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수렴청정’ 막후 스토리

대권가도 위해 무성대장도 어쩔 수 없이 ‘마~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수렴청정’ ‘대리청정’. ‘섭정’의 다양한 유형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 정치사에서 예외 없이 존재해왔다. 최근 단행된 새누리당 2기 인선 결과를 지켜본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김무성으로 이어지는 계약성 수렴청정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거부권 정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박 대통령은 결국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해당 법안을 폐기시켰고 ‘배신의 정치’라고 정의내린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에 대해선 축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계파갈등’이라는 시한폭탄을 안은 채 봉합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당직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유승민 사퇴
김무성 2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대표 취임 1주년인 지난 14일에 맞춰 원내대표를 포함한 교섭단체 및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 지었다. 복수의 매체는 20대 총선을 겨냥한 ‘김무성 2기’의 출항을 알렸다.

새누리당에서 전면에 내건 인선 기준은 ‘탕평’이었다. 다수의 언론에서도 연일 새로 취임한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계파색이 옅다며, 비박계와 친박계 간 갈등을 최대한 고려한 결정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김무성 2기가 결코 탕평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핵심요직에는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이전 1기보다 더욱 강화됐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이번 당직 인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평가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천권을 쥔 사무총장직에 친박계 3선인 황진하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직에는 친박계 재선인 조원진 의원이, 제1·2사무부총장직에는 유 전 원내대표 사퇴에 역할을 했던 홍문표 의원과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측근으로 잘 알려진 박종희 전 의원이, 당대변인직에는 거부권 정국 동안 친박계의 확성기 역할을 한 이장우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각 인물들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또는 비박계 사람들과 정치적 인연이 깊어 주목받고 있다. 황 사무총장은 과거 국방위원장직을 두고 유 전 원내대표와 겨룬 전적이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으로 출마해 당선이 유력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3성 장군 출신의 황 의원이 출마를 선언, 유 전 원내대표가 추인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초 외통위원장으로 내정됐던 황 의원이 돌연 국방위원장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유승민 견제용’으로 황 의원 카드를 꺼낸 든 것이라며 수군거렸다.

황진하·조원진
박종희·이장우

제1·2사무부총장직에 각각 홍문표 의원, 박종희 전 의원이 임명됨으로써 사무총장라인을 친박계가 장악하는 형국이 됐다. 비록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홍 의원은 최근 유승민 정국을 전면에서 주도한 충청권 친박계 의원들과 의견을 같이하며 당시 유 전 원내대표 퇴진에 한몫했다.

박 전 의원의 경우에는 ‘김무성 2기’ 중 유일하게 현역이 아니라는 점, 과거 서청원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당대표를 할 때 비서실장을 역임한 최측근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식구 챙기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같은 대구지역 국회의원인 친박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유승민 정국에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언론의 지배적 견해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 전 조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혜로운 결정을 해 대구시와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성공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종국에 가서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 아니냐. 정권에 대한 비판과 칭찬은 균형을 맞춰서 해야 한다”고 말해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새누리당을 대표하는 목소리에 이장우 의원이 앉은 것을 두고 비박계에서는 불만이 많다. 유 전 원내대표가 한창 뭇매를 맞던 지난 7월 초, 비박계는 퇴진운동의 최전선에 충청권 친박계 의원들이 있고 그 중 이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장우 대변인은 한창 분위기가 뜨겁던 지난 7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유 원내대표는 민주적인 리더십이 부족했다. 3년 반 동안 같이 국회의원을 하면서 마주 앉아 차 한 잔 같이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사퇴 후 “모든 당직 TK 제외”
김무성 “수도권은 금 경상도는 동” 논란

이들 모두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도와 유승민을 내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해서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논공행상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중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당 요직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대구·경북지역(이하 TK) 의원들이 배제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더불어 김 대표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자리에서 “내가 임명할 수 있는 모든 당직을 비경상도권 인사에게 맡기겠다”고 말한 것은 물론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이고,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이다”며 파격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TK 의원들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15일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이병석 의원은 “(TK에선) 20대 총선 새누리당 심판론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 됐다”며 “(당대표로서)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그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말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TK를 당직에서 배제한 이유에 대해 ‘설’들이 많다. 공교롭게도 최근 부딪힌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 모두 이곳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어 더욱 후문이 많은 상황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박 대통령의 ‘TK독식설’이다. TK는 박 대통령 지지층의 메카다. 그러나 최근 유승민 정국을 거치면서 지지층이 많이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TK 독식설
현기환 발탁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직후인 지난 8~9일 이틀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대선주자지지도를 알아본 결과 유 전 원내대표가 TK에서 26.3%를 기록, 여권 내 1위를 차지했다. 거부권 정국을 기점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유승민을 차기 대통령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구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풍문이 도는가 하면 대구시의회 의원들이 ‘유승민 지키기’에 나서는 등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에 입김을 발휘해 TK 의원들을 당 요직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 TK독식설의 전말이다. 결국 20대 총선에서 TK공천권을 친박계가 사수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현기환 정무수석 임명도 친박계 인선, TK배제론과 함께 수렴청정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당·청 소통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한 지 53일 만에 일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직후 “현기환 신임 정무수석은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등을 지낸 노동계 출신의 전직 국회위원으로 정무적 감각과 친화력,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해, 정치권과의 소통 등 박 대통령을 정무적으로 원활히 보좌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2기 키워드는 ‘유승민 정국’ 논공행상?
박근혜 수렴청정 시작, 공천 영향력↑


여·야는 모두 환영의 분위기다. 특히 김무성 대표와는 동향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면의 얘기를 아는 사람은 김 대표와 현 수석이 결코 좋은 사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 수석은 일찍이 19대 총선을 포기하고 공천심사위원으로 들어간 바 있다. 당시에도 공천의 객관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외부인사를 심사위원으로 배치했는데, 오히려 심사위원 10명 중 국회의원이 몇 없는 사태가 벌어져 사실상 현 수석이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많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부산 지역을 비롯해 영남권 공천에서 현 수석의 영향력이 상당히 높았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김 대표가 19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했다는 사실이다. 19대 총선은 김 대표가 눈시울을 붉히며 ‘백의종군’을 선언했을 정도로 아픈 기억이 있는 선거다. 현 수석이 사실상 김 대표의 목을 친 것과 진배없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20대 공천을 앞둔 시점에서 과거 김 대표에게 칼을 휘두른 현 수석에게 당·청 소통 창구역할을 주문한 것은 결국 새누리당을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박 대통령의 숨은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로우키 전략
승계 노림수?

박 대통령의 입김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김 대표는 ‘로우키 전략’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수평적 당·청관계에 대해 꾸준히 말을 꺼내지만 최근에는 극도의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은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과 상당수 겹쳐있다. 만약 지금 김 대표가 반기를 든다면 당을 장악할 순 있지만, 지지층은 등을 돌릴 것이다. 대선에 꿈이 있는 사람이 그럴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에게 자연스레 권력을 이양 받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도 이젠 진정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이 많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가 결국 청와대와 친박계가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게 하려고 도입하려는 것인데 저렇게 저자세로 가면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다”며 “그동안 했던 말들이 다 허사가 되는 것인데 그때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고 답했다.

일련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수렴청정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없다. 공천권을 잡은 친박계는 이제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내 다수를 차지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때 숨죽이고 있던 김 대표가 TK의 지지를 등에 업고 청와대에 입성한다. 그러면 얇은 ‘발’ 뒤에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는 박 대통령이 자리 잡게 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잡음 예고 선거구획정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지난 15일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건물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활동을 알렸다. 이로써 위원회는 2016년 4월경으로 예정된 20대 총선에 대비해 선거구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2014년 10월경 헌법재판소는 “각 국회의원 선거구 사이의 인구편차가 2:1을 넘지 않아야 한다”며 현행 공직선거법 상 선거구 획정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필두로 9명 구성 완료

이에 정치권 및 중앙선관위는 약 9개월여의 장고 끝에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같은 날 위촉식을 가지고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을 위원회 장으로 선출했다. 일정상 위원회는 오는 10월13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적지 않은 잡음이 예상된다. 위원회 위원 성향을 차치하더라도 근본적으로 19대 총선까지 유지됐던 246개 가운데 62개에 달하는 선거구에 대한 재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자료를 보면 62개 선거구 중 인구 상한을 초과한 선거구는 37곳, 기준에 미달한 선거구는 25곳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특정 시·군·구에 몰려있어 해당 선거구를 둘러싼 각 정치인들 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예상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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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