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상장된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들은 스타들의 화려한 명성을 업고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소속 연예인들이 흥행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새로운 스타를 영입하면 주가도 덩달아 급등하기도 한다. 하지만 화려한 명성과 달리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만성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엔터주의 실상을 파헤쳐 보았다.
비 주식 매도 후 제이튠 주가 급락
투자자들 ‘배임죄’적용 고소 움직임
가수 비가 소속사인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이하 제이튠) 지분을 전부 처분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비는 2007년 9월에 제이튠의 주식을 처음 산 뒤 2008년 7월까지 지분율 13.7%에 해당되는 577만주를 확보했다. 그 후 2009년 6월부터 지분을 조금씩 팔았고 지난 6월30일 나머지 보유분을 모두 처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제이튠 주가는 280원으로 떨어졌고 지난 7월16일에는 250원이 됐다. 제이튠의 주가는 비가 대주주가 된 2007년 9월에 1800원 수준에서 한 달 뒤엔 5300원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후 하락하다가 지난해 11월 1700원 수준을 맴돌다가 재하락, 비가 자신의 지분을 전량 매도하기 직전에는 320원대로 떨어졌다.
비의 주식 매각 소식에 제이튠 소액 주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비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를 배임죄를 적용시켜 고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 비를 배임혐의로 고소하는데 뜻을 함께 할 투자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 7월16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가수 비(정지훈)의 배임죄 혐의 여부를 수사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오기도 해 이번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네티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연예인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가진 회사의 경우, 그 연예인의 인기의 강도나 기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주가흐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예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비가 제이튠에 벌어다 줄 수입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톱 가수들은 수익의 80~90%까지 가져가지만 비는 70%만 갖는 등 소속사를 배려했다”고 말했다.
제이튠 소액주주들
청와대 홈피에 청원
금감원은 지난 7월16일 비가 계약금·용역비를 받은 것과 지분을 처분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계약금과 용역비 산정은 제이튠의 대표이사가 하는 것인데 비는 대주주지만 대표이사가 아니라 직접 관련이 없다는 판단이다.
비는 제이튠 투자를 통해 20억원 가량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의 주식 매각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항의했다.
비를 보고 투자했다 손해를 본 주주들은 “매출보다도 더 많은 돈을 받은 비가 경영에 참여해 주주 권익을 보호하겠다던 약속까지 어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과 기획사가 주식시장에서 논란이 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한 상당수의 연예기업들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영화사, 연예기획사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각종 논란에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려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관련 연예인들의 이미지 실추마저 우려된다.
2007년 당시 최대 기획사 팬텀엔터테인먼트는 주가 조작 등이 적발돼 결국 퇴출됐다. 한 코스닥업체는 주식회사 ‘이영애’라는 기획사를 만든다고 허위 공시했다 문제가 됐다. 지난해 말 이후에는 유명 연예관련 기업인 초록뱀미디어, IHQ, 디초콜릿이티에프(이하 디초콜릿) 등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팬텀 주가조작 적발
퇴출되기도
초록뱀미디어는 <주몽>, <지붕뚫고 하이킥> 등을 제작했다. IHQ는 전지현을 비롯해 내로라 하는 유명한 연예인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기업이다.
디초콜릿은 강호동, 유재석, 고현정, 신동엽 등 유명 스타들이 포진한 코스닥 기업으로 한국 최고의 MC들이 군웅할거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기업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소속된 데다 <황금어장>, <패밀리가 떴다> 등 지상파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하며 이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져갔다.
그런데 지난해 개그맨 신동엽이 소속사인 이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다 실패했다. 이후 회사는 IHQ 등을 상대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최근엔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으로부터 가압류 처분을 받아 강호동과 유재석에게도 지난 두 달간 출연료를 정산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주제작하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손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서부지검은 디초콜릿의 옛 경영진들이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해 수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상장한 상당수 연예기업들 문제 발생
한류에 찬물 끼얹어…이미지 실추도 우려
그렇다면 이런 논란은 왜 계속 발생하는 것일까.
연예관계자들은 연예관련 사업이 가내 수공업식 운영에서 기업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투자가 몰리며 눈먼 돈이 많았고 경영진 조차 주인의식을 가지지 못했다”라며 “이제는 체계를 세워 회사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예산업의 경우 소속 연예인의 변동이나 인기에 따라 주가 변동이 큰 만큼 투자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장기업이 된 이후에도 연예인 의존도가 높으면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연예관련 기업에서 횡령 등의 사건이 줄이어 등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연예인 이름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의 내용을 들여다 봐야한다는 충고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주는 기업규모가 작다 보니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일부 세력의 움직임이나 루머에 따라 출렁이는 경우가 큰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인기 연예인을 앞세워 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춰가려던 연예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화 과정서 문제 발생
“심사 엄격해야”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가치와는 무관한 특정 연예인의 지분출연 소식이나 특정영화의 흥행 소식 같은 단기성 호재에 영향을 받아서 투자하는 것은 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연예기획사들은 대부분 인수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한 만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의 심사도 보다 엄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