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실적-연봉 반비례’ 논란의 대기업 CEO 공개

성과 없는 사장님 월급은 꼬박꼬박 ‘억’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에 높은 연봉을 챙겨간 CEO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급여, 상여금, 퇴직금 그리고 설, 추석 귀향비 등 ‘억’ 소리 나는 연봉을 받은 CEO들을 공개한다.

 
기업 임원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선망의 직위다. 임원이 되면 회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억’ 소리 나는 연봉이 단연 최대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8일 재계 정보 전문 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보고서를 제출한 2304개 사(비상장사 594개 사 포함)를 대상으로 보수총액을 분석한 결과, 5억원 이상 보수(퇴직금)를 받은 임원은 총 227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92명)과 비교하면 35명이 늘어난 수치다.

‘억’ 소리 나는
두둑한 연봉킹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다. 유 회장은 총 154억2200만원을 받아 전체 1위에 올랐다.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데 따른 퇴직금 86억9400만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유 회장이 받은 금액의 대부분은 퇴직금이다. 수백억의 퇴직금을 챙기면서 경영권을 놓지 않는 행태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위에 오른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퇴직금 83억6400만원을 포함해 총 104억9500만원을 받았다. 3위 박장석 전 SKC 부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48억6500만원을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각 24억과 18억을 받아 42억원을 받아 4위에 올랐다. 장세주 전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40억7700만원을 받았다. 급여 12억3600만원, 올 초 동국제강에 합병된 유니온스틸의 퇴직금 21억1000만원, 기타근로소득 3억3100만원 등이 더해진 금액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에서 16억5126만원, 한진칼 15억2665만원, (주)한진 7억1055만원 등을 받아 총 38억8846만원의 보수를 받아 6위에 올랐다.
 

‘조선 빅3’ 대우조선·현대중·삼성중 적자
높은 연봉에 성과급까지 챙긴 철면피 임원
 
서경석 전 GS그룹 부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37억6200만원을 받아 7위에 올랐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상여금 15억5000만원을 포함해 총 34억3000만원을 받아 8위에 올랐다. 손석원 전 한화토탈 사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30억2600만원을 받았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급여 10억4200만원, 상여금 18억8600만원, 기타 근로소득 2200만원 등 총 29억5000만원을 받아 10위에 올랐다. 국내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가장 많은 금액을 급여로 받았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전 부회장은 급여 2억500만원, 기타근로소득 4억6800만원, 퇴직금 21억2600만원 등 총 27억9900만원을 받아 11위에 올랐다.
 
 
경영권 분쟁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2억5000만원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8억원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퇴직금 13억6300만원을 포함해 14억8800만원을 받았다.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의장은 16억8500만원을 받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 6억4000만원, 현대엘리베이터 10억3100만원 등을 각각 지급받아 총16억7100만원의 금액을 수령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5억원을 받았다.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는 11억1100만원을 받았다. 권영수 전 사내이사는 9억300만원을 받았다. 이유일 쌍용자동차 부회장은 7억9400만원을 받았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올 상반기 13억92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에게 올 상반기 13억9100만원 급여를 지급했다. 황창규 KT회장은 9억3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수조 적자 내도

“챙길 건 챙긴다”
 
은행권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가 급여 3억6000만원과 지난해 연간 성과평가에 따른 단기성과급 3억5000만원, 2012~2014년까지의 평가에 따른 장기성과급 1억6200만원 등 총 8억7200만원의 급여를 받아 연봉킹에 올랐다. 증권사에서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급여 4억원, 성과급 8억원을 받아 연봉킹에 올랐다. 유통업계에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14억1200만원을 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1억2300만원을 받았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7억5000만원을, 최양하 한샘 회장은 12억291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상반기에 13억6000만원의 연봉을 받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 연봉은 지난해 상반기(11억4000만원)에 비해 약 2억2000만원 증가했다. 정진 셀트리온 대표는 5억8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5억원 미만이라 공시의무에서 제외됐지만 올해 5억원을 뛰어넘어 공시됐다. 김상현 네이버 대표이사는 16억3800만원을 받았다. 이해진 의장은 5억7600만원,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억3000만원을 수령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16억원을 받았다.
 
올해 대기업 주요총수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연봉공개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은 등기이사로 등재되지 않아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특히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연봉을 챙겨간 CEO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재호 전 사장에게 퇴직금을 포함해 21억원 이상을 지급했다. 고 전 사장 임기 당시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을 고려하면 과도한 보수 책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7일 대우조선해양이 발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임기를 마치고 지난 3월 사장직에서 물러난 고재호 전 사장은 3개월 치 급여와 퇴직금 등으로 21억5400만원을 받았다. 급여 2억1100만원, 상여금 1억3300만원, 기타 3억500만원, 퇴직금 15억500만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보고서에서 고 전 사장의 상여금 지급과 관련해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장기발전기반을 마련하였고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위험관리 및 경영관리협력이 원활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위성이다.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업계에 충격을 줬다. 고 전 사장은 전임 남상태 사장이 ‘연임 로비’ 등 구설수 속에 물러난 상황에서 내부 출신 사장으로 주목을 받으며 지난 2012년 취임한 이래 올 상반기까지 3년의 임기를 채웠다.
 
고 전 사장 임기 중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2012년 14조578억원, 2013년 15조3052억, 지난해 16조7862억원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은 동종업계 경쟁자인 현대중공업과 비교됐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수조원대 적자로 신음했기 때문이다.
 
회사 어려운데 경영진은 ‘돈잔치’
부진하자 스스로 연봉 깎은 임원도
 
하지만 고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나고 사정이 달라졌다. 정성립 신입 사장은 취임 후 경영 전반에 대한 실사를 통해 그동안 누락된 손실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손실은 고스란히 2분기 경영 지표에 반영돼 무려 3조원에 이르는 적자가 기록됐다. 고 전 사장 임기 때 무리한 선박 및 해양플랜드 수주에 따른 결과였다.
 
이후 고 전 사장이 대규모 손실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은 고 전 사장에게 21억5400만원을 지급했다. 고 전 사장이 이처럼 두둑한 급료를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임기 동안 발생한 손실이 반영되지 않은 경영지표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등기 이사와 감사 등 8명은 지난해 평균 2억14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현대중공업도 실적과 무관하게 연봉잔치를 벌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3조원의 적자를 내며 실적 부진에 빠진 바 있다. 이재성 전 회장과 김외현 전 사장이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재성 전 회장은 급여 4억4100만원, 상여금 2억5800만원, 퇴직금 24억3500만원 등 총31억34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설, 추석 귀향비로도 월급의 50%를 지급받았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해 급여 7억600만원, 상여금 3억3400만원 등 총 10억4700만원을 받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빅3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7375만원이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평균 7527만원으로 연봉이 가장 높았고 대우조선이 74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삼성중공업이 7200만원을 받았다. 이들 연봉은 국내 주요 대기업 중 10위권에 드는 액수로 높은 수준의 급료다. 3사의 평균 연봉에는 계약직 등의 급여도 포함돼 계산된 것이어서 실제로 정규직 직원들이 받는 돈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선박 2000억 달성을 기념해 직원 1인당 100만원의 격려금과 퇴직위로금 등 총 967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대의 부실을 털어낸 후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을 거쳤다. 임원수의 31%를 감축한 데 이어 올 초에는 과장급 이상 사무직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해 13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 결과 2분기 기준 손실이 171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상여·퇴직금에
특별보너스까지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도 담화문을 통해 “고용불안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 순환보직 등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또한 임원감축과 비효율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임원을 제외한 직원 감원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장들은 십수억원 급료 돈잔치를 벌이고 일반 사원들은 구조조정 한파에 벌벌 떨게 생겼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0개 업종별 단체와 공동으로 ‘2015년 산업기상도’(맑음-구름조금-흐림-비 순)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조선·업종은 불황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흐림’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해운 업황 불황에 따른 발주물량 축소에 이어 저유가로 인한 해양플랜트 사업 실적 부진 등으로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의 도전에 조선산업 세계 1위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적과 반비례하는 일부 CEO들의 상반기 연봉을 두고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해 주요그룹의 등기임원 가운데 가장 높은 보수를 챙겨 화제가 됐던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신 사장은 올 상반기 16억4000만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3억4500만원의 7분의1수준이다.
 
17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 사장은 급여 8억6400만원, 상여 7억6800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가전부문을 맡은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은 상반기 급여 8억6400만원, 상여 7억68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800만원 등 총 16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윤 사장도 작년 같은 기간(22억5600만원)보다 연봉이 26.9%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의 김창근 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은 올해 상반기 16억8500만원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억원이 줄었다.

허리띠 졸라매는
직원들은 한숨만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의 연봉도 전년대비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최 대표에게 올해 상반기 급여 2억5000만원, 상여금 6억4244만원, 기타1491만원 등 총 9억735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최 대표가 받은 상반기 연봉 11억224만원보다 17.6% 감소한 수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2분기 140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지난해 2분기 450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삭감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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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