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진실게임

'검은돈 뇌관' 잘못 건드렸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 직원들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혐의 입증에 나섰다. 본사 직원 A씨와 무역대리점 운영자 B씨는 배임수재 및 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이들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조사에 필요한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그런데 A씨 등은 도리어 "회장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라며 자신들을 고소한 회사에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추측을 내놓는 상황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아직 모릅니다. 그거 경찰발 기사잖아요. 직원들이 폭로전에 나설 것 같지도 않고요. 단정하듯 추측하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지난 9일 정유업계 관계자는 금호석화 직원들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경향신문> 등은 경찰이 금호석화 직원들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고소장을 접수하고 조사에 나섰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딸 임원 선임
사건과 연관?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약 한 달간 사건과 관련한 여러 정보를 취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흥미로운 점은 직원들을 고소한 주체가 금호석화 본사라는 데 있다. 금호석화는 지난 5월 본사 간부 A씨에 대한 감사를 벌여 대기발령 조치하고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직원은 모두 6명이며 이 가운데 혐의가 중한 A씨와 B씨(무역대리점 운영자)를 먼저 고소했다는 것이 금호석화 측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A씨 등은 금호석화 구매파트 직원이다. 지난 4월께 금호석화는 자체 감사에 착수해 차장급 A씨를 시작으로 서울과 울산, 여수에서 일하던 직원 6명의 보직을 해임했다. 이들은 모두 '자택 대기발령' 징계를 받았다.

주된 감사내용은 금호석화 전직 직원이 설립한 홍콩 소재 무역대리점(오퍼상)에 이들이 물량을 몰아주고 거액의 뒷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해당 대리점은 2010년부터 올 초까지 수백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리점이 금호석화와의 원자재 거래로 얼마만큼의 이득을 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향후 수사과정에서 B씨가 거둔 수익은 쟁점으로 부각될 소지가 있다. 혹여 B씨가 '금호석화와의 거래로 자신도 손해를 봤다'고 주장할 수 있는 까닭에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당연히 자신 있으니까 회사(금호석화)가 직원들을 상대로 고소장까지 써서 낸 것 아니겠느냐"라며 "물량 몰아주기와 '백머니'는 해외 사업파트에서 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가 지적한 백머니는 계약 상대방과 거래할 때 구매대금을 과다 계상하고 남은 돈의 일부를 되돌려받는 관행을 뜻한다.

실제 포스코 수사는 백머니가 발단이 됐다. 지난 2010~2012년 해외 사업파트에서 벌어진 부당 내부거래로 임원 2명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포스코 상무인 두 박모씨는 직원 10여명과 공모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돈의 일부를 한국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8월 자체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별도 고발조치를 하지 않았다.

리베이트 수수 혐의 전현직 직원 고소
원자재 수입 과정서 거액 '뒷돈' 의혹

'표적'을 찾던 검찰로서는 문제의 비자금이 수사로 전환하게끔 만든 구실이 됐다고 한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정권 초부터 포스코를 손보려는 여러 움직임이 있었지만 마땅한 명분이 없었다"라며 "포스코가 비위 사실을 숨기면서 사태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당시 두 박씨는 보직해임됐지만 대기발령 상태로 올 초까지 임원직을 유지했다. 포스코가 한발 앞서 이들에 대한 감사사실을 외부로 통보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됐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홍콩을 무대로 벌어진 이번 금호석화 리베이트 의혹은 포스코 동남아사업단 비자금 의혹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해외 사업과 관련해 유사한 방식의 부정이 벌어졌고, 의심 직원들이 자체 감사결과 보직해임과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것도 같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금호석화는 감사 즉시 발견한 비위 혐의를 수사기관 쪽으로 통보했다는 데 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포스코 사례도 참조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빠른 자진신고 배경을 놓고 일각에선 '그룹 회장이 연관된 재판이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요약하자면 '수사기관에 약점 잡힐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포석'을 깐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황병하)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횡령·배임)로 기소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포스코 염두?
자진신고 왜?

앞서 1심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법원 관행상 1심보다 항소심에서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횡령 혐의에 대해 "업무상 임무 위배 행위에 해당한다"라며 판결을 뒤집었다.

법원이 사실로 인정한 부분은 금호피앤비(비상장 계열사)라는 회사가 박 회장의 아들로부터 원리금을 제때 변제받지 못했음에도 2010∼2011년 34억원을 추가 대출해줬다는 것이다. 이는 박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시기 아들에 대한 대여가 이뤄지지 않은 정황에 비춰 '특정시기 개인의 필요에 따라 편법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됐다.

또 재판부는 31억9880만원을 납품대금 명목으로 금호석화 명의의 전자어음으로 발행하고 지급한 혐의에 대해선 "회사 재산을 적정하게 관리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개인 용도의 자금을 빌리기 위해 채무를 회사가 부담하게 했다"라며 "결국 회사가 어음금을 갚아야 할 상황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 때와 마찬가지로 협력업체와 공모해 거래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되돌려받는 등의 수법으로 200억∼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는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박 회장)이 법인자금을 마치 개인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듯 손쉽게 이용했다"라면서도 "원리금을 변제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2심 역시 "대여금과 약속어음금 등이 모두 변제되고 손해발생 위험이 현실화 되지 않은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라고 판시했다.

직원 협박용에
침소봉대 우려

현재 박 회장의 횡령·배임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2심 선고 직후 금호석화 측은 "유죄 부분의 혐의 및 금액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간 금호석화 측은 검찰 공소사실에 직간접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1심 판결 직후인 지난해 1월 박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을 통해 "남은 혐의에 대해 적극 무죄를 입증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악연으로 비롯된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3년간 이어진 길고 지루한 공방 속에서도…(중략)"라며 수사와 관련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사 대상으로 오른 A씨 등은 "박찬구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기관에 폭로하겠다"라며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A씨 등이 문제 삼고 있는 회사는 화물운송 중개업체 J사다. J사는 박 회장의 처남이 운영했던 회사로 알려졌다. 2005년까지 수십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J사는 2008년 5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A씨 등은 J사가 성장하는 과정에 금호석화의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울산과 여수에 있는 공장의 물량을 J사가 수주해 다시 수수료 형식으로 박 회장에게 돌려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금호석화 측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A씨 등을 공갈 혐의로 추가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검찰은 박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 수사 당시 관련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로할 내용이 언론에 알려진 것과 별건이 아니라면 A씨 등이 불리한 상황이다.


"친인척 회사에 일감 주고 수수료"
'보복성' 회장일가 비리 폭로 협박

경찰은 A씨 등으로부터 고소가 들어와 사건이 접수되면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A씨는 현재까지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유·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일간지 출입기자는 "다른 문제도 아니고 비자금인데 A씨가 언론에 접촉하든 직접 나와서 얘기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폭로는 의미가 없다고 봐야한다"라며 "기자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석화에 적대적인 일부 세력은 아예 A씨 등이 입을 열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이 비자금 의혹으로 확대시킬 계획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박 회장의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막후에서 A씨를 설득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 형제는 지난 2010년 그룹 분할로 생긴 앙금을 털어내지 못하고 상호 민형사상 고발을 주고받고 있다. 앞서 동생 박 회장은 자신의 형을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를 거쳐 특수2부로 재배당됐다. 검찰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한 비자금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호석화와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은 정황상 회사 차원의 사전 준비 및 조율을 거친 것으로 추정됐다. 금호석화는 지난 3일 "박찬구 회장의 차녀 박주형씨가 의결권 있는 주식 1만4285주를 장내매수 했다"라고 공시했다. 이어 경찰 발표를 앞두고는 "딸 주형씨가 구매·자금 담당 임원으로 신규 선임됐다"라고 발표했다.

주형씨의 임원 선임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는 그동안 금호일가가 '금녀의 원칙'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금호가는 선대 때부터 여성의 경영 참여를 금지해왔다.


진짜 이유는
직원들 불신?

그런데 다른 분야도 아니고 구매·자금 담당 임원으로 주형씨를 선택한 배경에는 이번 리베이트 의혹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해석이 잇따랐다. 하지만 금호석화 측은 깜짝 인사의 이유로 "구매·자금 운영의 투명성 강화"를 언급하며 "주형씨의 경영 참여는 A씨에 대한 감사 전부터 준비돼 왔었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국민연금공단은 금호석화 주식 65만9853주(지분 2.16%)를 추가 취득해 전체 지분율을 9.33%까지 늘렸다. 이는 시장이 비자금 수사 확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일부 재계 호사가들의 주장처럼 "비자금 수사 등 예상 밖의 일을 대비해 믿을 수 있는 가족을 임원으로 앉힌 것"이란 의심도 가능하다. 금호석화 측은 "사건을 이상한 쪽으로 끌고가는 세력을 주시하고 있다"라며 "자세한 건 곧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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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