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현대미술 새 지평 김승영·FABRIKR

"바람이 들립니다 파도를 느낍니다 바다가 보입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6층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색다른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열린 기획전 제목은 '터치더씨(Touch The Sea)'이다. 터치더씨는 기존 평면적 관람 방식에서 탈피해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과 아름다운 조형미를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터치더씨를 만든 두 주인공은 설치미술가 김승영씨와 아티스트그룹 FABRIKR(이하 패브리커)이다.

"바람이 들립니다. 파도를 느낍니다. 바다가 보입니다."

무더운 여름, 청량감을 안겨줄 색다른 전시가 준비됐다. 관객이 보고 듣고 느끼는 새로운 형태의 미술 전시다. 전시를 준비한 서울 에비뉴엘 아트홀은 지난 2일 “"대미술 작품의 아름다운 조형미를 오감을 통해 느껴보는 체험형 전시 'Touch The Sea'(이하 터치더씨)가 서울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6층에서 개최됐다"라고 알렸다.

체험형 전시

터치더씨는 우리에게 친숙한 바다를 주제로 그림·소리·영상이 결합한 입체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작품의 배열부터 전시장의 구조까지 관객이 좀 더 전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가상의 해변'을 모티브로 한 터치더씨는 설치미술가로 유명한 김승영(Sound by 오윤석 음악감독) 작가와 아티스트그룹 패브리커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서울 에비뉴엘 아트홀은 이번 터치더씨가 나른한 여름, 관객의 오감을 깨워줄 것으로 자신했다.


김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국립현대미술관·광주비엔날레·부산비엔날레 등지에서 전시를 연 명망 있는 예술가다. 지난 2012년에는 '기억을 거닐다'라는 참여형 전시를 통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당시 김 작가는 9000개의 붉은 벽돌에 일일이 언어를 새겨 유적처럼 쌓은 설치작품과 물웅덩이 위에 1000여명의 이름을 반사 시킨 '기억 1963-2012'라는 비디오작품을 선보였다.

패브리커는 김동규, 김성조로 이뤄진 아티스트그룹이다. 이들은 아트퍼니쳐 등 단일 오브제부터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설치미술까지 폭넓은 작업 스펙트럼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장르에 국한하지 않는 패브리커는 오브제를 거대한 공간의 축소판으로 인식하고, 때로는 오브제를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패브리커의 관심은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데 있으며, 사물이나 공간, 대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 에비뉴엘 아트홀 '터치더씨' 공동기획
그림·소리·영상이 결합…입체적 관람 가능

이번 전시에서도 패브리커는 기존 장르의 답습을 거부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김 작가 역시 여름 밤바다가 주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다양한 시각예술로 담아냈다. '눈을 감고 손으로 바다를 느끼'는 컨셉의 터치더씨는 관객에게 여름 바다 앞에 서있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에비뉴엘 아트홀의 구혜진 큐레이터는 전시 설명에서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 등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받아들이는 마음은 하나"라면서 "한 공간이 예술이 되는 전시로 다각화된 인식의 방법들을 활용해 직접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예술작품의 입체적 관람방식은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난해한 현대미술을 쉽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쉽고 친숙하게

우리가 몰랐던 '제3의 눈'을 통해 바다를 체험하게 될 터치더씨. 바쁜 도심 속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가상의 바다로 달려감은 어떨까. 한여름밤의 달콤한 휴식이 터치더씨 전시장에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25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김승영 작가는?]

▲ 홍익대 조소과 및 동대학원 졸업
▲ 개인전 아산정책연구원(2012), 분도갤러리(2011), 사비나미술관(2011),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2009), cafe for contemporary art 밴쿠버(2009·캐나다), CEAAC(2009·프랑스), 아트팩토리(2007) 등 11회
▲ 프로젝트전 미국 뉴욕(종이비행기·2000), 일본 오이타(배 Project·2011), 대한해협 공해(Picnic ot the Ocean Performance·2002) 등 다수
▲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이화여대 박물관, 미국 Silicon Ggraphics 등 다수

[패브리커는?]

▲ 삼성전자, 제일모직, 젠틀몬스터, 네스프레소, 나이키, BMW 등 공동 프로젝트 다수
▲ 예술의전당, 코엑스, 서울대미술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워커힐쉐라톤호텔, KIAF 등지에서 기획전 다수
▲ 영구 런던, 중국 베이징, 독일 뮌헨 등 해외 전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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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