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48)창조성 없는 일본

돌다리도 무서워 못 건너는 일본인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몇 해 전 일본 소니의 한 임원이 삼성전자 임원에게 “급속한 성장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삼성 임원은 이 질문에 “저지르기”라고 답했다고 한다. 소니는 매사에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여 매사에 조심조심하다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신기술에 투자 결정조차 못하고 머뭇거릴 때, 삼성은 과감하게 투자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반도체, 휴대전화는 물론 소니의 전매물인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소니를 앞설 수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양면의 국민성

이렇게 자신들의 판단과 신념을 가지고 ‘저지르기’를 하는 사람들을 ‘토인비’ 교수는 창조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고,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인류 문명의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기술 혁신을 일으키는 한 명의 천재가 십만, 백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하찮은 이발이지만 3대를 이어 가고, 80년간 목조여관을 깨끗이 보존하며 대를 이어 운영하고, 120년 동안 작은 어묵(오뎅) 가게라는 한 우물을 파는 것도 매우 좋은 일로 본받을 만한 일이다. 이런 데서 전통도 유지되고, 숙달된 기술자가 나오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성격에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창조성이 없다. 창조성이야말로 문명의 발달을 가져오고,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을 무릇 생물과 다르게 하는 점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의 성경 이야기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을 창조하면서 오직 인간에게만 ‘창조’라는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주었다고 한다. 생각하고, 연구하고, 판단하여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들, 즉 짐승이든, 새든, 물고기든 전부 이 땅에 태어난 이래, 거의 그대로 살아오고 있지만, 오직 인간은 하나님께서 주신 창조하는 능력으로, 옷도 만들고, 집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들고, 비행기도 만들어 그 삶을 보다 풍족하게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생물의 다른 점은 바로 창조성에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또는 고조할아버지가 하던 일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창조성이 없는 행동이다. 동물이나 하는 행동이다. 사람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고민하고 행동하면서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할아버지보다, 아버지보다 무엇인가 발전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그들의 선대가 하던 일을 대를 이어가며 하는 근본 이유는 가업을 대를 이어 가며 물려받아야 한다는 일본인 특유의 전통도 있겠지만 근본은 소심하고 배짱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용기가 없고 배짱이 없어 선대가 이루어 놓은 일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3자의 눈에는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선대가 이루어 놓은 일을 그대로 답습하면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는데, 괜히 더 큰 돈을 벌어보려고 변화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면 고달픈 생활로 바뀔 수 있다는 두려운 마음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80년씩 된 목조 건물을 증축도 못하고 증조할아버지가 하던 일을 오늘날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며, 120년 동안이나 확장도, 이전도 못하면서 골방 같은 가게에서 어묵(오뎅) 가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눈부신 성장, 한국인의 도전정신
전통 고집하다 제자리걸음 걷는 일본


오랫동안 일본인들을 지켜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렇게 전통(?)을 이어 가업을 유지하는 점이다. 많은 분들은 일본의 이런 점을 부러워하고 본받을 점이라고 하며 심지어 이런 점에서 일본의 경쟁력이 나오는데 우리는 급한 성격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온천이 딸린 여관이라고 해도 여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단순한 일인 것이다. 주인이 직접 나서서 하지는 않겠지만, 마당을 청소하고 실내를 청소하고 손님이 떠난 방을 청소하는 것이 대부분의 일일 것이다. 손님에게 음식도 제공하고 온천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하겠지만 이 역시 단순한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특별한 발전이 있을 수 없거니와 변화도 없을 것이다.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것처럼 평생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꿈이 있고,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지루한 일을 할아버지가 하는 것을 보았고, 또 아버지가 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라면 결코 패기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비록 지루하나 젊은 나이 때부터 꿈과 야망을 버리고 답습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나 생각한다. 변화도 발전도 없이 그대로 답습하며 한평생을 산다는 것을 상상만 해 보아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결정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선발 기업 ‘소니’가 매사에 다부진 결정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후발 기업 삼성에 뒤쳐진 것도 일본인들의 나약하고 소심한 성격 때문이다. 반면 삼성이 용기 있는 결정과 활발한 투자로 ‘소니’를 따라 잡은 것은 바로 한국인들의 도전 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약 10여년간 한국에서 삼성전자 상무로 일한 경험이 있는 요시카와 도쿄대학교 특임연구원은 “일본인은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건너려고 하지 않지만, 한국인은 썩은 다리도 건너려고 한다”고 비유했다. 일본인들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예의 바른 행동, 자제하는 행동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중요한 생활 태도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또 장기적인 민족의 발전을 위해서 강인함과 도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거칠고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많은 외국인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들의 “할 수 있다(Can do Sprit)”는 도전적인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정신이야말로 우리 한국인의 도전 정신이요, 바로 토인비 교수가 말하는 창조적 행동이며, 성경에서 말하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할 수 있는 척도인 것이다. 우리 스스로는 우리를 별로 대견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나, 외국인들은 우리가 이룩한 경제 발전을 가히 경이적인 눈초리로 바라본다. 참혹한 전쟁의 폐허 속에서, 그것도 6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 경이적인 발전을 이루었느냐 하며….

일본의 소심함

심지어 세계에서 2차 대전 후 가장 획기적인 발전을 한 나라는 대한민국이고, 그 다음이 이스라엘이라고도 한다. 독일과 일본의 발전은 엄밀히 얘기하면 발전이 아니라 재건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난 60여년간 이룩한 것이 어디 경이적인 경제 발전뿐이겠는가?

소란스러웠던 시위와 쿠데타를 거치면서 민주주의와 안정된 사회 제도도 이루어냈다. 이 모두가 “할 수 있다”는 도전적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의 CNN 방송에서 래리킹(Larry King) 토크쇼를 오랫동안 진행하던 래리킹에 의하면, 그가 토크쇼를 50여 년간 진행하면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그들 모두에게 있는 공통점은 바로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섰던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험을 시도하지 않고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모든 성공의 기본은 바로 “할 수 있다”라는 정신이라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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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