘야 하는데 필요할 때가 언제인지의 기준은 말 그대로 선수 기분에 따라 다르다.
선수들은 캐디의 역할이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불만이다. 역시 모두가 공감할 객관적 기준은 없다. 캐디의 실력이 형편없으면 당연히 안 되지만, 지나치게 실력이 뛰어나도 선수의 독자적인 판단능력이 줄어드는 것 같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실을 냉정하게 얘기하는 캐디가 좋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으며 반대로 컨디션에 따라 거리를 짧게 혹은 길게 불러주는 등 융통성이 있어야 유능한 캐디로 보는 사람도 있다. 결론은 어떤 캐디가 좋은 캐디인지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유능한 캐디
최고의 선수

프로전향 시기가 점점 어려지기 때문에 선수의 성장 단계에 따라 그에 맞는 캐디가 필요하다. 어린 선수에게는 노련한 캐디가 좋지만 경험이 쌓이고 독자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 기가 센 캐디와 함께 있으면 충돌이 일어난다.
캐디를 바꾸면 기분이 새로워지고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신지애는 2012년 킹스밀에서 경험이 별로 없고 체격이 작은 캐디를 처음 데리고 나왔다. 덩치 큰 딘 허든이라는 방패 없이 신지애가 야전사령관이 되어 처음 맞는 경기였다. 신지애는 그 때 폴라 크리머와 9홀 연장전을 치러 이겼다. 캐디의 실수가 몇 번 있었지만 신지애는 오히려 더 잘 했다. 그 다음 주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신지애는 그 강한 바람을 뚫고 9타 차로 우승했다.

왓슨과 에드워즈
최고 감동스토리

캐디 교체는 순기능이 많다. 그래도 헤어질 때는 자연스럽게 조용히 헤어지는 것이 좋다. 최근 PGA투어 캐나디언오픈에서 로버트 앨런비와 그의 캐디가 시끄럽게 헤어졌다. 라운드 도중 캐디가 해고되고 자원봉사자가 가방을 메야 했다. 클럽 선택에 관한 의견 다툼이 이유였다. 대다수의 갈등에서 그러듯 양쪽 주장이 달랐는데 한 조에서 이를 목격한 다른 캐디는 앨런비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캐디는 약자다. 선수를 비난했다가 찍히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 우승 한 번에 1억원 넘게 버는 요즘 PGA투어 캐디는 매우 짭짤한 직업이다. 그 동네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공개적으로 선수를 비난한 것을 보면 앨런비가 인심을 많이 잃은 것으로 보인다. 앨런비가 경기 중 캐디를 바꾼 일이 네 번째라는 얘기도 나왔다.
앨런비는 올해 초 하와이에서 납치 폭행, 강도를 당했다고 주장한 선수다. 보도를 보면 그 캐디는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는 앨런비를 보호하려 애쓰는 인상이었다. 그런 그가 경기 중간에 쫓겨났다.
멋지게 헤어진 경우도 많다. 최경주는 2011년, 8년간 함께 한 캐디 앤디 프로저를 자신의 재단 자선행사에 초청해서 포옹하며 “나의 가족이자 형님이었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둘 사이의 관계가 항상 100점짜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헤어질 때는 감동적이었다.
신지애는 2012년 킹스밀부터 함께한 캐디와 최근 헤어졌다. 역시 프랑스에 있는 가족과 함께 있기 위해 돌아간다는 이유였다. 캐디와의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동안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3년 가까이 지내며 갈등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한 첫 대회와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진한 추억을 만들었다.
톰 왓슨이 선수를 시작하면서 함께한 캐디 브루스 에드워즈의 이별이 가장 감동적이다. 왓슨이 나이가 들어 성적이 부진하자 에드워즈를 당시 최고 선수인 그레그 노먼이 불렀고 에드워즈는 가고 싶어 했다.
왓슨은 “최고 캐디는 최고 선수와 함께 있어야 빛을 발한다”면서 보내줬다. 그러나 에드워즈는 돌아왔다. “자신의 샷에 대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보스를 모실 수 없다”면서다. 에드워즈는 얼마 후 루게릭병에 걸렸다. 부진하던 왓슨은 갑자기 멋진 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에드워즈는 2004년 마스터스 기간 중 세상을 떠났다. 왓슨은 눈물을 흘리면서 샷을 했고 관련 재단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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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