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진실게임

'검은돈 뇌관' 잘못 건드렸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 직원들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혐의 입증에 나섰다. 본사 직원 A씨와 무역대리점 운영자 B씨는 배임수재 및 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이들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조사에 필요한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그런데 A씨 등은 도리어 "회장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라며 자신들을 고소한 회사에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추측을 내놓는 상황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아직 모릅니다. 그거 경찰발 기사잖아요. 직원들이 폭로전에 나설 것 같지도 않고요. 단정하듯 추측하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지난 9일 정유업계 관계자는 금호석화 직원들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경향신문> 등은 경찰이 금호석화 직원들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고소장을 접수하고 조사에 나섰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딸 임원 선임
사건과 연관?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약 한 달간 사건과 관련한 여러 정보를 취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흥미로운 점은 직원들을 고소한 주체가 금호석화 본사라는 데 있다. 금호석화는 지난 5월 본사 간부 A씨에 대한 감사를 벌여 대기발령 조치하고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직원은 모두 6명이며 이 가운데 혐의가 중한 A씨와 B씨(무역대리점 운영자)를 먼저 고소했다는 것이 금호석화 측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A씨 등은 금호석화 구매파트 직원이다. 지난 4월께 금호석화는 자체 감사에 착수해 차장급 A씨를 시작으로 서울과 울산, 여수에서 일하던 직원 6명의 보직을 해임했다. 이들은 모두 '자택 대기발령' 징계를 받았다.

주된 감사내용은 금호석화 전직 직원이 설립한 홍콩 소재 무역대리점(오퍼상)에 이들이 물량을 몰아주고 거액의 뒷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해당 대리점은 2010년부터 올 초까지 수백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리점이 금호석화와의 원자재 거래로 얼마만큼의 이득을 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향후 수사과정에서 B씨가 거둔 수익은 쟁점으로 부각될 소지가 있다. 혹여 B씨가 '금호석화와의 거래로 자신도 손해를 봤다'고 주장할 수 있는 까닭에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당연히 자신 있으니까 회사(금호석화)가 직원들을 상대로 고소장까지 써서 낸 것 아니겠느냐"라며 "물량 몰아주기와 '백머니'는 해외 사업파트에서 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가 지적한 백머니는 계약 상대방과 거래할 때 구매대금을 과다 계상하고 남은 돈의 일부를 되돌려받는 관행을 뜻한다.

실제 포스코 수사는 백머니가 발단이 됐다. 지난 2010~2012년 해외 사업파트에서 벌어진 부당 내부거래로 임원 2명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포스코 상무인 두 박모씨는 직원 10여명과 공모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돈의 일부를 한국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8월 자체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별도 고발조치를 하지 않았다.

리베이트 수수 혐의 전현직 직원 고소
원자재 수입 과정서 거액 '뒷돈' 의혹

'표적'을 찾던 검찰로서는 문제의 비자금이 수사로 전환하게끔 만든 구실이 됐다고 한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정권 초부터 포스코를 손보려는 여러 움직임이 있었지만 마땅한 명분이 없었다"라며 "포스코가 비위 사실을 숨기면서 사태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당시 두 박씨는 보직해임됐지만 대기발령 상태로 올 초까지 임원직을 유지했다. 포스코가 한발 앞서 이들에 대한 감사사실을 외부로 통보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됐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홍콩을 무대로 벌어진 이번 금호석화 리베이트 의혹은 포스코 동남아사업단 비자금 의혹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해외 사업과 관련해 유사한 방식의 부정이 벌어졌고, 의심 직원들이 자체 감사결과 보직해임과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것도 같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금호석화는 감사 즉시 발견한 비위 혐의를 수사기관 쪽으로 통보했다는 데 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포스코 사례도 참조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빠른 자진신고 배경을 놓고 일각에선 '그룹 회장이 연관된 재판이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요약하자면 '수사기관에 약점 잡힐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포석'을 깐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황병하)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횡령·배임)로 기소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포스코 염두?
자진신고 왜?

앞서 1심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법원 관행상 1심보다 항소심에서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횡령 혐의에 대해 "업무상 임무 위배 행위에 해당한다"라며 판결을 뒤집었다.

법원이 사실로 인정한 부분은 금호피앤비(비상장 계열사)라는 회사가 박 회장의 아들로부터 원리금을 제때 변제받지 못했음에도 2010∼2011년 34억원을 추가 대출해줬다는 것이다. 이는 박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시기 아들에 대한 대여가 이뤄지지 않은 정황에 비춰 '특정시기 개인의 필요에 따라 편법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됐다.

또 재판부는 31억9880만원을 납품대금 명목으로 금호석화 명의의 전자어음으로 발행하고 지급한 혐의에 대해선 "회사 재산을 적정하게 관리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개인 용도의 자금을 빌리기 위해 채무를 회사가 부담하게 했다"라며 "결국 회사가 어음금을 갚아야 할 상황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 때와 마찬가지로 협력업체와 공모해 거래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되돌려받는 등의 수법으로 200억∼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는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박 회장)이 법인자금을 마치 개인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듯 손쉽게 이용했다"라면서도 "원리금을 변제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2심 역시 "대여금과 약속어음금 등이 모두 변제되고 손해발생 위험이 현실화 되지 않은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라고 판시했다.

직원 협박용에
침소봉대 우려

현재 박 회장의 횡령·배임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2심 선고 직후 금호석화 측은 "유죄 부분의 혐의 및 금액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간 금호석화 측은 검찰 공소사실에 직간접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1심 판결 직후인 지난해 1월 박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을 통해 "남은 혐의에 대해 적극 무죄를 입증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악연으로 비롯된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3년간 이어진 길고 지루한 공방 속에서도…(중략)"라며 수사와 관련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사 대상으로 오른 A씨 등은 "박찬구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기관에 폭로하겠다"라며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A씨 등이 문제 삼고 있는 회사는 화물운송 중개업체 J사다. J사는 박 회장의 처남이 운영했던 회사로 알려졌다. 2005년까지 수십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J사는 2008년 5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A씨 등은 J사가 성장하는 과정에 금호석화의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울산과 여수에 있는 공장의 물량을 J사가 수주해 다시 수수료 형식으로 박 회장에게 돌려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금호석화 측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A씨 등을 공갈 혐의로 추가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검찰은 박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 수사 당시 관련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로할 내용이 언론에 알려진 것과 별건이 아니라면 A씨 등이 불리한 상황이다.


"친인척 회사에 일감 주고 수수료"
'보복성' 회장일가 비리 폭로 협박

경찰은 A씨 등으로부터 고소가 들어와 사건이 접수되면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A씨는 현재까지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유·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일간지 출입기자는 "다른 문제도 아니고 비자금인데 A씨가 언론에 접촉하든 직접 나와서 얘기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폭로는 의미가 없다고 봐야한다"라며 "기자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석화에 적대적인 일부 세력은 아예 A씨 등이 입을 열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이 비자금 의혹으로 확대시킬 계획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박 회장의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막후에서 A씨를 설득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 형제는 지난 2010년 그룹 분할로 생긴 앙금을 털어내지 못하고 상호 민형사상 고발을 주고받고 있다. 앞서 동생 박 회장은 자신의 형을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를 거쳐 특수2부로 재배당됐다. 검찰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한 비자금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호석화와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은 정황상 회사 차원의 사전 준비 및 조율을 거친 것으로 추정됐다. 금호석화는 지난 3일 "박찬구 회장의 차녀 박주형씨가 의결권 있는 주식 1만4285주를 장내매수 했다"라고 공시했다. 이어 경찰 발표를 앞두고는 "딸 주형씨가 구매·자금 담당 임원으로 신규 선임됐다"라고 발표했다.

주형씨의 임원 선임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는 그동안 금호일가가 '금녀의 원칙'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금호가는 선대 때부터 여성의 경영 참여를 금지해왔다.


진짜 이유는
직원들 불신?

그런데 다른 분야도 아니고 구매·자금 담당 임원으로 주형씨를 선택한 배경에는 이번 리베이트 의혹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해석이 잇따랐다. 하지만 금호석화 측은 깜짝 인사의 이유로 "구매·자금 운영의 투명성 강화"를 언급하며 "주형씨의 경영 참여는 A씨에 대한 감사 전부터 준비돼 왔었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국민연금공단은 금호석화 주식 65만9853주(지분 2.16%)를 추가 취득해 전체 지분율을 9.33%까지 늘렸다. 이는 시장이 비자금 수사 확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일부 재계 호사가들의 주장처럼 "비자금 수사 등 예상 밖의 일을 대비해 믿을 수 있는 가족을 임원으로 앉힌 것"이란 의심도 가능하다. 금호석화 측은 "사건을 이상한 쪽으로 끌고가는 세력을 주시하고 있다"라며 "자세한 건 곧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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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