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야동전쟁' 막전막후

AV 여신들 못볼판…마니아 초비상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가는 '야동'을 좋아하지 않아 이를 유포한 사람을 처벌한다. 이런 이유로 야동은 저작권도 보호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야동에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재판부 결정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번 판결로 국내 P2P사이트들이 비상에 걸렸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된 해외 야동 업체들이 대규모 소송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야동 제작 불모지인 한국에서 앞으로 야동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비보도 들린다. 

 
1990년 10월 누드 사진을 무단으로 월간지에 게재한 피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저작재산 및 저작인격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누드 사진도 음란물이긴 하지만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인정한 최초 판결이었다. 그로부터 25년만에  ‘음란 동영상’ 야동이 저작권 보호대상이 됐다. 그동안 P2P(온라인 파일 공유 업체)와 웹하드 사이트를 통해 불법으로 유통된 야동들이 모두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야동도 인간이
노력해 얻은것”
 
일본 음란동영상 업체들이 자신들이 제작한 영상의 불법 유통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 법원에 제기된 관련 가처분 신청 사건 가운데 법원이 내린 첫 판단이다. 음란한 동영상이라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저작물로 보호해야 하므로 현재 이뤄지는 불법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29일 부산지법 민사14부(재판장 김형천)는 성인동영상 업체 16곳이 P2P(온라인 파일공유 업체)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영상물복제등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업계에서 손꼽는 대형업체들로 이 가운데는 한국 업체 1곳도 포함됐다.
 
일본 성인동영상 업체들 국내 P2P에 승소
잇달아 “저작권 보호대상으로 인정”판결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은 인간의 정신적 노력으로 얻은 사상 또는 감정을 말과 문자, 음, 색 등을 이용해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것으로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다”며 “표현된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의 윤리성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A사이트 회원 중 일부는 4000여건의 영상을 업로드·다운로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를 “복제권 침해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음란한 내용이 담긴 영상저작물도 저작권법상의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다”며 “A사는 회원들이 문제의 영상물들을 불법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유인·조장하고 있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음란 동영상 업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해당 영상의 불법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이 온라인 파일공유 사이트는 파일을 업로드한 자에게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등 상업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자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이와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음란 동영상을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에 올려 경제적 이득을 취한 피고가 이에 대해 벌금과 추징금을 선고하면서 음란 ‘동영상’에도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음란물을 포함한 불법 복제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기소된 정아무개(41)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6월19일 밝혔다.
 
제작은 불법 
저작은 합법
 
정씨는 2008∼2010년 음란물을 포함한 영상 4만여건을 파일 공유 사이트 ‘디스크펌프’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음란물이라 하더라도 창작자에게 저작권이 있다”며 “정씨가 영리 목적을 위해 상습적으로 불법 저작물을 업로드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저작권은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그 자체의 윤리성은 문제 되지 않으므로, 원심이 음란물을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야동의 저작권 인정에 말이 많다. 그 중 “야동 제작이 불법인데, 저작권은 인정하느냐”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불법과 불법’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하느냐는 의문을 던진다.
 
 
판결의 핵심은 누가 봐도 야동이지만 제작 및 창작을 했기 때문에 창작성이 인정됐다는 점이다. 야동이 예술의 범위에 속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충분히 남기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행범상 음란물 제조·유포는 처벌 대상이다. 한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일본 음란물 제작 업체들의 영상물은 성인물을 벗어난 하드코어 음란물도 많다. 저작권법의 근본 취지는 보호할 만한 것을 보호자는 것 아닌가”며 “과연 일본 음란물 제작 업체들의 성인물들이 그럴 만한 예술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일본 야동이 한국에서 저작권을 인정받은 만큼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 야동 업체들이 대규모 소송전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해당 업체들이 국내 P2P와 웹하드 사이트 및 야동 마니아(?)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 수 있다. 벌금형 및 합의 하에 돈을 지급해줘야 한다. 어쨌든 야동은 제작 자체는 불법인데도, 해외 음란물 제작 업체의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모순을 낳게 된다.
2009년 검찰이 일본 야동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저작권 위반 수사를 할 때도 이를 고민했다. 자칫 수사가 또 다른 음란물 산업을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서다. 
 
일본 성인동영상 업체 협의체인 일본지적재산진흥협회(IPPA)는 몇년 전부터 저작권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2009년 일본·미국 성인동영상 업체들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헤비 업로더’(동영상을 대량으로 올리는 이용자)들을 상대로 대검찰청에 고소장을 냈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법적으로 유포가 금지된 음란물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수사권을 발동할 수 없다”며 수사를 하지 않았다.
 
음란물 백화점
비상 걸린 P2P
 

그러자 2013년 11월 이 협회는 과녁을 헤비 업로더에서 P2P 사이트로 바꿨다. 일본 성인동영상 업체 13곳으로부터 판권을 구입한 뒤 성인물로 수위를 낮춰 편집해 국내에 유통시키려던 한국 업체는 4만여건에 이르는 야동의 저작권 보호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P2P 사이트 10여곳에 보냈다. 또 이들 업체 가운데 4곳을 서울남부지검에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4월 대검 지침에 따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정보통신망법의 음란물 유포죄를 물어 업체 1곳은 약식기소, 1곳은 기소유예 처분만 했다.
 
이번 판결로 P2P 사이트들이 비상에 걸렸다. P2P 사이트가 해외 야동을 유통하는데 제동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해외 음란물 제작 업체의 소송을 치러야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 내 일본 야동 마니아층은 두텁다. 일부는 한 일본 배우가 출연한 야동의 배경이 된 곳을 모조리 찾아가 찍은 인증샷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릴 정도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품’을 구입하는 대신 P2P사이트를 통해 다른 이용자가 올린 야동을 내려받는다.  
 
P2P사이트는 ‘음란물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큼 야동이 많다. P2P 사이트에 올라 있는 콘텐츠는 평균 수십만개. 그 중 다수가 야동이라고 보면 된다. 일부 대형 사이트의 경우에는 게재된 야동의 수가 수백만개에 이르기도 한다. 
 
해외섹스물 불법유통 제동?

현지 업체들 줄소송도 감지 
 
국내 최대 P2P 사이트인 W사에 게시되는 음란물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조사결과 평일 평균 하루 5100여건, 8500GB에 이르는 음란물이 올라왔다. 시간 당 200건이 넘는 음란물이 평일 낮에 게시되고 있는 것이다. 주말동안 올라온 음란물은 1만건이 넘어가 수를 집계할 수 없을 정도다. 이를 200여개에 이르는 P2P 사이트로 확대해서 생각하면 음란물 백화점이라는 현실을 실감케 한다.
 
회원 수도 엄청나다. 중위권 업체의 회원 수는 평균 100만 명 이상이다. 작은 업체도 수십만 명에 이른다. 대형 업체의 경우 700만∼1500만명이 회원으로 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게재된 “야동의 수와 회원 수는 비례한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용자들이 올린 야동을 내려받으려면 P2P사이트에서 현금으로 구입한 ‘코인’이 필요하다. 결국 야동 유통이 많을수록 P2P사이트엔 이득이다.
 
P2P가 불법이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 통계는 없다. 하지만 담당 부처와 단체 등에 따르면 P2P사이트는 200여개, 전체의 연간 매출은 7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상위 10위에 속하는 대형 P2P 사이트는 연간 매출액 5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음란물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큼 매출의 상당 부분이 야동 다운로드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야동시장 위기설
자체 제작 느나?
 
이런 연유로 한 네티즌은 “일본이나 미국 야동 업체들에게 한국은 그야말로 거대한 새로운 시장일 것이다. 그들은 이제 해외 야동에 길들여진 한국 네티즌들을 무더기 고소하고 합의금을 뜯어내는 시도를 벌일 것이다. 한국은 이미 야동 전쟁에서 패배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 이후 일본 야동 업체가 한국의 법무법인을 선임해 P2P사이트와 유포한 이들을 무더기로 고소하고 합의금을 챙기는 식으로 달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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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