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메카' 강남매매단지 내홍 전모

출구 없는 치킨게임…검찰 개입 부르나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장안동과 더불어 중고차 거래의 메카로 불리던 율현동 강남자동차매매단지의 몰락이 예사롭지 않다. 월 5000대에 육박하던 중고차 거래가 내리막을 걷더니 최근에는 13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창가를 연상시키는 길거리 호객행위와 소비자를 기만하는 허위매물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들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단지 내 사업자들 사이에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매매단지 부흥을 위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 강남자동차매매단지(이하 강남단지)의 몰락에는 몇 년째 치르고 있는 내홍 탓이 크다. 단지 내 구분소유권자, 임대사업자, 관리단 사이의 갈등이다. 구분소유권자는 2001년 강남단지가 세워지면서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이고, 이 소유권자들이 단지 내 시설 및 부지관리를 위해 임명한 조직이 관리단이다. 그리고 분양받은 소유권자의 상가를 임대해 중고차매매 사업을 하는 이들이 임대사업자다. 현재 강남단지에는 활동하는 70개 상사 중 대부분이 임대사업자다. 
 
고소고발 얼룩
양측 최후 통첩
 
현재 강남단지의 내홍은 임대사업자와 관리단 사이에서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내홍의 유탄을 구분소유권자들도 함께 맞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7일, 강남단지 내 활동 중인 70개 상사 중 56개 상사의 모임인 ‘서울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강남지부(지부장 이기홍)’는 이사회 결의사항을 개별 소유권자들에게 발송했다. 핵심내용은 두 가지. 첫째는 지금의 관리단은 업무에 부적합한 이들로 각종 비리가 자행되고 있으니 임명권을 가진 구분소유권자들이 현 관리인의 해임 또는 직무정지가처분을 결의해달라는 것이다. 둘째는 현 관리인에 대한 시정조치가 11월까지 이행되지 않으면 이후 관리비 및 임대료 납부를 단체로 거부하겠다는 것. 
 

“지금처럼 강남단지가 운영되어서는 상인이나 고객은 물론 구분소유권자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비리와 부정부패로 얼룩진 관리단을 바로잡아야 강남단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참을 만큼 참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관리단에 대해 삭발투쟁을 선언한 이기홍 지부장(61)은 “강남지부 조합원들의 이번 결정이 결코 장난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분양받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관리단의 횡포 속에 사업을 꾸려나가야 하는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관리단의 전횡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강남단지의 부흥을 꾀해야 할 관리단이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입주상인들을 갈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리단과 관리단장이 자행하는 비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도대체 강남단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지부장은 속칭 ‘뻥카’라고 불리는 허위매물은 강남단지에서 절대 벌어지지 않아야 할 악덕상술인데 관리단장이 운영하는 매매상사가 앞장서서 허위매물 작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속해야 할 관리단장부터 허위매물로 장난을 치고 있으니 ‘뻥카’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정상적으로 사업하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새로 관리단장이 선출되어야 허위매물이 사라질 것이란 논리다.
  
이에 대해 관리단의 김용선 단장(57세)은 “일부 세력의 음해”라는 입장이다. “내가 운영하는 상사는 사무실만 컸지 직원이 거의 없는데 무슨 허위매물을 하겠냐”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김단장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상적인 매매상가는 직원들이 상시로 근무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허위매물은 다른 상사가 잡아놓은 매물정보를 베껴서 작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진한 고객이 걸려들었을 때만 숨어있던 직원이 등장한다는 것. 사람은 없고 책상만 빼곡한 사무실 자체가 허위매물의 증거라는 논리다. 단지 내 상인 최 모씨는 “내 물건 가지고 지들이 마진 붙여 팔아먹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닌데 무슨 소린가. 이 단지에서 거기(관리단장 운영상사)에 작업당한 상인들이 수두룩한데 변명도 참…”이라며 혀를 찼다.
 
주자장을 둘러싼 잡음도 크다. 중고차매매단지의 속성상 개별 사업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차공간이다. 현재 강남단지 내 공유공간들은 관리단이 줄을 그어 확보한 주차장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화단 앞은 물론 공용도로, 장애인전용 주차장도 일반 주차공간으로 변한 상태다. 건물 A동과 B동을 연결하는 지하통로는 물론이고 소방도로까지 주차장이 되었다. 자칫 불이라도 나면 엄청난 재산손실과 인명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강남지부 상인들이 ‘갈취’라는 단어를 써가며 지적하는 곳이 지하주차장이다. 매매단지 지하주차장은 입주식당이나 부대시설 임차인에게 당연히 제공되는 곳인데 관리단이 임의로 주차비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세입자에게 주차비를 별도로 받는다면 어느 누가 납득하겠느냐는 반문이다. 
 

아파트 주민에 
주차비 받는 꼴
 
관리단장은 “이전 관리단장 때부터 일부 힘 있는 사람들이 쓰던 곳을 정비한 것”이라고 했지만 상인들은 “공용부지와 지하의 법정주차장에 주차비를 부과한 것은 김단장 취임 이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확보된 주차비의 사용처를 둘러싼 잡음이 더 크다. 관리단이 2015년 3월 정기총회에서 보고한 문건에 명시된 주차비 수입은 년간 2억원 규모. 관리단은 이 주차비 수입을 주차관련 지출과 관리단의 공적업무 수행을 위한 차용금으로 집행했다는 입장인 반면 상인들은 주차비를 관리단 수뇌부가 착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년간 2억원의 주차비를 추가로 거뒀으면 영업환경이 좋아지던지 다소라도 관리비가 내려가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상인들 틈에서 “매월 걷는 주차비 2000만원 중에 술 마시고 노름하는 데 없앤 돈이 상당부분일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관리단장은 “수년간 관리단이 엉터리로 운영되면서 적자가 발생했고, 전기세 같은 시급한 비용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차용한 것일 뿐 횡령은 없었다.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 받겠다”며 펄쩍 뛰고 있다. 한편, 강남단지 내 상가번영회 입장은 관리단의 주차비 징수와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쪽이었다.


   
번영회장 전희광(49) 씨는 “입주상인들에게 주차비를 부과할 때는 마땅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관리단이 임의로 과금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관리단이 상인들이 내는 주차비에 대해 세금계산서 한 장 발행해주지 않은 것은 관리단 스스로 탈세를 하고 있다는 것과 같고, 주차비를 어디에 썼는지 명확한 사용처를 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인들로부터 횡령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작년에 시행된 매매단지 LED조명공사 건은 현 관리단이 불신 받는 큰 배경이 되고 있다. 상당수 상인들은 LED공사에 대해 “돈은 지들이 빼먹고, 공사비는 우리한테 나눠 내라고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조명공사 착공 전 회자되던 ‘공사비 리베이트 수수의혹’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회자되던 소문은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LED조명업체의 백모씨가 “공사비 3억5000만원에 리베이트 20%”를 제의했는데, 이를 관리단장이 5억8000만원으로 부풀린 후 차액과 리베이트를 나눠가졌다는 것. 이 소문에 당시의 상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들었다는 상인들이 나타나면서 소문이 확산된 바 있다. 물론 관리단장 측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고 나선 상태다. 모함도 너무 질이 나쁜 모함이라는 것. 
“5개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았고 운영위원들과 함께 개봉해서 검토한 후 결정했다. 국내 10위권 업체를 선정했고, 하자보증까지 확보한 공사다. 리베이트 같은 것은 없었다.”
 
월 5000대서 1300대로 거래 내리막
호객·허위매물에 손님 급격히 줄어
 
김 관리단장은 이미 구분소유권자들은 물론 입주상인들에게도 충분히 해명한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단장의 해명이 입주상인들에게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형광등이었을 때보다 더 어둡다. 전기세 절감분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겠다더니 매월 전기세 외에 LED 전기공사비를 따로 걷는 것은 뭔가? 전기세는 예전보다 돈 1만원도 안 줄었는데 공사비 명목으로 매달 7만∼9만원 정도 애먼 지출만 더 생겼다. 이상한 공사다.” 
 
입주 상인의 말이다. 또 다른 상인은 “아는 조명업자 불러서 견적 내보니 2억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관리단 내 직원말로는 백 이사란 사람이 인증도 없는 중국산 제품을 사람 사서 공사한 것이라고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직접 공사업체 관계자에게 확인해보니 업체는 “정품으로 직접 공사를 했고, 하자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답변해왔다. 상인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LED조명 공사 
사기의혹 제기
 
그러나 업체 관계자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현재 강남단지 사업자들 사이에 “사기 공사의 증거가 확보됐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한 사업자가 직접 한국전력을 방문, 강남단지의 전기세 내역을 확인해보니 월 3000만원 수준이던 전기세가 공사 이후 100만원 정도 밖에 절감되지 않았다는 것.
 
이는 공사 전 관리단이 전기세가 매년 50% 절감될 것이고, 그 절감분으로 공사비를 상환하다는 말 자체가 거짓이거나 공사업체가 하지도 않은 공사를 했다고 세금계산서를 끊어 준 반증이라는 견해다. 상인들은 관리단을 수서경찰서에 고발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관리단장과 시공업체의 해명으로 의혹이 사라져야 하는데 현실은 불신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가 관계자들은 “관리단이 상인들에게 불신 받는 것은 일정 부분 관리단이 자초한 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그 동안 관리단이 시행했다는 각종 공사에 대한 견적서나 시방서 같은 근거서류 열람을 요청할 때마다 매번 외면 받았다는 것이다. 강남지부 이정기 지부장의 말이다. 
 
“관리단이 서류작업은 잘한다. 각종 공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무슨 회의록 같은 것을 근거서류라고 내놓는다. 그런데 견적서나 시방서, 세금계산서 같은 자료는 왜 못 내놓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배전반 공사는 3000만원이 들었다는데 서류상으로만 공사했고 실제 공사는 하지도 않았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이밖에도 관리단장이 운영하는 상가가 부담할 관리비 3억원을 전산조작으로 완납 처리했다는 의혹과 신차전시장을 불법으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분, 2014년 관리단장 선출 당시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부분 등등 각종 의혹이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 관리단장은 단지 내 사업자들의 불신에 대해 “일부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음해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수차례에 걸쳐 구분소유권자나 상인들에게 관리단 사무실에 자료가 있으니 언제든지 와서 보라고 했지만 직접 찾아온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비용은 세무사가 전부 회계처리를 하고 감사로부터 감사도 받는데 하지도 않은 공사를 했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되물었다. 한쪽에서는 “모든 것들이 불투명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불순한 의도로 트집을 잡는 것”이라며 대치중인 상태다. 
 
임대사업자 “핍박, 참을 만큼 참았다!”
관리단 “열심히 하는 데도 딴죽 거나?”
 
금년 6월로 예정됐던 정기총회가 두 달 이상 연기되는 것도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일전불사를 외치는 강남지부 소속 상인들은 “현 관리단장이 의도적으로 정기총회를 미루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고, 관리단장 또한 “메르스 여파로 총회가 연기됐을 뿐 조만간 일정을 잡을 것”이라며 응수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임대사업자 연명으로 소유권자들에게 관리단 해임을 요구하는 통첩까지 보낸 이상 쉽사리 봉합될 것 같지 않다.
 
임대사업자를 대변하는 이 지부장은 “나이 육십에 머리까지 밀고 나설 때는 개인적인 이익보다 매매단지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중고차 메카로 거듭나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망한다. 반드시 정상적이고 투명한 관리단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반면 김 관리단장은 열심히 하는 데도 상인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인들의 무조건적인 반발은 누군가의 영향력이 작용한 여파로 판단하는 눈치다. 
 
“나보다 앞서 9년 동안 관리단장을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관리단의 재정과 체계가 엉망이 됐다. 외부회계감사 결과 큰 액수가 비어서 고소고발까지 한 상태다. 강남단지를 개혁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을 누군가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관리단을 둘러싼 잡음은 향후 개최될 정기총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위임장 확보전’ 조짐도 보인다. 임대사업자는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결국 구분소유권자들의 위임장을 받아 총회에 참석하겠다는 생각이고, 투표권이 있는 현 관리단장 측은 전체 구분소유권자 중 우호세력을 결집하는 데 주력하는 움직임이다. 

“정기총회서 보자” 
서로 물밑작업 중 
 
한편, 세력결집을 위한 양측의 물밑작업에 의외의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 현 관리단과 예전 관리단장, 현 관리단장과 입주상인 간에 제기된 각종 고소고발 사건과 진정, 투서 등에 따른 잡음이 외부로 퍼지면서 급기야 검찰수사가 착수된 것이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입주상인과 “열심히 하는데 무슨 트집이냐”는 관리단 사이의 갈등은 당사자들의 노력이 아닌 수사기관의 조사와 판단에 따라 향후 행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manchoice@ilyosi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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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