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당하는 유명 피서지 ‘숙박 바가지’ 백태

방값? 주인 마음대로 '부르는 게 값'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여름휴가를 두고 ‘7말8초’라는 말이 있다. 여름휴가를 떠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가 7월 말부터 8월 초라는 말이다. 그만큼 이 기간에 피서객들이 집중되고 있으며, 숙박 부족 사태가 벌어져 숙박업소에서는 ‘극성수기’라는 명목으로 숙박비를 인상하곤 한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유명 피서지 4곳의 숙박 바가지 실태를 조사해봤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여름휴가객의 70%가 집중되는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 ‘특별교통대책기간’을 마련하고, 8월1일~8월7일까지 일주일간 여름휴가객의 38.2%가 피서를 떠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행업계에서도 이 기간을 성수기의 대목인 ‘극성수기’로 간주, 항공권 및 숙박비 등을 인상해 여름 대목을 노리고 있다.

홈피 가격 미공개 
최대 5배 인상도

피서지에서 숙박 바가지로 피해를 본 이용객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요시사>에서는 여름 피서지로 인기가 높은 해운대·경포대·동강·북한강 인근의 숙박비 실태를 조사해봤다. 조사 결과, 해운대 인근 숙박업소의 숙박비가 비성수기 대비 최대 5배 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동에 위치한 한 민박업소는 비성수기 숙박비와 8월1일의 숙박비가 최대 5.3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6평 규모의 객실은 2만7000원에서 13만8000원, 9평 규모의 객실은 3만8000원에서 18만8000원, 14평 규모의 객실은 5만8000원에서 29만8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해 예약을 받고 있었다.

객실요금 공지란에는 ‘아래 요금 그대로 예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금문의는 확인하실 필요가 없습니다’는 문구도 공지돼 있었다. 다른 한 민박업소는 8평 규모의 객실 숙박비를 비성수기에 4만원 받았으나 성수기에는 ‘전화문의 : 10만원부터’로 홈페이지에 고지했다. 해당 숙박업주에 8월1일 1박 숙박비를 문의하자 15만원을 제시했다.


해당 숙박업주는 “이미 다른 숙박업소는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 15만원이면 싸게 예약하는 셈”이라며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방을 내어줄 수 있으니 금일 중으로 계좌에 숙박비를 입금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예약이 완료된 후에도 고객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가격을 더 얹어 주겠다는 사람도 있다”며 “인상가를 높여도 예약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대 인근의 숙박업소 가운데 사이트 운영 업소의 숙박비를 조사해본 결과, 70개 업소 중 숙박비를 고지한 업소는 단 8개 업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62개 업소는 가격 공지 대신 해당 업주의 연락처와 함께 ‘전화 문의’라는 문구만 게재돼 있었다.

가격이 공지된 8개 업소 중 가족 단위가 숙박할 수 있는 20평 규모 객실의 극성수기(7월30일~8월9일) 주말 기준 숙박비는 평균 2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비가 가장 저렴한 펜션은 평일 17만원, 주말 19만원이었으며, 가장 비싼 펜션은 평일·주말 구분 없이 35만원을 받고 있었다. 비성수기의 평균 객실 숙박비는 16만6000원으로 성수기에 11만4000원을 더 받는 셈이었다.

여름 휴가 절정…극성수기 가격 요구 
비수기 대비 5배 인상 “비싸도 없어”

숙박업소가 극성수기에 숙박비를 대폭 인상한 문제점은 해운대뿐만 아니라 여름 피서지 곳곳에서 빚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포대 인근의 숙박업소는 대부분 비성수기, 준성수기1(7월11일∼7월24일), 준성수기2(8월16일∼8월22일), 성수기(7월25일∼7월29일, 8월9일∼8월15일), 극성수기의 기간별로 5분할하거나 비성수기, 성수기(7월11일∼7월29일, 8월9일∼8월22일), 극성수기로 3분할해 숙박비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별로 가장 큰 숙박비 차액을 보인 한 업소(20평 객실 기준)의 경우 비성수기에 평일 20만원, 주말 28만원, 준성수기에 평일 24만원, 주말 32만원, 성수기에 평일 31만원, 주말 36만원, 극성수기에 38만원의 숙박비를 받고 있었다. 다른 한 업소는 비성수기에 평일 12만5000원, 주말 15만5000원, 준성수기1에 평일 13만5000원, 주말 17만원, 준성수기2에 평일 14만5000원, 주말 18만5000원, 성수기에 평일 21만원, 주말 24만원, 극성수기에 28만원의 숙박비를 운영 중이었다.

기간별 5분할 책정
7말8초 가장 비싸


20평 객실을 운영하는 10개 업소의 극성수기 평균 숙박비는 26만9000원(최저 18만원, 최대 38만원), 비성수기 평균 숙박비는 13만6500원(최저 9만원, 최대 28만원)으로 나타났다. 한 업소당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18만원까지 가격을 인상했으며 평균 인상 숙박비는 13만2500원이었다.

동강 인근 15개 숙박업소(강원도 영월 지역)의 극성수기 평균 숙박비는 22만원으로 경포대 인근 숙박업소 평균 숙박비보다 4만9000원이나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성수기 평균 숙박비도 3500원 적은 13만3000원으로 조사됐으며, 성수기 평균 숙박비는 19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극성수기 기간 중 가장 저렴한 숙박업소는 16만원, 가장 비싼 숙박업소는 25만원이었다.

비성수기 최저가 숙박비는 8만원, 최고가 숙박비는 20만원이었다. 비성수기와 극성수기간 최저 가격차는 4만원으로 비성수기에 12만원인 숙박비가 극성수기에 16만원을 받고 있었다. 최대 가격차는 16만원으로 비성수기에 10만원, 극성수기에 26만원의 숙박비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극성수기 20평 객실 평균 숙박비가 22만원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 펜션은 9평에 25만원의 숙박비를, 한 펜션은 25평에 40만원의 숙박비를 받고 있었다. 

북한강 인근 숙박업소(경기도 가평·강원도 춘천 지역 15개 업소)의 숙박비는 비성수기와 극성수기에 동강 인근보다 비쌌으나 성수기에는 2만6000원이나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간별 평균 숙박비는 비성수기에 15만8000원, 성수기 16만9000원, 극성수기 23만원으로 나타났다. 동강 인근보다 비성수기에 2만5000원, 극성수기에 1만원 높은 숙박비다.

극성수기에 가장 비싼 숙박비는 28만원, 비성수기보다 13만원이나 높은 숙박비를 책정하고 있었다. ㅂ펜션의 경우 비성수기, 성수기 구분 없이 일요일∼목요일에 6만원, 금요일에 10만원, 토요일에 13만원의 숙박비로 통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나 숙박 바가지를 운영하지 않는 유일한 숙박업소였다. ㅂ펜션을 제외한 가장 저렴한 숙박비 차액을 보인 숙박업소는 비성수기에 평일 13만원, 주말 23만원에서 극성수기에 평일 19만원, 주말 27만원을 운영하는 업소로 나타났다.

펜션 운영업자 최지호(32)씨는 “피서지 인근의 숙박업소는 짧은 여름휴가 기간 동안 연간 이용객의 80% 이상이 찾기 때문에 숙박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5배까지 숙박비를 인상한다는 건 비양심적으로 보이긴 하나 평균 2배 정도는 얹어 받아야만 1년간 펜션 운영이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20평짜리 방
평균 24만원

<일요시사>가 20평 규모 객실을 운영하는 유명 피서지 4곳의 42개 숙박업소 극성수기 평균 숙박비를 계산해본 결과, 24만2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스포슈머 리포트>를 통해 여름휴가 일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여름휴가 기간으로 3박4일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나 피서지에서 3박 숙박 시 72만6000원이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2개 숙박업소는 기준인원 초과 시 추가발생 금액으로 1만~2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평 규모의 객실을 기준 2인으로 설정한 업소가 대부분으로 4인 숙박 시 2만~4만원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또한 바비큐 시설 이용 금액은 1만5000원∼5만원을 받고 있었다. 4인 가족(2인 추가)이 숙박업소에서 바비큐를 이용할 시 적게는 3만5000원에서 많게는 9만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셈이다.

‘피서객은 봉’ 해운대 극심
100곳 중 1곳만 환불 가능

8월1일 가평의 한 펜션을 친구 3인과 함께 2박 이용할 예정인 신광범(32)씨는 숙박비 50만원, 바비큐 시설 이용비 5만원, 인원 초과 요금 4만원으로 총 34만원을 선결제했다. 그는 “음식 및 교통비 등을 합산하면 개인당 20만원 가량 소비해야 한다”며 “두 사람이 자취방 월세만큼의 돈을 이틀 동안 지출해야 하니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태국의 호텔이나 레지던스는 1박 숙박비가 4만∼7만원선인데 우리나라의 숙박업소는 3배가 넘는 수준”이라며 “내년에는 숙박비가 저렴한 해외로 여름휴가를 가야겠다”고 털어놨다.

숙박업소의 가격 미공지와 극성수기의 숙박비 인상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만이 높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공중위생관리법, 농어촌정비법,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관광진흥법 등 숙박업 관련 현행법을 살펴보면 숙박비 고지와 관련된 어떠한 법 조항도 마련되지 않아 숙박비 규제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숙박 예약 취소 시 발생하는 환불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용객도 적지 않다.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은 환불을 30일 이전 90%, 15∼29일 85%, 7∼14일 80%, 5∼6일 70%, 3∼4일 50%, 1∼2일 30%, 당일 0%로 규정하고 있다. 극성수기 주말 숙박(27만원)을 예약했다가 취소할 시 30일 이전 24만3000원, 15∼29일 22만9500원, 7∼14일 21만6000원, 18만9000원, 3∼4일 13만5000원, 1∼2일 8만1000원을 환불받게 되는 셈이다. 다른 한 숙박업소는 8일 이전 90%, 4∼7일 50%, 1∼3일 0%로 환불규정을 정하고 있다. 이처럼 숙박업소의 환불규정이 제각각으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환불금 정책
업소마다 달라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해제 시 환불규정은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주중 및 주말로 구분된다. 성수기 주중에는 10일 이전 전액, 7일 전 90%, 5일 전 70%, 3일 전 50%, 1일 및 당일 20%이며, 성수기 주말에는 각각 전액, 80%, 60%, 40%, 10%로 환불금을 지불해줘야 한다. 비성수기 주중에는 2일 전 100%, 1일 전 90%, 당일 80%, 비성수기 주말에는 2일 전 100%, 1일 전 80%, 당일 70%를 환불해야 하는 것으로 보상기준이 제시돼 있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휴가철' 고속도로 정체 피하는 노하우

국토교통부가 교통수요조사를 한 결과, 극성수기 기간 중 8월1일(출발)과 2일(귀경)에 고속도로 정체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휴가철 국민들의 안전한 여행길을 위해 ‘하계특별교통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인 국토교통부는 철도 8회, 고속버스 279회, 항공기 34편, 선박 195회 증회 운영한다.


교통량 분산을 위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며, 고속도로 16개 노선 57개 교통혼잡 예상 구간(695km)을 국도 우회 유도할 예정이다. 또한 갓길차로제(30개 구간 215km)와 승용차 임시 갓길차로(2개 구간 11km), 서해안선·남해1지선 2개 분기점 진입램프 접속부 축소 운영(7월30일∼8월5일)도 시행한다. 버스전용차로와 갓길차로 위반의 계도 및 적발을 위한 무인비행선 감시카메라도 3대 운영할 방침이다.

실시간 교통정보 파악해야
혼잡구간 국도로 우회 유도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7곳의 27개 자동차정비업소는 무상 점검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졸음쉼터 4곳에서는 냉각수 보충 및 배터리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토교통부는 자사 및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예상혼잡일자 및 시간대, 도로 교통상황 등을 예측 보고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앱과 도로변 전광판, 교통상황 안내전화(종합교통정보 1333, 고속도로콜센터 1588-2504) 등을 통해 실시간 교통상황과 우회도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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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