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36)정한근 한보그룹 부회장

수백억 빼돌리고 해외 잠적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달했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36화는 750억3400만원을 체납한 동아시아가스(EAGC)의 실소유주 정한근씨다.

고액체납자 정한근씨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그의 행적은 15년 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근씨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4남으로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됐다. IMF 직전에는 한보그룹 부회장이란 직함도 달았다.

15년째 행방불명

정태수 일가는 각각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 정 회장은 1997년 1월부터 주민세 등 78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수할 체납액은 28억51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정 회장은 1992년부터 증여세 등 73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누적된 체납액은 2225억2700만원이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12월29일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⑤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편에서 정 회장의 숨겨진 재산과 근황 등을 조명한 바 있다. 당시 그의 아들 한근씨는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근씨는 1997년부터 증여세 등 15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한근씨가 체납한 세금은 293억8800만원이다.

정태수 일가가 떼먹은 세금의 합은 국세청 기준으로만 3199억5000만원에 이르렀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거둬갈 세금까지 더하면 실제 체납액은 33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를 징세할 대안이 없었다. 정 회장과 한근씨가 한국을 떠나는 동안 우리 사법당국은 일손을 놓고 있었다.


특히 한근씨는 1998년 한보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취를 감췄다. 수사당국의 신병 확보가 늦어지면서 한근씨는 도주할 시간을 벌었다. 이후 미국에서 한근씨를 봤다는 소문이 무성할 뿐 실제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한보그룹이 살포해 놓은 뇌물이 어마어마해 그를 잡지 않는 것이란 주장까지 나왔다.

행정당국 관계자는 "안 잡는 것이 아니라 못 잡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음먹고 해외에서 잠적한 사람의 거처를 알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근씨 같은 경우) 자신 명의로 된 재산도 없을 텐데 힘들여 잡아봐야 무슨 실효가 있겠느냐"라며 "한 세무 공무원이 담당하는 체납자만 적게 잡아도 수백명인데 한근씨에게만 매달릴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렇지만 한근씨는 반드시 잡혀야 될 이유가 있다. 그는 지명수배자다. 지난 2008년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및 횡령 혐의로 한근씨를 불구속기소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근씨는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을 위해 설립된 동아시아가스㈜ 이사를 지내면서 회사 임직원들과 짜고 회사돈 327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323억5000만원)를 스위스 소재 한 은행의 차명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한근씨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점을 고려해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소를 결정했다.

국세청 681억3500만원 서울시 69억원
스위스은행 차명계좌 수천만달러 은닉
 

한근씨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탈세를 실행한 1세대 가운데 한 명이다. 한근씨가 연루된 민사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그의 범행수법이 잘 드러나 있다.

먼저 한근씨가 실소유주로 지목된 EAGC라는 회사가 있다. 언론에선 한글로 순화시켜 동아시아가스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EAGC는 '주식회사 이에이지씨' 'EAGC International Ltd' '사우스아시아 걸프 코퍼레이션' 등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이들 회사는 모두 EAGC가 만든 페이퍼컴퍼니다.
 


EAGC는 1996년 8월 현금 300억원을 들여 러시아에 있는 루시아석유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EAGC는 미화 2512만달러에 루시아석유회사의 주식 1237만5000주를 취득했다. 지분율은 27.5%였다. 또 1449만달러를 투자담보금으로 러시아 수출입은행에 예치했다. 결론적으로 EAGC는 루시아석유회사를 통해 러시아 이르쿠츠크 지역 천연가스전 개발사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1997년 초 한보그룹이 부도를 맞고 계열사인 EAGC의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한근씨가 움직였다. 한근씨는 대표이사였던 전모씨, 기획부장 임모씨 등과 공모해 루시아석유회사 주식에 대한 불법 처분을 감행했다.

한근씨는 1997년 11월 EAGC가 소유하고 있던 주식 가운데 900만주를 러시아에 있는 시단코사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예상 매각대금은 5790만달러였다. 그런데 한근씨는 이 과정에서 남은 주식 매각과 관련해 날조된 계약서를 작성했다. 머스틸엔터프라이즈라는 회사에 540만주를, 보이드엔터프라이즈라는 회사에 360만주를 매각한 것처럼 꾸미고 계약대금은 각각 1512만달러, 1080만달러라고 기재했다. 실제 매각대금 중 2680만달러는 해외로 은닉했다.

문제의 비자금은 스위스 취리히 소재 히포스위스 은행에 윌카스사 명의로 예치됐다. 이 가운데 2230만달러는 1998년 3월 한근씨의 지시에 따라 싱가포르 소재 디비에스 은행에 송금됐다. 예금주는 '미주 인터내셔널 PTE'였다.

1998년 4월 한근씨는 말레이시아 자유무역지대에 투자목적회사 '사우스아시아 걸프 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회사 자본금은 1달러에 불과했다. 사우스아시아 걸프 코퍼레이션의 주소지는 EAGC가 말레이시아에 세운 법인인 'EAGC International Ltd'의 주소지와 같았다. 이들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같은 달 사우스아시아 걸프 코퍼레이션은 '아시아엠 앤드 에이'라는 주식회사를 대리인으로 앞세워 EAGC에 3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외국인 투자신고서를 한국에 제출했다. 다음달 사우스아시아 걸프 코퍼레이션은 시티은행 서울지점에 2100만달러를 역으로 송금했다. 사우스아시아 걸프 코퍼레이션은 EAGC가 발행한 신주인수권 600만1주를 모두 사들여 EAGC의 대주주가 됐다. EAGC가 이 같은 거래로 챙긴 돈은 3270만달러에 달했다.

유령회사 이용

EAGC의 등기상 대표는 송태주씨다. 그러나 송씨는 한근씨의 하수인이었을 뿐 실제 책임은 한근씨에게 있다. EAGC(동아시아가스)는 1997년부터 근로소득세 등 7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이 과세한 세금은 387억4700만원이다. EAGC는 1999년 3월부터 주민세 등 16건의 지방세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거둘 세금은 68억9900만원이다.

최근 세무당국 관계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정 회장이 아직 중앙아시아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이런 정 회장을 돕는 세력이 한근씨를 비롯한 자녀들이라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또 검찰에 따르면 한근씨는 스위스 외에도 미국 등에 비자금 계좌를 따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에서 의문은 다시 돌아온다. 한근씨는 못 잡는 것일까, 아니면 안 잡는 것일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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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