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블랙리스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개그우먼 김미화가 소문만 무성했던 ‘KBS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이 발언으로 김미화는 소위 ‘연예인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판도라 상자의 문을 연 셈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있었다. ‘연예인 블랙리스트’ 존재유무가 사실로 밝혀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미화 ‘연예인 블랙리스트’ 존재… 트위터에 글 올려
김미화·김제동·윤도현… KBS 끊임없는 출연자 논란
파장은 김미화가 KBS에 ‘연예인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며 그 때문에 자신이 KBS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김미화는 지난 6일 아침 자신의 트위터에 “김미화는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된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미화는 “제가 많이 실망한 것은 KBS 안에 있는 피디들이 20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이고 친구들인데 확인되지 않은 편향된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며 누군가의 과잉 충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미화는 이어 “KBS에 근무하는 분들이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밝혀 주십시오. 참... 슬픕니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미화가 올린 글은 급속도로 번졌고, KBS는 같은 날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명예훼손 혐의로 김미화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KBS, 김미화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 고소
김미화는 KBS가 고소장을 제출하자, 지난 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반박성 글을 올렸다. 김미화는 “좌? 우? black? white? 정말 지치지도 않습니다. 내일? 승소한 좌파논란 입니다만, 또, 고등법원에서 재판받습니다. 곧? 영등포경찰서에 불려 간답니다. 대한민국 만세!!!”라는 글을 올려 이번 사태를 비판했다. KBS는 파장이 커지자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김미화 트위터 발언 관련 KBS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나선 조대현 KBS 방송 담당 부사장은 출연자 선정교체 과정과 김미화의 방송 출연 사실을 근거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전면 부인했다. 우선 조대현 부사장은 출연자의 선정 교체 과정을 설명했다. 조 부사장은 “KBS에서 진행자나 출연자의 선정과 교체는 제작진의 자율적인 판단과 시스템에 의해 이뤄진다”면서 김미화가 KBS에 출연하지 못한 이유가 제작진의 개인적 선호에 따라 이뤄진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전했다.
실제 김미화는 지난 2005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방송된 <TV 책을 말하다> MC를 끝으로 KBS에 고정 출연한 바가 없다. 이후 개별프로그램에 산발적으로 출연해 얼굴을 보여왔다. KBS 측은 김미화의 이런 미비한 활동이 제작진의 출연자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두 번째 근거는 김미화의 2010년 KBS 출연 자료다.
조 부사장은 “김미화는 지난 4월4일 <다큐멘터리 3일>에는 나레이션으로, 4월10일에는 <사랑의 리퀘스트 특집-대한민국은 한가족입니다>에 게스트로 출연했다”면서 “‘블랙리스트’가 있다면 어떻게 출연이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조대현 부사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KBS의 입장을 전했다. 조 부사장은 “KBS 임직원들은 앞으로도 시청자를 섬기는 마음으로 더욱 공정하고 신뢰받는 방송을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악속한다. 또한 출연금지 문건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미화의 이 같은 ‘연예인 블랙리스트’ 발언 논란은 갈수록 치열한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연예인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와 피소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평론가 진중권, 시사평론가 유창선, 배우 문성근 등이 KBS를 질타하는 글을 올려 또다시 쟁점 비화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진중권은 지난 6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하는 짓들 보면 저질도 저질들이 없다”며 KBS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이제 와서 하는 얘긴데, KBS <TV, 책을 말하다>의 높으신 분께서 진중권 나왔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리라고 했다”며 “그래서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했다가 영원히 못 뵙게 됐다”고 주장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KBS에 블랙리스트가 정말 없다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2009년 1월, 당시 고정출연 중이던 KBS 1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하차 통보를 받았다”며 “이후 단 한번도 KBS에 출연섭외를 받지 못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유창선은 이어 “블랙리스트가 문서로 작성돼 돌아다녔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문서가 아닌 말을 통한 지시로 블랙을 걸었다고 해서 KBS에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펄쩍 뛰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배우 문성근은 지난 6일 낮 자신의 트위터에 “김미화씨의 출연금지 블랙리스트 존재 발언에 대해 KBS에서 ‘그런 거 없다’며 법적대응 운운하는 데, 그럴 거 없이 그냥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를 출연시키면 논란을 잠재울 수 있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문성근은 이어 “덕분에 나도 좀 출연해보고 ㅋㅋ”라고 글을 남겼다. KBS의 ‘연예인 출연 제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11월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진행자 윤도현과 <생방송 심야토론> 진행자 정관용씨를 경영악화로 인한 내부 직원으로의 교체를 이유로 전격 교체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 그리고 일부 시청자들까지 정치 외압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08년 KBS 가을 개편을 맞아 <연예가중계>의 MC자리에 이어 지난해 <스타 골든벨>을 진행하던 김제동을 전격 퇴진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은 퇴출 반대에 대한 의견을 쏟아내는가 하면 정치권에선 정치외압설을 주장하며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정치 외압설’ 제기
존재유무 관심집중
당시 김제동의 MC교체에 대해 KBS는 “가을철 프로그램 개편에 따른 진행자 교체”라는 말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치 외압설에 대해 반박한 바 있다.
그동안 이런 출연 제한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원론적인 입장 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KBS가 이번 김미화의 발언에는 강수를 띄웠다. 이런 가운데 ‘연예인 블랙리스트’ 존재유무가 사실로 밝혀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