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홧김에 방화사건 둘
“Why?”로 시작해‘불’로 끝낸다?
“왜 용돈 안 주느냐”,“왜 안 만나주냐” 홧김 방화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방화’를 저지른 20·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지난 6월30일 부모가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을 품고 집에 불을 지르려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미수)로 29세 김모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같은 달 29일 낮 12시10분께 대구 동구 신암동에 위치한 부모의 집에 찾아가 “돈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렸다. 당시 집에는 어머니뿐이었고, 자신의 요구에 묵묵부답인 어머니에게 화가 난 김씨는 “집에 불 질러 같이 죽자”면서 신문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방 안에 정리해둔 이불에 불을 옮겼다.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반쯤 탄 이불의 불을 끄고 김씨를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2007년 11월에도 부모의 집에 불을 질러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2009년 5월 출소했다.
그런가 하면 부산에서는 흑심을 품고 있던 주점 여주인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점에 불을 지른 김모(39)씨가 구속됐다.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같은 달 29일 오후 9시50분께 부산 서구 충무동 모 단란주점 대기실 이불에 불을 붙여 주점 내부 140여㎡를 태우고 2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주점에 손님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고 불은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조사 결과 김씨는 주점의 여주인이 자신을 잘 만나주지 않는다며 소동을 부리다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집주인 살해 40대, 성폭행 혐의 추가
60대 여주인 잔혹 살해…알고 보니 강간범
살인 혐의로 구치소 수감 중 ‘성폭행’ 덜미

자신이 세 들어 사는 집 여주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40대 남자가 살인에 앞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김모(42)씨는 지난 5월18일 오전 9시45분께 집주인 A(62·여)의 금품을 훔쳤다가 이를 눈치 챈 A씨가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심하게 훼손해 유기했다.

경찰은 살인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모발과 김씨의 모발이 동일인의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김씨를 검거했다.
이어 경찰은 지난 1월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김씨를 지목, 부산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씨의 DNA를 검사한 결과 김씨의 범행이 추가로 드러났다.

김씨는 여주인을 살해하기에 앞서 지난 1월4일 오전 3시10분께 강서구 강동동 주택가에서 혼자 살고 있던 B(24·여)씨의 집에 침입, 혼자 있던 B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 6월30일 김씨를 추가 입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정원 직원’ 사칭, 여의사 뒤통수 친 내막
여의사 농락 ‘카사노바’,“작업이 제일 쉬웠어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나 4년 넘게 교제, 결혼 약속
사업 운운하며 초기자금 투자 요구 총 2억6천 뜯겨
빌려간 돈 받으러온 조폭 때문에 사기 행각 ‘들통’

국가정보원 직원 행세를 하며 여의사에게 접근, 억대의 돈을 뜯어낸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알고보니 이 남성은 국정원 직원은커녕 변변한 직업도 없는 ‘백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 6월28일 사기 등의 혐의로 성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성씨가 피해 여성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1월께. 서울 강남의 한 병원 의사인 김모(40·여)씨는 이 시기쯤 솔로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직업과 프로필을 올렸다.
김씨의 프로필을 본 성씨는 김씨에게 급호감을 느꼈고, 얼마 되지 않아 성씨는 김씨에게 접근, “명문대 법대 출신에 북한 비자금을 추적하는 국정원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준수한 외모에 수려한 말솜씨를 겸비한 성씨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김씨는 성씨에게 마음을 열었고, 두 사람은 4년 넘게 교제를 하며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발전했다.

교제를 하는 동안 성씨는 김씨를 속이기 위해 서울대 캠퍼스에 자신의 연구소가 있는 척하며 주로 서울대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자신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담당하는 실무자이기 때문에 본인 명의의 통장이 없다면서 김씨의 통장을 빌려썼다.

김씨는 4년 간 교제한 성씨의 말에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은 채 급기야 성씨에게 자신의 월급통장과 카드를 모두 맡기기도 했다. 성씨가 “투자하는 사업이 있는데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8000만원을 급히 요구한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성씨는 김씨가 의심할 가능성을 우려해 “내 소유의 도곡동 땅 100평을 명의 이전해 주겠다”면서 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은 문서를 내밀며 김씨를 설득했다.

성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총 2억6000만원 가량을 챙겼다.
한편, 성씨와 결혼을 약속하고 신혼의 단꿈에 부풀어있던 김씨가 드디어 성씨의 정체를 알게 됐다. 조직폭력배인 남모(38)씨가 부하직원 5명을 데리고 김씨 앞에 나타난 것.

남씨는 김씨의 병원을 찾아와 “성씨가 송파구 한 병원 건물의 감정 평가를 부풀려주겠다면서 컨설턴트업자로부터 받아간 로비자금 3000만원을 떼먹었다”면서 “떼인 돈을 대신 받으러 왔다”고 횡포를 부렸다.

김씨는 결국 등에 새겨진 문신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남씨에게 3000만원을 뜯긴 뒤 바로 경찰서로 향해 남씨를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다시 한 번 놀라고 만다. 4년 간 자신과 함께 미래를 꿈꿨던 성씨가 명문대 출신도, 국정원 직원도 아닌 사기 등 전과 7범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

김씨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만 경찰에 붙잡힌 성씨는 김씨에게 받아간 돈을 유흥비로 탕진한 후였다.


현직교사 사기도박 벌이려다 입건
도박판서 돈 잃자 ‘본전 욕심’에 사기도박 시도


사기도박을 시도한 현직교사가 경찰에 입건됐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지난 6월28일 도박판에서 수시로 돈을 잃자 사기도박을 계획·실천하려한 사기도박 미수 혐의로 부산 모 중학교 교사 A(39)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도박판에서 계속 돈을 잃자 ‘본전 생각’에 사기도박 용구를 사용해 본전을 찾으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A씨는 수년 전부터 도박을 해왔으나 계속 돈을 잃었고, 이에 사기도박을 잘 하기로 소문난 B(53)씨와 짜고 사기도박을 계획했다.

실제 이들은 지난해 12월24일 낮 12시쯤 부산 동래구 안락동 한 주택에서 카드 뒷면에 숫자가 표시된 일명 ‘목카드’와 이를 인식할 수 있는 기기를 천장 등에 설치해 놓고 사기도박을 시도했다.

하지만 A씨는 도박꾼들에게 가지고 있던 목카드를 들켰고, 오히려 사면초가에 몰렸다. 도박꾼들이 “학교에 알리겠다”면서 “돈을 달라”고 협박했던 것.

경찰은 A씨와 함께 A씨를 협박한 도박꾼 등 10여 명에 대해서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명수배자 TV출연‘황당사건’
“잡히니 차라리 홀가분”

TV 예능프로그램에 ‘손당구의 달인’으로 출연해 유명세를 탄 조모(50)씨가 인질강도로 지명수배를 받아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기도 화성 동부경찰서는 지난 6월28일, 인질강도 등의 혐의로 수배 중이던 조씨를 붙잡아 대전둔산경찰서로 신병을 인계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3년 12월 대전시 중구 태평동에 거주하는 사촌누나의 채무자 김모(39·여)씨의 집에 찾아갔다. “슈퍼에서 배달 왔다”고 속여 문을 열게 한 조씨는 김씨의 일가족 5명을 감금·위협해 고급 승용차 등 약 110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

조씨는 이 범행으로 경찰에 지명수배 됐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2004년 7월에는 전북 김제에서 지인에게 빌린 2700여 만원을 갚지 않아 사기 혐의를 추가했다. 이어 2006년 5월에는 경기도 화성의 한 술집에서 손님과 시비가 붙어 상해 혐의로 각각 화성 동부경찰서에 의해 수배가 내려졌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조씨가 TV에 출연한 사실을 포착, 1년 간 추적해온 끝에 지난 6월26일 경기도 용인에서 조씨를 검거했다. 

실제 조씨는 지난해 4월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에 가명을 사용, ‘예술 손당구 전문가’로 출연했으며, 이후 유명세를 타 전국 당구장 개업행사장에 초청받아 생활하면서 6년 간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경찰에 붙잡힌 조씨는 “도망 다니기 힘들었다”면서 “이제 마음이 편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노인 밟아 숨지게 한 간병인 ‘충격’
“노인네가 왜 말을 안 들어!”
50대 간병인, 80대 치매노인 욕설에 가슴 밟아 숨지게 해
할머니 사망 직접 경찰에 신고한 뒤 천안 본가로 ‘줄행랑’

홀로 사는 80대 치매노인을 돌보던 간병인이 홧김에 발로 가슴을 밟아 숨지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6월29일 상해치사 혐의로 간병인 조모(54·여)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3월부터 서울 중구 신당동 우모(85·여)씨의 집에서 숙식하며 24시간 동안 치매를 앓고 있는 우씨를 돌봐왔다. 우씨는 6·25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자식 없이 혼자 살아왔으며 이런 우씨를 위해 우씨의 조카가 조씨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보조금 80만원과 우씨의 조카가 보내주는 100만원 등 180만원을 받으며 우씨를 돌보던 조씨는 지난 6월18일, 우씨가 정리 정돈한 물건을 어지럽히고, 욕설을 하자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우씨의 가슴을 수차례 짓밟았다.

고령의 나이에 폭행을 견디지 못한 우씨는 곧 숨졌고, 조씨는 우씨가 숨지자 직접 경찰에 전화를 걸어 “할머니가 사망했다”고 신고한 뒤 천안의 본가로 도망쳤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된 우씨의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져 부검했으며, 그 결과 흉부 늑골 15개가 골절됐고, 가슴뼈가 눌러져 있는 등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경찰은 조씨를 집중 추궁, 자백을 받아냈다. 조씨는 경찰에서 “간병을 하느라 2~3일간 잠을 못 잔 상태에서 할머니가 물건을 어지럽히고 욕을 해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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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