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수렴청정’ 막후 스토리

대권가도 위해 무성대장도 어쩔 수 없이 ‘마~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수렴청정’ ‘대리청정’. ‘섭정’의 다양한 유형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 정치사에서 예외 없이 존재해왔다. 최근 단행된 새누리당 2기 인선 결과를 지켜본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김무성으로 이어지는 계약성 수렴청정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거부권 정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박 대통령은 결국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해당 법안을 폐기시켰고 ‘배신의 정치’라고 정의내린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에 대해선 축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계파갈등’이라는 시한폭탄을 안은 채 봉합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당직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유승민 사퇴
김무성 2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대표 취임 1주년인 지난 14일에 맞춰 원내대표를 포함한 교섭단체 및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 지었다. 복수의 매체는 20대 총선을 겨냥한 ‘김무성 2기’의 출항을 알렸다.

새누리당에서 전면에 내건 인선 기준은 ‘탕평’이었다. 다수의 언론에서도 연일 새로 취임한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계파색이 옅다며, 비박계와 친박계 간 갈등을 최대한 고려한 결정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김무성 2기가 결코 탕평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핵심요직에는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이전 1기보다 더욱 강화됐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이번 당직 인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평가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천권을 쥔 사무총장직에 친박계 3선인 황진하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직에는 친박계 재선인 조원진 의원이, 제1·2사무부총장직에는 유 전 원내대표 사퇴에 역할을 했던 홍문표 의원과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측근으로 잘 알려진 박종희 전 의원이, 당대변인직에는 거부권 정국 동안 친박계의 확성기 역할을 한 이장우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각 인물들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또는 비박계 사람들과 정치적 인연이 깊어 주목받고 있다. 황 사무총장은 과거 국방위원장직을 두고 유 전 원내대표와 겨룬 전적이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으로 출마해 당선이 유력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3성 장군 출신의 황 의원이 출마를 선언, 유 전 원내대표가 추인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초 외통위원장으로 내정됐던 황 의원이 돌연 국방위원장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유승민 견제용’으로 황 의원 카드를 꺼낸 든 것이라며 수군거렸다.

황진하·조원진
박종희·이장우

제1·2사무부총장직에 각각 홍문표 의원, 박종희 전 의원이 임명됨으로써 사무총장라인을 친박계가 장악하는 형국이 됐다. 비록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홍 의원은 최근 유승민 정국을 전면에서 주도한 충청권 친박계 의원들과 의견을 같이하며 당시 유 전 원내대표 퇴진에 한몫했다.

박 전 의원의 경우에는 ‘김무성 2기’ 중 유일하게 현역이 아니라는 점, 과거 서청원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당대표를 할 때 비서실장을 역임한 최측근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식구 챙기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같은 대구지역 국회의원인 친박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유승민 정국에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언론의 지배적 견해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 전 조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혜로운 결정을 해 대구시와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성공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종국에 가서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 아니냐. 정권에 대한 비판과 칭찬은 균형을 맞춰서 해야 한다”고 말해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새누리당을 대표하는 목소리에 이장우 의원이 앉은 것을 두고 비박계에서는 불만이 많다. 유 전 원내대표가 한창 뭇매를 맞던 지난 7월 초, 비박계는 퇴진운동의 최전선에 충청권 친박계 의원들이 있고 그 중 이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장우 대변인은 한창 분위기가 뜨겁던 지난 7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유 원내대표는 민주적인 리더십이 부족했다. 3년 반 동안 같이 국회의원을 하면서 마주 앉아 차 한 잔 같이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사퇴 후 “모든 당직 TK 제외”
김무성 “수도권은 금 경상도는 동” 논란

이들 모두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도와 유승민을 내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해서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논공행상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중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당 요직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대구·경북지역(이하 TK) 의원들이 배제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더불어 김 대표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자리에서 “내가 임명할 수 있는 모든 당직을 비경상도권 인사에게 맡기겠다”고 말한 것은 물론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이고,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이다”며 파격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TK 의원들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15일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이병석 의원은 “(TK에선) 20대 총선 새누리당 심판론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 됐다”며 “(당대표로서)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그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말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TK를 당직에서 배제한 이유에 대해 ‘설’들이 많다. 공교롭게도 최근 부딪힌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 모두 이곳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어 더욱 후문이 많은 상황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박 대통령의 ‘TK독식설’이다. TK는 박 대통령 지지층의 메카다. 그러나 최근 유승민 정국을 거치면서 지지층이 많이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TK 독식설
현기환 발탁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직후인 지난 8~9일 이틀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대선주자지지도를 알아본 결과 유 전 원내대표가 TK에서 26.3%를 기록, 여권 내 1위를 차지했다. 거부권 정국을 기점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유승민을 차기 대통령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구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풍문이 도는가 하면 대구시의회 의원들이 ‘유승민 지키기’에 나서는 등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에 입김을 발휘해 TK 의원들을 당 요직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 TK독식설의 전말이다. 결국 20대 총선에서 TK공천권을 친박계가 사수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현기환 정무수석 임명도 친박계 인선, TK배제론과 함께 수렴청정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당·청 소통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한 지 53일 만에 일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직후 “현기환 신임 정무수석은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등을 지낸 노동계 출신의 전직 국회위원으로 정무적 감각과 친화력,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해, 정치권과의 소통 등 박 대통령을 정무적으로 원활히 보좌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2기 키워드는 ‘유승민 정국’ 논공행상?
박근혜 수렴청정 시작, 공천 영향력↑


여·야는 모두 환영의 분위기다. 특히 김무성 대표와는 동향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면의 얘기를 아는 사람은 김 대표와 현 수석이 결코 좋은 사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 수석은 일찍이 19대 총선을 포기하고 공천심사위원으로 들어간 바 있다. 당시에도 공천의 객관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외부인사를 심사위원으로 배치했는데, 오히려 심사위원 10명 중 국회의원이 몇 없는 사태가 벌어져 사실상 현 수석이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많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부산 지역을 비롯해 영남권 공천에서 현 수석의 영향력이 상당히 높았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김 대표가 19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했다는 사실이다. 19대 총선은 김 대표가 눈시울을 붉히며 ‘백의종군’을 선언했을 정도로 아픈 기억이 있는 선거다. 현 수석이 사실상 김 대표의 목을 친 것과 진배없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20대 공천을 앞둔 시점에서 과거 김 대표에게 칼을 휘두른 현 수석에게 당·청 소통 창구역할을 주문한 것은 결국 새누리당을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박 대통령의 숨은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로우키 전략
승계 노림수?

박 대통령의 입김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김 대표는 ‘로우키 전략’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수평적 당·청관계에 대해 꾸준히 말을 꺼내지만 최근에는 극도의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은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과 상당수 겹쳐있다. 만약 지금 김 대표가 반기를 든다면 당을 장악할 순 있지만, 지지층은 등을 돌릴 것이다. 대선에 꿈이 있는 사람이 그럴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에게 자연스레 권력을 이양 받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도 이젠 진정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이 많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가 결국 청와대와 친박계가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게 하려고 도입하려는 것인데 저렇게 저자세로 가면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다”며 “그동안 했던 말들이 다 허사가 되는 것인데 그때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고 답했다.

일련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수렴청정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없다. 공천권을 잡은 친박계는 이제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내 다수를 차지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때 숨죽이고 있던 김 대표가 TK의 지지를 등에 업고 청와대에 입성한다. 그러면 얇은 ‘발’ 뒤에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는 박 대통령이 자리 잡게 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잡음 예고 선거구획정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지난 15일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건물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활동을 알렸다. 이로써 위원회는 2016년 4월경으로 예정된 20대 총선에 대비해 선거구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2014년 10월경 헌법재판소는 “각 국회의원 선거구 사이의 인구편차가 2:1을 넘지 않아야 한다”며 현행 공직선거법 상 선거구 획정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필두로 9명 구성 완료

이에 정치권 및 중앙선관위는 약 9개월여의 장고 끝에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같은 날 위촉식을 가지고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을 위원회 장으로 선출했다. 일정상 위원회는 오는 10월13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적지 않은 잡음이 예상된다. 위원회 위원 성향을 차치하더라도 근본적으로 19대 총선까지 유지됐던 246개 가운데 62개에 달하는 선거구에 대한 재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자료를 보면 62개 선거구 중 인구 상한을 초과한 선거구는 37곳, 기준에 미달한 선거구는 25곳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특정 시·군·구에 몰려있어 해당 선거구를 둘러싼 각 정치인들 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예상된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