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발목 잡을 초대형 악재 넷

지금은 잘나가는데…앞날은 안갯속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잘나가는 수입차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형 악재들이 돌출했기 때문이다. 연비와 탈세, 결함 논란이 그것. 거기에 ‘강력한’ 국산 새 모델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수입차에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악재에도 수입차 비중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승용차 등록대수 기준)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7803대)보다 36.4% 증가한 2만4275대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기록 
못 웃는 사정은?
 
이는 지난 3월 기록한 2만2280대보다 1995대 많은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기록이다. 지난 5월과 비교해서도 32%나 늘었다. 상반기 누적 수입차 판매대수 역시 지난해(9만4263대)보다 27.1% 증가한 11만9832대로, 반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경신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BMW가 6월 한 달간 5744대를 팔아 압도적으로 1위다. 폭스바겐(4321대), 메르세데스-벤츠(4196대), 아우디(2150대), 포드(1150대) 등이 2∼5위를 차지했다. 이어 랜드로버(825대), MINI(785대), 렉서스(727대), 도요타(711대), 푸조(678대), 크라이슬러(602대), 포르셰(479대), 혼다(464대), 닛산(461대), 볼보(316대), 인피니티(254대), 재규어(253대) 등의 순이었다.
 

모델은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 1062대가 판매돼 6월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로 꼽혔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1006대)와 BMW 520d(863대) 등도 인기가 많았다. 배기량별로는 2000cc 미만이 1만3886대(57.2%), 2000∼3000cc 8176대(33.7%), 3000∼4000cc 1630대(6.7%), 4000cc 이상 557대(2.3%)로 나타났다. 
 
 
수입차 관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차 효과, 물량 확보 등에 힘입어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수입차 판매대수는 역대 최다인 20만∼25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잘나가는 수입차 시장.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형 악재들이 돌출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악재는 연비 논란이다. 제조사나 소비자에게 모두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연비는 판매와 직결될 수 있어 더욱 더 그렇다. 논란은 일부 수입차들이 연비를 실제보다 10% 넘게 ‘뻥튀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최근 수입차 업체들은 유로6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를 일제히 내렸다. 유로6 환경기준에 맞춰 출시한 폭스바겐, 푸조, BMW 등의 신차 연비가 기존 모델보다 낮아진 것.
 
폭스바겐은 골프 1.6 TDI 블루모션의 연비를 리터당 16.1㎞라고 표기했다. 기존 연비가 리터당 18.9㎞였던 것을 감안하면 14.8%나 떨어진 것이다. 지난 5월 국내 시장에 출시한 뉴 푸조 308 1.6도 이전 모델의 연비는 리터당 18.4㎞였지만, 새 모델은 16.2㎞로 11% 줄었다. 
 
‘불티나는 외제차’ 상반기 역대 최다 판매
전망이 그리…“제동 걸린다” 비관론 고개
 

하반기 국내 출시될 푸조 508 2.0 블루HDi 역시 연비가 리터당 13㎞로, 이전 모델(14.8㎞)보다 떨어졌다. 지난달 출시된 BMW 118d는 연비를 18.7㎞에서 7% 감소한 17.4㎞로 조정했다. BMW의 경우 일부 모델의 연비를 실제보다 작은 타이어로 측정해 연비 향상을 위해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들 차종은 유로6 기준을 적용한 국내 모델 연비에 못 미친다. 현대차의 2016년형 쏘나타 1.7과 기아차 신형 K5 1.7의 연비는 각각 16.8㎞다. 이제 ‘유럽 차들이 연비 좋다’는 말은 옛말이 된 셈이다. 특히 수입차들이 그동안 연비를 과장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신 모델을 출시하면서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들이 구 모델과 달라 연비가 떨어졌다”고 주장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그동안 연비를 부풀리다 국내 연비 검증 강화를 앞두고 수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국내 연비 검증을 강화할 예정이다. 수입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기존 연비검증대상인 자기인증적합조사의 차량과 함께 안전도평가 대상 차량까지 연비 검증을 확대하기로 했다. 자기인증적합조사는 제작사가 자동차관련 법규와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스스로 인증해 판매하는 자기인증제도를 정부가 사후관리 차원으로 보완하는 제도.
 
현재 자기인증적합 대상 수입차는 아우디 A7 50 TDI, 렉서스 ES 300h, 재규어 XF 2.2D, 푸조 3008, 지프 컴패스, 모토스타코리아 이륜차 등 6종이다. 여기에 추가로 5종이 늘었다. 안전도 평가 대상 수입차는 폴크스바겐 폴로, 미니 미니쿠퍼, 인피니티 Q50, 포드 토러스, BMW X3 등 총 11종이 연비검증에 들어간다.
 
검증 방식도 까다로워 진다. 자동차 연비 사후검증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각각 하다 지난해부터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맡고 있다. 기존엔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를 합산한 복합연비만 따졌다. 앞으론 개별연비로 판정한다. 

연비 속속 내려
‘뻥튀기’ 의혹
 
국토부와 산업부, 환경부의 연비 공동고시에 따라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제작사 신고연비와의 차이가 허용 오차범위(5%) 안에 있어야 한다. 조사 차량은 1대로 하되 1차 조사에서 연비 부적합이 의심되면 3대를 추가 조사해 평균값으로 연비를 산정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1차 조사는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2차 조사는 산업부와 환경부 산하 5개 기관이 맡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를 부풀리는 꼼수를 막기 위해 차종을 늘리고 판정 기준을 강화했다”며 “관련법은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므로 변경안은 내년 연비 조사 때부터 적용된다”고 전했다.
 
 
탈세 문제도 수입차 업계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오너나 경영진이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세금을 탈루하는 편법이 도마에 올랐는데, 관련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수입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사업자 업무용으로 팔린 차량은 10만5720대로 조사됐다. 이렇게 팔린 찻값만 모두 7조4700억원에 달한다. 1억원 이상 수입차 1만4979대 중 83.2%(1만2458대), 2억원 이상 수입차 1353대 중 87.4%(1183대)가 업무용으로 판매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포르셰,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이른바 ‘슈퍼카’의 90% 이상이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된다. 업무용 차량은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따라 차량 가격은 물론 취득세 등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 유지비를 5년간 무제한으로 사업자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오너나 그 일가, 또는 경영진이 고가 수입차를 회사 명의로 구입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데 있다. 대부분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 명의로 수입차를 구매한 뒤 개인용도로 타는 것은 결국 세금 탈루란 지적이다. 경실련은 “수입차에 주어지는 세제혜택이 해마다 2조5000억원에 이른다”며 “고가 수입차가 무늬만 법인차로서 사실상 탈세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대안으로 ‘캐나다 모델’을 제시했다. 캐나다는 업무용 차량에 대해 3만 캐나다달러(약 2700만원)까지만 경비처리를 해준다. 경실련은 “무제한인 업무용 차량 경비처리 기준을 3000만원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00만원 초과금액에 대해선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것. 이 경우 연간 약 9266억원의 세금징수가 가능하다는 게 경실련의 계산이다.
 
경실련 측은 “국내 법인차 증가와 수입차 판매 증가는 무관하지 않다”며 “업무용 차량에 지원되는 세금혜택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인이 구입·리스·렌트한 업무용 차량에 대해 법인세법상 필요경비 인정액(손금산입)을 3000만원 한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입차 시장의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수입차 10대 중 8∼9대가 법인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업무용 자산취득에 대한 손금산입제도를 악용, 법인 명의로 최고급 승용차를 구입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마치 절세의 수단으로서 잘못 인식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법인의 업무용 차량에 대해 찻값은 물론 유지비까지 전액을 비용처리 해주는 과도한 세제혜택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비·탈세·결함 잇단 논란 ‘삼중고’
‘강력한’ 국산 새 모델들 출동 대기
 
해외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은 차량값이 1만8500달러(약 2000만원)를 넘으면 세금공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하고, 일본은 차량 가격 300만엔(약 2600만원)까지만, 호주는 5만7466호주달러(약 5000만원)까지만 비용으로 처리해 준다.
 
김 의원은 “선진국처럼 세금공제의 한도를 정함으로써 최고급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매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수입차 업계엔 두 가지 악재뿐만 아니라 결함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6일 혼다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한국지엠에서 수입·제작·판매한 승용자동차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자발적으로 시정조치 한다고 밝혔다.
 
 
리콜 규모는 ▲혼다의 CR-V 2730대(2003년 3월14일∼2006년 12월28일 제작), ACCORD 1647대(2003년 10월6일∼2007년 6월29일) ▲재규어의 재규어XK 44대(2011년 7월2일∼2015년 1월13일), 디스커버리4 947대(2014년 8월21일∼2015년 2월12일), 레인지로버 1094대(2005년 3월14일∼2012년 7월26일) ▲포드의 이스케이프 24대(연료펌프 결함·2014년 2월14일∼2014년 3월7일), 이스케이프 311대(계기판 결함·2014년 3월13일∼2014년 12월10일), 익스플로어 1171대(2011년 2월1일∼2012년 11월30일) ▲지엠의 말리부 1358대(2013년 9월3일∼2014년 2월19일) 등 8개 차종 총 9326대다.
 
혼다 CR-V와 ACCORD는 충돌로 인한 에어백(일본 타카타 부품) 전개시 과도한 폭발압력으로 발생한 내부 부품의 금속 파편이 운전자 등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규어XK는 시동이 꺼진 후에도 전면 차폭등이 꺼지지 않아 배터리가 방전될 가능성이, 디스커버리4는 ABS 자기진단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레인지로버는 전륜 브레이크호스 균열 또는 파열로 인해 브레이크액이 누유돼 제동성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발견됐다.
 
포드 이스케이프는 연료펌프 내부 모터 불량으로 연료압력이 낮아져 주행 중 시동이 꺼질 가능성과 속도, 엔진회전수, 연료량, 냉각수온도 등을 표시하는 계기판이 내부 프로그램 오류로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익스플로어의 경우 차문 잠금 스프링 장치의 결함으로 차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거나 주행 중 열릴 위험이 있다. 지엠 말리부는 연료장치를 제어하는 연료컨트롤 유닛 내부 회로 부품 불량으로 엔진시동 불량 또는 주행 중 시동이 꺼질 수 있어 리콜 조치했다.
 
 
차시장 관계자는 “7월 들어 국내에 리콜된 차량은 1만3421대로 크게 늘었다”며 “이중 국내 생산된 한국지엠 차량(1358대)을 제외할 경우 수입차의 리콜 비중은 90% 이상에 달한다”고 말했다.
 
업무용 지원 제한
판매 급증에 제동
 
수입차 리콜은 올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따르면 1∼6월 상반기 리콜된 수입차는 202개 차종 9만17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E시리즈 등 3만4756대로 가장 많았다. 이어 BMW가 1만238대, 포드가 5094대, 크라이슬러가 3867대, 닛산이 3827대였다. 제작사는 한국GM이 가장 많은 21만7884대를 리콜했다. 크루즈, 라세티 프리미어, 올란도 등 3개 차종 9만9985대를 브레이크호스 누유로 리콜하고, 말리부와 알페온 등 7만8615대를 안전벨트 결함으로 시정조치한 바 있다.
 
수입차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사이 국내차들은 전방위 공세에 나설 태세다. ‘강력한’국산 새 모델이 속속 출시될 예정이라 수입차 판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창사 이래 최대 수량인 11종의 신차를 국내외 시장에 출시할 방침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준중형과 중형을 비롯해 대형차, SUV, 상용차, 친환경차 등도 선보인다. 자동차 업체는 보통 분기당 1∼2개 신차를 출시한다. 11종이나 되는 많은 모델이 쏟아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 승부수를 걸었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우선 7월 LF쏘나타 1.6 터보, 1.7 디젤 등 쏘나타 2016년형 모델과 신형 K5를 동시에 출시했다. 이들 중형차가 선봉에 선 모양새. 국내 중형차 시장의 입지를 굳힌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쏘나타의 엔진 모델을 7개, K5는 5개로 만들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높였다. 
 
특히 연비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현대기아차가 새로 내놓은 디젤 모델의 연비는 ℓ당 16.8㎞(16인치 기준). 독일의 대표 디젤 세단인 BMW 520D(16.1㎞), 폭스바겐 파사트(14.6㎞)보다 높다.
 
3분기엔 아반떼의 신형 모델도 나온다. 아반떼는 지난해 한국 단일 차종 중 최초로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세계 판매 모델 중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먼저 국내에 출시한 뒤 내년 상반기 미국시장에 내보낼 계획이다. SUV도 출격한다. 현대차의 크레타는 7월 인도 출시를 시작으로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판매를 확대한다. 상반기 국내 출시된 신형 투싼은 8월 미국, 9월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기아차의 신형 스포티지는 3분기 먼저 국내에 선보인 뒤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다.
 
대형차와 상용차, 친환경차도 등장한다. 현대차는 대형 플래그십 모델인 신형 에쿠스를 연말에 선보인다. 현대차의 미니버스 쏠라티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아차의 K5 하이브리드 모델 등도 하반기 출시된다. 

리콜도 악영향
토종 11개 출시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다양한 신차들이 출시될 계획”이라며 “판매 확대 및 수익성 향상을 동시에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인 수입차 업계에 악재들이 돌출해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불거진 논란과 문제, 국내차 공세 등으로 발목을 잡힐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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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