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김미화와 KBS간의 공방이 지난 7월19일 김미화의 기자회견으로 더욱 치열한 양상을 띠게 됐다. “억울하다”는 김미화에 대해 KBS는 “사과 없이는 법적 대응을 철회할 뜻이 없다”고 계속해 강경 자세다. 김미화와 KBS간의 ‘블랙리스트 고소싸움’의 쟁점 세 가지를 짚어 보았다.
KBS, “특정연예인 금지 목록 블랙리스트 없어”
김미화, “트위터 글은 푸념, 죄라면 수갑 찰 것”
<쟁점 하나> 블랙리스트 있나?
김미화는 기자회견에서 출연금지 문건,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대해 지난 7월5일 KBS 예능제작국 PD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란 제목의 KBS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김미화는 이 문서의 내용 중 ‘내레이터 선정위원회 구성관련’이란 제목의 글에서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임’이란 문단에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두고 “이 내용 때문에 기피인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미화는 이 자리에서 “KBS 노조에서 성명서를 통해 문제 제기한 이 문서 때문에 내가 기피인물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제 이마에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 제발 거짓말이라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비참한 심경을 담아 짤막한 글로 트위터에 하소연했는데 그날 바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라고 설명했다.
김미화는 이어 “제가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이후부터 제게 ‘정치하는 연예인’이란 멍에를 씌우기 시작했다. 저는 단연코 한 번도 정치권에 기웃거린 사실이 없다. 제발 저를 코미디언으로 살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는 특정 연예인에 대한 출연금지 목록이 없다고 반박한다. 또 ‘임원회의 결정사항’ 문서는 심의실 방송 모니터 지적 사항을 지역국 등에 전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정리한 문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KBS 심의실은 “방송출연 규제심사위원회 제6조에 따라 위법 또는 비도덕적 행위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이상민, 곽한구, 강병규, 서세원, 나한일 등 18명은 출연정지 명단에 올랐다”고 밝혔다
<쟁점 둘> 명예훼손에 해당될까?
KBS는 지난 7월6일 “김미화씨가 근거 없는 추측성 발언으로 KBS 명예를 훼손했다”며 영등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미화는 지난 7월14일 “19일 경찰 조사를 받을 것이다”며 “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 것이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KBS는 김미화가 공식사과를 하지 않는 한 형사고소를 취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만약 김미화가 기자회견에서 ‘KBS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KBS에 사과를 할 경우, 이번 논란과 관련 KBS는 ‘승리’와 함께 향후 ‘블랙리스트’ 사안이 또 다시 불거질 경우에 대비한 전례를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미화는 기자회견에서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답답한 심정을 일기처럼 트위터에 올린 짤막한 글 하나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왔다”며 “어느 날 KBS에 제가 출연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적어도 물어볼 수 있는 권리 정도는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미화는 더불어 KBS 임원들에 대해 “예의를 갖추라”며 “임원 여러분들이 연기자의 밥줄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셔서 연기자를 그렇게 함부로 대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만약 제가 그날 트위터에 올렸던 저의 개인적인 푸념이 대한민국에서 죄가 된다면 기꺼이 수갑을 차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더불어 “다만 이번 사건에 있어서 저에 대한 명예훼손부분, 송사에 소모되는 정신적, 금전적 피해와 소모적 논란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혼란에 대한 책임은 KBS 임원 여러분께 있다고 본다”라고 이번 논란의 책임에서 KBS가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밝혔다.
사과를 기대했던 KBS는 이날 김미화의 기자회견 직후 “사과를 안 해서 유감이다”며 법적 절차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미화의 변호를 맡은 정연수 변호사는 명예훼손이 되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블랙리스트라는 문서 존재 여부가 아니라 특정 연예인에 대한 출연 규제 의혹이 문제다”면서 “블랙리스트 존재를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KBS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당해 경찰의 조사를 받은 김미화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될까.
<쟁점 셋> 향후 행보는?
김미화는 지난 7월19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 출두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던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에 대해 5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경찰 측은 “김미화를 추가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KBS 관계자에 대해서는 한 차례 불러 보강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만약 경찰과 검찰에서 KBS 측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김미화는 벌금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 법률 전문가는 “김미화와 KBS의 문제는 사안이 심각한 부분은 아니다.아마도 김미화가 문제가 있다고 검찰에서 판단한다면 벌금형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물론 합의가 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반의사불론죄’에 의거해서 KBS와 김미화가 미리 합의를 본다면 처벌 자체가 모호해지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벌금형을 받은 김미화가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고, 정식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한다면 판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KBS가 주장하는 명예훼손 혐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면 김미화 측의 반격이 예상된다. 김미화는 KBS의 소송에 대해 맞소송을 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변호사와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미화는 경찰 출두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제가 그날 트위터에 올렸던 저의 개인적인 푸념이 대한민국에서 죄가 된다면 기꺼이 수갑을 차겠다. 다만 이번 사건에 있어서 저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 송사에 소모되는 정신적, 금전적 피해와 소모적 논란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혼란에 대한 책임은 KBS 임원 여러분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미화는 KBS를 상대로 물질적, 정신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김미화와 KBS의 문제는 이제 경찰 조사를 끝내고, 검찰의 판단에 달려 있다. 검찰의 판단에 따라 양측의 희비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