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아이파크몰 ‘마진 조작’ 의혹

“상품 수불원가 수정…전산에 손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현대아이파크몰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인터넷몰 현대아이몰의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근거 없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마진율 전산 조작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현대아이파크몰은 현대아이몰을 통해 상품을 인터넷(옥션, G마켓, 11번가 등)으로 판매해왔다. 현대아이몰을 운영했던 A씨는 사업수완을 발휘해 매출증대에 기여해왔다. 그러던 A씨에게 10년 계약 중도해지라는 불편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현대아이파크몰은 인터넷몰을 직영하고 있다.
 
인터넷 판매…
갖은 사유로 팽
 
A씨는 2010년부터 현대아이몰을 운영해 연매출 30억원이던 인터넷몰 매출을 300억원까지 끌어 올렸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현대아이파크몰이 현대아이몰에 온라인백화점 운영대행계약 해지예정통보를 했다. 이어 내용증명을 통해 온라인백화점 운영대행계약해지 확정통보를 했다. A씨가 그동안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아이파크몰이 A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사유는 이렇다. ▲계약에 따른 계약이행보증보험 제출의무 불이행, 제소전 화해조서 제출의무 불이행 ▲사무실 관리 미납 ▲지속적 회의 요청 불응 ▲11번가(커머스 플래닛)에 대한 광고선전비 미입금 등 재무불안정성 증대 ▲현대아이몰 CS담당직원, MD담당직원 등 직원들에 대한 월급미지급이 집단퇴사로 정상적인 운영 불가능 ▲CS번호 무단변경으로 인한 업무방해 ▲배송비 미결재로 배송이 장기간 지연되는 등 지속적인 배송상의 문제점 발생 ▲현대아이파크몰 승인 없이 GS홈쇼핑과 계약을 해지한 계약위반 행위 등이다.
 

현대아이파크몰은 2013년부터 총 7차례에 걸쳐 현대아이몰 부실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고지한 공문을 보내고 현대아이몰 직원들도 지속적으로 만나 시정을 요구했으나,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알린 해지사유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11월 변호사를 통해 현대아이파크몰에 통고서를 보냈다. A씨 측 변호사는 계약해지 통보 사유에 반박했다.
 
우선 계약과 관련해서는 A씨가 계약체결 이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 현대아이파크몰과 정산방법상의 이견이 있어 부득이 그 이행절차를 보류하고 있었을 뿐이고, 보증보험증권은 자금을 집행하는 현대아이파크몰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제소전 화해조서의 경우 현대아이파크몰이 비용부담을 해 절차를 개시하면 A씨가 이에 협조하는 것으로 했는데, 현대아이파크몰이 그 비용부담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이행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대료 문제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위법하게 정산지연을 하는 바람에 임대료 등을 미납했을을 뿐이어서 부당하다고 했다. 또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 회의 요청에 불응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현대아이파크몰이 현대아이몰의 정산방법 변경에 관한 공문에 대해 부실한 답변을 하거나 답변을 회피했다고 했다.
 
현대아이몰 통해 온라인백화점 대행
계약기간 남았는데…돌연 해지 통보
 
광고선전비 미입금 문제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정산지연 및 세법상 위법한 처리를 통해 현대아이파크몰 자금운용부담을 A씨에게 전가한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했다. 일부 직원의 월급 미지급 사태는 현대아이파크몰의 위법적이면서 부당한 정산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월급 미지급 사태에도 A씨가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자체적으로 대행인력을 통해 경영을 했으므로 현대아이파크몰의 적법한 정산이 진행되면 직원의 급여 미지급 상태는 해소될 것이라고 봤다.
 
 
CS번호 무단변경의 경우 전산적 오류는 일부 인정하나, 개인고객들의 전화를 업무 주체 회사인 현대아이파크몰에게 대응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A씨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온라인쇼핑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윤리상 부당하다고 했다.
 

배송비 미결재의 경우 A씨는 전반적인 자금 결제 전환으로 인해 익월 결제가 당일 결제로 변경되었음에도 최선을 다해 배송비 결제를 해왔고, 결제가 지연된 상태는 현대아이파크몰의 위법한 정산지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배송비 미결제에 관한 지적 역시 부당하다고 했다. 계약위반행위의 경우 현대아이몰은 GS홈쇼핑과의 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점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현대아이파크몰은 지속적으로 현대아이몰의 영업을 방해해왔다. 지난해 1월부터 현대아이파크몰 팀장과 과장이 전 온라인몰 관련 채널을 방문해 조만간 백화점이 온라인 운영을 직영할 것이라는 공표를 하고 다님으로써, 채널로 하여금 마케팅 전략의 혼선으로, 광고 노출 축소 등으로 매출이 급격하게 하락하게 돼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돈 되니까…
직영으로 전환?
 
같은 해 10월에는 현대아이파크몰 팀장이 CS직원들에게 온라인쇼핑업무가 곧 종료된다며 A씨의 업무를 방해했다. 같은 시기 매출증대를 위해 홈플러스, 패션플러스, 아이스타일24, 이마트 등 신규 채널 확대계획에 따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승인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현대아이파크몰이 백화점 매니저들에게 온라인 판매 중인 상품을 전부 내리라는 지시를 함으로써 A씨의 고유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 또한 고객의 구매 미확정행위로 인해 채널에 남아 있는 금액(월평균 3억∼7억원)을 현대아이파크몰이 정산하지 않아 A씨는 그만큼 자금부담을 안게 됐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에 수차례 사정을 전달했지만 끝내 시정되지 않았다.
 
 
앞서 2013년 9월에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지급받는 수수료 0.5%를 2%로 인상하자고 압박을 가했다. A씨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산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대금지급 약속을 지키지 않기도 했다.
 
또한 A씨는 용역대행계약에 의해 온라인 위탁업무를 하고 있어 임차료를 부담할 의무가 없는데도 현대아이파크몰이 사전 통보 없이 대금에서 임차료를 상계처리 해왔다고 주장한다. 같이 대행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타 업체 두 곳이 무상으로 사무실을 사용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A씨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가 문제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했다.
 
전산기록 의문
경찰 수사 중
 
A씨는 지난해 10월(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시점)에 앞서 7월에 현대아이파크몰 온라인쇼핑몰 각 부문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 것이 자신을 밀어내기 위한 현대아이파크몰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한다.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복지몰((주)명진: 직원전용 쇼핑몰) 채용이었다”며 현대아이몰 계약해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으로 공정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공정거래분쟁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가 현재 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원회로 사건을 송부해 현재 당국이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A씨는 이 같은 근거를 들어 현대아이파크몰의 계약해지통보가 부당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전산 조작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전산 조작 소문을 들은 A씨는 상품출고인도인수증을 살펴봤다. 확인 결과 원가 숫자가 달라져 있었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상품 수불원가를 계획적으로 임의 수정해 이익을 편취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6만건 이상의 전산을 조작해 현대아이몰에 1억3000여만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상품출고 인도인수증 보니…
4년간 6만건 “숫자가 달라”
 
인터넷몰에서 매출을 높이기 위해 약속된 마진율 내에서 쿠폰 할인율을 조정함으로써 매출과 수익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아이파크몰이 A씨에게 판매가 1만원인 상품에 대해 30%(3000원)의 수수료를 주기로 약속하면, A씨는 주어진 마진율 내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할인쿠폰을 사용한다.
 
이때 주어진 마진율의 운영권한은 A씨에게 있다. 즉 1만원인 상품을 판매할 때 수수료 3000원을 받을 수 있지만 A씨가 영업이익을 수수료의 10%(1000원)를 목표로 정하고 할인쿠폰을 20%(2000원) 사용하면 매출을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약속 마진율은 현대아이파크몰 입점 업체인 상품브랜드 매니저가 전산을 입력하며, 상품별 원가 수정(마진율 수정)은 현대아이파크몰만의 권한이기 때문에 A씨는 절대로 수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A씨에 따르면 현대아이파크몰은 전산 조작 문제가 불거지자 ‘전산 조작 당사자는 협력업체 책임자’라며 매니저들에게 강제진술을 강요했다. 매니저 박모씨의 심경을 녹취한 속기록을 보면 전산 조작과 관련해 시끄러웠던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사인만 해서 내는데 우리가 고쳐서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고친 적 없고요. 우리는 사민만 해서 그대로 올려요. 그렇게 애기했거든요. 그런데 고쳤다는 거예요. 그걸 왜 나한테 뒤집어 씌었어요.” 
 
매니저 박씨는 ‘상기 브랜드는 인터넷 판매 시 출고인도증 서류에 마진 수정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정산 마진율만을 사용하였음을 확인합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했다. 현재 박씨는 백화점을 떠난 상태다.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요청을 했을 뿐 일체의 압력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A씨가 제기한 전산 조작 의혹에 대해 현대아이파크몰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마진 입력을 현대아이파크몰이 하기에 조작이라고 주장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마진 조정은 통상적인 영업활동 중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업무다. 다만 백화점은 주문과 매출이 동시에 발생하는 관계로 매출 확정과 정산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아 왔지만, 온라인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구멍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대아이몰의 손해분도 있지만 현대아이파크몰이 과 지급한 금액도 현재까지 파악된 것이 4000여만원”이라며 “이 문제는 정산함에 있어 제대로 청구하지 못한 현대아이몰이 문제를 현대아이파크몰에 전가하는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통상적인 영업
빈번하게 발생”
 
현대아이파크몰 전산 조작 문제를 수사 중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A씨는 “직원들과 회사에 대한 보상 및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갑의 횡포와 부도덕한 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현대아이파크몰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퇴출시켜 ‘토사구팽’ 했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khle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