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거사 치르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국민들이 도와줘야 진짜 큰일 낸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아시아인 최초로 ‘축구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과 축구와의 인연을 살펴보면서 아시아 최초의 축구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점쳐봤다.

범현대가의 자제인 정몽준 명예회장은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평소 즐겨하던 권투로 유도부 친구를 때려 일주일간 학교를 자체 결석(?)한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그는 유도부 친구들의 보복을 당한 뒤에야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운동과의 인연
축구인생 시작
 
고등학교 시절 그는 특별활동으로 농구를 선택했고, 축구부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렸다. 성인이 된 정 명예회장은 25세 때 전국 승마대회에 나가 은메달을 따기도 했으며, 전국종합스키선수권대회에 출전해 4위에 입상한 적도 있다. 그는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 고등학교 때 축구부 감독이었던 은사를 찾을 만큼 운동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정 명예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스포츠 후원으로 이어졌다. 운동을 좋아해 1983년 초대 양궁협회회장을 역임하며 스포츠와 인연을 이어나갔다. (정 명예회장이 양궁협회와 인연을 맺은 뒤 현대는 현재까지 양궁협회에 후원을 계속하고 있다.) 1984년 정 회장은 실업연맹테니스 회장을 맡았다. 이때까지 그는 축구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후원에는 적극적이 못한 모습이었다. 1983년 잠시 울산시 축구협회장을 맡은 것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축구대통령’ FIFA 회장 출마 공식선언
부회장 시절 블레터 독재 대항마 역할
 
그러나 1992년 대한축구협회 차기 회장에 도전하면서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축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회장직이 걸린 선거에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던 김우중 회장은 축구선수 출신인 김창기 부회장을 지지했다. 따라서 정 명예회장과 김창기 부회장이 맞붙는 구도가 됐다. 상황은 정 명예회장보다 김 부회장에 우세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김우중 회장이 마음을 바꿔 김창기 부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정 명예회장이 1994년 1월 대한축구협회 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우중 회장이 정 명예회장 쪽으로 지지를 선회한 것을 두고 축구협회를 이끌만한 재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회장에 취임한 정 명예회장은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취임 당시 월드컵 유치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던 정부를 설득시키기 위해 유치위원회를 주도적으로 바꿨다. 월드컵유치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 이홍구(전 국무총리)를 추대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이를 두고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정 명예회장은 밀어붙이기에 들어갔다. 결국 이홍구씨가 월드컵유치위원회 초대회장직을 맡으면서 정 명예회장은 유치위원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독재 대항한
FIFA 부회장
 
정 명예회장은 그해 5월 FIFA 부회장 선거에 출마해 11표를 받아 10표와 8표를 얻은 쿠웨이트의 알 사바하와 카타르의 알 압둘라를 제치며 2002년 월드컵 개최의 발판을 만들었다. 당시 한국의 2002년 월드컵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본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일본보다 월드컵 유치전에 4년가량 늦게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FIFA 부회장에 오르면서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권을 가진 FIFA 집행위원과 긴밀한 관계로 발전해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지로 선정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거스 히딩크를 감독으로 영입하는데 적극적으로 앞장서며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데 공을 세우기도 했다.
 
FIFA부회장으로서 정 명예회장은 제프 블레터 FIFA회장 독재에 대항하는 대항마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정 명예회장은 FIFA 내에서 야당으로 활동했다. 2002년 5월 블레터 회장의 재선 당시 반대편에 서며 블레터 회장과 멀어졌다. 당시 정몽준 명예회장은 2002년 당시 블레터 FIFA 회장이 부패와 부정과 경영 실수로 FIFA가 재정적이고 정치적인 위기에 처해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정 명예회장은 FIFA 회장의 무능과 권력 남용을 종식시키기 위해 하야투 아프리카 축구연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프리 회장은 재선에 성공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레나르트 요한손 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과 ‘개혁파 진영’을 형성해 블레터 회장에 맞섰다. 하지만 정몽준 명예회장은 2011년 FIFA 부회장 선거에서 출마해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에게 패해 낙선해 17년동안 이어온 FIFA 부회장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당시 블레터 회장이 정 명예회장 낙선을 위해 움직였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정 명예회장의 낙선 소식은 한국 축구계에 엄청난 악재였다. 그동안 정 명예회장이 사실상 1인 축구외교를 해왔기 때문이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3차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2012년 낙선 이후 FIFA 내 모든 권한을 내려 놓게 된 정몽준 명예회장은 블레터 회장의 부정부패에 대한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2011년 발간한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을 살펴보면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FIFA가 기존 스폰서였던 마스터카드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비자카드와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블레터 회장이 부적절하게 개입해 FIFA의 도덕성에 흠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레터 회장은 이로 인해 마스터카드로부터 소송을 당해 1억 달러에 달하는 합의금을 내야 했다고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정 명예부회장은 “2010년에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한 것은 상식과 관례에 맞지 않다”며 “집행위원회의 권한인 월드컵 개최지 결정권를 총회로 넘겼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블레터 회장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집행위원회는 회장의 독선을 막기 위해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하는 독립된 기구인데, 블레터는 집행위원회의 권한을 빼앗아 자신에 대한 견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많은 독재자들이 쓴 수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무너진 블레터
위기 뒤 기회?
 
정 명예회장이 낙선한 사이 블레터 회장은 각종 부정부패 혐의가 드러나면서 비난을 받는 가운데서도 회장직을 유지했다. 블레터 회장의 비리 스캔들은 연혁이 깊다. 1998년부터 끊임없이 비리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난 6월 블레터 회장의 측근인 FIFA 전현직 고위간부 6명은 카타르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나 미국 FBI에 의해 체포됐다. 이들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을 포함해 지난 20년간 1100억 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블레터 회장도 미국 수사당국의 수사 대상에 포함돼 미국 방문을 최근 4년동안 못하고 있다.
 
블레터 회장은 측근들이 체포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5선에 성공하며 회장직을 유지할 생각이었지만 수사당국의 압박수위가 높아지면서 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블레터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정 명예회장의 FIFA 회장 선거 출마 명분은 더욱 뚜렷해 졌다.
 
17년동안 FIFA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부정부패의 상징이 돼버린 블레터 회장과 반목을 벌이면서 쌓아온 정 명예회장의 청렴한 이미지가 현재의 FIFA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결국 회장 선거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 회장 측은 “오는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고 지난 12일 밝힌 것이다. 정 회장은 이날 선언에 이어 기자회견을 진행해 FIFA 개혁에 대한 비전과 공약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6일 “파리가 교통이 좋고 FIFA 창립 당시 파리에서 시작한 점을 감안해 결정했다. (미셸)플라티니가 프랑스 사람이니 그런 부분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조직내 청렴이미지 정평
‘개혁 전사’ 대권 가능성↑
 
그러면서 “(FIFA회장 출마는)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며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국민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신이 나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장 선거는 내년 2월26일 실시할 예정이다. 후보자가 정해지면 FIFA에 속한 209개 회원국들이 각 1표씩을 행사해 ‘세계 축구 대통령’을 뽑는다.
 
정 명예회장은 당선 가능성에 대해 “내가 잘한다면 유력한 후보 중에 한 명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FIFA 역사가 111년이 됐는데 역대 회장 8명이 유럽계다. FIFA가 오늘 불명예스럽게 된 데에는 FIFA 사무국 책임이 크지만 유럽 축구 지도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유럽에 건강한 리더십이 있었다면 FIFA를 좋은 방향으로 인도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당선을 위해서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유력 후보는 미셸 플라티니(유럽축구연맹 회장)와 저 아니겠느냐. 제가 잘 하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을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당선 가능성을 물어보길래 일본이 도와주면 99%라고 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일본이 도와주면 99%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레터 꼭두각시
대선가도 장애물
 
플라티니 회장은 지난달 29일 FIFA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져 정 회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플라티니는 친 블레터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힌다. 각종 비리로 불명예스럽게 회장직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블레터는 여전히 FIFA 내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플라티니 회장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로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정 명예회장은 블레터를 ‘식인종’에 플라티니를 ‘꼭두각시’에 비유하며 혁신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블레터 회장은 부모를 잡아먹은 뒤 고아가 됐다고 우는 식인종 같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탓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플라티니 UEFA 회장에게 “좋은 축구선수였을지는 몰라도 좋은 FIFA회장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플라티니가 새로운 FIFA를 상징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지 블레터의 꼭두각시일 뿐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FIFA 회장 선거에는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 브라질 축구 스타 지쿠 등도 회장직 선거 출마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이제 세계 각국을 돌며 축구계 유력인사들을 만나 FIFA 회장으로서의 경쟁력을 어필할 계획이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J, 일본지지 요청 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FIFA 회장 선거 출마 선언을 앞두고 일본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경쟁에서 일본의 지지를 받지 못해 막판에 밀린 아픈 기억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0년 12월 있었던 2022년 월드컵 개최 투표에서 일본은 한국이 아닌 미국을 지지하면서 희비가 엇갈린 바 있다.<호>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