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외곽조직' 양우공제회 골프연습장 폐업 내막

'수십억 현금' 어디다 쓰려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가정보원의 외곽조직으로 지목된 양우공제회가 최근 한 골프연습장을 폐업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초법적 친목단체'인 양우공제회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여러 의혹에도 국정원은 묵묵부답이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양우공제회라는 사단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 7월 법인화한 양우공제회는 회칙에서 "국정원 직원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도모하고 국가 안전보장 및 국익의 신장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했다. 조직의 실제 성격은 상조회에 가깝다.
 

양우공제회는 그간 위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국정원은 양우공제회의 정확한 자산 규모와 운영 내역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직 특유의 폐쇄성에 '국가안보'라는 명분이 더해져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정보는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다.

퇴직금이
국가안보?

지난해 양우공제회는 뜻밖의 사건을 계기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정원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시장은 의혹을 제기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양우공제회가 선박사업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 시장은 "양우공제회는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국정원 현직 직원들이 운영하는 법적근거도 없는 투자기관으로 모든 운영사항이 비밀로 취급된다"라며 "수천억대 자산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국정원이 선박을 취득·운항한 사실까지 확인됐으니 '세월호는 국정원 소유'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라고 적었다.


양우공제회의 위법성을 우려하는 쪽에선 "양우공제회 기금이 정치자금으로 변질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과거 국정원은 출처가 불분명한 금품을 여당 정치인들을 상대로 건넨 바 있다.

또 다른 논란거리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여부다. 국가공무원법 64조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25조는 모든 공무원의 겸직과 공무 이외의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양우공제회는 선박은 물론 펀드·건물·기타 부동산 등에 투자해 이득을 남겨 왔다. 양우공제회의 운영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의혹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일요시사>는 '국정원 비밀조직 양우공제회 실체, 소문과 진실'이란 기사에서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몇 가지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기사의 중심축은 국정원과 세월호의 연관성을 찾는 데 있었다. 그로부터 약 7개월이 흐른 현재, 세월호와 관련한 이슈는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면 남은 한 축인 양우공제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기금이 검은돈?…위법시비 끊이지 않아
자산규모·운영내역 등 비공개 '의문투성'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3월11일 양우공제회는 '양우회'로 이름을 바꿨다. 명확한 개명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잇따른 언론 노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정됐다. 포털사이트에서 '양우회'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지역 친목단체나 종교단체가 기사로 검색됐다. 검색 첫 화면에서 양우공제회는 노출되지 않았다.

양우공제회 이사로는 이모씨, 장모씨, 송모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대표권 제한규정'의 적용을 받는 이씨(이씨 이외에는 대표권이 없음)는 한 골프클럽의 대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골프클럽의 이름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나이스골프클럽'이다. 실외 골프연습장인 나이스골프클럽은 양우공제회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18일 기자는 나이스골프클럽을 직접 찾았다. 나이스골프클럽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골프클럽이 있던 부지에는 돌무더기가 무성했다. 골프클럽 옆길에는 지상 3층 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골조를 올리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기술자는 "나이스골프클럽이 지난 봄 철거됐다"라고 말했다. 나이스골프클럽과 언덕을 경계로 마주본 경쟁 골프클럽 관계자도 "나이스골프클럽이 올 봄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나이스골프클럽의 내선으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양우공제회는 지난 2004년 11월18일 권모(1942년생)씨로부터 나이스골프클럽을 매입했다. 경기 용인시 모현면 오산리 236-13번지 임야를 경계로 오산리 236-10번지 외 2필지(1만5599㎡)를 사들였다. 국도와 인접한 골프장 출입구(오산리 산 45-42, 오산리 647번지)는 모두 국유지로 확인됐다. 건물 공사 중인 터의 토지 소유주들은 민간인이었다. 분할 소유자 가운데는 미국인 A씨와 옛 청와대 관료로 알려진 B씨가 눈에 띄었다.

이날 구청 관계자는 "골프장 부지에 곧 창고가 들어설 것"이라며 "옆 건물은 주거용으로 허가를 내줘 골프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관련 임야는 증여 등이 이뤄진 사유재산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체육용지'로 허가받은 오산리 236-10번지 일대에 들어설 '창고'는 여전한 의문으로 남았다. 아직 양우공제회는 관련 부지를 제3자에게 매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 바꾼
양우공제회

이후 취재 과정에서 골프연습장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월 고시한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에 그 단서가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시에서 골프연습장과 인접한 236-13번지에 개설된 신용인-동서울 345kV 송전탑에 대한 보상 및 보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 기간은 2015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로 고지됐다. 양우공제회는 골프클럽을 포기하더라도 인근 땅이 수용당해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래 전에 세워진 송전탑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며 "금액 등 구체적인 협상은 한국전력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나이스골프클럽은 사라졌지만 양우공제회의 골프에 대한 '애착'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양우공제회는 강원도에서 파크밸리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양우공제회는 자신들이 임대한 시유지를 놓고 원주시와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양우공제회가 투자한 또 다른 골프장인 '제피로스'는 지난 5월8일 충주시로부터 골프장 변경 공사에 대한 허가를 따냈다. 공사 면적 137만9817㎡, 퍼블릭 27홀에 달하는 이 대형 공사의 시행사로는 중원레저개발㈜이 낙점됐다. 중원레저개발㈜은 양우공제회가 설립한 골프장 개발업체이며, 총 투자 규모는 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외에도 양우공제회가 전국 곳곳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정확히 가늠되지 않는다. 양우공제회는 지난 2009년 지리산 일대에 자체 연수원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같은 해 구례군청은 해당 연수원 입구에 도로를 터주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수원 설립과 도로 확장은 모두 계획이 취소됐다.

지난 21일 행정당국 관계자는 "당시 국정원이 연수원에 딸린 골프장까지 원했지만 주민들이 반발해 골프장을 짓지 못하게 되자 설립을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골프장은 물론
전국에 부동산

도로점용허가를 수차례 신청한 것도 눈에 띈다. 도로점용은 토지주나 건물주 혹은 사업시행자가 공사를 할 때 그에 필요한 도로의 사용권을 일정 기간 넘겨받는 것을 뜻한다. 바꿔 말하면 양우공제회가 건물이나 시설 공사를 수차례 벌였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밖에도 양우공제회는 법원 경매에 나온 부동산 매물에 일부 질권을 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양우공제회는 자신들의 투자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현대라이프가 발행한 한 채권에 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우공제회의 이름은 '모 공제회'로 바뀌거나 노출이 중단됐다. 투자에 따른 정당한 평가를 막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양우공제회가 설립한 우양개발은 2009년부터 매출이 잡히지 않고 있다. 우양개발의 직전 대표는 양우공제회 이사로 등기된 송씨다. 우양개발은 2008년 자본금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렸는데 이후부터 매출이 오히려 없는 상황이다. 우양개발은 중원레저개발㈜과 같은 내선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으며 사무실도 같다. 지난 21일 해당 내선으로 통화한 사무실 관계자는 "양우공제회가 맞다"라고 했다.

우양개발의 현 대표는 박모씨다. 박씨는 양지개발이란 건설 회사의 대표를 지냈다. 양지개발은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 소유다. 양지회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지상 7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다.

4700평 부지 밀고 송전탑 수용 보상
'100억원 채권 투자' '골프장 개발' 쉬쉬 

양지회가 양우공제회와 구별되는 점은 국정원 현직 직원의 개입 유무다.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는 비교적 운신의 폭이 넓다. 수익사업을 한다고 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지만 양우공제회는 다르다. 국정원 현직 간부가 운영에 개입하고 있으며, 국정원 외곽조직이란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의미 있는 첫 번째 판결은 한 여인의 끈질긴 법정싸움에서 나왔다. 국정원 직원의 부인이었던 C씨는 남편과 6년에 걸친 소송 끝에 양우공제회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C씨는 국정원 직원이 받는 퇴직금의 종류가 두 가지이며, 이중 한 가지는 양우공제회를 통해 지급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C씨는 "국정원 직원이 받는 특수활동비(업무관련금) 가운데 일부가 퇴직금으로 적립된다"라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남편의 월급명세서 등을 각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했다.


C씨의 주장에 따르면 일반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월급과 달리 국정원 직원은 정보비와 부근속수당 등을 매달 현금으로 지급받는다. 이 가운데 일부 현금이 처음부터 '공제'된 상태에서 나온다. 그 현금의 저수지는 양우공제회다. 정부로서는 자신들이 승인해 준 특수활동비가 '특수활동'이 아닌 양우공제회에 적립되는 셈이다.

C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정보비공개결정처분취소, 2010두1****)의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국정원 직원은 '기타 보너스' 항목(창립기념일, 휴가, 크리스마스, 김장, 명절 등)으로 국정원에게서 별도의 현금을 받고 있다. 급여명세서에는 양우회(양우공제회) 항목이 적시돼 있다. 국정원 역시 양우공제회의 존재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공개를 껄끄러워하는 것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이다.

당시 법원은 국정원 직원이 받는 급여(특수활동비 포함)를 '비공개'라고 판단했다. 반면 C씨는 특수활동비가 배제된 급여명세서를 자신이 받아봤기 때문에 정확히는 급여가 아닌 특수활동비가 비공개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양우공제회가 지급하게 될 퇴직금을 '비공개'로 보지 않았다. 어떤 측면에선 C씨가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남편과 이혼소송 중이던 C씨는 남편이 받게 될 '제2의 퇴직금'을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국정원으로서는 본인들이 급여를 모아 양우공제회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간접 시인한 격이다.

하지만 C씨의 싸움은 비극으로 끝났다.  C씨는 2012년 2월16일 재산분할 소송 선고를 앞두고 서초동 법원 벽 아래로 목을 맨 채 투신했다. C씨가 궁극적으로 증명하고자 했던 건 양우공제회 기금 명목으로 분류돼 있는 국정원의 돈이다. 그 돈은 골프장에 있고, 펀드에 있으며, 국민이 모르는 '비자금'으로 관리된다.

출처는 세금
그대로 적립?

C씨의 투신 4일 뒤인 2월20일 남편이자 전직 국정원 직원인 D씨는 판결정본을 발급하고, 송달 및 확정 증명서도 뗐으며, 집행문부여신청도 했다. 민사소송상 일련의 과정은 상대의 재산을 강제집행함을 의미한다.

2013년 6월 법원은 변론재개를 결정하고 C씨에게 출석하라는 통보를 했다. C씨에게 보내진 소환장은 수취인불명으로 처리됐다. 이후 C씨는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법원은 2013년 9월24일 소송이 취하된 것으로 간주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진실은 언제쯤 가려질 수 있을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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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