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덮칠 '스캔들 셋'

재계 뒤집을 시한폭탄 ‘째깍째깍’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폭풍전야다. 재벌가에 심상찮은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는 쪽은 사정기관. 거의 동시다발로 사건·사고가 터졌는데, 그 방향이 재벌가로 틀어지면서 ‘대형 스캔들’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곧 사회를 뒤집을 만한 ‘큰건’이 터질 조짐이다.

 
재벌가를 들쑤실 사건·사고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 불륜사이트 해킹, 슈퍼카 사기, 해외 원정도박 등이 그것. 현재 수사 중인 이들 3제의 최종 타깃은 재벌가를 향하고 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작동된 형국이다.

[불륜명단 공개?]
 
‘당신의 불륜 증거를 입수했다. 증거를 돌려받고 싶으면 돈을 송금해라. 입금 확인 후 우편으로 보내주겠다.’
 
몇 년 전 대기업 오너와 경영진에게 뿌려진 메일 내용이다. 백수로 지내던 A씨는 메일 주소를 알게 된 대기업 고위 임원들에게 무작위로 ‘돈을 주지 않으면 당신의 불륜 행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 편지를 보냈다.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조씨의 장난(?)에 지레 겁먹고 돈을 보낸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 결국 조씨는 구속됐지만, 재력가들의 평소 사생활을 추측케 하는 사건이라 큰 화제가 됐었다.
 
외도를 폭로할 것처럼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한 불륜사이트가 해킹돼 가입자들이 발칵 뒤집혔다. 불륜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성교제 웹사이트 ‘애슐리 매디슨’ 운영사가 해킹을 당한 것은 지난 20일.
 

‘임팩트 팀’이란 해커집단이 사이트를 공격해 회원 3800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불륜사이트 해킹·슈퍼카 사기·원정도박 
세가지 사건 수사 확대…재벌들 바짝 긴장
 
사이트 측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곧바로 해커들이 본보기로 회원 2명의 상세한 개인정보와 이용 내역 등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2명의 신상은 얼마 후 삭제됐으나 이를 캡처한 게시물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회원들은 자신의 정보가 언제 공개될지 몰라 비상이 걸렸다. 해커들은 회원이 정보를 삭제해도 복구할 수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홈페이지 화면에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 피우세요’란 문구와 기혼자도 회원으로 받아 불륜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애슐리 매디슨은 지난해 3월 한국어 사이트를 공식 개설하면서 국내에 상륙했다. 당시 불륜 조장을 이유로 차단됐다가 간통죄 위헌 결정 직후인 지난 3월 차단이 해제됐다. 한국에선 지난 4월 기준 약 2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최소 100크레딧(6만6000원)∼1000크레딧(34만원).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5크레딧이 결제된다. 채팅의 경우 1분당 1크레딧이 소요된다. 포인트가 부족할 때마다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고소득자들의 이용도가 높다. 여성은 무료다. 
 
업계 관계자는 “저소득층보다 소위 돈 있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해킹 피해를 국내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만약 해킹을 당한 명단이 공개되고, 그 명단에 유명인사가 있다면 사건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비밀거래]
 
재벌가에 드리운 암운은 이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슈퍼카 사기범이 검거됐는데, 그 방향이 재벌가로 틀어지면서 사건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외제차 수입업체 R사 대표 이모씨는 2009년 7월부터 1년간 “고급 외제차를 싸게 직수입해주고, 등록 업무도 대행해주겠다”며 손님을 끌어 모았다. 수입 차량을 직수입하면 정식 수입업체에 비해 싼 값에 차를 살 수 있다. 대신 배출가스·소음 검사, 차량 등록 등 행정절차가 복잡하다.
 
이 점을 노리고 대행을 내세운 이씨는 고객들을 속여 약 100억원을 챙겨 달아났다. 피해자들이 구입한 슈퍼카를 사채업자에게 맡기고 돈을 빌려 잠적했다. 이씨가 사채업자에게 넘긴 차량은 13대로 벤츠, 벤틀리, 페라리, 포르쉐 등 모두 고가의 외제차였다. 이 가운데 23억원에 달하는 벤츠의 스털링 모스 모델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이씨는 2010년 10월 외국으로 달아났다. 처음 프랑스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숨었다. 검찰은 국제공조를 통해 이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령을 내렸다. 그로부터 4년6개월 뒤인 지난 4월, 이씨는 이탈리아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한국-유럽 간 범죄인인도협약에 따라 이씨의 신병을 확보했고,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해 서울 강남경찰서에 인계했다. 검찰은 이씨를 구속한 상태로, 현재 보강 수사 중이다.
 
재벌가가 긴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3명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업가와 재벌 2·3세로 파악된다.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차값을 선금으로 지불한 점을 보면 하나같이 엄청난 재력가 집안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모 기업 오너의 자녀도 이씨에게 슈퍼카 구매를 맡겼다고 한다. 이중엔 ‘스피드광’인 대기업 회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또 회장님 도박] 
 
마지막으로 도박 파문도 재벌가를 덮칠 조짐이다. 해외 원정도박단이 적발됐는데, 여기에도 기업인이 다수 끼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알만한 인물이 있을 수도 있다”고 귀띔해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마카오에 도박장을 차려놓고 원정도박을 알선한 폭력조직을 수사 중이다. ‘학동파’ 부두목과 ‘범서방파’ 행동대장, ‘광주송정리파’·‘충장오비파’ 행동대원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들은 마카오 원정도박을 알선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서도 폭력조직들이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해외 원정도박을 한 기업인들을 적발하고 수사 중이다. 이미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된 도박자 명단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명단엔 코스닥 상장사 대표와 중견기업 사장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기업인 여러 명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모 기업 회장의 경우 수십 차례에 걸쳐 해외를 오가며 수십 억원에 달하는 원정도박을 벌여온 혐의로 구속이 유력하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필리핀 등 카지노 VIP룸에서 고액의 도박을 한 이 회장은 하룻밤에 20억원을 잃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자금은 환치기 수법으로 조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폭들이 원정도박을 알선한 재력가들은 수십 억원대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수사선상에 오른 용의자 가운데 누구나 알 만한 기업인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마카오 카지노에서 거액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 등으로 쇠고랑을 찼다.
 
도박은 재벌가 사건·사고의 단골메뉴다. 여기에 불륜사이트 해킹과 슈퍼카 사기 등이 겹쳐 재벌가 사람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돈 좀 있고, 꽤 유명한 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형 스캔들’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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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