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당하는 유명 피서지 ‘숙박 바가지’ 백태

방값? 주인 마음대로 '부르는 게 값'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여름휴가를 두고 ‘7말8초’라는 말이 있다. 여름휴가를 떠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가 7월 말부터 8월 초라는 말이다. 그만큼 이 기간에 피서객들이 집중되고 있으며, 숙박 부족 사태가 벌어져 숙박업소에서는 ‘극성수기’라는 명목으로 숙박비를 인상하곤 한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유명 피서지 4곳의 숙박 바가지 실태를 조사해봤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여름휴가객의 70%가 집중되는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 ‘특별교통대책기간’을 마련하고, 8월1일~8월7일까지 일주일간 여름휴가객의 38.2%가 피서를 떠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행업계에서도 이 기간을 성수기의 대목인 ‘극성수기’로 간주, 항공권 및 숙박비 등을 인상해 여름 대목을 노리고 있다.

홈피 가격 미공개 
최대 5배 인상도

피서지에서 숙박 바가지로 피해를 본 이용객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요시사>에서는 여름 피서지로 인기가 높은 해운대·경포대·동강·북한강 인근의 숙박비 실태를 조사해봤다. 조사 결과, 해운대 인근 숙박업소의 숙박비가 비성수기 대비 최대 5배 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동에 위치한 한 민박업소는 비성수기 숙박비와 8월1일의 숙박비가 최대 5.3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6평 규모의 객실은 2만7000원에서 13만8000원, 9평 규모의 객실은 3만8000원에서 18만8000원, 14평 규모의 객실은 5만8000원에서 29만8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해 예약을 받고 있었다.

객실요금 공지란에는 ‘아래 요금 그대로 예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금문의는 확인하실 필요가 없습니다’는 문구도 공지돼 있었다. 다른 한 민박업소는 8평 규모의 객실 숙박비를 비성수기에 4만원 받았으나 성수기에는 ‘전화문의 : 10만원부터’로 홈페이지에 고지했다. 해당 숙박업주에 8월1일 1박 숙박비를 문의하자 15만원을 제시했다.


해당 숙박업주는 “이미 다른 숙박업소는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 15만원이면 싸게 예약하는 셈”이라며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방을 내어줄 수 있으니 금일 중으로 계좌에 숙박비를 입금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예약이 완료된 후에도 고객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가격을 더 얹어 주겠다는 사람도 있다”며 “인상가를 높여도 예약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대 인근의 숙박업소 가운데 사이트 운영 업소의 숙박비를 조사해본 결과, 70개 업소 중 숙박비를 고지한 업소는 단 8개 업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62개 업소는 가격 공지 대신 해당 업주의 연락처와 함께 ‘전화 문의’라는 문구만 게재돼 있었다.

가격이 공지된 8개 업소 중 가족 단위가 숙박할 수 있는 20평 규모 객실의 극성수기(7월30일~8월9일) 주말 기준 숙박비는 평균 2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비가 가장 저렴한 펜션은 평일 17만원, 주말 19만원이었으며, 가장 비싼 펜션은 평일·주말 구분 없이 35만원을 받고 있었다. 비성수기의 평균 객실 숙박비는 16만6000원으로 성수기에 11만4000원을 더 받는 셈이었다.

여름 휴가 절정…극성수기 가격 요구 
비수기 대비 5배 인상 “비싸도 없어”

숙박업소가 극성수기에 숙박비를 대폭 인상한 문제점은 해운대뿐만 아니라 여름 피서지 곳곳에서 빚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포대 인근의 숙박업소는 대부분 비성수기, 준성수기1(7월11일∼7월24일), 준성수기2(8월16일∼8월22일), 성수기(7월25일∼7월29일, 8월9일∼8월15일), 극성수기의 기간별로 5분할하거나 비성수기, 성수기(7월11일∼7월29일, 8월9일∼8월22일), 극성수기로 3분할해 숙박비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별로 가장 큰 숙박비 차액을 보인 한 업소(20평 객실 기준)의 경우 비성수기에 평일 20만원, 주말 28만원, 준성수기에 평일 24만원, 주말 32만원, 성수기에 평일 31만원, 주말 36만원, 극성수기에 38만원의 숙박비를 받고 있었다. 다른 한 업소는 비성수기에 평일 12만5000원, 주말 15만5000원, 준성수기1에 평일 13만5000원, 주말 17만원, 준성수기2에 평일 14만5000원, 주말 18만5000원, 성수기에 평일 21만원, 주말 24만원, 극성수기에 28만원의 숙박비를 운영 중이었다.

기간별 5분할 책정
7말8초 가장 비싸


20평 객실을 운영하는 10개 업소의 극성수기 평균 숙박비는 26만9000원(최저 18만원, 최대 38만원), 비성수기 평균 숙박비는 13만6500원(최저 9만원, 최대 28만원)으로 나타났다. 한 업소당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18만원까지 가격을 인상했으며 평균 인상 숙박비는 13만2500원이었다.

동강 인근 15개 숙박업소(강원도 영월 지역)의 극성수기 평균 숙박비는 22만원으로 경포대 인근 숙박업소 평균 숙박비보다 4만9000원이나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성수기 평균 숙박비도 3500원 적은 13만3000원으로 조사됐으며, 성수기 평균 숙박비는 19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극성수기 기간 중 가장 저렴한 숙박업소는 16만원, 가장 비싼 숙박업소는 25만원이었다.

비성수기 최저가 숙박비는 8만원, 최고가 숙박비는 20만원이었다. 비성수기와 극성수기간 최저 가격차는 4만원으로 비성수기에 12만원인 숙박비가 극성수기에 16만원을 받고 있었다. 최대 가격차는 16만원으로 비성수기에 10만원, 극성수기에 26만원의 숙박비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극성수기 20평 객실 평균 숙박비가 22만원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 펜션은 9평에 25만원의 숙박비를, 한 펜션은 25평에 40만원의 숙박비를 받고 있었다. 

북한강 인근 숙박업소(경기도 가평·강원도 춘천 지역 15개 업소)의 숙박비는 비성수기와 극성수기에 동강 인근보다 비쌌으나 성수기에는 2만6000원이나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간별 평균 숙박비는 비성수기에 15만8000원, 성수기 16만9000원, 극성수기 23만원으로 나타났다. 동강 인근보다 비성수기에 2만5000원, 극성수기에 1만원 높은 숙박비다.

극성수기에 가장 비싼 숙박비는 28만원, 비성수기보다 13만원이나 높은 숙박비를 책정하고 있었다. ㅂ펜션의 경우 비성수기, 성수기 구분 없이 일요일∼목요일에 6만원, 금요일에 10만원, 토요일에 13만원의 숙박비로 통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나 숙박 바가지를 운영하지 않는 유일한 숙박업소였다. ㅂ펜션을 제외한 가장 저렴한 숙박비 차액을 보인 숙박업소는 비성수기에 평일 13만원, 주말 23만원에서 극성수기에 평일 19만원, 주말 27만원을 운영하는 업소로 나타났다.

펜션 운영업자 최지호(32)씨는 “피서지 인근의 숙박업소는 짧은 여름휴가 기간 동안 연간 이용객의 80% 이상이 찾기 때문에 숙박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5배까지 숙박비를 인상한다는 건 비양심적으로 보이긴 하나 평균 2배 정도는 얹어 받아야만 1년간 펜션 운영이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20평짜리 방
평균 24만원

<일요시사>가 20평 규모 객실을 운영하는 유명 피서지 4곳의 42개 숙박업소 극성수기 평균 숙박비를 계산해본 결과, 24만2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스포슈머 리포트>를 통해 여름휴가 일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여름휴가 기간으로 3박4일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나 피서지에서 3박 숙박 시 72만6000원이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2개 숙박업소는 기준인원 초과 시 추가발생 금액으로 1만~2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평 규모의 객실을 기준 2인으로 설정한 업소가 대부분으로 4인 숙박 시 2만~4만원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또한 바비큐 시설 이용 금액은 1만5000원∼5만원을 받고 있었다. 4인 가족(2인 추가)이 숙박업소에서 바비큐를 이용할 시 적게는 3만5000원에서 많게는 9만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셈이다.

‘피서객은 봉’ 해운대 극심
100곳 중 1곳만 환불 가능

8월1일 가평의 한 펜션을 친구 3인과 함께 2박 이용할 예정인 신광범(32)씨는 숙박비 50만원, 바비큐 시설 이용비 5만원, 인원 초과 요금 4만원으로 총 34만원을 선결제했다. 그는 “음식 및 교통비 등을 합산하면 개인당 20만원 가량 소비해야 한다”며 “두 사람이 자취방 월세만큼의 돈을 이틀 동안 지출해야 하니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태국의 호텔이나 레지던스는 1박 숙박비가 4만∼7만원선인데 우리나라의 숙박업소는 3배가 넘는 수준”이라며 “내년에는 숙박비가 저렴한 해외로 여름휴가를 가야겠다”고 털어놨다.

숙박업소의 가격 미공지와 극성수기의 숙박비 인상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만이 높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공중위생관리법, 농어촌정비법,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관광진흥법 등 숙박업 관련 현행법을 살펴보면 숙박비 고지와 관련된 어떠한 법 조항도 마련되지 않아 숙박비 규제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숙박 예약 취소 시 발생하는 환불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용객도 적지 않다.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은 환불을 30일 이전 90%, 15∼29일 85%, 7∼14일 80%, 5∼6일 70%, 3∼4일 50%, 1∼2일 30%, 당일 0%로 규정하고 있다. 극성수기 주말 숙박(27만원)을 예약했다가 취소할 시 30일 이전 24만3000원, 15∼29일 22만9500원, 7∼14일 21만6000원, 18만9000원, 3∼4일 13만5000원, 1∼2일 8만1000원을 환불받게 되는 셈이다. 다른 한 숙박업소는 8일 이전 90%, 4∼7일 50%, 1∼3일 0%로 환불규정을 정하고 있다. 이처럼 숙박업소의 환불규정이 제각각으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환불금 정책
업소마다 달라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해제 시 환불규정은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주중 및 주말로 구분된다. 성수기 주중에는 10일 이전 전액, 7일 전 90%, 5일 전 70%, 3일 전 50%, 1일 및 당일 20%이며, 성수기 주말에는 각각 전액, 80%, 60%, 40%, 10%로 환불금을 지불해줘야 한다. 비성수기 주중에는 2일 전 100%, 1일 전 90%, 당일 80%, 비성수기 주말에는 2일 전 100%, 1일 전 80%, 당일 70%를 환불해야 하는 것으로 보상기준이 제시돼 있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휴가철' 고속도로 정체 피하는 노하우

국토교통부가 교통수요조사를 한 결과, 극성수기 기간 중 8월1일(출발)과 2일(귀경)에 고속도로 정체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휴가철 국민들의 안전한 여행길을 위해 ‘하계특별교통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인 국토교통부는 철도 8회, 고속버스 279회, 항공기 34편, 선박 195회 증회 운영한다.


교통량 분산을 위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며, 고속도로 16개 노선 57개 교통혼잡 예상 구간(695km)을 국도 우회 유도할 예정이다. 또한 갓길차로제(30개 구간 215km)와 승용차 임시 갓길차로(2개 구간 11km), 서해안선·남해1지선 2개 분기점 진입램프 접속부 축소 운영(7월30일∼8월5일)도 시행한다. 버스전용차로와 갓길차로 위반의 계도 및 적발을 위한 무인비행선 감시카메라도 3대 운영할 방침이다.

실시간 교통정보 파악해야
혼잡구간 국도로 우회 유도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7곳의 27개 자동차정비업소는 무상 점검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졸음쉼터 4곳에서는 냉각수 보충 및 배터리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토교통부는 자사 및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예상혼잡일자 및 시간대, 도로 교통상황 등을 예측 보고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앱과 도로변 전광판, 교통상황 안내전화(종합교통정보 1333, 고속도로콜센터 1588-2504) 등을 통해 실시간 교통상황과 우회도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혁>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