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관광협회 200억 빌딩 편취 의혹

사라진 9억원 어디로…진실게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어느 날 눈 떠보니 9억원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종교계 인사 문모씨는 자신의 계좌에서 9억원이 인출된 사실을 한 달이 지나서야 파악했다고 했다. 사라진 돈은 교회 목사, 화랑 대표, 유명 대학교수 등의 계좌로 흘러들었다. 일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 쓰였다. 사건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서울 인사동의 200억원대 건물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막을 올린 것이다. 문씨 쪽은 "정부 유관단체가 자신들의 건물을 빼앗아갔다"라고 주장한다.

탑골공원과 조계사 사이에 있는 인사동거리에는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인사동 사이에'라는 건물이 있다. 전용면적 2339.54m²(약 700평), 감정가 220억원의 '인사동 사이에'는 지난 2014년 11월25일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을 통해 한국관광협회중앙회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인사동 사이에
소유권 다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이하 관광협회)는 민간 관광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 사업을 위탁 운영해 온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특수법인이다. 그간 관광협회는 관광업계의 권익향상과 관광산업 선진화를 목표로 ▲연구개발 ▲박람회 유치 ▲관광 활성화 캠페인 ▲관광종사원 국가자격증 발급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올 7월 관광협회는 정부가 국회 추경예산으로 편성한 '관광진흥개발기금 특별융자'를 업계를 대표해 신청 받았다. 규모 4960억원의 특별융자금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관광업계를 지원한다는 명목에서 마련됐다. 앞서 남상만 관광협회 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 관광분야 추경예산안 처리를 국회에 촉구한 바 있다.

남 회장은 외식·숙박업계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쌓아올린 인물이다. 2003년 서울 명동에 있는 프린스호텔을 인수한 그는 2006년부터 10년째 서울시관광협회 회장과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2009년에는 관광협회 회장에 당선됐고, 2012년 연임에 성공했다. 같은 해 남 회장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대상자로 검토된 바 있다.


지난 3월 한 여행 전문지와 인터뷰한 그는 운영 중인 한국관광명품점의 매출을 신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관광명품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투자하고, 관광협회가 위탁 운영 중인 전통문화상품 판매업소다. 현재 '인사동 사이에' 1층에는 한국관광명품점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주 모르게
임대차 계약

박근혜정부는 한국관광명품점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55억원을 관광협회에 지원했다. 그런데 관광협회는 '임대보증금'을 이용해 지난해 11월 인사동 건물을 '매입'했다.

문제의 인사동 건물을 둘러싸고 소유권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2013년 12월 관광협회는 보조금 55억원 가운데 일부를 수상한 '임대차계약'에 썼다. 이 가운데 9억원은 공중에 증발했다. 지난달 소유권 다툼의 당사자인 문모씨와 접촉할 수 있었다.

문씨는 '인사동 사이에'를 2012년 3월 매입한 종교계 인사다. 문씨는 채무자인 공창호씨로부터 건물 소유권을 이전 받았다. 고미술상인 공씨는 국세청과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다. 자금 융통이 어려웠던 공씨는 문씨에게 건물 소유권을 넘기면서 채무 상환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씨는 소유권을 받고 공씨에게 사무실을 내줬다. 공씨로부터 임대료를 받기 위한 의도였다. 그러나 공씨는 결국 임대료를 내지 못했다. 이에 문씨는 "미술품으로 대신 갚으라"라며 퇴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오랜 기간 해외에 체류해 국내 사정에 어두웠던 문씨는 공씨에게 한편으로 의지했다고 한다.

'악어와 악어새' 같던 둘 사이는 2014년 1월을 전후로 틀어졌다. 문씨와 남 회장이 2013년 12월 인사동 건물 '임대차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관련 계약 과정에서 문씨와 공씨는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 특히 문씨는 "(자신이) 관광협회와 임대차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문씨 측의 진술과 공공기관(법원·구청·금융감독원) 발급 문서, 상호 계약서, 이메일, 기타 증빙자료 등을 토대로 요약한 사건 개요는 이렇다.


'인사동 사이에' 임대차계약서는 2013년 12월10일 작성됐다. 문씨는 남 회장이 서명한 계약서에 날인했다. 본지가 입수한 계약서 사본에 따르면 임차인 남 회장은 인사동 건물 지하 1층, 지상 1~2층을 임대하는 조건으로 54억원을 같은 달 31일까지 임대인 문씨에게 납부키로 했다. 계약 당일 남 회장이 선납입할 돈(계약금)은 9억원이었다.

작년 220억대 인사동 건물 경매로 사들여
매입 전 고미술상과 수상한 임대차 계약

그런데 문씨는 남 회장과 임대차계약서에 직접 날인하지 않았다. 문씨는 공씨의 아들인 공상구 마이아트옥션 대표에게 인감도장을 넘겼고, 남 회장은 관광협회 홍모 사무국장을 대리인으로 세웠다.

공 대표는 계약 협상 당시 자신 명의의 계좌로 계약금을 수령하고자 했다. 하지만 관광협회는 "임대인 본인 명의의 계좌가 필요하다"라며 문씨가 개설한 통장을 요구했다. 문씨는 이날 오후 공 대표의 연락을 받고 동행인과 함께 우리은행을 찾아 현금 1000원이 든 통장을 개설했다. 신규 계좌가 우리은행 전산망에 등록된 시간은 12월10일 오후 3시27분이다.

그러나 문씨 측은 "이때까지 관광협회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공 대표가 '가계약'을 맺겠다고 했을 뿐 계약금에 대한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관광협회는 "인감을 들고 왔기 때문에 공 대표를 믿고 계약금을 송금했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오후 3시53분 관광협회는 두 차례에 걸쳐 5억원과 4억원을 각각 문씨 계좌로 입금했다.

문씨 측은 "임대인에게 확인 한 번 안 하고 9억원이라는 거액을 송금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라고 물었다. 문씨의 은행거래 내역과 현장 CCTV 기록 등을 살피면 입금된 9억원은 당일 오후 3시59분께 수표로 전액 인출됐다. 수령인은 신원미상의 여성이며, 이날 오후 3시50분께부터 입금시간까지 우리은행 지점 한 창구를 서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 홍보팀은 "내부 절차대로 처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수표 인출해
가족이 현금화

실제 문씨는 올 3월 금융감독원에 우리은행 측의 과실을 묻는 민원을 넣었다. '9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6분 사이에 입금과 출금을 반복했음에도 은행 측이 이를 방기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올 4월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은행 홍보팀 역시 "(인출한 사람이 가져온) 통장과 전표, 인감, 비밀번호가 모두 일치했기 때문에 수표를 지급했다"라고 말했다.

타행 관계자는 "입금 직후 갑자기 거액이 인출되는 경우 입금자에게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내부 매뉴얼에 없는 것이라 별도로 확인해보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문제의 9억원은 여러 계좌에 흘러들었다. 30장의 수표를 각각 추적한 결과 계약금은 교회 목사 박모씨, 화랑 대표 김모씨, 유명 대학교수 유모씨 등의 계좌로 흘러갔다. 일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 쓰였다.

이 중 목사 박씨는 공씨의 아내이며, 받은 수표를 수차례 현금화했다. 박씨는 과거 필리핀 선교사업을 추진한 전력이 있다. 박씨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연락하지 말라"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거액이 입금된 교수 유씨 역시 전화와 문자를 통한 문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사라진 9억원의 행방은 여전히 미궁이다. 단 공씨의 장녀가 1억원가량을 직접 수령한 사실이 계좌추적에서 밝혀졌다. 조심스레 이들 일가가 유용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관련 계약을 성사시킨 공 대표와 연락했지만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문제의 9억원은 정부가 건물 임대보증금으로 빌려준 55억원 가운데 일부다. 결과적으로 당시 관광협회는 정부 보조금을 철저한 검증 없이 집행했다. 더구나 관광협회는 법원 경매가 진행되던 '인사동 사이에'에 입주를 시도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급한 사정이 없다면 유찰이 거듭되던 건물에 전세를 놓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관광협회는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다음날인 12월11일 채권단인 푸른상호저축은행에 "임대 계약의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자 한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푸른상호저축은행은 계약일보다 앞선 10월22일 임의경매를 법원에 신청했다.

관광협회 사무국 직원은 지난 3일 "전임인 홍 국장이 새로 세들 건물을 찾던 중 공 대표의 지인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사동 건물을 소개받았다"라며 "(채권자인) 저축은행과도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계약, 후질의'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관광협회는 계약이 체결되자 곧장 내부 인테리어 공사에 착수했다. 처음부터 건물 인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관광협회는 계약서에 별도 항목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인테리어 공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명시했다.

또 푸른상호저축은행이 지난해 2월 관광협회로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경매가 완료될 경우 귀 협회의 임대차계약은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설명과 "(인테리어)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음에도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관광협회는 1층 영업점에서 취급 제한 품목을 팔다가 지난해 8월 종로구청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종로구청 측은 "우린 규정에 따라 고발했지만 수사기관이 처벌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문씨는 지난해 관광협회 측 직원들과 수차례 만나 '임대차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관광협회 측은 "몰랐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같은 기간 문씨는 공 대표 등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공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던 중 관광협회는 160억원에 '인사동 사이에'를 단독 낙찰 받았다. 최저 입찰가(140억원)보다 20억원가량 웃돈을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단독 입찰임을 고려하면 수상쩍은 대목이다.

전략적 매입?
보조금 투입!

관광협회의 인사동 건물 매입은 국회와 감사원으로부터 '보조금 유용' 사례로 지적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광협회가 당초 용도와 달리 보조금을 활용해 인사동 건물을 매입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관광협회는 정부 임대보증금과 남 회장 소유 프린스호텔로부터 대출받은 111억원을 더해 '인사동 사이에' 매입자금을 충당했다. 흥미로운 점은 관광협회가 인사동 건물을 매입한 뒤 다시 해당 건물에 108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관련 담보대출금은 프린스호텔에 진 채무를 갚는데 사용됐다. 프린스호텔은 가만히 앉아서 이자를 챙긴 셈이었다. 감사원은 올 1월 공개한 특정감사 결과 발표에서 '보조금법 위반'과 '정관 위반' 사실을 적시했다.

문씨는 공 대표와 남 회장 사이의 사전 공모 여부를 의심한다.  관광협회 사무국과 푸른상호저축은행 관계자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이들은 2013년 11월부터 '인사동 사이에'의 임대차계약과 관련한 견적을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와 상관없이 임대보증금을 보장받는 방안도 논의됐다. 아울러 문씨는 "우리가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관광협회가 대신 사들였다"라며 "우리가 인사동 사이에 매각을 추진하자 건물에 가처분신청도 걸었는데 평범한 임차인이라면 왜 이런 짓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협회는 "우리가 처음부터 건물을 인수하려고 임대차계약을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도 피해자다. 공 대표 등을 상대로 법적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공 대표와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홍 국장은 회사를 퇴직한 상태로 전해졌다.

문씨 주장의 사실 여하를 떠나 사라진 9억원의 행방은 이번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입장이 난처해진 공씨 등이 이곳저곳을 돌며 '인사'를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가운데 일부가 의외의 곳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돈이 배달된 직접적인 진술 혹은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angeli@ilyosisa.co.kr>

 

<한국관광협회 200억 빌딩 편취 의혹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신문 <일요시사>는 지1026호 종합면 및 인터넷 <일요시사> 2015.9.8.자 사건사고면 ‘<단독> 한국관광협회 200억 빌딩 편취 의혹’제목의 기사에서 한국관광협회가 서울 인사동 소재 200억 상당의 건물 소유권을 부당하게 이전받았고, 소유권 이전에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지원받은 55억원의 임대보증금 가운데 일부를 수상한 임대차계약에 썼으며 이 가운데 9억원이 사라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한국관광협회는 해당 건물을 정당한 법적 절차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했으며 55억원의 임대보증금은 박근혜 정부가 아닌 1999년에 이미 지원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바로잡습니다.

아울러 한국관광협회는 임대차계약에 사용한 계약금 3억원은 정부 관련부서로부터 승인을 받고 집행한 것이며, 약 4억3000만원은 이미 회수하였고 나머지 금액은 회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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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