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장기간 휴업에 들어가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오랜 휴식 끝에 돌아오는 스타도 잇따르고 있다. 휴업하는 스타들은 “자기 계발 또는 달콤한 휴식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거나 “나에게 맞는 작품을 기다려왔다”고 목소리 높여 말한다.
하지만 이들이 휴식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을 터. 스타들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는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제작편수·흥행작품이 눈에 띄게 위축된 작금의 영화계 실정이 이들의 휴업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가운데 스크린 퀸들의 안방극장 복귀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왜’ 안방극장 문을 두드리는 것일까.
신민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김정은 <나는 전설이다>
수애 <아테나:전쟁의 여신>·이나영 <도망자> 캐스팅 확정
이제는 톱스타들의 이름만으로 작품의 흥행이 좌지우지되던 시절은 지났다. 톱스타 없이도 탄탄한 대본과 연출력 있는 배우들의 호연이 뒷받침되면 이른바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점은 톱스타들의 설자리를 좁게 만들고 있다. ‘흥행의 보증수표’로 일컬어지는 스타를 앞세운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자 갈수록 몸값이 치솟고 있는 스타 배우들의 효용 가치가 지나치게 과대포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민아 3년·김정은 1년 6개월
수애 3년·이나영 6년 만에 컴백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더 이상 관객은 작품을 단지 스타가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선호하지는 않는다”며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를 발굴해 전문적 기획력을 강화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스타들의 눈높이가 여전히 높다는 점은 스타들의 ‘휴업사태’를 빚어내고 있다.
지속적인 한류 열풍과 외주 제작사의 활성화로 출연료가 턱없이 높아진 상황에서 톱스타들이 쉽사리 소위 ‘이름값에 대한 자존심’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영화를 고집하던 스타들이 브라운관 회귀를 도모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위축된 영화계를 떠난 스타들이 드라마에서 활로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시청자를 만나는 배우는 신민아와 김정은이다.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신민아는 <마왕>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 캐스팅 되어 극중 이승기와 상큼 발랄한 로맨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정은은 <종합병원2> 이후 1년 6개월 만에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영화 제작 편수 줄면서 안방극장 복귀
작품성 내세워 출연 거절…CF에만 몰두
김정은은 <나는 전설이다>에서 명문가 며느리에서 음악 밴드를 결성해 새로운 인생을 사는 주인공역을 맡았다. 수애도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다.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에서 국정원 소속의 차분한 여성 분석관과 비밀 조직 소속의 특수 요원을 오가는 이중 스파이 역할을 맡았다. 기존의 단아한 이미지에서 강도 높은 액션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연기 변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나영도 드라마 <도망자> 출연을 확정, 비와 연기를 펼친다. 6년 만의 드라마 출연인 만큼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영화를 고집하던 스타들이 브라운관 회귀를 도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느긋하게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하고 잘못된 부분은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는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촬영 직전에야 나오는 쪽대본은 물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정신없는 일정으로 그동안 톱스타들에게 외면 받았다.
게다가 철저한 준비 없이 안방극장으로 돌아오다 보면 자신의 결점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톱스타들이 이런 위험 부담을 안은 채 드라마로 컴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충무로의 투자 위축 때문. 엄청난 물량 공세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가 총 제작 편수의 10%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점점 영화판만 고집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 비해 급등한 출연료도 톱스타들의 안방 러시를 부추긴다. 방송사들이 긴축 재정으로 출연료를 낮추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회당 4000만원은 물론 일부 연기자는 회당 1억원 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수입도 영화보다 훨씬 낫다. 또한 연기자들의 주 수입원인 CF 출연도 드라마를 통해야 더 따내기 쉽다는 것도 한몫한다. 하지만 스타들의 복귀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급등한 출연료
안방 러시 부추겨
한 방송관계자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톱스타의 이름보다 작품성으로 승부를 거는 작품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이제는 드라마의 완성도나 스토리의 탄탄함·신선감 등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일단 스타들이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톱스타 기용이 시청률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요즘은 제작사에서 엄청나게 오른 몸값의 스타 캐스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요즘 웬만한 스타의 편당 출연료가 2000만원 선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20부작 미니시리즈 한 편 제작 시 배우 한 명에게 4억원이 소요되는 현실에서 작품의 질적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제작사들이 드라마 제작 무산 이유로 내세우는 ‘내부 문제’는 톱스타 출연료 부담을 이겨낼 만한 수익모델을 마련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톱스타들이 출연한다고 해서 얼마만큼의 성적표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점.
이로 인해 톱스타들의 몸값을 고스란히 떠안기를 방송계 또한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에서 스타들의 휴가는 ‘장기화’ 되고 있다. 스타들의 휴업사태는 그들의 ‘신중한 행보’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두는 톱스타들인 만큼 자신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흥미로움’만 가지고 작품에 들어갈 수는 없다는 점이 이유다.
한 방송관계자는 “톱스타들이 드라마 복귀에 망설이는 것은 그들 나름의 위치를 보장해줄 수 있는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기 때문이다”며 “특히 드라마의 경우 단지 시놉시스만 나온 상황에서 캐스팅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톱스타들은 대부분 16부작 미니시리즈의 절반에 해당하는 6~7회까지의 대본을 요청하고. 그것이 안될 경우에는 출연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배우들은 작품보다 CF 촬영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성을 내세워 출연을 거절하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그 기준이 어떤 것인지 모호하다”고 칼날을 세웠다.
몸값 떠안기 부담
휴가 ‘장기화’ 될 듯
스타들의 몸값이 날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어쨌든 ‘얼굴을 덜 보일수록 신선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략도 공백 장기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백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배우들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은 낮아진다. 또 작품 수가 적은 배우일수록 한 작품이 실패할 때 그 여파가 오래 간다는 약점도 있다.