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35)박인출·김용현 에버원메디컬리조트㈜ 대표

1000억 날리고 세금은 나몰라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35화는 54억5600만원을 체납한 에버원메디컬리조트㈜의 전·현직 대표 박인출씨와 김용현씨다.

지난 2002년 3월 '제36회 납세자의 날' 행사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초청된 박인출 당시 강남예치과 원장은 정부로부터 '산업포장'을 수훈했다. 세금을 성실히 납부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성실 납세자?

정확히 10년 뒤 박 원장은 자신의 경영책임이 있는 회사가 고액체납 법인에 등록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였던 박 원장은 2011년 5월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데 이어 2012년 6월15일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서울시는 2012년 2월 에버원메디컬리조트㈜ 앞으로 수십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는 2012년 2월부터 취득세 등 17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거둘 세금은 54억5600만원이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는 지난해 12월 행정자치부가 전국 17개 시·도 지방세를 대상으로 규합한 '신규 고액체납자' 명단에 포함됐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의 체납액은 법인 기준 전국 3위에 랭크됐다.

또 이 회사가 체납한 54억5600만원은 울산시와 제주도가 받을 전체 체납액보다 많은 액수로 나타났다. 울산시와 제주도는 각각 관할 지역을 통틀어 47억원, 38억원의 세금을 걷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등기부등본을 살피면 에버원메디컬리조트㈜는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자리 잡았다. ▲병·의원 프랜차이즈 사업 ▲병·의원 매매·임대·중개업 ▲병원경영 교육 및 관리대행 등을 사업목적으로 적시했다. 에스메디솔루션스·에스메디칼·에버원솔루션 등으로 수차례 이름을 바꿨고, 2010년 11월에는 에버원메디컬리조트㈜로 사명을 등기했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는 '원스톱 의료서비스'를 회사의 비전으로 내걸었다. 한류를 발판으로 아시아 의료관광객을 대거 유치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복합 메디컬센터'를 짓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외국인 수요에 초점을 맞춰 성형외과·피부과·내과 등 3개 진료과목을 운영하고 ▲최고급 헬스·뷰티숍 ▲스파를 비롯한 휴양시설 ▲안티에이징 프로그램 등을 한 건물에서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의 야망은 곧 실현될 것처럼 보였다.

서울 청담동 125-19번지 일대에는 대지면적 1386㎡, 연면적 1만7490㎡의 대형 빌딩이 들어섰다. 지하 5층, 지상 17층 규모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공사기간 회사 자본금은 10배 가까이 늘었다. 건물 감정가는 1000억원에 육박했다. 차병원 관계자 등 유명 투자자가 관심을 보인 것 또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서울시 54억5600만원 체납
국내 최대 네트워크치과 운영 
메디컬센터 참패…중국서 재기?

하지만 에버원메디컬리조트㈜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는 벌린 사업 규모에 비해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일부 투자자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공사가 진행될수록 수렁은 깊어졌다. 2009년 말 준공식을 가졌어야 할 건물은 자금난 등을 이유로 2011년 초가 돼서야 완공됐다.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은행권에 갚아야 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시공사인 극동건설은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일찌감치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했다. 극동건설이 당시 에버원메디컬리조트 건물에 설정한 근저당권은 236억원으로 파악됐다.

앞서 박 원장은 국내 최대 치과네트워크인 예치과네트워크의 대표를 역임했다. 1992년 서울 역삼동에 치과를 차린 박 원장은 점차 사업 규모를 확장해 2000년대 들어 전국 70여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치과를 거느렸다. 박 원장이 군림한 강남예치과는 네트워크의 정점에서 돈을 긁어모았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가 추진한 '복합 메디컬센터' 건립은 궁극적으로 강남예치과의 ‘몸집 부풀리기'로 해석됐다. 문제는 박 원장의 욕심이 과했다는 것이다.


예치과네트워크는 서울대 치대 71학번 동문들이 강남예치과를 개원하면서 시작됐다. 박 원장을 얼굴마담으로 김석균, 김종우, 오성진, 백광우가 공동 경영에 참여했다. 예치과네트워크의 계열사인 에버원메디컬리조트㈜ 임원 명단에서 이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김석균 현 메디파트너 대표는 2012년 6월15일까지 사외이사를 지냈다. 김종우 현 메디파트너 감사는 같은 날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오성진씨는 회사 설립 초기인 2007년 2월26일 사임한 것으로 돼 있다. 백광우씨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 에버원메디컬리조트㈜ 대표는 김용현씨다. 김씨는 에버원메디컬리조트㈜가 사실상 운영을 중단한 2012년 6월15일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기존 경영진이 명의를 세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김씨는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데 에버원메디컬리조트㈜는 사무실이 서울 청담동에 있다. 김씨가 서울에 연고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의 전신인 에버원솔루션의 2010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박 회장은 전체 지분의 23.4%(28만주)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표시됐다. 그 다음은 김 감사로 주식 16.7%(20만주)를 갖고 있다. 김 대표의 이름도 확인된다. 다만 김 대표는 지분율이 8.4%(10만주)에 머물러 박 회장과는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는 은행권으로부터 받는 PF대출에 의존했다. 산업은행이 에버원메디컬리조트㈜ 소유 토지와 건물 등을 담보로 받은 채권은 970여억원에 달했다. SC제일은행도 130억원가량을 부동산에 투자했다. 당시 에버원메디컬리조트㈜는 부동산의 가치를 높게 환산했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자 그 손실은 고스란히 에버원메디컬리조트㈜에게 돌아왔다. 박 회장은 2011년 7월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예치과네트워크의 상징과도 같던 강남예치과 건물을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1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울어진 사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가 심각한 채무에 시달렸던 또 다른 원인은 '엔화대출'이다. 엔화대출은 사업에 필요한 돈을 저렴하게 끌어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는 산업은행의 PF자금을 대부분 엔화로 받아썼다. 그러나 당시 엔화는 예상 밖의 강세를 이었고 돈을 빌린 에버원메디컬리조트㈜는 막대한 이자를 물어야 했다.

바지사장 영입?

빚으로 쌓아올린 청담동 건물은 2012년 9월 공매에 넘어갔다. 강남구청은 에버원솔루션이 재산세를 납부하지 못하자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를 의뢰했다. 몇 번의 유찰 끝에 에버원메디컬리조트㈜ 건물과 토지는 1000억원에 매각됐다. 청담동 건물은 경매 역사상 단일용도 가운데 가장 감정가가 높은 매물로 기록됐다.

박 회장은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주로 국내 의료서비스의 중국 진출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대표를 지낸 메디파트너란 회사는 중국 내 치과 프랜차이즈 개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판 '예치과네트워크'의 재림인 셈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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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