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폭포여행 ②경기도 가평군

춤추는 계곡에 더위 몰러 나간다

가평은 산 좋고 물 좋다는 말이 허구가 아니다. 명지산, 유명산, 축령산 등은 경기도에서 소문난 명산이다. 무엇보다 제 몸에 유려한 계곡을 간직해서, 굳이 바다를 찾지 않아도 더위를 거뜬히 물리친다. 가평8경만 봐도 알 수 있다. 청평호반과 호명호수가 1경과 2경이고, 용추구곡과 유명농계, 적목용소가 계곡이다. 어디인들 설레지 않을까만, 올여름은 그 가운데 5경 적목용소를 탐해도 좋겠다.

빼어난 경관 자랑하는 적목용소
용소의 기품 더해주는 용소폭포
흰 명주실 떠오르는 무주채폭포

도마치계곡에 자리 잡은 적목용소와 무주채폭포 등은 경관이 빼어난데다 여름 나기에 안성맞춤이다. 위치와 접근성 때문에 다른 8경에 비해 덜 알려졌다. 가평군 제일 북쪽으로 가평 읍내에서 약 30km 올라간다. 대중교통으로는 용수동 종점에서 내려 4km 남짓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부러 찾아드는 이가 적잖다. 가는 길부터 들뜬다. 도로는 가평천과 엎치락뒤치락 나아간다. 연인산, 명지산, 화악산 등 산수를 파고들어 달린다.

도착점은 과거 삼팔선이 지난 삼팔교를 거쳐 약 3km 거리다. 길가의 자그마한 주차장과 공중화장실이 이정표 역할을 한다. 주차장에서 적목용소까지 5분 정도 걷는다. 보통 다리에서 발아래 용소의 전경을 조망한다. 적목용소는 용이 승천을 준비한 못이다. 옛날 그 물속에 이무기가 살았는데, 용이 되어 승천하려는 찰나 임신한 여인과 마주쳐서 떨어졌다. 그 자리에 소(沼)가 생겼다는 전설이 있다. 그 사실을 말해주듯 계곡이 깊고 주변의 숲이 짙다. 

풍류 체험
폭포수 그늘

용소 너머에는 용소폭포가 큰 바위 여러 개를 넘나들며 기운차게 흘러내린다. 낙차가 크지는 않지만 잔잔한 용소의 기품을 더한다. 아쉬운 건 하늘로 오르지 못한 용뿐만 아니다. 적목용소 쪽은 환경보호를 위해 출입을 금한다. 발을 담그거나 물놀이할 수는 없고, 저만치 풍광을 눈에 안는 데 만족해야 한다.


보는 것만으로 더위가 가시지 않을 때는 다리 건너 숲으로 들어간다. 계곡 안쪽 1km 지점에 무주채폭포가 있다. 거리가 멀지 않고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도 쉽게 오른다. 폭포로 가는 구간은 그늘진 숲이 물길과 어우러지며 풍경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따로 이름 붙이지 않았으나 폭포라 불러도 손색없는 물길이 자주 나타난다. 간간이 만나는 하늘색 산수국도 여름을 잊게 한다. 시간에 쫓기거나 서두를 필요 없다. 느긋하게 자연을 만끽하며 가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무주채폭포는 그 길 끝자락에 버티고 섰다. 넓고 가파른 벽 위로 폭포수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린다. 그러다 각진 바위에 걸리면 흩날리듯 퍼진다. 그 모습이 하얀 명주실 같다는 이들도 있다. 적목용소의 한을 풀듯 슬그머니 물속으로 손발을 넣는다. 처음에는 시원하나 1분이 지나지 않아 발끝이 시리다. 물 밖에도 서늘한 기운은 한결같다. 폭포 오른쪽에 나무 그늘과 빈터가 있어 돗자리를 깔고 머물기 좋다. 두세 사람이 앉을 만한 바위도 넉넉하다. 폭포수 그늘 아래서 모처럼 낭만을 누린다. 옛사람인들 달랐을까. 무주채폭포는 과거에 무관들이 나물을 안주 삼아 술잔을 나누고 흥에 겨워 춤추던 곳이다. 그래서 무주채란 이름이 붙었다. 가벼운 간식을 챙겨서 그 풍류를 흉내 내봄 직하다. 물론 취사는 불가능하며, 쓰레기는 챙겨 올 일이다.

적목용소나 무주채폭포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는 인근 강씨봉자연휴양림을 숙소로 삼는다. 강씨봉은 논남기계곡 상류의 가장 높은 봉우리다. 후고구려 궁예의 부인 강씨가 터를 잡고 산 뒤 강씨 집성촌을 이뤄 그리 부른다. 휴양림에는 숙박 시설은 물론 피톤치드 음이온 샤워숲길과 쉼터, 야외 물놀이장도 두 곳이나 있다. 

적목용소에서 강씨봉자연휴양림을 오가는 길에 조무락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무주채폭포에서 무관들이 춤췄다면, 조무락계곡은 새들이 춤추며 산수를 향유했다. 조무락(鳥舞樂) 또한 거기서 비롯된 이름이다. 복호동폭포에 이르기까지 골뱅이소, 중방소 등 여러 소가 나온다. 새들이 흥분할 법한 물길이다.

새들이 춤추는
조무락 계곡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자라섬캠핑장을 추천한다. 얼마 전 캠핑장 내 자리한 이화원이 이화원 나비스토리로 새롭게 단장했다. 국내 최대 나비 생태 체험관으로, 호랑나비와 암끝검은표범나비, 제비나비, 배추흰나비 등 50여종 5000여마리가 공간을 유영한다. 알에서 나비가 되기까지 전 과정도 볼 수 있다. 나비가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펴는 과정이 신비롭다.

북면 일대에 가평현암농경유물박물관, 명지산생태전시관, 남송미술관 등이 자리해 체험 학습도 할 수 있다. 모두 적목용소와 자라섬을 오가는 길에 들르기 알맞다. 가평현암농경유물박물관은 밭갈이관, 추수관 등 5개 전시관에 실제 농기구를 전시한다. 현암 윤영덕씨가 기증한 유물을 중심으로 꾸며, 지금은 사라진 농기구와 농경 유물을 볼 수 있다. 명지산생태전시관은 생태전시관과 자연학습원 등을 갖췄다. 명지산에 자생하는 식물을 만나고, 다양한 자연환경을 체험하는 기회다. 남송미술관은 서양화가 남궁원 관장이 2005년 문을 열었다. 성곽을 연상케 하는 한옥 외관이 독특하다. 허수아비마을 입구에 있어 마을 여행과 연계한 활동도 가능하다.


그 여정에서 가평의 별미도 놓칠 수 없다. 가평은 잣을 재료로 한 음식이 유명한데, 잣은 여름 보양식으로 좋다. 명지쉼터가든은 잣곰탕, 잣국수, 잣죽 등을 낸다. 잣곰탕은 잣을 갈아 국물을 내서 잣 거품이 보이고, 잣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여름에는 잣국수가 인기다. 잣을 통째로 갈아 만든 국물과 잣을 넣어 반죽한 면으로 요리한다. 콩국수와 다른데 한층 담백하다. 입안에 도는 잣 향이 각별한 풍미를 자아낸다. 가평의 피서가 안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여행 정보>---------------------------
당일코스

풍경 여행 코스 : 조무락계곡→적목용소→무주채폭포
체험 학습 코스 : 이화원 나비스토리→가평현암농경유물박물관→적목용소→무주채폭포

1박2일 코스
첫째 날 : 이화원 나비스토리→적목용소→무주채폭포→강씨봉자연휴양림
둘째 날 : 명지산생태전시관→남송미술관→가평현암농경유물박물관

관련 웹사이트
· 가평군 문화관광 www.gptour.go.kr
· 강씨봉자연휴양림 http://gangssibong.gg.go.kr
· 이화원 나비스토리 www.ewhawon.com

문의 전화
· 가평군청 문화체육관광과 031-580-2066 ·가평역 관광안내소 070-7779-8832
· 강씨봉자연휴양림 031-8008-6611 ·이화원 나비스토리 031-582-3061
· 명지산생태전시관 031-582-7426 ·남송미술관 031-581-0772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가평역 :
ITX-청춘 하루 20~30회(06:00~22:00) 운행, 약 55분 소요. 가평역에서 용수동(종점) 방면 버스 이용, 용수동에서 도보 4km. 가평역에서 택시 이용 시 3만5000원.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가평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2회(06:35~22:05) 운행, 약 1시간10분 소요. 가평터미널에서 용수동(종점) 방면 버스 이용, 용수동에서 도보 4km. 가평터미널에서 택시 이용 시 3만5000원.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서울춘천고속도로 서종 IC→가평·청평 방면→북한강로 11.7km→신청평대교삼거리 청평·아침고요수목원 방면 좌회전→신청평대교 건너 춘천 방면 우회전→경춘로 15.9km→가평오거리 가평군청 방면 우회전→가화로 34km 왼쪽→적목용소 주차장

숙박
· 더스테이호텔 : 가평읍 보납로, 031-581-5711
· 강씨봉자연휴양림 : 북면 논남기길, 031-8008-6611
· 자라섬캠핑장 : 가평읍 자라섬로, 031-580-2501, www.jarasumworld.net

식당
· 명지쉼터가든 : 잣국수, 북면 가화로, 031-582-9462
· 송원막국수 : 막국수, 가평읍 가화로, 031-582-1408
· 백둔리인천집 : 두부전골, 가평읍 석봉로, 031-581-5533

주변 볼거리
용추폭포, 호명호수, 자연과별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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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