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비리가 잇따라 터진 가운데 대형 연예기획사의 횡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예계가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강호동, 유재석, 고현정 등 톱스타들이 소속되어 있는 대형 연예기획사 디초콜릿이엔티에프(이하 디초콜릿)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 연예가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대형비리’ 사건으로 연예가를 뒤흔들 것이 우려된다.
‘디초콜릿’ 경영진 횡령혐의 의혹 검찰 압수수색
소속사 측 “유재석·강호동 등 소속 연예인 무관”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6월21일 디초콜릿 경영진의 회삿돈 횡령 혐의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서초구의 디초콜릿 사무실을 6월14일 압수수색 했다고 밝혔다. 디초콜릿이 소속 연예인에게 출연료를 과다 지급하고 무리한 투자에 나서 경영부실에 빠진 상황에서 횡령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팬텀’ 핵심 멤버 ‘디초콜릿’ 참여
디초콜릿 측은 지난 6월22일 대표이사 권승식 명의로 보도 자료를 발송해 “당사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관련 혐의 등에 대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애써 태연한 척하는 디초콜릿 보도자료 분위기와는 달리, 실제 사건은 상당히 치명적인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당시 횡령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팬텀엔터테인먼트(팬텀) 그룹이 IT업체인 하이퍼정보통신을 인수, 연예 기획사로 변신한 디초콜릿은 비리를 저질렀던 팬텀의 핵심 멤버들이 그대로 참여해 설립 때부터 의혹투성이였다.
특히 파문을 일으킨 이도형 팬텀 회장이 아직도 디초콜릿에 사실상 관여하고 있는 부분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은 이번 검찰수사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다. 디초콜릿의 설립에 관여했던 한 연예계 고위 인사는 “비리로 얼룩진 이도형 회장이 아직도 디초콜릿을 통해 연예가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고 한탄했다.
팬텀은 1990년 골프의류와 골프공 제조업체로 시작해 음반기획사, DVD회사, 매니지먼트회사 3사의 합병 및 주식교환을 통해 2005년 대형 연예기획사로 재탄생했다. 이로 인해 같은 해 3월 주당 200~ 300원이던 팬텀의 주가는 그 해 4월 우회상장을 거쳐 연말에 3만원을 넘어서는 급격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당시 방송연예계에서는 성장기대치 등으로 인해 팬텀 주식을 매입하려는 열풍이 거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몇몇 방송 관계자가 팬텀 측과 사전 정보취득을 통한 내부자거래로 상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또 팬텀 측이 방송사 PD 등 방송계 인사와 돈독한 친분 유지를 위해 자사 주식을 싼 값에 넘기는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았다. 일부 방송사 PD 등은 당시 받았던 주식이 폭등하면서 수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고 이 가운데 몇 명은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디초콜릿이 유명 톱스타들의 이름을 앞세워 몸집을 키운 것도 과거 팬텀이 보인 행보와 엇비슷했다. 디초콜릿은 개그맨 신동엽이 대표로 있던 DY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개그맨 유재석, 강호동 등이 모두 소속된 기획사로 몸집을 키웠다. 팬텀은 유명 톱스타들의 이름을 앞세웠지만 실상은 부실하기 이를 데 없었다.
디초콜릿은 커피 프랜차이즈 ‘디초콜릿’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기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 <스타킹> <해피선데이> 등을 외주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형 기획사인 IHQ 인수전에 뛰어들며 종합 연예 기획사로 발돋움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경영권도 부실했다. 지난해에는 소액주주로 있던 신동엽 등이 은경표 스타시아인베스트 대표 등과 손잡고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가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5년간 9차례나 최대주주가 바뀌고, 2007년 이후 3번이나 상호가 변경되기도 했다.
횡령설이 불거지면서 디초콜릿 소속 연예인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일과 관련된 연예인이 있느냐는 것.
신동엽, 경영권 분쟁 끝에 떠나
디초콜릿 측은 “이번 일로 인해 당사의 소속 연예인들이 이미지 실추 및 심적 고초를 겪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 당사 소속 연예인들은 이번 일과는 전혀 무관하며 전과 다름없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소속된 스타들의 이미지 하락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소속 연예인은 현재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경영에 금전적으로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는 강호동 정도만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경영권 분쟁 끝에 신동엽은 소속사를 떠났고, 곧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는 유재석은 지난해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신동엽에게 ‘사장님’ 호칭을 쓴 것을 계기로 소속사를 떠날 것이 기정 사실화된 분위기다.
연예 기획사들은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디초콜릿의 횡령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검찰이 다른 연예 기획사들도 이 같은 관행이 만연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