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귀 간지러운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

법조인이 인권이 뭔지 알기나 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했다. 현직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내정한 데 대해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또다시 밀실 인선했다는 지적과 후보 자격 검증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선배 법관을 대신해 억울하게 고초를 겪은 시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고인이 된 이씨가 하늘나라에서 평안하기를 바라며 나머지 피해자들도 평화와 행복을 찾기 바란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인 ‘아람회 사건’에 대해 사건 발생일로부터 29년, 재심 청구 9년 만인 2009년에 전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판결을 내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였던 이성호(58·12기) 국가인권위원회 내정자도 주목을 받았다.
 
원칙주의자 정평
다양한 사건 다뤄 
 
이 내정자는 판결문을 통해 “법관에게는 소수자 보호라는 핵심 과제가 있어 절대권력자가 진실에 반하는 요구를 해도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극심한 불이익이 예상되더라도 진실을 밝히고 지켜내야 하는 것이 법관의 의무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며 선배 판사들을 대신해 사죄했다. 이 판결은 이 내정자가 30년을 판사로 재직하면서 ‘원칙주의자’로서 소신 있게 판결을 내려온 그의 모습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 내정자는 충북 영동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0년 사법시험 제22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2기로 법조계 생활을 시작했다. 1985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고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을 거쳐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임명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법관이다. 지난해는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예림(31·사법연수원 40기) 울산지법 판사가 딸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자상하고 균형감각을 갖춘 선배’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에 뛰어난 법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행정·입법·사법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핵심가치인 인권을 수호하는 인권위원회의 수장으로는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다뤘던 사건의 스펙트럼도 넓다. 서울고등법원 형사부장으로 있을 때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과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등 굵직하고 까다로운 항소심 재판을 원만하게 진행했다. 
 
미국 대학 연수로 쌓은 해외 법령 지식을 바탕으로 재판연구관 시설 비교법연구회 간사로 활동했다. 특히 지적 재산권 분쟁의 국제법적 문제에 관해 전문가로 꼽히며, 지적재산권을 주제로 4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로 있을 때는 로스쿨 실무수습생과 재판연구원의 첫 선발을 무난히 지휘해 사법행정 능력도 인정받았다. 
 
지난 20일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국가인권위원장에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내정자는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서울남부지방법원장을 역임하는 등 약 30년 동안 판사로 재직하면서 인권을 보장하고 법과 정의, 원칙에 충실한 다수의 판결을 선고했고, 합리적 성품과 업무 능력으로 신망이 높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 내정자는 인권 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권위원회를 이끌 적임자로서 인권위원회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평판 나쁘지 않지만
인권전문가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번 인선에 대해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또다시 밀실 인선을 하면서 인권위원장 후보 자격을 검증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인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인권위원장 인선절차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민주연대, 인권정책연구소, 성소수자차별 반대 무지개 행동 등 10여개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조직이다. 연석회의는 “그동안 인권위원장 인선절차를 마련하라는 국내외 인권단체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갑자기 위원장을 내정했다”고 비판했다. 
 
다수의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은 인권위원 선출의 독립성에서 온다’며, 그간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 선출 절차 마련을 요구해왔다. 지난 4월에는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청와대, 국회, 대법원에 ‘신임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 선출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인권위원 선출 절차를 마련하라는 요구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경고를 따른 것이기도 하다. 
 
ICC는 2015년 3월 인권위원회 등급을 보류하며, 한국 정부가 인권위원장을 선임할 때 △공석을 널리 공고할 것 △다양한 사회계층 및 교육 배경을 지닌 지원자의 수를 최대화 할 것 △지원, 심사 및 선출 과정에 있어서 광범위한 협의 및 참여를 도모할 것 △사전에 결정된 객관적이며 공개된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평가할 것 등을 이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또 그쪽에서…” 시민단체들 비판 목소리
청와대 밀실 인선·후보 자격 검증 논란
 
ICC는 지난 2014년 3월, 10월도 등급심사를 보류했다. 위원 선출 기준을 정립하지 않고, 심사 및 선출 과정에 광범위한 협의와 참여를 증진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3회 연속 등급 보류는 사실상 강등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인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또다시 밀실 인선을 한 것은, 인권위원회 위상을 더 이상 추락하지 않게 하기 위한 시민 사회와 국제기구의 노력을 수포로 돌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석회의 관계자는 “청와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시민사회와 함께 후보자를 정할 것을 촉구했지만, 이날 인선이 있기까지 연락 한 통 받지 못했다”며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내정자가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충분한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 기관이지만,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다. 하지만 현직 법원장을 차출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에 현직인 황찬현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차출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삼권 분립 훼손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이 지명한 이 내정자가 바로 황찬현 원장의 후임이었다.
 
“인선절차 없다”
입맛대로 내정
 
이 내정자가 인선된 것에 대해 법원공무원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청와대가 현직법관에게 인사권을 행사한 것과 다름없어, 삼권분립의 헌법정신 훼손을 우려한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발표를 요구했다. 
 

법원본부는 이명박정부 이례로 고위법관의 행정부 고위관료 임용이 하나의 패턴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고위법관들이 행정부 고위관료로 간 사례를 보면, 2008년 김황식 대법관 감사원장 지명, 2013년 황찬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감사원장 지명, 2014년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 임명 등이 있다.
 
법원본부는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 인사의 독립과 판결의 독립이 그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 정부는 2013년부터 해마다 현직법관을 행정부 고위 관료로 임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청와대가 현직법관에게 인사권을 행사한 것과 다름없다. 사법부 독립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위원회가 제3의 사법기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인권위원회에 법조인이 너무 많아서다. 현재 인권위원회의 위원 11명 가운데 법조 출신이 8명이다. 상임위원 4명 중 3명이 법조인으로 구성돼 있다. 사회적 다양성을 대표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내정자의 전문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 2항에 따르면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중략) 인정되는 사람 중에서 다음 각 호의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판검사 출신 가득한 인권위
추락한 위상 되찾을지 의문
 

하지만 이 내정자는 법률 전문가지 인권전문가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로써 인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도 알려진 게 없다. 청와대가 이 내정자를 인권위원장으로 인선했을 때 어떤 근거로 추천했는지 의문이다. 이 내정자는 수락한 근거가 무엇인지도 의뭉스럽다며 입 모아 말한다.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명숙 집행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권은 법을 뛰어넘어 사람의 권리와 존엄을 더 옹호하는 가치를 잣대로 명가해야 한다”며 “실정법에 한정해서 평가하는 그런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법조인 인선에 대해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법조인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릴 때부터 나타났다. 김용준(77·고시9회) 전 헌법재판소장을 위원장으로, 안대희(60·7기)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위위원장으로, 판사 출신인 진영(65·7기) 새누리당 정책위원장을 부위원장으로 기용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김기춘(76·고시 12회) 전 법무부 장관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검찰 출신인 정홍원(71·4기)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지난해 4월에는 법원장을 마치고 재판업무에 복귀한 최성준(58·1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방송과 통신·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했고, 지난달에는 정부의 첫 법무부장관으로 2년3개월간 장수한 황교안(58·13기) 장관을 국무총리에 발탁했다.

또 법조인 사랑
인사청문회 고비
 
현 정부 들어 법조인 중용이 계속되는 이유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에 잘 부합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또 판·검사 등 오랜 공직 경험과 법조인으로서의 절제된 삶으로 다른 직역에 비해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수월하다는 점도 대통령이 법조인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편 국가인권위원장 임기는 3년으로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한다. 장관직에 준하기 때문에 국회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여야는 오는 8월11일 이 내정자의 후보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min1330@ilyosisa.co.kr>
 
 
[이성호 내정자는?]
 
▲충북 영동
▲서울 신일고
▲서울대 법대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기사 속 기사> 추락한 인권위 '어제와 오늘'
 
전 세계에 100개가 넘는 나라에 국가인권기구가 있다. 1993년 채택된 파리원칙에 따라 독립적인 기구로서 해당 국가의 인권증진을 도모하고,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했다. 인권위는 그간 국가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2003년엔 이라크전 파병에 대해 반대 견해를 밝히며 정부에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고했다. 비록 실현되지 못했지만 인권위가 독립기구로서 역할을 다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후로도 인권위는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2004)와 사형제 폐지(2005),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 입법 권고(2005) 등 때마다 제 목소리를 냈다. 덕분에 2007년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부의장국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도 소개됐다. 
 
하지만 2008년 보수 정권의 등장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해 침묵하고 방조하기 시작했다.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급격하게 인권위원회 위상이 추락했다. 특히 2009년 현병철 위원장 취임 후 인권위가 만신창이가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현 위원장은 내정자 시절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스스로 “인권에 대해 잘 모른다”고 실토했을 만큼 인권 경력이 전무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를 강행했다. 
 
그동안 현병철 인권위원회 체제는 이명박정부 때 ‘피디수첩 사건’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인권 침해 문제에 눈을 감았다.
 
또 온 국민을 비통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와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집회 현장에서의 경찰 채증 등 정부에 불리한 인권 사안을 의도적으로 보고서에서 누락시킨 인권위원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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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