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일상을 담는 부부 미술가 로와정

서로 다른 남녀 '가까이 더 가까이'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 이태원 스페이스비엠에서 다음달 30일까지 '로와정'의 개인전 'Live and Let live'전이 열린다. '로와정'은 동갑내기 미술가인 노윤희, 정현석 작가가 만든 예술그룹이다. 노 작가와 정 작가는 같은 작업물을 공유하는 동료인 동시에 부부 사이이기도 하다. 이들의 작업은 남녀 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보듬거나 일상 밖의 '구조'를 건드린다는 측면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부부인 노윤희, 정현석 작가는 지난 2007년 예술그룹 '로와정'을 결성했다. 로와정은 영미권 추리물의 거장 '엘러리 퀸'처럼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고 있다. 같은 대학 동기로 처음 인연을 맺은 이들은 이른바 '계약연애'를 맺고 2008년 결혼에 골인했다.

둘이서 한 작품

두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로와정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연인이었던 이들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예술적 지향점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았던 이들은 개별 작업에 대한 욕심을 줄였다. 태어난 생년월일마저 같았던 이 '운명공동체'는 평생의 동반자이자 동료로서 함께 작업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로와정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 소속돼 9기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로와정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두 개의 시간' 'Rear view' '밤에 하는 일'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설치와 영상, 사진과 조각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시도를 통해 로와정은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확립해 나가는 중이다.

노 작가와 정 작가는 로와정이란 이름으로 결합하기 전부터 일상에서 드러나는 '관계'와 '사이' 또는 '중심'과 '주변'에 대한 관심을 시각화해왔다. 무겁거나 난해한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일반인에게 친숙한 소재를 중심으로 밝은 느낌의 작업 스타일을 유지했다. 두 사람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생활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은 특수한 장치 없이도 매끈한 작품 안에 녹아 있다.


스페이스비엠 'Live and Let live'
다양한 장르로 평범한 일상 표현

그렇다고 해서 로와정의 작업이 단순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로와정의 작업은 결과적으로 개념미술의 형태를 띠고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로와정은 '설치 작품 하나 완성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6개월에서 1년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심화하고 객관화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논쟁으로 작품을 검증했다. 다양한 예술사적 맥락 위에 놓인 작품들은 이 같은 논쟁의 산물인 것이다.

로와정의 작업 방식을 고려할 때 이번 전시 제목이 'Live and Let live'인 점은 무척 흥미롭다. 의역하자면 '각자 방식대로 사는 거지' 혹은 '자유롭게 흘러가는 대로 사는 거지'이다. 'Live and Let live'에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사상에 대한 존중 내지는 방관이 바탕에 깔려 있다.

로와정은 자신의 작품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린 이렇게 사는데 당신은 어떠세요?" 반면 로와정이란 이름으로 하나 된 이들은 상대와의 '완전한 공존'을 위해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각기 다른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며 감싸 안는 과정은 자연스레 주변의 여리고 나약한 존재를 보듬는 시선으로 확장된다.

끝없는 실험

이번 개인전의 특징은 특별한 주제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와정은 자신들이 겪은 지난 1년간의 삶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이들의 기록에는 과장이 없고, 진실만 남았다. 부부로서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작품에 반영됐다.

로와정은 'Live and Let live'전에서 설치 및 영상작업 8점과 드로잉 5점 등 모두 13점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언젠가 작품이 전시된 공간 자체를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힌 로와정. 이들의 다음 작업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로와정은?]

2007년부터 쌈지스페이스, 갤러리 팩토리, 독일, 파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어왔고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에 참가했다. 삼성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파리 국제예술공동체의 입주작가로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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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